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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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쓴 음식에 관한 책이다. 그냥 음식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먹을거리와 지구생태, 지구환경, 빈곤, 가난, 농약, 유전자조작, 학교급식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인 구달은 이 책을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왜 음식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가?"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녀는 돈벌이를 위하여 침팬지를 뒤쫒는 사냥꾼들과 열대 밀림을 훼손하는 벌목회사들 때문에 서식지를 잃어가는 침팬지들을 구하면서 침팬지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날마다 먹는 음식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와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어가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물과 식량을 얻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는데 침팬지만 돕고 있을 수 없었다고.

사람과 침팬지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하여, 또한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지구상에서 생명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파국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지금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미 번역 출간된 비슷한 책으로 경영학자인 제레미 레프킨의 <육식의 종말>,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존 로빈스 <음식혁명> 등이 있다. 이들 책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의 공통점은 모두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고, 모두 두껍다는 것이다. 

이 세 권의 책 중에서는 <희망의 밥상>이 450여 쪽으로 원래는 가장 덜 두꺼운 책이다. 그렇지만,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가장 두꺼워 보이는데 그것은 재생용지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출판사에 확인해보았더니 역시나 "책의 내용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인 구달의 마음을 담는데 재생용지가 더 맞을 것 같아 독자들이 책이 두꺼워 선뜻 구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독자들이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역시 두께에 비하여 책을 빨리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았더니 앞서 나온 두 책에 비하여 오히려 책의 분량은 적었다.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내용이 두 책에 비하여 미흡하거나 부족하지는 않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인 만큼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토양의 오염, 유전자 조작 씨앗, 공장식 사육농장, 양식으로 폐허가 된 바다, 유기농 농산물, 채식주의, 농산물 장거리유통, 지역농산물 소비, 학교급식, 패스트푸드, 물위기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환경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내고 있다. 앞서 나온 책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그쳤다면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 조작(GMO) 씨앗과 회원제 유기농 유통구조, 그리고 학교급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소개였다. GMO표시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의 표시의무화 주장에 대하여 거대 농산업자본의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먹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GMO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많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GMO 농산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러기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케놀라보다는 순수한 케놀라를 더 즐겨먹는다." 

"빌 래시멧이라는 농부가 기르는 젖소들은 유전자 변형을 한 옥수수와 보통 옥수수를 다른 여물통에 담아서주면 보통 옥수수를 가려서 먹어치운다."

"또 다른 농부에 따르면 돼지는 여물통에 유전자 변형 작물을 넣어주면 평소처럼 먹지 않는다." 

농부들에 따르면, 유기농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있어도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없었으며, 또 다른 농부는 사슴 마흔 마리가 자신의 콩밭에서 콩을 먹어 치웠는데, 길 건너에 있는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GMO 콩)을 기르는 밭에서 콩을 따 먹는 사슴은 한 마리도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심지어 쥐들도 유전자 변형한 곡물은 먹지 않으며, 쥐들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된 GMO 토마토를 먹고 위에 손상을 입거나 죽기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실험에서는 GMO 옥수수를 사료로 먹은 닭은 일반 옥수수를 먹은 닭에 비하여 두 배나 많이 죽었다고 한다.

결국, 동물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사람만이 유일하며, 사람에 의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 변종 농산물과 축산물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동물들은 유기농산물만 골라 먹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동물들은 유전자 조작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도 뛰어난 후각과 미각으로 구분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맥과 침팬지에게 유기농 바나나와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유기농 바나나만 먹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침팬지는 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껍질까지 통째로 먹지만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본능적으로 껍질을 까고 알맹이만 먹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침팬지 역시 토마토, 가지, 우유, 오렌지 주스를 먹이로 주었을 때, 비유기농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만 먹었다고 한다. GMO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 세계에서는 사람만이 '농산물표시'를 보지 않으면, 유기농산물과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농산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만이 단맛과 합성조미료와 화학향신료로 인하여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학교급식에 가장 질 낮은 농수산물이 공급되는 것은 비슷한 상황임을 알려준다. 후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못 먹어서이고,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희망의 밥상>에는 구체적인 통계를 인용한 식품오염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겨있지만, 반대로 한 번에 한 걸음씩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사례들도 여럿 소개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프랑스 농부 호세 보베로, 유전자조작 농산업의 선두업체 '몬산토'에 맞서 싸운 캐나다의 농부 퍼시 슈마이저, 학교급식에 맛있는 혁명을 일으키는 엘리스 워터스, 영국의 학교급식을 바꾸는 현란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그리고 내 고장 유기농산물을 길러내는 수많은 농부들과 이를 구입하는 수많은 소비자들도 소개됐다. 

제인 구달은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우리가 먹으려는 것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사육되었으며 어떻게 수확되었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는 일이라고 한다. 기자 역시 엄청난 양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먹고, 1kg의 고기를 생산하는데 1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소비되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말하는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염려는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450여 쪽의 두툼한 책, <희망의 밥상>에 담긴 소중한 통계자료와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업의 성공과 생명과 밥상을 살리는 수많은 사례를 몇 쪽의 서평에 다 담아낼 수 없어 가장 안타깝다.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제인구달과 함께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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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 - 완전 개정 증보판
A.S. 닐 지음, 한승오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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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교를 상상해보라 모든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될 자유를 누리는 곳, 성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성공을 결정하는 곳 불행한 아이들이 치유되는 곳, 원한다면 며칠, 몇 달, 몇 년이라도 놀 수 있는 곳 그리고 앉아 꿈꿀 시간과 공간이 있는 곳"  

세상에 이런 학교가 있을까? 세상에는 이미 이런 학교가 있다. 1921년 A. S. 닐이 영국에서 설립한 서머힐이 바로 그곳이다. "학습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아이들이 누리는 완전한 자유, 아이들의 자율과 자치로 운영되는 남녀공학 기숙학교 서머힐의 모습은 당시로 파격적이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8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파격적인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도 많은 종류의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 가운데는 서머힐과 같은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는 곳도 있다. 서머힐의 '자유'만큼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국내에도 서머힐과 비슷한 체계에서 세워진 대안학교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안학교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머힐의 정신 혹은 서머힐의 운영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이미 서머힐과 비슷한 체계에 근거하여 세워진 학교들이 많이 있으며, 더 많은 학교들이 닐이 세운 서머힐 학교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운영되어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만 검색해보면 A. S. 닐과 서머힐에 관한 도서는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만 하여도 20여종에 이른다. 이 책은 우선 예전에 내가 읽었던 문고판으로 번역되어 나온 '서머힐'에 비하여 그 분량이 훨씬 많아졌다.  

"서머힐이 처음 책으로 출간된 것은 1960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600여 개가 넘는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던 서머힐을 막다른 궁지에서 구해내는 역할도 하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많은 서머힐 관련 책들은 1960년에 출판 된 <서머힐>을 번역한 책이거나 혹은 그 책을 바탕으로 쓰인 책들이다. 이번에(2006년 4월) 출간된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은 1990년 새롭게 출간된 서머힐의 번역본이다. 그래서 책 표지에는 '완전개정증보판'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편집자 서문에 따르면 닐은 처음 출간된 <서머힐>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출판업자 헤럴드 하트가, 1920년대와 30년대 초반의 아동심리학 즉 프로이트 학설에 근거한 시대에 뒤떨어진 닐의 견해를 책에 포함시켰기 때문이었다.  

미국 시장에 맞추기 위하여 닐의 글에 손을 대기도 하였고, 특히 닐의 친구이자 조언자이며 닐 스스로 '호머 레인'과 더불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빌헬름 라이히'에 대한 언급들은 모두 빼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1990년에 출간된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은 이러한 문제점들은 모두 걷어내고 새롭게 '닐과 서머힐'을 소개한 책이다. 닐과 서머힐을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며, 그동안 잘못 알려진 서머힐에 오해와 비난에 대하여서도 상세하게 답해주고 있다.

또한 오래된 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국내에 소개된 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었거나 서머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다시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자유로운 아이들만이 정직할 수 있다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은 470여 쪽에 이르는 녹녹치 않은 분량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있다. 1부는 1971년에 시점으로 하여 닐이 자신의 유명한 학교에 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은 그때까지 나온 닐의 저서 20여권과 다른 자료에서 발췌한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고 2부는 닐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서머힐의 사상이 소개되어 있다. 자유로운 아이들에 관한 닐의 생각은 이렇다. "아이들은 천부적으로 지혜롭고 실제적이다. 어른들이 일절 간섭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에게 맡겨둔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발전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테면 서머힐에서는 "학자가 될 소질을 타고난 아이가 학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학자가 될 것이고 거리 청소부에 적합한 아이는 거리 청소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서머 힐은 아직 거리 청소부를 길러 낸 적은 없지만 닐은 "학교가 신경증에 걸린 학자보다는 행복한 거리 청소부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힐의 자유란 서머힐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하도록 내버려두는 자유가 아니다. 닐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기가 좋아하는 바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닐은 "자유로운 아이들만이 정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닐은 서머힐을 거쳐 간 수많은 이른바 문제아들에 관하여 말하기를 "나는 정신분석으로 문제아들을 치유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분석을 받지 않은 아이들 역시 치유되었다. 그래서 문제아들을 치유한 것은 심리학이 아니라 바로 자유, 아이들로 하여금 본래의 자기를 찾게 만든 자유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고백한다.

닐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행복과 재미를 얻으면서 살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자유'롭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힐을 통해 닐의 생각을 읽어가다 문득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진리가 저희를 자유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유가 또한 저희를 진리에 다다르게 할 수 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에머슨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닐의 인생은 완전한 성공이다. 그의 책에 나오는 다음 구절처럼 닐은 수많은 아이들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학위나 좋은 직업 그리고 명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증오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이의 얼굴이 생명과 행복이 가득 찬 얼굴로 바뀌는 것이 바로 성공이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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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 누가 감히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을 막아서는가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데이비드 버사미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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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중동의 깡패 국가는 이스라엘, 지구상에는 두 개의 불량 국가가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국경선을 넓혀가며 닥치는 대로 이웃나라들을 침략하는 이스라엘, 그리고 유엔 헌장을 깡그리 위반하는 불량 국가 미국이다.

 

2006년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공식설명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쪽으로 월경하여 여덟 명의 이스라엘 병사들을 사살하고 두 명을 납치한 데 대해 자위책으로 공격을 감행” 한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는’ 촘스키 견해는 다르다.

“꼭 지적해야 할 점은 미국과 이스라엘도 그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헤즈볼라의 병사들을 납치했다는 것 입니다.......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민간인들을 납치해왔어요.......미국과 이스라엘은 과거 3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끊임없이 저지하고 방해한다.”(본문 중에서)

더군다나, 촘스키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레바논 침략이나 최근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 침략 같은 전쟁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제트기, 미사일, 기타 군수품들은 모두 여기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은 그런 무기들을 이스라엘에 대량으로 공급하고 공격행위를 허용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인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유엔의 휴전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몇 주 동안이나 휴전을 지연시켰습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레바논 침략에 직접개입한 당사자라는 것이다. 촘스키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어쩌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전략을 수행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동 전쟁, 진짜 침략자는 미국이다.

미국과 함께 침략전쟁을 수행하는 이스라엘은 만행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한 번도 자국의 국경선을 확정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매우 조직적으로 국경선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확장된 국경선에 합법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어이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팔레스타인과 아랍인들에게 이스라엘이 강요하는 ‘합법적인 국경선’이라는 요구가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인가를 밝히고 있다.

“세계의 모든 국경선은 정복의 결과입니다. 국경선은 인정될 수 있어도 정복의 결과로 생긴 국경선의 합법성을 인정하라고, 특히 자기 나라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그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국가는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이루어진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촘스키 인터뷰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 분쟁에 관한 인터뷰가 유난히 많다. 한때 미국의 절친한 동맹 국가였던, 이라크나 이란 같은 나라들이 어떻게 미국의 적이 되었는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이란의 역사는 반세기 이상 미국에게 끊임없이 고문당하고 괴롭힘 당한 역사입니다. 1953년 미 중앙정보국과 영국은 쿠데타를 공모해 이란의 내각을 전복시키고 사악한 독재자 팔라비를 집권시켰습니다.”(본문 중에서)

이란에서 미국이 원하는 팔라비 독재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은 핵발전소 건설과 핵무기 기술을 이전하는 계획을 실제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1974년에 아마도 미국 정부의 제안에 따라 MIT는 이란의 국왕과 거래를 했어요. 핵공학 부서의 많은 부분을 실질적으로 이란에 빌려주고, 이란의 많은 핵 기술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서 그들이 핵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본문 중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MIT에서는 엄청난 데모가 일어나고, 학생 총회에서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이란과의 거래에 반대하였지만, MIT와 이란간 핵 거래는 이란 국왕이 쫓겨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럼스펠드, 체니, 울포위츠와 같은 미국정치인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이라크 핵무기 개발 지원했다.

미국의 침략으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이 사라지고 난 후, 이란과 북한만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대표적인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있는 것이다.

“1979년 이란 정부가 전복되자, 레이건 정부는 이웃의 사담 후세인에게 눈길을 돌려 그로 하여금 이란을 침공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레이건 정부는 이라크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사담 후세인에게는 엄청난 지원을 합니다. 게다가 1989년에 이란과의 긴 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이라크의 핵무기 기술자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핵무기 개발법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을 시켰어요.”(본문 중에서)

미국은 유엔은 물론이고, 자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선전을 강요하면서 이라크를 침략하였다. 그러나, 촘스키에 따르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하여 이라크에 핵기술을 지원한 것은 워싱턴 당국이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비롯한 핵을 보유한 몇몇 나라들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핵무기 개발이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 대전이후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의 뜻이 관철되지 못한 경우는 호치민의 베트남, 카스트로의 쿠바, 김일성의 북한 그리고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은 한결 같이 미국 언론에 의해서는 ‘더러운 독재자’로 지칭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관련보도에서 차베스는 가장 대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촘스키는 이러한 언론 보도는 모두 미국의 국가 이익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당선되었고, 아무런 강압적 조치 없이 선거에서 연속으로 승리하였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미국에 반대하면 독재국가(?)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역시 미국으로부터 독재자, 권위주의자로 비난 받고 있는데, 실제로 그는 자국민의 95퍼센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모랄레스가 독재자로 낙인찍힌 것은 그가 독재자여서가 아니라 자국의 자원들을 국유화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미국은) 민주주의에 대해 특별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민주주의란 말은 ‘미국이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게 하는 나라는 민주적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비민주적인 것입니다. 어떤 국가가 자국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한다면 그 나라는 민주적이 아닙니다.”(본문 중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나라들을 보면 이러한 촘스키의 지적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정희와 그의 뒤를 이은 군사정권 당시의 한국, 팔라비 집권하의 이란, 후세인 집권 초기의 이라크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독재정권이 들어섰던 모든 나라들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권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전형적인 인권침해 국가들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 1990년대 클린턴의 지원을 받은 터키의 쿠르드족 침략, 그리고 1999년에는 콜롬비아로 바뀌었다는 것.

촘스키는 이런 세계전략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은 ‘실패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대부분 국민여론과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연방 정부 예산은 복지와 사회보장 대신에 군사비 지출을 증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원칙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심하게 붕괴되고 있는 미국은 실패한 국가이며, 이러한 실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대안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권을 받아들여라.▲ 교토의정서에 조인하고 이를 수행하라.▲ 유엔이 국제분쟁을 조정하도록 하다.▲ 테러를 방지하는데 있어 군사적 조치보다는 외교적 조치를 사용하라.▲ 유엔헌장의 전통적 의미를 받아들여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포기하라▲ 자기방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 군사비 지출을 과감하게 삭감하고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하라

아울러, ‘실패한 국가’ 미국을 ‘보통 국가’로 만드는 미국인의 희망, 활동가들의 희망은 결국 ‘대중운동’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 협력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교육센터, 문화센터, 문화이벤트, 신문 등을 통해서 노동자와 대중을 교육하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집단적 노력에 의해서 대중교육을 재건하는 노력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의 시민권 운동은, 대중운동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고, 린드 존슨의 인권운동 역시 대중운동의 거대한 파도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촘스키, “지식인 = 특권층, 대중운동이 희망이다.”

그는 뿔뿔이 흩어진 미국의 대중운동을 묶어세우고, 지식인들이 책을 저술하고, 강연하고, 인터뷰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대중교육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촘스키는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특히 미국에서 지식인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특권층이기 때문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바로세우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식인이라 불립니다. 그들은 특권층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영리하거나 남보다 많이 알아서가 아닙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더 영리하지만 특권이 없기 때문에 지식인이라 불리지 못합니다.”(본문 중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촘스키는 지식인은 그 자체로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미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고 누릴 수 있는 자원과 기회를 가진 그들에게는 충분한 자유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국가는 그들을 억누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식인이 특권을 포기하는 일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보통 국가로 만드는 힘은 특권을 포기하는 지식인들과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 협력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중운동, 대중교육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촘스키의 결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길목에서 촘스키의 진단대로라면 그에게도 거는 희망이 열매를 맺는 일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오바마에게도 촘스키가 제안한 ‘보통 국가’가 되기 위한 원칙들을 실현시키는 일이 간단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루어진 이 인터뷰에서, 촘스키는 오바마 역시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입장’이나 ‘이슈’에 따라 선출된 것이 아니라 ‘호의적’, ‘열광적’, ‘희망’과 같은 이미지와 프레임에 의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는 모두 8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인터뷰를 날짜 순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지는 않다. 따라서 중복되거나 반복되는 내용들이 많은 것은 흠이 있지만, 촘스키를 통해 ‘변화의 길목에서 선 미국’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핵심을 이끌어내는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인터뷰와 지식인의 책무에 충실한 촘스키가 내놓는 미국을 고발하는 ‘물증’ 그리고 뛰어난 영어 학자 장영준의 번역이 잘 어우러진 책이다. 또한 촘스키의 인터뷰를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한겨레 그림판 작가 장봉군이 그린 삽화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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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맘사랑
김자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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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천식을 앓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건강법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아토피가 심각한 병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토피 때문에 이민을 간다는 이야기는 들은 건 처음이었다.<오마이뉴스> 책동네에서 받은 <아토피 맘사랑>이라는 책을 펼친 순간 참 당황스러웠다.  

저자 소개의 말미에 "캐나다에 아토피 환자와 가족을 위한 쉼터를 만들 계획으로 올해 이민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보는 순간 '아토피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쓴 이런 책을 읽고 서평까지 써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책의 첫 머리를 읽으면서도 이러한 마음은 이어졌다.  

저자인 김자경씨의 행복한 학창시절과 연애시절 그리고 성공을 향해 달리는 그녀 남편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도 "그래 결국 캐나다 이민을 떠날 만한 형편이 되니까 떠나겠지"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행이 남편의 성공이야기에서 그만둘 뻔한 책읽기를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었기 때문에 "그래 결국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구나", "이제는 입시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자녀교육 문제를 위해서만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아니구나" 마침내 아픈 아이(아토피 아이)를 둔 엄마가 아이를 살리기(제대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30년 넘도록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나라가 되었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저려왔다. 

나도 소아 천식으로 10년을 고생하면서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밤새 기침하는 아이의 등과 가슴을 두드리며 긴긴 밤을 보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의료보험을 적용하여도 천식으로 한 번 입원할 때마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이 힘에 겨웠고, '지후' 아빠에 비하여 아비의 돈 벌이가 시원찮았으며, 병원 치료를 통해서 만족할 만한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이 책의 저자와는 다르게 대체의학과 자연의학, 민간요법에 기대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병을 앓는 아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 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더 그녀의 이민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왜 하필 캐나다 이민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캐나다의 좋은 자연환경이다. 

"지후는 캐나다에 있는 동안 잠을 무척 잘 잤다. 밤 8시만 되도 졸음을 못 참아 곯아떨어지곤 했고 새벽에 깨서도 쉽게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7~8시면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TV를 본다. 가려움도 덜했고 먹는 음식도 몇 가지 늘어났다. 난 캐나다에 있는 동안 지후가 아토피라는 것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그건 꿈같은 일이었다."(본문 중에서) 

국정감사장에서도 방송출연에서도 거침이 없었던 그녀에게도 이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땅과 낯선 언어, 그리고 낯선 문화, 모든 것이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도 걱정이다. 그건 현실이고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땅에 적응해야 했다. 이곳이 나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그녀는 이민을 선택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곳이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캐나다 이민 뿐만 아니라 지후의 아토피 치료과정을 보며 잘 사는 사람들의 치료과정이라는 삐딱한 시선을 가질 수도 있을만한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아는 분이 특별한 정수기라며 그 물로 씻으면 아토피가 좋아진다고 했다. 100만원이었다. 그래도 아토피가 좋아진다고 하니 우린 그 정수기를 사야했다.""씻는 물은 약산성인 샤워정수기로 씻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린 100만원으로 샤워정수기와 정수기를 샀다.""해외에서 아토피가 좋아졌다는 소식을 접했고, 공기가 좋다는 호주의 이야기는 충분히 솔깃했다." 

그러나 처음 가졌던 거부감은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하였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이 나라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쉽게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가진 아픈 아이들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을 전 재산을 털어 넣기도 하고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 오르기도 한다.  

나 역시 지후 엄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내 아이의 소아천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캐나다 이민을 선택하지는 않았겠지만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지리산 골짜기를 틀림없이 찾아 들어갔을 것이다.이 책에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둔 엄마와 가족들의 아픔이 또렷하게 담겨있다.  

일반적으로 18번을 맞으면 된다는 감마인터페론 주사를 1년 반이나 맞아야했던, 남들 보다 훨씬 더 심한 아토피를 앓는 지후를 통해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그렇지만, 좌절하기보다는 꾸준히 길을 찾아 나서는 당찬 엄마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아토피환자의 고통을 증언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아토피 환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방송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그리고 아토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아토피안을 위한 심리치료 캠프'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강하고 꿋꿋한 엄마의 모습이다.그녀의 주장처럼 이제는 아토피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와야할 때이다.  

자국민이 아토피 이민을 선택해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 앞에서 아무런 대책도 아니 문제의 심각성도 깨닫지 못하는 보건행정관료와 이 나라 국회의원에게 대책을 세우라고 소리쳐야 할 때이다. 힘겨운 경고의 메시지 그들에게 똑똑히 전해야 할 때이다. 

"오늘날 카나리아가 된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그 모진 고통 속에서 쏟아내는 그 경고를 우리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본문 중에서) 

이 책은 서양의학으로 아토피를 치료하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하다. 식이유발검사법, 특수 분유에 대한 이해, 이유식 설명서, 스테로이드 사용가이드,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스테로이드 연고 분석 가이드, 각질 대처법, 아토피의 각종 합병증과 대처방법, 항히스타민제 가이드, 면역글로불린 치료, 달걀내성치료, 진드기 내성치료, 새집, 새차, 새가구 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리고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경험과 전문상담원의 조언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저자가 선택한 병원 치료 말고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아토피 관련 책만 하여도 50종이 넘는다. 모두 다 좋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서양의학, 한의학, 자연의학, 대체의학, 식이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아토피안들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민희의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나 <해 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와 같은 자연요법을 소개한 책들과는 여러 가지 측면이 다르다.사실 아토피를 극복하는 방식은 의료체계의 개선이나 새로운 신약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오래된 미래'를 찾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야만 한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오늘날 카나리아가 된 우리의 아이들에 대한 경고"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저자와는 달리 신뢰할 만한 자연요법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 역시 7살 난 자식의 밥을 굶기며 아동학대(?)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단식을 시킨 모진 아비가, 소아 천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아이를 낫게 한 주관적인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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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 누가 감히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을 막아서는가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데이비드 버사미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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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중동의 깡패 국가는 이스라엘, 지구상에는 두 개의 불량 국가가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국경선을 넓혀가며 닥치는 대로 이웃나라들을 침략하는 이스라엘, 그리고 유엔 헌장을 깡그리 위반하는 불량 국가 미국이다.

2006년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공식설명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쪽으로 월경하여 여덟 명의 이스라엘 병사들을 사살하고 두 명을 납치한 데 대해 자위책으로 공격을 감행” 한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는’ 촘스키 견해는 다르다.

“꼭 지적해야 할 점은 미국과 이스라엘도 그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헤즈볼라의 병사들을 납치했다는 것 입니다.......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민간인들을 납치해왔어요.......미국과 이스라엘은 과거 3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끊임없이 저지하고 방해한다.”(본문 중에서)

더군다나, 촘스키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레바논 침략이나 최근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 침략 같은 전쟁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제트기, 미사일, 기타 군수품들은 모두 여기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은 그런 무기들을 이스라엘에 대량으로 공급하고 공격행위를 허용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인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유엔의 휴전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몇 주 동안이나 휴전을 지연시켰습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레바논 침략에 직접개입한 당사자라는 것이다. 촘스키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어쩌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전략을 수행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동 전쟁, 진짜 침략자는 미국이다.

미국과 함께 침략전쟁을 수행하는 이스라엘은 만행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한 번도 자국의 국경선을 확정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매우 조직적으로 국경선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확장된 국경선에 합법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어이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팔레스타인과 아랍인들에게 이스라엘이 강요하는 ‘합법적인 국경선’이라는 요구가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인가를 밝히고 있다.

“세계의 모든 국경선은 정복의 결과입니다. 국경선은 인정될 수 있어도 정복의 결과로 생긴 국경선의 합법성을 인정하라고, 특히 자기 나라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그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국가는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이루어진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촘스키 인터뷰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 분쟁에 관한 인터뷰가 유난히 많다. 한때 미국의 절친한 동맹 국가였던, 이라크나 이란 같은 나라들이 어떻게 미국의 적이 되었는지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이란의 역사는 반세기 이상 미국에게 끊임없이 고문당하고 괴롭힘 당한 역사입니다. 1953년 미 중앙정보국과 영국은 쿠데타를 공모해 이란의 내각을 전복시키고 사악한 독재자 팔라비를 집권시켰습니다.”(본문 중에서)

이란에서 미국이 원하는 팔라비 독재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은 핵발전소 건설과 핵무기 기술을 이전하는 계획을 실제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1974년에 아마도 미국 정부의 제안에 따라 MIT는 이란의 국왕과 거래를 했어요. 핵공학 부서의 많은 부분을 실질적으로 이란에 빌려주고, 이란의 많은 핵 기술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서 그들이 핵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본문 중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MIT에서는 엄청난 데모가 일어나고, 학생 총회에서는 80% 이상의 학생들이 이란과의 거래에 반대하였지만, MIT와 이란간 핵 거래는 이란 국왕이 쫓겨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럼스펠드, 체니, 울포위츠와 같은 미국정치인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이라크 핵무기 개발 지원했다.

미국의 침략으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이 사라지고 난 후, 이란과 북한만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대표적인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있는 것이다.

“1979년 이란 정부가 전복되자, 레이건 정부는 이웃의 사담 후세인에게 눈길을 돌려 그로 하여금 이란을 침공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레이건 정부는 이라크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사담 후세인에게는 엄청난 지원을 합니다. 게다가 1989년에 이란과의 긴 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이라크의 핵무기 기술자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핵무기 개발법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을 시켰어요.”(본문 중에서)

미국은 유엔은 물론이고, 자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선전을 강요하면서 이라크를 침략하였다. 그러나, 촘스키에 따르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하여 이라크에 핵기술을 지원한 것은 워싱턴 당국이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비롯한 핵을 보유한 몇몇 나라들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핵무기 개발이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 대전이후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의 뜻이 관철되지 못한 경우는 호치민의 베트남, 카스트로의 쿠바, 김일성의 북한 그리고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은 한결 같이 미국 언론에 의해서는 ‘더러운 독재자’로 지칭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관련보도에서 차베스는 가장 대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촘스키는 이러한 언론 보도는 모두 미국의 국가 이익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당선되었고, 아무런 강압적 조치 없이 선거에서 연속으로 승리하였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미국에 반대하면 독재국가(?)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역시 미국으로부터 독재자, 권위주의자로 비난 받고 있는데, 실제로 그는 자국민의 95퍼센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모랄레스가 독재자로 낙인찍힌 것은 그가 독재자여서가 아니라 자국의 자원들을 국유화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미국은) 민주주의에 대해 특별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민주주의란 말은 ‘미국이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게 하는 나라는 민주적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비민주적인 것입니다. 어떤 국가가 자국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한다면 그 나라는 민주적이 아닙니다.”(본문 중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나라들을 보면 이러한 촘스키의 지적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정희와 그의 뒤를 이은 군사정권 당시의 한국, 팔라비 집권하의 이란, 후세인 집권 초기의 이라크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독재정권이 들어섰던 모든 나라들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권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전형적인 인권침해 국가들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엘살바도르, 1990년대 클린턴의 지원을 받은 터키의 쿠르드족 침략, 그리고 1999년에는 콜롬비아로 바뀌었다는 것.

촘스키는 이런 세계전략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은 ‘실패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대부분 국민여론과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연방 정부 예산은 복지와 사회보장 대신에 군사비 지출을 증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원칙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심하게 붕괴되고 있는 미국은 실패한 국가이며, 이러한 실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대안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권을 받아들여라.▲ 교토의정서에 조인하고 이를 수행하라.▲ 유엔이 국제분쟁을 조정하도록 하다.▲ 테러를 방지하는데 있어 군사적 조치보다는 외교적 조치를 사용하라.▲ 유엔헌장의 전통적 의미를 받아들여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포기하라▲ 자기방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 군사비 지출을 과감하게 삭감하고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하라

아울러, ‘실패한 국가’ 미국을 ‘보통 국가’로 만드는 미국인의 희망, 활동가들의 희망은 결국 ‘대중운동’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 협력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교육센터, 문화센터, 문화이벤트, 신문 등을 통해서 노동자와 대중을 교육하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집단적 노력에 의해서 대중교육을 재건하는 노력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의 시민권 운동은, 대중운동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고, 린드 존슨의 인권운동 역시 대중운동의 거대한 파도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촘스키, “지식인 = 특권층, 대중운동이 희망이다.”

그는 뿔뿔이 흩어진 미국의 대중운동을 묶어세우고, 지식인들이 책을 저술하고, 강연하고, 인터뷰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대중교육을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촘스키는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특히 미국에서 지식인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특권층이기 때문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바로세우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식인이라 불립니다. 그들은 특권층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영리하거나 남보다 많이 알아서가 아닙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더 영리하지만 특권이 없기 때문에 지식인이라 불리지 못합니다.”(본문 중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촘스키는 지식인은 그 자체로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미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고 누릴 수 있는 자원과 기회를 가진 그들에게는 충분한 자유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국가는 그들을 억누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식인이 특권을 포기하는 일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보통 국가로 만드는 힘은 특권을 포기하는 지식인들과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 협력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중운동, 대중교육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촘스키의 결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길목에서 촘스키의 진단대로라면 그에게도 거는 희망이 열매를 맺는 일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오바마에게도 촘스키가 제안한 ‘보통 국가’가 되기 위한 원칙들을 실현시키는 일이 간단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루어진 이 인터뷰에서, 촘스키는 오바마 역시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입장’이나 ‘이슈’에 따라 선출된 것이 아니라 ‘호의적’, ‘열광적’, ‘희망’과 같은 이미지와 프레임에 의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는 모두 8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인터뷰를 날짜 순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지는 않다. 따라서 중복되거나 반복되는 내용들이 많은 것은 흠이 있지만, 촘스키를 통해 ‘변화의 길목에서 선 미국’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핵심을 이끌어내는 데이비드 바사미언의 인터뷰와 지식인의 책무에 충실한 촘스키가 내놓는 미국을 고발하는 ‘물증’ 그리고 뛰어난 영어 학자 장영준의 번역이 잘 어우러진 책이다. 또한 촘스키의 인터뷰를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한겨레 그림판 작가 장봉군이 그린 삽화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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