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
닐 스티븐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동녘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적인 건축물은 어떤 것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을 선택하였다.

책을 기획한 사람들은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세계적인 건축물에 대해 아는 것은 이제 교양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이런 건축에 대한 교양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적인 건축물 50개를 선별하여 핵심적인 설명만 간략하게 간추려놓은 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이라고 한다.

"무겁고 딱딱하지 않으면서 한 눈에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출간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자들의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리 쉽고 가볍고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선 이 책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는 50개의 건물 대부분이 낯선 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엄선된 50개 건물 가운데, 직접 눈으로 본 것은 타지마할과 영국국회의사당 건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하여 사진책이나 그림책을 방불케 할 만큼 아주 빼어난 삽화를 담고 있다. 어쩌면, 실제 현장에 가서 건축물을 보더라도 이 보다 더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훌륭한 사진과 그림을 바탕으로 씌어져있다.

위대한 건축물을 담은 빼어난 사진과 그림

그렇지만, 역시 단 한 번도 실물을 본 적 없는 건축물에 대하여 작가의 눈과 마음을 빌어서 사진과 그림으로만 만나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을 쓴 닐 스티븐슨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영국 뉴캐슬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영국 맨체스터에서 사거 스티븐슨과 함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한다.

영국 출신의 건축가인 닐 스티븐슨은 도쿄에서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단게 게조와 함께 작업하였다고 한다. 아마 이런 인연 때문에 그가 쓴 이 책에는 단게 겐조의 작품인 도쿄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하여 이세 신궁, 카츠라 이궁, 간사이국제공항 터미널 같은 일본 건축물이 포함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출 50>은 지난 3500년 동안 건축이 발전해 온 중요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문 신정, 타지마할에서부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건축물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한 건축 작품들의 특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보통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이야기 속에서 재미를 느끼며 대상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건축물 지붕이나 기둥과 같은 건축물의 기본적인 명칭에서부터 출발하여 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편집이다. A4 양면을 합쳐놓은 판형에 큰 건축물 사진을 펼쳐놓고서 군데군데 표시를 하여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적어 두었다. 건축물의 주요지점으로부터 지시선으로 표시해서 건축물의 구조와 구조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편인 '파르테논 신전' 편에서는 '엔타시스'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기둥들은 전체 높이의 2/5 정도 되는 부분이 볼록하게 부풀어 있다. 이것은 일자형 기둥이 측면에서 오목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바로잡아 준다."(본문 중에서)

또한 전체 사진에서 작게 보이는 부분을 따로 확대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해주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 건물에 새겨진 '파르테논 프리즈'에 대한 해석을 별도로 상세하게 담고 있다.

"대리석 판에는 아테네 기사들의 행렬, 신과 신화적 인물들 사이의 다툼, 그리스인들과 아마존들의 영웅적 전투 장면들과 트로이의 공격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사진 속의 프리즈에는 아테나를 기리는 파나테나이아 축제를 위해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숭배자들의 행렬을 주제로 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파르테논 신전에서 모셨던 아테나 조각상 그림과 무너지지 않은 파르테논 신전을 포함하여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을 함께 싣고 있다. 그리고 모든 건축물을 세운 정치인이나 혹은 건축가의 간략한 일대기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두 쪽에 담은 세계 최고 건축

전체적으로 이 책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건축의 중요한 주제들과 영향, 그리고 구조적 특징들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생경한 용어들과 구조에 대한 설명들이기 때문에 건축을 이해하는 친절한 안내서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세한 용어해설과 찾아보기, 사진자료 목록표 등을 보면 오히려 일반 독자들 보다는 건축을 공부하고자하는 특히, 역사적 건축물을 공부하고자하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기초 지식을 전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위해한 건축 50>에 선정된 건축물을 직접 볼 기회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압축하여 소개하고 있는 건축물을 짓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나 건축물에 나타나는 건축사적인 특징이 건축물들을 관람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도대체 그 시대(100~ 3,500년 전)에 저런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 수 있었을까'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건축물이 지어질 당시의 사회역사적인 배경이나 구조적 결함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설계 그리고 새로운 건축 소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건축 양식에 대한 기초 지식을 잘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닐 스티븐슨이 쓴 이 책으로 인해 눈 직접 보고 온 타지마할이나 영국 국회의사당 건물에 대하여도 "와 ~ 대단하다"는 단순 감탄을 넘어서 '건축을 작품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이 책에 실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보러 떠나는 여행자들은 아마 이만한 간결하고 알찬 안내서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 50

아문신전, 카르나크/ 파르테논 신정/ 콜로세움/ 판테온/ 이세 신궁/ 성 소피아 대성당/ 티칼 제1호 신전/ 카주라호의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 피사 대성당/ 더럼 대성당/ 앙코르와트/ 크라크 데 슈발리에/ 노트르담 대성당/ 알람브라 궁전/ 피렌체 대성당/ 천단/ 킹스칼리지 예배당/ 산 피에트로 교회의 템피에토/ 성베드로 대성당/ 성바실리 대성당/ 빌라 로톤다/ 하드웍 홀/ 가츠라 이궁/ 타지마할/ 포탈라 궁/ 세인트 폴 대성당/ 하워드 성/ 로열 파빌리온/ 알테스 무제움/ 영국 국회의사당/ 수정궁/ 터빈건물, 므니에 공장/ 사그라다 파밀리아/ 글래스고 미술학교/ 갬블 하우스/ 로비 하우스/ 드로고 성/ 슈뢰더 하우스/ 빌라 사부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빌라 마이레아/ 판즈워스 저택/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퐁피두센터/ 슈투트가르트 미술관/ 홍콩 상하이은행/ 슐룸베르거 케임브리지연구소/ 아크/ 간사이 국제공항터미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oci 2009-01-1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관성있게 써주세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을 썼던 박경화씨가 2년여 만에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스무 가지 생각'을 담아 쓴 책이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제목을 보면 누구나 '왜 고릴라가 핸드폰을 미워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번호이동을 하거나 혹은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불과 몇 만원에서 몇십 만원이면 최신형 휴대전화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휴대전화의 교환주기가 채 2~3년 밖에 안 된다. 게다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잘 찾아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고릴라가 핸드폰을 미워하는 이유는 마치 '나비효과'와 같다. 지구 반대편에서 핸드폰 생산이 늘어날 때마다 아프리카 콩고에 사는 고릴라가 죽어간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중요한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 아프리카 콩고에서 나오는 '콜탄'이기 때문.

휴대전화 생산이 늘어나면서 콜탄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만큼 귀한 광물로 대접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콩고의 카후지 비에가 국립공원에 콜탄 채굴 광산이 생기면서 고릴라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오랫동안 소중히 쓰는 일은, 단지 통신비를 아끼고 물자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의 소중한 생명들을 보호하는 거울한 일이다."(본문 중에서)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지은이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휴대전화 때문에 바뀐 우리의 삶을 꼬집고 있다.

"첫째, 정확하게 언제 어디에서 만나자고 정하지 않고, '그 때 가서 다시 전화할게'라고 어정쩡하게 정한다.
둘째, 조금만 늦어도 기다려주지 못한다고 바로 전화를 해서 '지금 어디야' 하고 확인한다. 셋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중간에도 연신 휴대전화를 받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자 딱 내 모습이다. 휴대전화 사용에도 문화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2년 전에 읽었던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에 나왔던 슬로우 푸드, 새집증후군 벗어나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숯 활용법, 동네 앞 구멍가게 이용하기, 생태적 머리감기, 생리통을 예방하는 면 생리대, 자동차 나누어 타기와 같은 제안은 참 인상적이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생태적인 삶에 대한 지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저런 살아가는 일들 때문에 도시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을 확 바꿀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함께 책을 읽었던 사람들 중에서 많은 여자 분들이 '면 생리대' 사용을 시도했다. 주변에서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가까이는 아내가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함께 일하는 후배 중에도 꾸준히 사용하는 이가 있다.

내가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다 싶었던 것은 바로 '자동차 나누어 타기'이다. 몇 가정이 함께 자동차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늘,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먹은 대로 사는 꿈을 꾸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전해주었다.

지구를 살릴 '생명의 날개짓'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이 생태적인 삶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었던데 비하면,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생태 환경문제를 '카오스 이론'의 바탕이 된 '나비효과'로 설명해주는 책이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작은 날개짓을 시작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몰아친다는 나비효과처럼, 한국에서 핸드폰 소비량이 늘어나면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고릴라가 죽어가고 무의미한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산에서 무심코 '야호'하고 지르는 소리가 산새들의 짝짓기를 방해하고 야생동물들을 멸종의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생태주의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동안에 북극곰과 바다표범이 사라지고 있으며, 호주 동북쪽에 있는 '투발루'라고 하는 섬나라가 바다 속에 잠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나라 정부는 앞으로 100년 동안 매년 75명씩, 국민 모두를 뉴질랜드로 이주시키는 안타까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34억 벌의 옷을 새로 샀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이 평균 8벌의 옷을 사기 위해서, 북아메리카에서만 해마다 면화농사를 위해서 농민들이 26억 달러어치의 살충제를 뿌리고 천을 염색하기 위하여 엄청난 화학염료가 물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할 때마다 봄이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오늘도 전국에 강한 황사가 닥쳤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나무젓가락은 중국산 백양목이나 자작나무로 만들어지는데 중국대륙에서 숲이 하나 사라지면, 이듬에 봄에는 모래바람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생태환경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들이다.

'나비효과'는 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컴퓨터로 기상 모의실험을 하던 중 미세한 초기조건 값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지구를 살리는 나비 효과 - 녹색 아시아를 위한 만원계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나비효과를 지구를 파괴하는 원리만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의 소박한 계모임으로 아시아를 구하는 활동을 하는 '녹색아시아를 위한 만원계'가 좋은 '나비효과'의 좋은 사례이다. '필리핀 미군기지 만원계'는 미군이 오염시킨 필리핀 루손 섬에 있는 작은 마을인 수빅과 클라크 지역 사람들을 돕는 모임이다.

이외에도 '인도 보팔 만원계’, '인도네시아 오라우탄 만원계'와 같은 모임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한반도에서 시작된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를 구하는 방법도 소개돼 있다.


아울러 생태적인 삶을 위한 구체적 실천도 제안돼 한다. '화장지 덜 쓰기, 걸레와 손수건을 사랑하자, 평화를 위한다면 내복을 입으세요. 중고품과 친구 되기'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추천글에 소개된 것처럼 그냥 상투적인 이야기와 정보를 모아놓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

"저자 박경화씨는 지구 생태계에 그런 짐을 지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불편한 삶을 택했다. 세탁기 없이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휴지대신 손수건과 걸레를 사용하고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을 즐겁게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추천글 중)

프롤로그에 나오는 '2106년, 미래에서 온 편지'는 우리가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지를 가슴 깊이 성찰하게 한다.

▲ 100년 후에도 과연 땅 위에 흐르는 물과 지하수를 마실 수 있을 것인가?
▲ 100년 후에도 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
▲ 100년 후에도 지금의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은 그들에게 어떤 유산이 될까?


100년을 앞서 살아가는 우리의 '날개짓'은 지구 저편에서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100년 후에 이 땅에 살아갈 후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깊은 성찰과 삶의 전환을 이루는 '날개짓'을 함께 시작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체험여행 31
이근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은 꿈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해외여행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대부분은 눈으로 보는 여행에 머무르기 때문에 여행담을 들어도, 여행기를 읽어도 본 것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서점을 둘러보면 수많은 여행 책들이 나와 있는데, 대부분 마찬가지로 눈으로 본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이근희의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체험 여행 31>(랜덤하우스 중앙)은 본 것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경험한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 있어서 남다른 면이 있다. 이 책은 여행지에 관한 소개가 아니라 '체험 가이드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저자 이근희(34)는 '체험여행'을 목적으로 삼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1년여 기간 동안 38개국을 여행하였다고 한다. 이에 그의 책에는 38개국을 유랑하는 동안 체험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자를 위하여 꼭 필요한 정보들도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

'적은 돈'으로도 할 수 있는 신나는 체험여행

주위에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 돈이 없는 사람들이 기껏 돈을 모아서 해외여행을 떠나도 사전 준비가 없으면 여행사가 준비해 준 일정에 맞춰 끌려 다니다가 돌아오기 십상이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데 있어 여행 경비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항공요금이다. 항공료를 마련하고 나면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라오스 방비엥 쏭강에서 하루 종일 카약을 타고, 점심도 먹고, 천연 동굴을 탐험 한 후에 대형튜브를 타고 4시간을 둥둥 떠내려가며 느긋하게 즐긴 후에 칵테일파티까지 이어지는 카약투어는 단돈 7달러"면 OK.

스위스 융프라우에서는 10스위스 프랑(약 7400원)이면, 해발 2000미터 지역에서 1000미터 지역으로 내려오는 3시간 코스의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또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만든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게르에서 잠자고, 몽골식 식사와 파티, 마상쇼와 전통공연을 즐기는 2박 3일 패키지 투어의 가격은 대략 7만2000원. 잘 훈련된 말을 타고 2시간 동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리는데 1만2000원이면 가능하다.

"이집트의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달리는 클래식한 사륜 구동 캠핑카를 타고 황금빛 모래사막, 검은 사막, 그리고 크리스털이 가득한 크리스털 마운틴과 석회질로 하얗게 변한 화이트 사막을 둘러보고, 베두인식 바베큐 디너로 배를 채우고 흥겨운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바하리야 사막투어" 역시 8∼10명의 팀만 잘 구성하면 1인당 약 1만원이면 족하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하루 동안 여섯 가지 요리와 디저트 만드는 법을 배우고 만든 요리를 실컷 먹을 수 있는 쿠킹 투어 가격이 2만원"이면 된다.

"보트를 타고 하루에 4개 섬을 돌며 스노클링과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신나는 와인파티,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나른한 휴식과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보트 투어, 화려하고 푸짐한 시푸드 런치와 열대 과일을 즐기는 가격이 단돈 6달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중저가에 해당되는 1인당 45달러 하는 이집트 홍해의 체험 다이빙이나, 50유로를 가지고 런던에서 세계 수준의 뮤지컬을 VIP석에서 즐길 수도 있는 체험여행도 있다. 우리 돈으로 수십 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히말라야 경비행기 체험, 러시아 시베리아 열차 횡단여행, 이탈리아 베네치아 곤돌라 타기, 터키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 스위스 인터라켄의 패러글라이딩 여행도 소개되어 있다.

오랜 경력의 경험 있는 교사로부터 배우는 타이 왓포의 마사지 스쿨 자격증 코스나 터키 이스탄불의 밸리 댄스, 인도 바라나시의 전통음악과 요가배우기도 특별한 체험 여행에 해당된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할 체험 여행 31>은 저자의 상세한 경험과 여행 정보가 소개된 19개 체험여행 코스와 못다 한 이야기로 간략하게 소개된 그 밖의 추천 체험 여행 12가지가 감겨 있다.

'이근희 무작정 따라하기' 대신 자신만의 여행계획 세워보길...

나는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막상 내가 세계여행을 떠난다면 책에 소개된 31가지 여행 중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은 몇 가지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근희의 체험 여행 31가지 중에서 '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것은 불과 다섯 가지 정도에 불과하였다.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혹시 그곳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체험도 서너 가지는 더 되었다.

저자와는 달리 만약 내가 여행을 떠났다면, 아무리 일정에 쫓겨도 히말라야는 걸어서 트레킹 투어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책을 놓으며 라오스 방비엥의 카약투어, 터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여행, 몽골 초원 여행, 러시아 시베리아 열차 횡단, 타이 왓포의 마사지 스쿨을 꼭 가서 체험해보고 싶은 곳으로 포함시켰다.

사람마다 제각각 살아가는 모양도 다르고, 가고 싶은 곳도 다르고, 관심과 여행의 목적도 다르다. 하지만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 대신에 몸으로 부딪히고,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계획을 세우는 이근희의 여행방식은 배울만하다.

배낭을 메고 떠나는 이들은 이 책을 일독한 후에 '이근희 무작정 따라하기' 대신에 자신이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 체험해보는 여행계획을 세워보면 좋을 것 같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체험 여행을 골라보세요


Travel 01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는 체험여행
01 이집트 다하브 홍해의 황홀한 스쿠버 다이빙
02 라오스 방비엥의 카약 투어
03 터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여행
04 노르웨이&핀란드 자동차 북극권 탐험
05 스위스 인터라켄의 패러글라이딩

Travel 02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는 낭만여행
06 런던의 웨스트 엔드에서 뮤지컬 보기
07 네팔 히말라야의 마운틴 플라이트
08 중국 내몽골의 초원 여행
09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곤돌라 타기
10 이집트 시나이산 성지 순례
11 러시아 시베리아 열차 횡단
12 이집트의 바하리야 사막 투어

Travel 03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휴식여행
13 타이 왓포의 마사지 스쿨에서 자격증 따기
14 인도의 바라나시 전통 음악 & 요가 배우기
15 일본 아오모리의 온천 여행
16 이스탄불의 풀코스 목욕, 하맘 투어

Travel 04 새로운 것을 배우는 러닝여행
17 베트남 동코이 아오자이 만들기
18 타이 치앙마이의 쿠킹 투어
19 터키 이스탄불의 벨리댄스 체험

*못다한 이야기... 즐거운 투어, 그밖의 추천 체험여행 12
20 필리핀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 체험
21 네팔 템플 스테이
22 코르동 블뢰 1일 요리 투어
23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체험
24 프랑스 파리, 최고의 리빙 골목 ‘렌 거리’ 탐험
2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홍등가 엿보기
26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문화 체험
27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리메라리가 축구 관람
28 헝가리 부다페스트, 와인하우스 체험
29 체코 프라하, 공연 즐기기
30 헝가리 헤비츠 교기 온천 체험
31 가격대비 최강, 베트남 나짱 보트 투어

1~19번까지는 상세한 저자인 이근희씨의 체험담과 체험 정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0~31번까지는 모두 합쳐서 5page로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1~19번까지 소개된 체험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이 책은 매우 유용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습니다만, 나머지 뒷 부분 여행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이 책을 통해서 얻기 어렵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선감의록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최기숙 지음, 손지훈 그림 / 현암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을 기획한 이들은 우리 고전을 읽는 이유를 “시대가 바뀌고 독자가 달라져도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작품 속에는 인간 삶의 본질을 꿰뚫는 근본적인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현암사에서 만든 ‘우리 고전’ 기획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창선감의록>은 20여권이 넘는 기획시리즈의 제목 중에서 가장 낯선 제목이었다.

구운몽,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흥부전, 장화홍련전과 같은 제목들은 교과서를 통해 보고 들었거나 혹은 현대언어로 재출판되어 널리 읽혔던 책들이다.


그러나 <창선감의록>이라는 제목을 마주 대하고는 이런 책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보았더니, 같은 제목으로 나온 책이 어른을 위한 책과 어린이를 위한 책, 그리고 절판된 책까지 모두 4~5종이나 되었다.

인터넷 책방을 검색해보고서야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우리 고전 중의 한 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 책을 만나보면 표지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우리 고전’이라는 것을 느낌을 쉽게 받기 어렵다.

그도 당연한 것이 <창선감의록>은 조선시대 17세기 장편소설이지만, 화가, 윤가, 남가, 진가, 성가, 임가, 백가, 엄가 등의 집안이 등장하는 중국 명나라 시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문학에 대한 얕은 이해력을 가진 나 같은 이는 책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우리 고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시대적, 지역적 배경은 17세기 조선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되기도 하였을 법 하다.

이를테면, 자유연애가 허용되지 않던 시기에 “가문의 몰락으로 서로 헤어지지만, 정혼자의 행복을 위해 다른 여자와의 혼인을 주선해 주는가 하면, 죽은 줄 알았던 부인과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나고, 누이 대신 옷을 바꾸어 입고 잡혀간 쌍둥이 남동생이 그 집의 어여쁜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화진’은 서출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급제하기도 하고, 천자의 은혜를 입어 신분을 회복하기도 하며, 마침내 해적 서산해와 서촉의 적 채백관를 물리친 공로를 인정받아 높은 벼슬에 오르기도 한다.

사람살이의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사색

소설의 끝머리에 글쓴이 최기숙의 작품 해설이 덧 붙여 있는데, <창선감의록>은 여러 인물들이 혈연과 혼인, 의기와 우정의 관계로 맺어져 이야기를 펼치는 ‘가문소설’이기도 하고, 지체 높은 가문의 남녀가 서로 만나 연애감정을 키우고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를 담은 ‘애정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정치적으로 의로운 사람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덕을 배반하는 사람에게 몰려 패배했다가 다시 의로운 지위를 되찾는 ‘정치소설’ 의 면모도 있고, 삼국지의 제갈공명과 같은 신출귀몰한 병법과 지략으로 적과 싸워 이기고 나라를 구하는 영웅소설의 요소도 있고, 효와 우애가 인생에서 왜 중요하며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윤리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여러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어디에도 속하기 어렵고 이야기의 전개 또한 느슨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고전을 일컬어 “시대에 따라 퇴색하거나 민족이 다르다고 하여 외면될 수 있는 일시적이고 지역적인 것이 아닌” 책이라고 하지만, 대신에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나 독자를 몰입시키는 재미는 덜 한 것도 사실이다. 멀티미디어 영상 세대들에게 ‘시시한 이야기’로 비쳐질 가능성 또한 없어 보이지 않는다.

<창선감의록> 역시 고전을 오늘날의 언어로 고쳐 쓴 것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온통 혈연, 지연, 학연, 우정, 가문, 혼인으로 엮여있으며,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문들이 하나로 맺어져 규합하고 과거를 치르거나 나라에 공을 세워 새로운 집권 세력으로 부활하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의 이러한 관계는 자녀세대로 고스란히 세습되어 이어진다. 마치 오늘날 가끔씩 월간지 기사거리가 되는 유력 정치인 가문과 재벌 가문 가계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고전 읽기의 재미도 없지는 않다. “우리 고전에는 민족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담겨있고, 우리의 지난 역사가 있고 생활이 있고 문화와 가치관이 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공동체 의식, 선비문화 속에 녹아있던 자연친화 의식, 강자에게 비굴하지 않고 고난에 굴복하지 않는 당당하고 끈질긴 생명력, 고달픈 삶을 해학으로 풀어내며 서러운 약자에게는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 주는 넉넉함”이 바로 고전읽기에서 만나는 즐거움이다.

고전은 우리 것이되 우리에게 낯설다. 오늘날의 삶과 다른 옛이야기이기에 우리에게 낯설지만, 반대로 마치 유전인자처럼 내재된 우리의 문화 , 언어, 생활이 담겨 있기에 주는 편안함도 함께 담고 있다.

“처음 가는 장소에서 언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때의 그 어리둥절한 생소함, 바로 그 신선한 충동을 우리 고전 작품은 우리에게 안겨준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고전들 역시 처음 씌어진 채로 늘 읽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나라 사람들이 시대마다 그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고쳐 쓰는 작업을 통하여, 그 시대의 세대들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이 된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터키 풍자문학의 거장 아지즈 네신이 쓴 <개가 남긴 한마디>를 소개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의 작품 중 앞서 국내에 소개 된 바 있는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를 소개한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는 똥파리와 무화과씨앗 같은 작고 하잘 것 없는 것들의 삶에 빗대어 상을 바꾸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던 아지즈 네신은 처음에는 ‘베디아 네신’이란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944년 육군 중위로 퇴역한 뒤, 신문기자를 거쳐 저널리스트로 일하였는데, 당시 <카라괴즈> 등의 신문에 발표한 사회 풍자 소설과 콩트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1915년에 태어난 그의 본명은 '흐멧 누스렛'이다. 90여 년 전에 태어난 아지즈 네신이 남긴 작품은 대략 50여 년 전 터키 사회를 풍자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21세기 한국을 풍자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그의 작품이 정치와 교육, 종교, 문화, 사회 문제 등 여러 분야를 조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정치, 교육, 문화, 종교,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해박한 이해는 각 분야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부패와 부조리 악습과 폐단을 ‘풍자’를 통해 꼬집는 것이다. 

아지즈 네신은 200개가 넘는 필명으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100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는 활발한 작가였을 뿐만 아니라 독재권력에 맞서 250번이 넘는 재판을 받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실천적 지식인이었다고 한다. 

또한 당대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후에도 검소하다 못해 ‘구두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소박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책을 번역한 이난아는 터키에서 공부하는 동안 TV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네신을 여러 번 보았는데, 늘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한다. 

동물과 식물에 빗댄 인간세상의 모습 

네신은 검소하고 알뜰하게 생활하며 모은 재산을 모두 ‘네신 재단’을 설립하는데 바쳤을 뿐만 아니라 인세를 비롯한 자신의 모든 수입을 재단에 바쳤다고 한다. 자신이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네신은 전 재산을 부모 없는 아이와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하는 활동에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한 아이들, 상처 받은 아이들을 위하여 전 재산을 바쳐 네신 설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도 여러 편 집필하였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역시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 

풍자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다른 것에 빗대서 재치 있게 비판하는 말이나 글을 말한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에서 작가는 동물과 식물의 삶에 빗대서 재치 있게 세상을 비판하 하며 인간의 삶을 비틀어 보여주고 있다. 

제국주의를 고발하기도 하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른 바 없는 상황이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끝없는 도전, 그리고 인간들의 권력욕과 질투심,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네신은 작품을 통해, “자유와 평등, 화해가 꽃피는 세상,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 억압에서 해방된 새로운 인간상”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청소년을 위하여 쓴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는 촌철살인의 풍자보다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따뜻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제목으로 삼은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위대한 똥파리’를 비롯하여 모두 열네 편이 실린 이 책에서 ‘어느 무화과 씨의 꿈’은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살아나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화과 열매에 씨가 많은 이유는? 

‘어느 무화과 씨의 꿈’은, 세상 가치로 들여다보아도 하잘 것 없고, 스스로 생각해도 보잘 것 없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무화과 씨 이야기다. 달콤한 열매 속에서 자라던 무화과씨 하나가 어느 날 엄마에게 왜 이렇게 형제가 많은지 묻는다. 

여러분은 무화과 열매 속에 왜 그렇게 씨가 많은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무화과나무는 열매 속에 자라는 ‘씨앗’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바깥세상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자식을 아주 많이 남기지.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종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해. 결국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위한 몸짓인 셈이지.” (본문 중에서) 

그렇다. 무화과나무에는 수백 개의 열매들이 달리고, 그 열매들 뱃속에는 또 수백 개의 씨들이 들어있다. 그렇지만, 이 수백 개가 넘는 열매들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씨들 가운데, 온전히 나무로 자랄 수 있는 것은 불과 몇 알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무화과 열매 대부분을 따서 먹기 때문에 어떤 해는 수많은 씨앗 중에서 단 한 알도 무화과나무로 자라지 못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무화과 열매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열매가 달콤하여 사람이나 동물, 새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이 세상에 모든 생물은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뿔이 있거나, 가시가 있고, 뒷발질을 잘하거나 아주 빨리 뛰고, 가죽이 매우 두텁거나 이빨이 날카롭거나 모두 무기를 지니고 있단다. 

“우리 무화과에게는 이렇게 특별히 몸을 보호하고 방어할 만한 무기가 없단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직 씨들뿐이야. 가련한 뽕나무들도 우리와 처지가 똑같아. 그러니까 이렇게 쉼 없이 번식을 하는 것이지. 그것만이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본문 중에서) 

힘없고 가난한 것들의 강한 생명력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특별한 무기가 없는 풀이나 나무 그리고 연약한 동물들은 모두 새끼를 아주 많이 낳은 방법으로 종족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토끼와 같이 연약한 동물들은 한꺼번에 여러 마리 새끼를 낳고, 무화과나 뽕나무는 씨앗을 아주 많이 맺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 

엄마인 무화과나무는 씨앗인 아이에게 이런 점은 사람들도 만찬가지라고 말해준다. 

“어쩌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지. 사람에게 부는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무기 역할을 한단다. 그래서 부유한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대를 이어가기 위해 아이들을 많이 낳을 수밖에 없단다.”(본문 중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부모가 제대로 돌볼 수 없어 죽어버릴 확률도 높고, 환경이 나빠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도 없으며, 영양결핍으로 죽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엄마 무화과나무는 “대부분 무화과 열매가 달콤한 맛 때문에 사람과 동물들에게 먹이가 되지만, 무화과씨는 아주 튼튼하기 때문에 소화기관을 거쳐서 다시 배설이 되어도 씨앗이 나무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 것들의 생명력이 훨씬 더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 무화과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씨앗은 어느 날 참새에게 먹힌 후에 배설물을 통해 밖으로 나와 큰 성벽 돌 틈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란다. 

무화가나무가 새로 자라는 곳은 영주가 사는 대저택과 노동자마을 그리고 영주에게 벌 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감옥을 모두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였다. 바위틈 깊숙이 뿌리를 내린 무화과나무는 성벽과 대저택 그리고 감옥을 모두 무너뜨릴 만한 힘을 갖게 된다. 

작은 무화과 씨앗이 세상을 바꾸다. 

성벽에 가로막혀 각각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오랫동안 고민하던 무화과나무는 마침내 자신의 온 몸을 바쳐 성벽을 허물어 버리는 선택을 한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무화과 씨 한 알이 성벽과 대저택 그리고 감옥을 허물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면 그들도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들도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벽을 허물 수 있게 되리라.”(본문 중에서) 

성벽을 허물고 돌 더미에 깔려 죽은 무화과나무는 영주와 노동자 그리고 죄수들이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왜냐하면, 수많은 무화과 씨들이 있어 언젠가는 사람들이 하잘 것 없는 무화과나무에게서 벽을 허무는 힘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지즈 네신은 젊은 세대들에게 자연의 섭리와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들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언젠가는 허물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날카로운 풍자로 유명한 네신이지만 <당나귀는 당나귀답게>에서는 동화 같은 잔잔한 속삭임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감동과 재미를 전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