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들
루이제 린저 지음, 전유정 옮김, 김혜진 그림 / 월간싱클레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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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날 사람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사건을 예언해 준다고 믿고 있는 꼬리별이 나타났다. 전쟁이나 불행, 중요한 사람의 탄생 같은 것을 알려주는 별 말이다. 

천문학자들의 예측보다 빨리 나타난 꼬리별을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치하는 왕의 아들인 열두 살 멜히오르가 맨 처음 발견하였다.

선생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아버지인 왕은 망원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꼬리별을 아이는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꼬리별은 예언의 징표다. 서쪽에 있는 먼 나라에서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데, 그 왕은 왕국도 군인도 재산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상 모든 왕들의 왕이 된다는 예언 말이다.

새로 태어나는 모든 왕들의 왕을 만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 왕은 별을 쫓아 순례단을 이끌고 서쪽으로 길을 떠난다. 꼬리별은 세상을 평화로 다스릴 평화의 왕이 태어날 것임을 알리는 징표이다.

그러나, 꼬리별은 열두 살 소년에게도 어서 함께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고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그날 밤, 열두 살 왕자는 꼬마낙타를 타고 순례단을 쫓아 길을 나선다. 다행이 사막의 바람이 순례단의 흔적을 지워버려도 꼬리별은 계속 길을 일러준다.

부모 몰래 꼬리별이 알려주는 대로 길을 나선 멜히오르. 그러나 꼬리별이 길을 알려주는 아이는 한 명이 아니다. 멜히오르는 모래 폭풍을 뚫고 도착한 오아시스에서 시리아의 왕자 발타자르를 만난다. 두 소년은 서로 상대방이 꼬리별을 따라 새로운 왕을 찾으러 가는 길임을 알게 된다.

꼬리별이 새로운 왕이 태어나는 곳을 향해 길을 이끌어주는 또 다른 한 명은 ‘카스피리나’. 이집트에서 온 카스피리나는 이집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천문학자의 딸이다. 꼬리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흑인 소녀인 ‘카스피리나’는 멜히로르와 발타자르처럼 꼬리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왕이 어느 도시에서 태어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엄마나 가정교사처럼 두 소년을 독려하고 다독이면서 꼬리별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새로운 왕을 찾아가는 길을 이끌어간다.

<별은 쫓는 아이들>은 멜히로르 왕자, 발타자르 왕자와 카스피리나. 이렇게 세 아이가 사막을 지나 평화의 왕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

새로 태어나는 '평화의 왕'을 만나러 가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가 흑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여자 아이라는 사실은 백인, 그리고 남성이 중심이 된 기독교 문화권 독자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이다.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 이야기는 몇 구절에 불과하지만, 루이제 린저의 상상력이 보태져 <별을 쫓는 아이들>은 150여 쪽이 넘는 긴 이야기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별을 쫓는 아이들이 찾아가 만난 새로 태어나는 왕은 ‘평화’의 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 아이는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란다 ! 아이의 왕국은 이 땅도 그 어느 땅도 아니야. 아이는 영토도 왕관도 권력도 재산도 원하지 않을 거란다. 이 아이는 단지 평화와 정의만을 따를 거야.”(본문 중에서)

이스라엘에 새로 태어난 왕의 어머니가 별을 쫓아 온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녀는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의 왕들이 새로 태어나는 ‘왕’을 경배하며 바치고 간 금화와 금단추 역시 받을 수 없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하라고 이른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그냥 버리는 거라고 일러준다.

“버리렴. 너희를 욕심 가득하게 만들고, 질투하게 하고, 인정 없이 만들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버리렴. 금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금을 원하게 될 거야. 밤이건 낮이건 어떻게 하면 더 모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거고, 도둑에게 금을 뺏길까봐 두려워 잠도 못 자게 되지. 결국 마음에 병을 얻게 된단다.”(본문 중에서)

평화의 왕을 낳은 어머니는 별을 쫓아 온 아이들에게 또 다시 좋은 왕이 되라고, 평화의 왕이 되라고 당부한다.

“부디 좋은 왕이 되어서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죄 없는 사람들도 죽이지 말거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빵과 집을 빼앗지 말아라. 이 아이처럼 평화의 왕이 되어라. 그리고 잊지 말아라. 너희들이 이 평화의 왕을 만났다는 사실을.”(본문 중에서)

두 왕자는 평화의 왕이 되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천년 전 새로 태어난 ‘평화의 왕’을 믿고 따른다고 신앙고백을 하는 많은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고 가난한 사람에게서 빵과 집을 빼앗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수 많은 미국 대통령들은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예배 때마다, 이천년 전 새로 이 땅에 온 ‘평화의 왕’이 가르쳐 준 기도문을 암송하는 최고 지도자가 있는 이 나라에서는 가난한 세입자들의 집을 빼앗는 과정에서 여섯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해야 했다.

<별을 쫓는 아이들>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루이제 린저가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절실하다.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지구촌 곳곳의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세상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해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는 성탄절,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이천 년 전 이 땅에 온 ‘평화의 왕’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겨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루이제 린저가 지닌 문학의 힘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를 가슴 따뜻한 평화의 메시지로 바꾸어 우리에게 전해준다. 

독일의 대표적인 반나치 여류작가인 루이제 린저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통해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이야기를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 썼다.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 작가로 평가받는 루이제 린저는 우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생의 한 가운데>라는 작품이 오래 전에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고, 그보다 후에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납치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록 <상처 받은 용>을 쓴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북한 기행을> 비롯한 한국관련 저서도 많이 집필했다고 한다.

이북과 이남을 모두 여행한 루이제 린저는 한반도를 가리켜 ‘천의 얼굴을 지닌 산의 나라’라고 극찬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10여 차례 북한을 방문, 금강산 등 명승지를 둘러보고 산과 나무의 어울림에 반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루이제 린저가 김일성 주석과 나란히 찍은 사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작가의 이런 이력 때문에 <생의 한 가운데>를 제외한 그녀의 작품이 남한에 널리 번역되어 소개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독일 작가가 전하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천 년 전 새로 온 ‘왕’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 만나보시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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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가족의 용기있는 선택 우리문고 19
엘린 레빈 지음, 김민석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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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은 미국인들과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제 44대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취임을 하였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확장시키고 인권과 복지를 강화하며, 제국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엊그제 취임연설문에서 9.11 사건 이후 후퇴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인권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위험과 맞닥뜨리곤 했던 건국의 아버지들은 인권과 법률을 보장하는 헌장을 기초했고 이 헌장은 세대를 거치면서 흘린 피에 의해 신장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상들은 여전히 이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으며 우리는 단순히 편의를 위해 그것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오바바 취임 연설 중에서)

그렇지만, 하워드 진이 쓴 <미국민중사>를 통해 길지 않은 미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권과 법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협 받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일어났습니다.  9.11테러 이후에 만들어진 ‘반테러 법’과 같은 법률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가장 어이없는 인권유린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건은 1950년대 한국전쟁에 즈음한 기간에 벌어진 ‘매카시 선풍’입니다. 미국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고,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이 벌어지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빨갱이’나 ‘정치적 좌파’라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 입니다.

좌파정당이 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좌파정당에 가입하거나 좌파정당의 당원을 친구나 가족으로 둔 사람까지 피해를 입는 사실상의 연좌제 시행되었고, 인권운동가들에게 ‘빨갱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죄 없이 일자리와 가정을 잃었다. 강의나 모임에 참가하거나, 편집자에게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기도 했다. 자기가 공산주의자로 몰린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뿐 아니라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고, 어떤 일에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애국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매도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공산주의자로 몰리지 않기 위하여 친구와 동료를 고발하여야하는 일마저 벌어지게 됩니다.

엘렌 레빈이 쓴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은 바로 ‘매카시 선풍’이 몰아치던, 1953년 여름과 가을에 열세 살 소녀 제이미와 그 가족이 겪은 일그러진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의회에는 공산주의자 색출 위원회’가 설치되고, 극장 뉴스에 출연한 매카시는 “유럽의 미국 대사관 도서관에 있는 3만 권의 책이 공산주의자나 그 지지자들이 쓴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1953, 빨갱이 마녀사냥이 시작되다.

러시아 이민자 가족인 제이미네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혹시라도 닥쳐올지 모르는 위험 때문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FBI가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하긴 엄마 말대로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다. 매니 아줌마네 신문 판매점에서 신문을 살 때 아줌마는 주위를 살핀 뒤 <데일리 워커(공산당 기관지)>와 <내셔널 가디언(좌파 주간지)>을 <뉴욕 타임스>나 <헤럴드 트리뷴>속에 감춰 주었다. 예전엔 그런 적이 없는데 말이다.”(본문 중에서)

어느 날 제이미의 학교 친구인 해리엇 퍼듀의 아빠는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났고, 학교에서는 아이들마조도 해리엇을 따돌렸고, 결국 해리엇네 가족은 이사를 가야만 하였습니다.  

공산당 기관지와 좌파 주간신문을 구독하고 가족모임에서도 정치토론을 할 만큼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제이미네 가족들은 매카시의 빨갱이 사냥이 시작되자 FBI 감시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위축된 삶을 살게 됩니다.

엄마는, "낯선 사람하고는 이야기 하지 않기, 가족에 관하여 다른 사람에게 말 하지 않기, 낯선 사람에게 문 열어주지 않기, 모르는 사람과 전화통화하지 않기" 같은 규칙을 제이미에게 일러줍니다.

눈치가 빠르고 조숙한 제이미 역시 스스로 이런 분위기에 맞춰 살아갑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일레인에게도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서 집에 놀러 갈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해야 하고, 방송작가인 엄마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열세 살 제이미는 ‘모난 돌이 되지 말자’는 서글픈 좌우명을 가진 아이로 살아갑니다.

새 학기에 제이미는 오래전부터 원했던 학교 신문사에 지원하게 됩니다. 이 무렵 학교에서는 아이들조차도 <데일리 워커>와 같은 신문을 가진 친구를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주먹다짐까지 벌일 만큼 공산주의자 색출 활동은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사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공산주의자들이 세상을 뒤집으려고 한다고 가르치고, 소련이 원자폭탄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관리 중에 소련 스파이가 있었다”고 가르칩니다. 국제연합 지지자들조차 공산당 동조자라고 몰아세우는 그런 분위기 입니다.

그러나, 제이미 아빠는 “공산주의는 이 사회에 불평등이 없어질 수 있도록 경제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것 뿐”이라고 말 합니다. 엄마, 아빠는 소련에 대하여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을 더 살기 좋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산주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은 늘 그런 식으로 말하지. 하지만 나는 정부를 공격하려고 총이나 폭탄을 쌓아 두는 건 고사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어. 그저 인종 평등을 실현하거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노숙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 ‘공산주의’라고 생각할 뿐인 거란다.”(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매카시 선풍에 휩쓸린 세상은 엄마 생각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지요.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고 하면 그 사람이 감옥에 끌려가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입니다.

어떤 사람을 해고하고 싶은데 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산주의자라고 하거나 혹은 그 사람이 공산주의자로 ‘의심스럽다’고 말하면 되는 식입니다. 심지어 헐리우드 배우 중에는 “공산주의자로 지목된 가수가 참가한 모임에서 박수를 친 사람은 공산주의자로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난무하게 됩니다.

살벌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마녀 사냥이 벌어지는 1953년에도 미국 수정 헌법 제 1조는 “모든 사람은 신념에 따라 행동할 권리가 있고 어떤 법률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빨갱이 청소가 시작되다

링 라드너와 같은 작가처럼 매카시 위원회에 출석하여, “과거에 공산주의자였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거부하는 강단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누구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대해 질문을 던질 권리가 없다”는 수정헌법 1조를 지킨 것 입니다.

학교 신문사 편집회의 시간, 로젠버그 사건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회의를 하던 터벨 선생님은 몇몇 아이들이 “빨갱이는 죽어 마땅하다”는 주장을 하자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생각케 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미국의 모든 공산주의자들이 다 간첩일까?”“미국인 공산주의자들이 찬성하는 건 뭘까?”“너희가 공산주의자고 경제적인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너희가 간첩일까?”“너희 생각이 공산주의자들의 의견과 다를 수는 있어. 하지만 그들이 너희 의견에 따라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가 있을까?”“민주주의 국가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하느님을 믿지 않을 권리도 있는 거 아닐까?”

아이들과 이런 토론을 벌였던 신문사 선생님 터벨은 얼마 후에 학교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제이미 아빠인 ‘피트 모스’ 역시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서 공산주의자로 지목되고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이 일은 모든 가족에게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엄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해고되고, 제이미는 학교 신문사에 쫓겨나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모스 가족은 엄마, 아빠의 실직으로 경제적으로도 점점 힘들어지지만 끝내 굴복하지 않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합니다. 

에이미는, 학교 신문사 편집장에게 “자신이 학교 신문사에서 부당하게 쫓겨났다”는 편지를 보내고, 이 사건은 학교 신문에 보도되어 마침내 청문회를 개최하게 된다. 에이미는 청문회에서 ‘아무런 잘못 없이 단지 책상이 모자란다는 명분’으로 쫓아낸 일의 부당함을 주장하여 청문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여 마침내 신문사로 돌아가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가꾸고 지켜야 하는 것

아버지 피트 모스는 원하는 대로 증언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카시 상원의원이 진행하는 교사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결정합니다. 피트는 “현재나 과거에 공산당원이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합니다. 정치적 신념에 대하여 답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오히려, 국가와 헌법의 토대를 흔드는 위험한 사람들로 매카시 의원을 당당하게 지목합니다.

“의원님 어떤 위대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지요.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은 속일 수 있습니다. 또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피트 모스는 청문회장에서 끌려 나왔지만, TV로 방송되는 청문회에서 용기 증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환기 시키게 됩니다. 많은 친구들이 ‘모스 가족’을 지지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는, 젊은 시절 공산당원 이었지만, 1939년 히틀러와 스탈린이 손을 잡는 것을 보고 분노하며 공산당을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공산당원 이었다는 것도, 지금은 공산당원이 아니라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지켜낸 것 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잃는다면 그건 감옥에 갇히는 거나 다름없어. 민주주의는 단지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란다. 우리가 끊임없이 가꾸어 가야 하는 거야.”(본문 중에서)

엘렌 레빈이 쓴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은 1950년 대 매카시 선풍이 몰아치던 당시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하는 평범한 미국 가정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매카시 시대를 알 길 없는 청소년들에게, “오늘날에도 매카시의 반공 마녀사냥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져주는” 책입니다.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은 사람들이 지키고 가꾸지 않으면 언제든지 후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줍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 아야 할 일들이 왜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요?

냉전 시대가 지나도 반공 이데올로기의 망령이 떠돌아다니고, 경제 위기를 예측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미네르바’가 구속되는 이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하여 다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사랑스럽고 활기찬 여주인공 ‘제이미’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여 진 것은 이 책의 특별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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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자연놀이 - 우리 동네에서 찾은 자연놀이 365가지 개똥이네 책방 3
붉나무 지음 / 보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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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잡지가 있는데, 이름이 <개똥이네 놀이터>입니다.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어른인 윤구병, 백창우 같은 이들이 기획위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난 박문희 선생을 비롯하여, 아이들 놀이를 연구하는 편해문 선생님, 아이들 마음을 잘 드러내는 만화를 그리는 이희재 선생님, 그리고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 같은 분들 글로 채워진 어린이 잡지입니다.

<고래가 그랬어>라는 만화잡지와 더불어 재벌 출판사나 언론사에서 만들어내는 어린이 잡지와는 사뭇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꾸며진 어린이잡지 입니다.

붉나무가 쓴 <열두 달 자연놀이>는 바로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창간호부터 24호까지 2년 동안 매월 연재 되었던, '열두 달 자연놀이'를 책으로 묶어 낸 것 입니다. 일년 내내 자연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

붉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강우근과 글을 쓰는 나은희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책은 글이 씌어질 당시 아홉 살, 일곱 살 된 나무와 단이를 키우는 두 부부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놀면 더 재미있을지 요리조리 궁리하면서 생각해 낸 놀이를 모은 책입니다. 붉나무 네 식구는 북한산과 도봉산 밑자락이 맞닿아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자연 놀이를 하러 쏘다녔습니다. 나무랑 단이는 자연 놀이랑 더불어 훌쩍 자라고, 자란 만큼 자기 생각도 뚜렷해졌습니다. 자연도 좋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즐기는 걸 더 좋아합니다."(개똥이네 놀이터 중에서)

두 아이를 자연과 더불어 자라도록 키웠던 붉나무는 그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하여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습니다. 처음에는 <개똥이네 놀이터> 독자들과 그 경험을 나누었는데, 이번에 2년 동안 잡지에 연재했던, 스물 네 번의 자연놀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지요.

"봄에는 나물 해 먹고, 봄꽃 잔치 하고, 풀피리 불고, 여름에는 버찌 따먹고, 나뭇잎 가면 쓰고, 벌레 잡고, 가을에는 도토리 팽이 돌리고, 열매 날리고, 낙엽 이불 덮고, 겨울에는 썰매 타고, 눈집 짓고, 텃새 만나러가. 모두 모두 자연에서 하는 놀이야."(본문 중에서)

<열두 달 자연놀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놀이로 나누고 엮었습니다. 봄에는 봄나물, 봄꽃, 풀피리, 아까시나무, 돌멩이, 흙을 주제로 놀이를 정리하였구요. 여름 놀이는 버찌, 비, 나뭇잎, 벌레, 호박, 잠자리를, 가을 놀이는 메뚜기, 도토리, 가을꽃, 열매, 낙엽, 마른풀을, 그리고 겨울 놀이는 나뭇가지, 솔방울, 눈, 얼음, 귤이랑 사과, 텃새 놀이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 교사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책

봄꽃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얼마나 많고 다양 할까요? <열두 달 자연놀이> 중 봄꽃 편을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봄꽃 

둘레둘레 둘러보니/ 어느 새 봄꽃 천지./ 팔랑팔랑 진달래방긋방긋/ 개나리배시시/ 제비꽃시큼시큼/ 진달래꽃 한 입 먹고노릇노릇/ 개나리꽃 꿰어 걸고/ 어여쁜 제비꽃 동무삼아가자/ 가자 봄나들이 가자./ 놀자 놀자 봄꽃이랑 실컷 놀자.

붉나무가 찾아내어 아이들과 함께 해 본 봄꽃 놀이는 열 가지도 넘습니다. 아래 에서 보는 것처럼 봄꽃 맛보기, 진달래 꽃술 씨름, 진달래 꽃전, 진달래꽃 머리핀, 쇠뜨기 끊긴 마디 찾기, 자운영 꽃목걸이와 팔찌, 자운영 꽃 바람개비, 민들레 꽃 시계와 반지, 민들레 꽃대 바람개비와 물레방아, 개나리 꽃 날리기, 개나리꽃 목걸이와 머리띠, 제비꽃 씨름, 제비꽃 팔찌 귀걸이 반지 만들기까지 봄꽃 놀이만  20여 가지나 됩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 같은 커다란 봄 그림에 봄꽃으로 할 수 있는 온갖 놀이를 담아 놓았구요. 그 다음 3~4쪽에는 각각의 놀이를 하는 방법을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해 놓아 아이를 둔 부모나 교사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풀피리'편을 하나 더 소개해 볼까요? 맨 먼저 '풀피리' 노래를 들려줍니다.

풀피리

따끈따끈 눈부신 봄 햇살.파릇파릇 물오른버드나무 아래삐리리 삐리리호드기 부는 소리,봄 동무들 봄 알리는 소리.풀피리 불어 보자.하늘이 노래지도록삐리리 삐리리 !

봄나들이 나가서 만들 수 있는 풀피리는 몇 종류나 있을까요? 제가 아는 것은 버들피리와 보리피리가 전부입니다. 붉나무가 찾아낸 놀이는 저 보다 훨씬 많더군요.

버들피리, 잎말이 피리, 잎사귀 피리, 나무가지로 피리 소리 내기, 뚝새풀 피리, 조릿대 피리, 민들레 꽃대 피리, 호장근 피리가 그것 입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다양한 풀피리 만들기 놀이를 큰 그림에 담았구요. 그 다음 쪽에는 각각의 피리 만드는 법, 그리고 아이들이 피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사진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담았습니다.  

부모님들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엮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책 뒤편에는 스물네 가지 주제별로 '붉나무 취재 일기'가 담겨 있습니다. 원래 <개똥이네 놀이터> 잡지책으로 나올 때는, 부모님 책에 실려 있던 내용인데, 아이들과 함께 했던 봄꽃 놀이, 풀피리 놀이 그림에 못 다 소개한 내용과 아이들과 있었던 재미난 일, 아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취재일기를 읽다가 눈을 감으면, 화려한 봄 들판이 떠올릴 수 있도록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랫녘에는 매화나 산수유 꽃이 봄을 알리고, 윗녘에서는 생강나무 꽃이나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봄을 알린다. 산에 들에 꽃이 피면 내 마음도 피어난다."(본문 중에서)

"아름다운 봄꽃은 보기에도 좋지만 먹을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진달래, 민들레, 살구, 매화, 목련, 제비꽃, 봉숭아꽃, 벚꽃, 배꽃에서부터 팬지, 데이지, 프리뮬러, 카네이션, 한련이 다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간단하게 비빔밥처럼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초밥이나 김밥, 꽃차, 꽃전을 만들어도 좋다."(본문 중에서)

이러고는 꽃전이나 김밥, 꽃차 만드는 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열두 달 자연놀이>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의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그래서 친절합니다. 책을 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책입니다.

아울러, 멀리 숲과 들, 산을 혹은 시골을 찾아가야만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쉽게 재료를 찾아 놀이를 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틈에서 찾아낸 민들레, 개미자리, 질경이, 아파트 화단에서 찾아낸 단풍나무 열매, 쥐똥나무 열매가 놀잇감이 된다고 합니다.

길섶 가로수 아래에서 찾아낸 꽃다지, 주름 잎, 소리쟁이가 놀이감이고 벌이랑 무당벌레랑 개미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이랑 동무가 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자연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주려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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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네트 2009-01-3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우석훈 태그 타고왔다 잘 놀다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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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마음껏 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권리나 인권을 넘어서는 또다른 생명입니다.
놀이네트는 이 단순한 메시지를 송출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합니다.
또한 새로운 과거이자 오래된 미래인 놀이생태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노무현시대의 좌절 -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엮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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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 본 것은 20여 년 전 대학 시절 당시 마산지방법원 재판정이었다.  당시 그는 변호사 신분이었다. 그 날은 훗날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통일중공업 노조위원장 문성현 사건 재판이 열리던 날이었다. 서울 상대 출신 지식인 청년(문성현)이 노동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과 이 땅의 노동현실과 민주주의에 대해 격정적인 최후 변론을 하는 노무현 변호사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87년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마산창원지역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이 건설될 무렵 어느 가을날, 수출자유지역에서 열린 마창노동자 집회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노동악법철폐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던 노무현 변호사를 기억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악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연설을 듣던 노동자들이,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외치던 그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이때만 하여도 아무도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둔 어느 날 밤, 창원에 있는 모 복지관 회의실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대통령 후보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에 대한 기억 몇 가지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당선했고, 개표 방송이 있었던 그날 밤, 당선 확정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기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의 승리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와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종필과 손잡은 DJP 연합과 같은 비겁(?)한 방식이 아니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초기 여론조사 결과를 꾸준히 뒤엎고 마침내 당선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정치를 왜곡해왔던 기득권구조인 보수언론, 지역주의, 그리고 재벌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축적한 정치 자산으로 승리하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진보, 개혁 진영에서 일하던 여러 선배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기대를 키웠고, 탄핵정국을 거치며 의회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그런 기대가 현실이 되는 줄 믿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필두로 하는 4대 개혁입법 실패, 그리고 대연정 제안으로 개혁세력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 타결이라는 어이없는 짐을 지워놓고 임기를 마쳤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과 진보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한국사회에 실현시키는데 실패하였다.  


촛불집회의 성공과 노무현정부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에 소속된 구갑우를 비롯한 13명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은 <노무현 시대의 좌절>에서 필자들은 "촛불집회의 찬란한 성공과 이후 우여곡절의 직접적 원인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노무현정부의 실패는 정권 담당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진보개혁진영의 많은 인사들이 노무현정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누구도 노무현정부의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진보개혁진영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본문 중에서)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바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을, 뼈저린 성찰을 시도하는 책이다. 자칫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무지로 인하여 노무현 시대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책실패를 부인하는 노무현 시대 사람들에 대한 정면 비판을 시도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연구회 구성원 중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의제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책임을 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날카롭게 비판하되, 마치 남의 일이었던 것처럼 대하지 말자"는 원칙에 합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실력부족을 감안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구상하기 위하여 '실패'라는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냉정한 성찰과 비판적 평가가 필요한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실패가 진보개혁진영에게 다시 기회를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들은 진보개혁진영이 단순히 '이명박 때리기'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다시 집권하는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담아 이 책을 쓴 것이다.

노무현 정부, 주체 역량이 부족했다

이 책에서는 노무현 정부를 평가하는 틀을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하는데, 시대 과제, 대외정세 그리고 주체 역량이 바로 그것이다. 즉, 시대 과제를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부합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는가? 그리고, 한국이 세계체제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로 인한 경제, 외교안보 제약을 고려하여 평가하자는 것이다.

특히, 주체 역량과 관련하여서는 여러 가지 세부 사항을 적용하는 평가기준을 세웠다.

▲ 집권세력 내 핵심집단을 지원하는 개혁적 지식인 집단의 결속력과 준비정도▲ 정치적 행정부와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파워블럭의 정책 수립 및 지원능력▲ 핵심집단이 마련한 국정목표와 그 실현을 위한 정책패키지 준비 정도▲ 정치적 행정부의 관조조직에 대한 통제력 행사 여부와 적절성▲ 다양한 이념적, 계층적, 지역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능력▲ 보수신문과 반대세력의 방해를 무릅쓰고 국민적 지지와 합의를 이끌어냈는지 여부

저자들의 평가는 냉정하고 날카롭다. 노무현 정부는 "개방의 조건하에서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실현하는가"는 시대 과제를 막연하게 인식하였으나 국정과제와 국정목표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였다고 평가한다.

또한 대외정세 측면에서는 '지나친 의욕'과 '외교적 수모' 사이를 오가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였다는 것이다.

"국방백서에서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었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자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라크에 파병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또한 동북아균형자론을 제기했다가 강대국들을 자극하기만 한 채 이내 철회하고 말았다."(본문 중에서)

뿐만 아니라 집권 후반기 동북아시대구상도 집권후반기 일방적인 한미FTA 추진으로 퇴색함으로써, 외교안보와 통상 전략의 부재로 대외정세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주체 역량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요컨대,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시대적 과제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명확하게 기획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외정세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체적 측면에서도 집권세력의 미약, 정책패키지 준비 부족, 실행능력 취약,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적 능력 부족 등으로 이익 갈등과 관료조직, 반대 세력의 저항 등을 극복하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본문 중에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에 힘입어 승리를 재취할 수 있었고,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 진보개혁세력 전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개혁에 성공할 기회가 없었나?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쓴 저자들은 "구조적 조건에 대응하는 핵심집단의 구성, 정책수립 및 집행능력, 정책정당의 준비 등에서 노무현정부의 주체적 역량이 대단히 미약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주체 역량이 미약하다고 하더라도 집권기간 전체를 돌아보면 최악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고 진단한다.

첫 번째는, 집권 후 1년 이내에 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기간 노무현 정부는 4대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을 포기하는 등 지나친 탈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시간을 낭비하다가 보수세력의 반격을 받아 탄핵을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탄핵 후 총선 승리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법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힘겨루기에서 실패함으로 시대 과제에 부응하는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잃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넓은 의미의 진보개혁세력을 포용하면서 개혁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는 대신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대연정을 통해 교착상태를 돌파하려다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예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집단의 주체 역량부족에서 기인되었다는 주장이다. 직접 책임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있지만, 넓게 보면 진보개혁세력 모두의 실패라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바로 이런 평가 틀을 가지고, 정치전략, 동북아 정책, 통일, 외교, 안보정책, 성장과 분배전략, 복지정책, 노동정책, 비정규직 정책, 주택정책, 지역정책, 과학기술정책, 교육정책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쓴 글이기 때문에 주제에 따라서는 생소한 자료인용과 다소 어려운 내용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넓은 의미에서 진보개혁진영 모두의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는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반성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실패, 진보개혁세력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

"진보개혁세력은 당위적 주장을 타성적으로 반복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복합적 정세 속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치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본문 중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이나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이 "세계화와 분단체제의 동요라는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비전과 노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명박의 실패가 저절로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뼈저린 성찰의 결과물을 모은 책이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의 승리를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라고 믿고 가슴 벅찬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던 사람들이, 참으로 파란만장한 지난 5년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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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김현기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미국금융시장이 붕괴되었으며, 20세기 초에 겪었던 대공항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키워드는 어쩌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일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경제 문외한인 저 같은 사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뿐이 아니네요. 막차를 탄 펀드투자는 거의 반토막이 되어있네요. 이런 일이 닥칠줄 알아다면 2008년 5월에 막차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겠지요.

하루 앞, 한 달 앞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탓에 기록적인 주가 폭락으로 주식과 펀드가 반토막나는 것을 넋을 놓고 지켜봐야하는 상황에 맞닥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다른 누군가는 2006년 무렵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나 엔케리 청산과 같은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2000년 초반부터 미국 금융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시장이 애써 외면하였다고 합니다.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은 미국 정부의 금리정책의 오류,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로 인한 정부의 감독 소혹, 미국 금융계에 만연해 있던 도덕적 해이, 월스트리트 돈놀이꾼들의 탐욕과 함께했던 고급 인재들이 내놓은 최악의 작품이라는 것” (본문 중에서)

금융시장 이야기의 핵심은 급격한 변화는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 변화의 조짐은 보통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번 위기 기원을 미소 냉전 종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는 겁니다.

당면한 경제위기는 전세계가 함께 맞이하는 위기 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로 세계가 함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도 있습니다.

인구정책 실패 원인, 육아부담, 부동산 값, 교육비그런데, 앞으로 10년 후, 2018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지도 모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변화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10년 후를 예측하려는 연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자료는 바로 통계청이 발표한 미래인구예측 자료였다고 합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국이 된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야기되는 초고령사회, 남성과 여성의 인구비중, 생산가능 인구 등의 변화가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저자들은 적어도 미국발 금융위기 보다 훨씬 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 때문에 <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구감소로 인한 위기 예측은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선다고 하는군요.

“전문가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나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들어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본문 중에서)

어쨌던, 2018년 역사적인 인구감소국으로 진입이 예측되고 있고, 우리가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이 탄생한다는 것 입니다.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소비가 감소하고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고 이러한 위기는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풍족한 삶을 위해 자녀 낳기를 꺼렸던 한국 가정 모두가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인구변화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2018년 493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30년 4864만 명, 2050년에는 4263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러한 인구정책의 실패원인은 무엇일까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느는데도 여전히 사회는 육아를 여성에게만 떠넘겼다. 설령 육아 문제가 해결되어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맞벌이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살인적인 교육비였다. 여기에 부동산값 폭등은 젊은 부부로 하여금 출산 의욕을 꺽어버렸다.” (본문 중에서)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육아부담과 살인적인 교육비와 부동산값 폭등이 출산의욕을 꺽어버렸다는 것이지요. 다섯 명의 경영, 경제학자가 쓴 <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인구변화가 가져올 사회적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책입니다.

금융과 투자, 산업과 기술, 소비와 시장, 사회와 문화, 비즈니스 영역에서 예상되는 변화와 이로 인하여 파생되는 기술, 환경, 가치관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주식시장의 진짜 꼭지가 온다.

경제학자 폴 윌리스에 따르면, 인구 구성에서 40~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실질주가 추세와 거의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비율이 우리나라는 2014년에 정점에 도달 할 예정이며, 2020년 까지는 40%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2018년 쯤에는 주가지수도 꼭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주택은 젊은 사람이 많아야 수요가 증가하고, 주식은 어느 정도 안정된 느긋한 중년이 많아야 수요가 증가하며, 마지막으로 채권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고정된 소득이 없는 노년층 비중이 높을 때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한다.”(본문 중에서)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40 ~ 50대 비중이 증가하는 2018년까지는 자산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비중이 점점 줄어들게 되리라는 예측입니다. 아울러 인구감소로 인하여 부동산 시장은 하향안정화 추세로, 전체적으로 자산시장의 비중은 부동산 -> 주식 -> 채권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편, 이 책에서는 이런 인구변화에를 반영하여, 2018년 유망 부동산으로 임대형 상가, 전원, 웰빙형 토지, 도심 재개발 등 틈새 시장에 주목하여야 하며, 역모기지론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시장변화에 맞는 새로운 채권상품, 연금투자전략, 사람의 일생을 책임지는 라이프사이클 펀드 등이 트렌드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로봇산업, 생체인식 산업 그리고 저소득층 시장

2018년 인구 감소의 시작에 맞추어 산업과 기술트레드도 당연히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물이 석유보다 중요한 상품이 된다는 것, 도시 집중의 정점으로서 메가시티 증가, 태양광 발전과 로봇산업, 생체인식산업의 발전, 인체 장기 부품화와 환경지능, 나노기술, 그리고 노약자를 위한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는 지난 50년 동안 2개에서 21개로 늘어났는데, 전 세계 인구 변화와 이동추이를 보면, 앞으로도 계속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2007년 전 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민이 절반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60%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메가시티는 교통문제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활성화, 친환경 운송수단 청정에너지 소비, 환경정화 시설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가 일어난다는 것 입니다. 반가운 변화 중 하나는 이런 경향을 반영하여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력 발전이 핵심에너지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개인을 입증할 수 있는 생체인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2008년 38억 달러에서 2018년 124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2005년부터 홍채인식과 관련된 460만 개 이상의 미국특허가 만료되어 시장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개인적으로 우울한 예측중에 하나는 기업들이 글로벌 저소득층 시장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선진국에서 시장확대가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은 저소득층에 겨냥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낙후된 유통과 인프라가 정비되면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과다한 비용이 수반되는 사금융 시장을 대신하여 금융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 이하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이집트, 방글라데시, 우크라이나, 베트남의 구매력 기준 GDP 합계는 경제 대국인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5개국의 합보다 더 크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기업들은 저가 휴대폰 보급, 100달러 PC와 같은 저소득층의 구매력에 적합한 상품을 생산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결국 다시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에 주목하는 기업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 소수자에 주목해야 한다.

경영학자들이 쓴 이 책은 시장확대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입니다. 실버 소비자, 여성마케팅, 하이브리드 소비자, 소수자 마케팅, 그린마케팅이 새로운 시장트레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마일리지 제도는 장래에 전 세계에서 통화처럼 거래되는 기업통화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Y세대의 뒤를 이어 Why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드은 정보통신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세대인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 다양한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와 휴대전화에 관심이 높다.▲ 글로벌 문화에 개방적이며, 다른 나라 다른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다.▲ 자기표현에 관심이 많고 개성표출을 선호한다.▲ 연봉보다 삶을 즐기는 것에 관심이 높다

이런 Y 세대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마케팅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책임, 다품종 소량생산, 그리고 소유보다는 경험에 주목하는 제품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질 추구하는 슬로비족이 주류가 된다.

앞으로 10년 후,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2018년, 사회무노하 트렌드의 변화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입니다. 결혼 연령은 늦어지고, 자식 따로 노인부부 혹은 혼자사는 노인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귀화 외국인이 늘어나서 모자이크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귀화 외국인 증가는 해외노동인력 유입과 국제결혼의 증가에 따른 현상인데, 2007년 기준 전체 결혼중 국제결혼 비율이 11%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농촌 남성은 40%이상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후 대한민국은 열 명중 한 명이 혼혈로 태어나는 ‘비빔밥 나라, 다문화 가정에 속한 나라’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선진국처럼 채식주의자가 늘어난다는 예측도 있고, 비슷한 맥락에서 치열한 인생에서 한 발짝 벗어나 삶의 여유를 바라며 마음의 안정과 가족을 중요시하는 슬로비족이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의 속도를 늦추어 보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살자고 주장하며, 물질보다는 마음을 중시하고 출세보다는 자녀의 성장과 발전에 가치를 둔다.”(본문 중에서)슬로비가 서서히 확산되는 지금, 아직은 은둔의 모습을 보이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세상의 주류 혹은 적어도 주목받는 계층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트렌드 측면에서 고령인력 활용, 프렌드십 경영, 경쟁을 뛰어넘는 가치조합, 양성평등 시대에 맞는 인재활용, 창의성을 유도하는 업무 공간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퍼스널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해당 인력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평판’이 개인을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구에서는 면접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재 검증 수단으로 보편화되고 있고, 앞으로 10년 이면 우리사회도 평판조회가 일반화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경영학자들이 쓴 <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끓임업는 경쟁, 소비의 확대라는 자본주의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없는 뚜렷한 한계가 있는 책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변화를 중심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앞으로 10년 후에 대한 전망을 44개의 미래트렌드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생명, 평화, 생태, 공동체의 관점에서도 인구감소라는 전혀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날을 적극적으로 전망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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