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진 열쇠 - 웅진푸른교실 8 웅진 푸른교실 8
황선미 지음, 신민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가진 열쇠>는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선생님이 쓴 동화책입니다.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앞서 나온 책들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황선미 선생님 작품이라 굳이 말이 필요 없는, 따로 서평이 필요 없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황선미 선생님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잘 드러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자꾸만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끌어가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는 말라깽이 명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꾸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책의 배경이 1975년이고, 주인공인 명자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1975년에 저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 명자이야기에 제 어린 시절이 자꾸 겹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학년이 된 명자는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다가 이제 조금 차도를 보이고 있다. 새 학기가 되어 반장인 도영이가 추천을 해서 폐결핵도 다 낳지 않았고, 학교를 마치면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지만 끝내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육상선수로 뽑혔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말라깽이가 되었지만 명자는 달리기만 시작하면 쌩쌩이가 되는 다리 때문에 코치 선생님도 친구들도 명자가 아프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명자는 가난한집 맏딸이라서 집안일도 거들어야 하고, 달리기 연습도 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등교 시간에 쫓겨서 숨이 깔딱 깔딱할 때까지 학교로 뛰어가고, 하교시간에는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 다되면 죽을힘을 다해 집으로 뛰어갔으니 달리기가 생활이었던 셈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책이 가득한 신기한 교실을 발견하고부터 명자는 허기를 채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대면서 차츰 차츰 '마법'에 걸립니다. 마법에 걸린 명자에게 도서실을 운영의 책임을 맡으신 '얼굴이 동그란 아줌마 선생님'은 도서실 열쇠를 맡아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와서 도서실 문을 열어 놓고, 저녁때는 잠그고 가고, 아이들이 보던 책은 정리하는 일입니다.

글쎄요. 선생님께,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지시나 명령이라도 싫지 않았을 터인데. 더군다나 명자는 난생 처음으로 '제안'이란 걸 받게 됩니다. 선생님께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께 이런 비슷한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명자의 기분이 얼마나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좋았을지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새벽 일찍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 때문에 늘 일찍 일어났고 학교에도 가장 먼저 갔습니다. 학교 전체에서 가장 먼저 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늘 가장 먼저 학교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되신 선생님이 저에게 교실 문을 열고 닫는 책임을 맡기셨을 때, 마치 선생님이 교실을 몽땅 저한테 맡겨주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며 행복했던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모님은 학교공부만 열심히 하고, 시험 점수만 좋으면 되는 줄 아셨기 때문에 저도 명자 또래가 될 때까지 제대로 책읽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육영수씨가 대표였던 육영재단에서 만든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를 정기구독 하도록 권하시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덜컥 손을 들었다가 낭패를 본 기억도 나고 문교부에서 정해놓은 무슨 옛날 이야기책을 읽고 독후감 방학숙제를 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납니다.

제가 명자처럼 책읽기에 빠져든 건 초등학교 4학년이 된던 해, <새소년>이라는 어린이 잡지책을 만들어내던 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칼라북스(기억이 정확하다면) 전집 중에서 독후감 숙제를 위해 <15소년 표류기>와 <로빈훗의 모험>을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

수 백번은 족히 읽었지 싶습니다. 제가 읽은 모든 책을 통틀어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저도 밤이 늦도록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자처럼 마법에 걸린 저는 5학년이 되면서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사는 책이 많았던 부자 친척집 책을 몽땅 읽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 집에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따로 다 방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책만 가득한 방도 따로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재라고 부르더군요.

큰방에 가득한 책들 중에 제가 읽을 만한 책은 몽땅 읽어치웠는데, 지금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20권쯤 되는 전집 중에 우주에 대한 공상과학소설 같은 것을 본 듯합니다.

점점 마법에 깊이 빠져들어 6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교 도서실을 명자처럼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이때는 도서실에 요즘처럼 새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새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자꾸만 생겼고, 마침내 마음을 누를 수 없어 저금통장을 털어버렸습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아 놓은 저금통장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중학교 갈 때 찾아서 쓸 거라고 하셨는데, '지름신'이 내려서 그만 질러버렸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선생님에게서 인지 모르지만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제 돈을 털어 책을 사고 혼쭐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명자처럼 책을 읽으며 수없이 여러 번 마법에 걸려보았지만, 이 세상 아이들을 몽땅 마법에 빠뜨리는 황선미와 같은 훌륭한 '마법사'는 되지 못하였습니다.

명자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 세상아이들을 몽땅 마법에 빠뜨릴 수 있는 멋진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책 속에 그 해답이 있답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건, 가난한 게 아니다. 구박 받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픈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걸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본문 중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아마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고 코치 선생님께 육상부를 그만 두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도서실 선생님에게도 열쇠를 맡겠다고 용기를 내서 말하였기 때문에 행복해 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 가진 열쇠>에서 4학년인 명자는 잘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것을 놓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꼭 하고 싶은 것을 선택을 합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나는 수도 없이 생각했다. 잘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달라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본문 중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훗날 명자는 세상의 많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같은 많은 어른들마저도 ‘마법’에 걸리게 하는 탁월한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애를 바쳐 할 수 있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ayoung9006 2009-03-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 읽어 봐야겠네요...잘 보고 갑니다..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유진규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석유가 없으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석유가 모자라면 꼼짝없이 앉아서 굶어죽게 될까? 아니면 지금처럼 풍족하지는 못해도 그런대로 먹고살 정도로는 유지할 수 있을까?

석유정점이론에 따르면, 석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충분한 석유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단다.

지구상에는 이미 석유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는데 바로 쿠바와 북한이라고 한다.소련과 동구권의 갑작스런 붕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봉쇄, 무역제재 때문에 인위적인 석유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다.

북한은 기근이 계속되고 있고, 쿠바는 심각한 기근에서 탈출하여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석유 없는 경제의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를 쓴 유진규는 북한과 쿠바의 차이가 근본적인 정책차이에서 기인하였다고 이해한다. 북한이 1989년에 시작된 에너지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농업방식을 유지한 반면 쿠바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 북한에 몰아닥친 심각한 기근사태....... 이면에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숨겨져 있다. 북한이 매달렸던 '산업적 화학영농'의 실패다. 북한은 수입농기계, 화학비료, 농약을 기반으로 하는 녹색혁명의 모델을 따라 농업을 발전시켜왔다.......그러던 중 갑자기 동권권이 붕괴했고, 석유와 농기계 부품과 비료의 공급이 급감했다. 그러자 곧바로 기근이 발생했다." (본문 중에서)

199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도 대부분의 농기계가 고장 나고 부품 조달이 안 되고 디젤유가 부족하여 농업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식량위기의 본질은 석유 위기다

반면에 쿠바는 국가적 차원에서 농업 구조개혁에 나서 퍼머컬쳐, 도시농업, 가축동력, 생물학적 비료 및 해충 구제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생태적인 농업을 유지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쿠바의 사례는 석유 없이도 농업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며 오히려 더 나은 농산물의 공급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

농업분야에서 이룩한 쿠바 사례는 석유를 토대로 하는 화석연료가 없어도 자급적 영농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를 지금보다 적게 쓰는 것을 퇴보라고 하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건강하고 유쾌한 에너지, 인간동력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 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는 바로 인간동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소개하는 책이다.

방송 프로듀서인 저자는 6개국 20여 개 도시를 날아다니며 직접 발로 취재하는 노력을 통해 <SBS 스페셜,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를 제작 방송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가 대체에너지로서 사람의 힘이 갖는 가능성을 다룬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였고, 이 책 역시 인간동력을 다룬 최초의 책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인간동력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례를 중심으로 유쾌하게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 못한 이론이나 통계를 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에너지 관련 서적을 뒤지고 통계수치를 모아 방송에 담아내지 못한 아쉬운 부분을 책으로 보완하였다는 것이다.

음식은 석유다, 사람이 석유를 먹는다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연간 사료소비량은 약 2000만톤, 특히 665만톤에 이르는 옥수수의 경우 99.9%가 수입물량이라는 것. 결국 우리가 먹는 소와 돼지와 닭들이 대부분 수입옥수수를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이런 사료를 먹고 육우는 옥수수 3kg을 고기 1kg로 바꾸어 한우의 경우 옥수수 4kg으로 고기 1kg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결국 연결고리를 쫓아가보면 쉽게 사람이 석유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4kg의 옥수수를 수확하는 데는 40g의 질소비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질소 1kg을 만드는 데 디젤유는 1.4~1.8 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화학비료는 원료 자체도 석유이지만, 제조공정에서도 높은 열과 압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고밀도 집합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석유로 비료를 만들고, 그 비료로 옥수수를 키우고, 그 옥수수를 소에게 먹이고, 그 소는 옥수수를 고기로 바꾸고, 그 고기를 우리는 먹는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는 곧 석유다. 미국의 경우 소 한 마리를 도축할 때까지 약 1배럴이 석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본문 중에서)

1950년대 이후 인류농업이 이룩한 '농업혁명'은 1980년까지 세계 곡물생산량을 무려 2.5배나 증가시켰지만, 사실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한 에너지 공급의 혁명이었다는 것. 화학비료는 천연가스가 원료이고 농약은 석유로 만들어진다는 것. 결국 곡물 생산량이 2.5배로 증가하는 동안 농업에 소요되는 에너지총량은 50배, 100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간 화석연료를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피멘텔과 지앰피트로의 계산방식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 1kcal은 화석연료 5kcal를 소모한 결과물이며, 하루 평균 3500kcal를 먹는다고 하면 화석연료 1만7500kcal를 소비하는 셈이라고 한다.

따라서 비만과 뱃살로 드러나는 과잉섭취와 운동부족은 모두 화석연료가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거나 먹은 만큼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또 다시 헬스클럽 러닝머신을 이용해서 체내에 남은 잉여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하여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잉여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은 결코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로서 '인간동력'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책을 통해 인간동력이 실현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 페달로 움직이는 버스, 보트, 비행기

미국 팔로 알토시는 미국제일의 자전거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도시에는 세계에 1대 밖에 없는 버스 사이클이 있다는 것. 차체 무게 1톤, 정원 14명이 모두 타면 2톤이 넘는 버스사이클이 사람 5명의 힘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자전거 페달 하나가 내는 힘은 보통 100W, 페달이 14개 있으므로 100W엔진 14개를 달린 셈이며 700W가 1마력이므로 버스사이클의 엔진은 2마력쯤 된다는 것이다. 버스 사이클을 직접 타본 저자는 건강한 연대감과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버스 사이클의 페달을 밟아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버스사이클이 움직이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람들의 일치된 힘만으로 버스가 움직인다! 나는 완벽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팔로 알토시의 녹색도로를 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은 버스사이클로 북미대륙을 릴레이로 횡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런 활동은 인간동력의 가능성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인간동력으로만 작동하는 페달보트로 대서양을 건너기 위해 훈련하는 캐나다인 그레그 콜로지에직, 영국포츠머스에 있는 페달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수륙양용 공기부양선, 그리고 파일럿의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 '주피터'를 소개하고 있다.

주피터라고 부르는 이 비행기는 1972년에 인간동력만으로 멋지게 이륙해서 1km를 날아감으로써 순수인력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끌어올리는 '플레이펌프'

또한, 전기 없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플레이펌프'를 인간동력을 상용화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플레이펌프는 아이들이 올라타고 빙빙 돌리며 노는 원형놀이기구에 펌프를 연결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기구이다.

"플레이펌프는 이미 남아프리카 전역에 1,100개나 설치되어 있어요. 2010년까지 4,000개의 펌프를 보급한다는 계획이고, 그렇게 되면 1,000만 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본문 중에서)

아프리카 오지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플레이펌프는 발전기를 달아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이기구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은 미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루이지애나 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인 판디안 박사는 어린이 놀이기구에서 전력을 생산해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한다. 빙빙이와 시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성공한 그는 그네에 발전기를 달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

인간동력의 기초, 자전거 페달의 무한한 진화 가능성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전거가 진화할 수 있다는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한 발씩 걷는 방식과 회전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걷는 자전거', 한국인 발명가 최인섭이 만든 2인승 일렬 3륜 자전거, 더 빠르고 안전한 누워서 타는 자전거 '리컴번트 자전거'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자전거의 진화를 뛰어넘는 인간동력 자동차 연구도 소개하고 있는데, 찰스 그린우드라는 천재적인 엔지니어가 만든 이 자동차는 인간동력으로 만든 이동 수단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낸다고 한다.

인간동력으로 움직이는 4인승 전기하이브리드 경승용차는 이미 양산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네 사람이 동시에 노젓기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인간동력 자동차는 평균 2마력 정도의 순간최대출력을 낼 수 있으며, 최고 속도 90km/h 로 달릴 수 있다는 것.

이 밖에도 인간동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데, 가정에서 TV를 켜고 세탁기를 돌릴 수 있는 페달 발전기, 전기 없이 인간동력으로만 직접 작동하는 세탁기와 믹서기 같은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첨단 인간동력 기술로는 손가락을 까닥이는 힘을 이용하는 무선 전기 스위치, 신발 속에 감추어진 발자국 발전기, 계단을 오르내리는 인간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도쿄역의 발전마루, 춤추는 사람의 에너지를 모으는 '발전형 댄스클럽'과 같은 독특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세계 곳곳에서 실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동력 기술이 조금씩 조금씩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순간 속절없이 사라져버리는 인간에너지는 우리 일상생활 도처에 널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진규가 만든 다큐멘터리와 책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는, 인간동력이야 말로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오래까지 존속할 소중한 자산이며 그 어떤 신재생에너지보다 뛰어난 대체에너지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마친 후부터 대부분의 이동을 자전거로 하게 되었고, 손으로 돌리는 수동세탁기를 구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인간동력이 가장 효율적인 대체에너지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독자들도 인간동력을 활용한 에너지 자급자족의 꿈을 함께 키워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저탄소 녹색성장과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석유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가야만 하고, 갈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살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프리드먼은 "IT(정보기술)에 이어 풍부하고 안전하며 값싼 새로운 에너지 기술인 ET(에너지 기술 혹은 녹색기술)가 다음 경제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면서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점이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

모든 재원이 두뇌 속에 있어서 혁신적인 환경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프리드먼은 "녹색기술에 투자하면 세계를 선도할 것", "이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금 한국에 가장 적합한 비전", "녹색 리더십"이라면서 온갖 아부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말하는 '녹색성장'은 가능한가? 아니 이명박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본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녹색성장'은 가능한가? 스탠 콕스가 쓴 <녹색성장의 유혹>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진실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과연, 녹색성장은 가능한가?

스탠 콕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전체의 전망이 밝지 않을 뿐더러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회할 만한 대책이 아직 없을 뿐만 아니라 급속한 기후변화에 시선을 빼앗겨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고 생물종을 위협하는 여타의 생태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스탠 콕스는 그 첫 번째 사례로 의료산업을 고발하고 있다. 의료산업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환자들과 의료산업이 생태계에 어떤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2000년 연구에 따르면 의료사고 때문에 병들거나 다치는 사람이 많아서 매년 4만4,000 ~ 9만8,000명의 환자가 의료사고의결과로 사망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어느 연구에서는 전체 병원 입원환자의 4%가 약물에 의해 야기된,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었던 병으로 입원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본문 중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의사의 방어적 진료를 부추기는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 불필요한 치료에도 돈을 지불하는 민간보험회사, 병원 진료를 선호하는 환자, 사기성 검진을 하는 불량의료기관들을 꼽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보건의료체계로 구성된 의료산업이 미국 경제체제의 1/6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첨단의료장비가 도입될 때마다 검사횟수 역시 따라서 늘어난다는 것이다. 보통 MRI 장비 한 대는 2,000~3,000회 검사로 장비 구입비를 회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장비가 늘어나면 사용빈도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탠 콕스는 이런 의료산업의 현실을 "그들은 병원을 짓고 우리는 병원을 채운다"고 꼬집고 있다.

의료산업이 인간과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이런 과도한 검진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의료산업이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고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산업이 지구생태계와 생물학적 체계를 위협하는 파괴적 경제성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더 방음이 잘 되는 병실을 만들고, 다인실을 줄이고, 모든 병실마다 간호사용 컴퓨터를 비치하고, 여분의 케이블망과 함께 무선통신환경을 조성하는 현실을 극찬했다. 더 큰 발전시설을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 병원의 병상 하나에서는 매일 4~20kg의 쓰레기가 일주일 내내 나온다. 그 외에 사무실에서 쓰는 종이, 음식물, 수액주머니, 거즈, 주사기, 인간의 신체일부, 의약품, 화학요법에 사용되었던 유독성 약품, 중금속, 방사성 폐기물, 기타 등등의 쓰레기도 추가로 배출된다."(본문 중에서)

통상 병원쓰레기는 가정 쓰레기에 비하여 플라스틱 양이 3배나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 폴리염화비닐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유독성 화학물질이 배어나올 수 있으며, 발암성 다이옥신을 내뿜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사람에게 주입된 많은 약품들도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미국 병원에서만 1년에 120억 개의 비닐장갑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인용하여, 병원에서 감염되어 병에 걸리는 환자가 매년 2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만도 9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치료부작용으로 다시 치료받는 환자는 전체 의료건수의 1/3에 이른다고 한다.

스텐 콕스는 의료산업이 그 소유주에게 막대한 돈을 벌어다주는 한 지속가능한 의료산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끝없이 성장하는 의료산업은 생태계를 지속불가능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병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24시간 영업하는 호텔, 화물차터미널, 체인음식점, 사무용 건물, 대학의 과학학부, 운송회사, 대형할인점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합친 것과 같다"(본문 중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화된 병원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건강 자체는 뒷전인 의료 산업의 맹목적인 성장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스텐 콕스는 여러 자료를 통해 암환자를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GDP에 포함시키는 엉터리 경제 통계가 계속되는 한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준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의료가 이루어지려면, 불필요하고 낭비적이며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50% 이상 감축해야하고, 공공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불필요한 서비스의 50% 감축하여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가 재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의료산업의 비뚤어진 성장은 특히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통해 더욱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스텐 콕스는 제약회사들에 의해서 온갖 질병 부풀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하지불안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 주의력결핍장애, 성기능장애를 들고 있다.

그는 병이 아닌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어떤 방식으로 제약회사들이 광고를 통해 다수의 미국인들이 이런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여성에게 '비아그라'를 팔아먹을 방법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아직 멀쩡한 사람들을 자꾸만 환자로 만드는 일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약품 제조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도와 중국은 미국에서 소비하는 약품을 생산하는 대보파표적인 나라가 되었으며, 인도의 의약품 제조회사는 전 세계 65개 이상 나라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인도에서 낮은 원가로 약품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약을 싼값에 시험해볼 적합한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 생산되는 벌크의약품의 40%를 만들어내는 파탄체루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감당할 수 없는 많은 폐기물에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파탄체루 지역은 하천과 농지가 오염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화학물질과 관련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약 보다 많은 '병'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이 오염물질을 쏟아내고 있는 이들 지역은 암발병률은 11배, 심장질환 16배, 선천적 장애아 출생비율은 4배, 피부병 및 신경계, 내분비계, 기초대사계의 장애비율은 2~3배나 높다고 한다. 이들 지역 호수는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12~100배 가량 높은 오염물질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탠 콕스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 곳곳에서 1984년 보팔에서 일어난 유니언카바이드의 독성가스 누출사고와 같은 거대한 환경오염이 느린화면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의료산업의 탐욕적 성장과, 의료산업에서 벌어지는 질병 부풀리기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제 3세계 공장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환경오염을 고발 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산업, 공장식 축산, 유기농에도 손을 뻗은 대량생산을 탐하는 녹색성장의 거짓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피크 오일'과 관련하여 이른바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천연가스에 대한 독자들 편견을 깨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가 고갈되어감에 따라 천연가스가 상대적으로 청정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스를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매장된 석유 및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세기 전이었다. 그 한 세기 동안 인간은 여러 면에서 천연가스보다 수송하기 편리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석유를 먼저 고갈시켰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매년 발견되는 것보다 많은 천연가스를 사용 중이다. 불길한 징조이다."(본문 중에서)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지키려는 나라들이 앞 다투어 천연가스 연료 사용을 늘이고 있지만 그 전망이 밝지는 못하다는 것. 천연가스 운반에는 대형 LNG 선박과 첨단 시설이 갖추어진 항만을 건설하거나 혹은 대륙을 이어주는 가스관을 설치해야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연료, 천연가스가 확대가 식량위기를 부른다

특히, 중유를 추출하는 과정이나 사람들이 미래에너지라고 환영하는 수소를 추출하는데도 천연가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화학비료 사용을 통해 비약적인 생산혁명을 이룩한 농업 역시 질소비료 생산에 천연가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는 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었던 지역처럼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가장 큰 위협을 받는 분야는 농업분야라는 것이 스텐 콕스의 걱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천연가스 중에서 약 5%가 비료를 생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천연가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에서 질소비료 생산능력이 30%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천연가스가 온수와 난방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인도와 같은 많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40%가 비료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가난한 나라에서 심각한 식량부족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1990년대 이후 석유 부족으로 도탄에 빠진 북한 농업이 무너지고 가난과 굶주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 버스 보급 확대는 가난한 많은 나라의 농업생산을 위기로 몰아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스탠 콕스는 서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역시 제본스 패러독스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연료전지, 원자력에너지, 청정석탄, 친환경 자동차, LED 전구, 바이오 신약,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영역을 아우르는 녹색성장이 성공하게 되면 결국 암담한 현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을 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높아진 에너지 효율성은 경제 확장에 기여해서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소비와 더 많은 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제본스 패러독스를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 뻔하다는 것. 따라서 이런 시도는 구시대적이고 무모한 산업 확장을 녹색 페인트와 첨단 기술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녹색성장은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긴다.

스탠 콕스는 <녹색성장의 유혹>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경제는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되어야 한다는 '진실'을 알리고 있다. 2050년까지 매년 최소 1%, 최대 3.4%가량 세계 경제가 역사상 가장 급속한 속도로 축소되어야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월리엄 스탠리 제본스의 주장처럼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로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무한한 성장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이상 - 내 노래의 날개를 타고 고향에 가겠네 산하어린이 147
박선욱 지음, 김태환 그림 / 산하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윤이상, 남한 땅에서는 오랫동안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금기시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1996년, 아직 ‘윤이상’이라는 이름을 쉽게 말할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소설가 윤정모는 그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제목으로 소설 <나비의 꿈>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8년에는 윤이상 선생의 아내 이수자가 쓴 <내 남편 윤이상>이 한국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근년에 들어서는 윤이상 선생의 삶과 음악을 소개하는 책들이 다투어 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출판사들도 마침내 그의 삶을 조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사회의 변화,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이미 윤이상 선생이 고인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고인이 된 윤이상 선생의 음악과 세계적인 브랜드로서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불온(?)한 생각도 떨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의 삶과 예술에 관심을 갖고 그의 전기를 읽는 것처럼,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또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도 윤이상 선생의 삶을 전하는 일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인 것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비슷한 생각으로 도서출판 산하가 박선욱의 글과 김태환의 그림으로 어린이를 위해 만든 윤이상 선생의 전기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이 출간되었지 싶습니다. 이 책은 산하 어린이 문고 중에서 147권 째로 기획 출판된 인물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면서 황병기 교수는 윤이상 선생을 ‘진주조개’에 빗대어 소개하였습니다.

“아픔을 피하지 않는 인내와 고통마저도 보듬어 안는 큰사랑이 눈부신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윤이상 선생은 바로 진주조개와 같은 분이었습니다. 일제의 지배와 분단, 가난과 편견이라는 모진 시련 속에서도 선생님은 고통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책 소개 중에서)

동베를린사건과 이후 이어진 해외민주화운동으로 고국의 권력자들에게 핍박받고 외면당하였을 때에도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상처를 너끈하게 끌어안았고, 오히려 이를 빼어난 음악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독재권력도 막지 못한 음악에 대한 열정

1917년 산청에서 태어난 윤이상 선생은 보통학교 3학년 때 눈으로 악보만 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열세 살 무렵에는 이웃 청년에게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자신의 곡을 연주하고 싶은 욕심으로 작곡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선생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버지의 반대로 여러 번 벽에 부딪쳤으나 끝내 아버지도 그의 열정을 꺾지는 못하였습니다. 서울의 상업학교를 그만 둔 윤이상 선생은 에케르트의 제자인 최호영 선생을 만나 음악 공부를 이어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공부를 하기 위하여 일본 유학을 떠난 윤이상 선생은 상업학교와 음악학교를 동시에 다니면서 음악공부를 하였으며, 이 시절 동베를린 사건의 단초가 된 최상한과 함께 일본에서 음악공부를 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일제 치하에서는 감옥에 투옥되기도 하였고, 일본 헌병의 추적을 피해 해방이 될 때까지 숨어살았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는 혼란의 시기에는 결핵과 맞서 싸우는 투병생활 중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습니다.

음악에 대한 불같은 열정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유럽 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하였고, 프랑스를 거쳐서 독일 베를린 음악대학에서 현대음악을 공부하게 됩니다. 독일 베를린 음악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유명한 음악제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서 자리매김을 시작합니다.

윤이상 선생은 1958년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작으로 초연된 오페라 <심청>으로 빛을 발하게 됩니다. 1988년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을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으로부터 수여 받고, 1992년 함부르크자유예술원의 ‘공로’상을 수상한 데 이어 1995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괴테상을 수상하는 등 유럽 사회에서 세계 음악가로서 최고의 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여정

음악에 대한 40여 년의 열정이 마침내 독일 땅에서 꽃피기 시작할 무렵인 1967년 윤이상 선생은 한국중앙정보부원들에 의하여 서울로 납치되어 이른바 동베를린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려 1심에서 종신형, 2심에서 15년, 2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감옥생활의 고통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고문과 회유와 협박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면서 감옥에서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을 완성하게 됩니다.

독일 정부와 해외 예술가들의 도움으로 풀려난 윤이상 선생은 독일로 돌아가서 음악적 열정을 불태움과 동시에 중앙정보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에 짓밟히는 분단된 조국과 민중들을 위한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궐기와 학살’, ‘진혼’, ‘재행진’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광주여 영원히>는 광주학살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윤이상은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납치와 감금, 고문을 당하고 죽음의 벼랑 끝에 서게 된 일도 따지고 보면 남북 분단이 빚은 비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본문 중에서)

1987년 남북음악회 개최 제의, 1990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음악회 등은 모두가 통일을 앞당기는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음악가의 열정으로 이루어낸 일들입니다. 1995년 윤이상 선생은 끝내 살아생전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다시 밟아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윤이상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그의 고향 통영에서는 매년 윤이상 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서거 10주기에 즈음하여서는 남한에서 윤이상 평화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1월 국정원의 과거사진상위원회는 동베를린간첩단 사건이 터무니없는 조작이었음을 밝혔습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윤이상 평화재단 주최로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었던 현대 한국예술계의 거장,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 그리고 시인 천상병을 기념하는 행사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60년이 지나도록 아직 분단의 질곡과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 독재와 분단을 뛰어넘어 평화를 노래하는 음악가 윤이상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1년 전에 세상을 떠난 통영 출신의 한 탁월한 음악가가 전 세계의 음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예술인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가감 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슬리의 비밀일기
앨런 스트래튼 지음, 이장미 그림, 박슬라 옮김 / 한길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남자 친구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성관계'를 요구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앨런 스트래튼이라는 재능 있는 작가가 쓴 <레슬리의 비밀일기>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미국이 아니라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둔 십대 여자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고민일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혹은 성관계를 요구하면 썩 내켜하지는 않지만, 거절하지 않는 여자친구는 나와 같은 성적 욕구를 가진 것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많은 남자아이들이, 아이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싶어 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일찍이 '포르노'와 음란물을 경험하는 남자 아이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착각 일 수 있다.

<레슬리의 비밀일기>는 남자친구인 제이슨의 성관계 요구를 자신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라고 믿었던, 주인공 레슬리가 그것이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성폭력이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부모의 이혼, 전학, 매일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 새로운 여자에게 푹 빠진 아빠,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는 학교라는 지긋 지긋한 일상에 빠진 래슬리에게 '백마 탄 왕자'인 제이슨이 나타난다. 케이티를 제외하고는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는 래슬리는 자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여자친구들에게는 남자 경험이 많은 척하고 다닌다.

그러나 사실 첫 번째 데이트에서 어디까지 가야 할지, 키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제이슨을 만난 뒤로 자나 깨나 남자 친구만을 떠올리는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십대 소녀다.

평범한 10대 소녀, '특별한 사랑'이 '성폭력'임을 깨닫다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준수한 외모를 가진 제이슨, 부자동네의 화려한 저택으로 초대한 후 '사랑하는 사이'라며 요구하는 성관계를 거절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의 고민과 소위 '킹카'인 잘난 남자친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하는 십대 소녀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바로 다음과 같은 레슬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이 일기를 쓰든 말든 난 계속해서 쓸 거다. 단 2초 만이라도 제이슨 생각을 안 하려면 어쩔 수가 없다. 내 인생 전체가 그에 대한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다."

"하느님께, 만일 제이슨이 나타나서 저한테 데이트 신청을 한다면 앞으로는 하느님을 믿을게요"

그러나 첫 번째 데이트 이후 남자 친구 레슬리의 성관계요구가 사랑이 아니라 성폭력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믿었던 나이 많은 남자친구 제이슨은 만날 때마다 '성관계'를 요구하고, 폭력을 일삼는다.

레슬리는 제이슨의 성관계 요구가 있을 때마다나 "딱 오늘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내일부터는 절대로 제이슨이 하자는 대로 안 할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다음에는 또 사랑(?)하는 제이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만다.

어느 날 레슬리가 쓴 비밀일기가 새로 오신 영어선생님에 의해서 학교에 알려지자, 제이슨은 레슬리와의 관계가 탈로 날까봐 두려워 몰래 찍은 알몸사진으로 협박까지 한다. 마침내 레슬리가 겪은 '사랑'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사실은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레슬리는 가장 친한 친구인 케이티와 자신의 일을 의논하면서 용기를 얻고, 제이슨의 집요한 스토킹과 물리적 폭력 앞에 당당하게 맞서며 아슬아슬한 위험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제이슨에게 성폭력과 집요한 스토킹을 당했던 레슬리는 막상 제이슨을 고발하는 문제 때문에 다시 한 번 어려움과 갈등을 겪는다.

"제이슨의 변호사가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질문들을 던져댈 거라고. 설사 법정세서 내 말을 믿더라도 제이슨은 기껏해야 몇 달 정도 소년원에 가는 게 전부라고 했다. 아직 열일곱 살 밖에 안 됐고 이제까지 다른 말썽을 피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부당한 성폭력과 새로운 희생자들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결심으로 부모의 막강한 재력으로 뒷받침되는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받는 제이슨을 '법정'에 세우는 용기를 발휘하게 된다. 작가인 앨런 스트래튼은 레슬리가 다른 피해자들이 증언을 거부하는 막막하고 암담해 보이는 현실을 뛰어넘어 용기를 발휘하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면 제이슨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게 된다. 제이슨이 공식적으로는 초범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소름 끼쳤다."

"다른 애들은 증언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증언을 한다고 해도 제이슨은 금방 풀려나겠지, 하지만 만약에 내가 증언하지 않는다면, 제이슨은 나중에 또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자기가 '초범'이라고 주장할 거야. 내가 법정에서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수 있게 커다란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럼 다음번에는 제이슨도 빠져나갈 수 없겠지. 기록이 남을 테니까. 공식기록 말이야."

레슬리는 제이슨이 더 이상은 모범생인척 할 수 없도록 하고, 똑같은 본성을 숨기고 있는 남자아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져서 경고의 메시지가 되도록 하며, 반대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여자애들에게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제이슨이 처벌 받도록 어려운 증언의 과정을 견디어내고 마침내 법정에서 승리한다.

암담한 현실의 극복하는 레슬리의 용기

10대들이 당하는 성폭력은 대부분 너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것이 성폭력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성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잘 몰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대로 남자 아이들은 잘못된 성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의 여자 친구가 분명하게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레슬리의 비밀일기>는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한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과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책'으로 동시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성폭력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십대 소녀들이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또 십대들의 생활을 솔직하고 흥미진진하게 보여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기에 쉽지 않은 주제이긴 하지만, 반대로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10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보기를 권할 만한 작품이다. 이혼한 부모를 둔 '레슬리'가 끝까지 자신의 어렵고 힘든 종내에는 위험했던 상황을 결국 부모와는 의논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내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