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무너졌다
자크 사피르 지음, 박수현 옮김, 김병권 한국판 보론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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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앨런 그리스펀은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컬어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위기'라고 말 하였다. 2006년 말 미국 주택가격 급락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는 지난 2년간 전세계 신용 경색과 금융 공황으로 확산되었다.

금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위기의 폭발을 일으켰고, 글로벌 경제는 실물경제 붕괴라는 더 위험한 위기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까지도 순식간에 마이너스 성장국면으로 바뀌었고, 제조업 경기는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대책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확산되어가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도저히 '시장의 자기 치유력'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2008년 9월, 미국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법안 발의를 기점으로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시장의 실패'를 대신하여 국가가 해결사로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국가의 귀환'이 공식화되기에 이르렀다." (한국판 보론, 김병권)

이것은 IMF가 1990년대 남미와 아시아 외환 위기시에 강요했던 처방책과는 전혀 다른 해결책이다. 남미와 아시아에서 IMF가 요구했던 정책은 초긴축 정책과 재정 건전성 강화, 초고금리, 그리고 민영화와 고용 유연화, 작은 정부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자국에 위기가 닥치자 재정지출 확대, 제로금리, 국유화, 고용보장과 실업 대책 확대 등 신자유주의에 반대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한국 등이 겪은 외환 위기 과정에서 재정 적자 감축, 금융기관 민영화, 금융 긴축과 고이자율, (금융)규제 완화와 개방(자유화) 등을 주문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구조 개혁 프로그램과는 달리, 현 금융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정확히 반대로 재정팽창, 저이자율, 금융규제로 나아가고 있다."(한국판 보론, 김병권) 

그렇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통화정책과 재정확대 정책으로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의 세계화가 낳은 신자유주의의 최대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 국면상의 하강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구축되어온 신자유주의 시스템, 신종 금융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시스템의 위기이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로부터 발생한 위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제국은 무너졌다>를 쓴 자크 사피르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라고 말 한다. 그는 현재의 위기는 1997~1999년 국제금융위기가 시작될 때부터 잉태되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위기는 바로 제국의 위기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사태로 인하여 미국이 주도하여 다른 많은 국가에 강요했던 국제금융 자유화를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의 정책은 실패하거나 거부당하였고, 신흥국가들은 금융자유화를 줄이고, 부채를 축소하거나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금융위기와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1990년대와 21세기 초에 경험했던 미국의 경제성장은 상당 부분 허상이었으며, 경제는 성장하였지만 유례없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로 위기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자크 사피르는 "2006~2007년 겨울에 발생한 후 점차 금융 위기로 확대된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스템 위기는 어떻게 보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한다. 

오히려 더 심각한 일은 제국이 가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신군사주의 같은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라고 한다. 신군사주의는 정치적, 외교적 실패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똑똑히 볼 수 있는 군사적 재앙을 낳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외교, 군사적 실패는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가 탈냉전 시대 최초의 국제안보기구인 '상하이 안보기구'로 견고해지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국은 세계를 지배해보지도 못한 채 추락하기 시작하였다는 주장이다. 러시아 같은 구강대국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강국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크 사피르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은 전반적으로 약화되어 왔다고 한다. 이 말은 미국이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제국의 권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1991년 12월 구소련이 해체를 결정했을 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미국의 세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였지만, 10여 년도 지나지 않아 제국의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기'의 위기는 1997년 금융 위기 시작과 2005년 미국이 겪은 이라크 개입의 참담한 실패 사이에 발생했다. 즉 1997년부터 2005년까지 8년이야말로 결정적인 시기였던 셈이다. 이 같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상적 실패에 따른 결과는 엄청나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미국의 참담한 실패 원인을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①1997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은 자신이 원하던 방식으로 세계 경제를 통제하는 데 실패하였다.
②세계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가 도래하는데, 바로 시애틀과 제네바에서 열린 반 WTO시위와 지지부진한 도하 아젠다 협상은 상징적 사례다.
③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군사전략 역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정치적 고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④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자국의 세계 정책에 편입시키는 계획에 실패하였다.
⑤중국의 급부상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였고, 재군사화의 원인이 되었다.


아울러, 이러한 실패는 미국의 무능을 뛰어 넘는 더 근본적인 이유로부터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의 위기라는 것이다. 예컨대 IMF와 같은 국제기구가 미국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결국은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WTO의 침체 역시 미국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 

정치,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은 재군사화였지만,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에서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라크 전쟁은 온갖 거짓말을 바탕으로 시작되었고, 아울러 애국자법과 같은 공적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짐으로써, 결국은 보편적 가치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라크 개입은 미국의 헤게모니에 위기를 초해하였고, 전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실패가 아니어도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성장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는 다극적 질서 체제로 변화하는 이행기에 있다고 한다. 예컨대 국제 통화질서의 분할과 다극성은 지역통화제도의 설립을 암시하는 일이라고 한다. 아울러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반드시 과도한 자산 유동화, 위험과 불확실성 심화를 유발하는 새로운 금융수단의 확산, 너무 자유로운 단기 자본이동에 대한 재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국과 함께 몰락하는 신자유주의 위기는 경제에 자리를 내주었던 국가와 정치가 복귀함으로써, 근본적 의미에서 정치적인 중재를 통해서 바람직한 세계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자크 사피르는 프랑스에서 처음 싹을 틔운 조절이론 전통을 이어받아 사회변동과 제도, 규칙의 역할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특히 체제 전환기 국가의 금융시장 분석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2001년 금융 경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연구자에 수여하는 틔르고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정부와 주요기업, 각종 국제기구의 동유럽 지원프로그램 자문관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전문가 그룹에 참여하고 있으며,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도 이끌고 있다고 한다.   

저자인 자크 사피르는 경제학자지만, 그가 쓴 <제국은 무너졌다>를 읽어보면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역사와 사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독특한 지식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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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뒤집어라!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발상의 지혜
정철화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세 가지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과 자유롭게 마시는 '공기',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선물이다.

경영 컨설턴트인 정철화가 쓴 <아니면, 뒤집어라>는 바로 생각(발상)이 기업의 성장 동력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권위자인 안철수 사장은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미리 남보다 더 많이 생가하기 위해 두세 곱절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한다고 한다.......평범한 두뇌를 지닌 까닭에 남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많이 생각하는 것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1년에 두 번씩 '생각주간'을 가지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준비했다."(본문 중에서)

도요다 생산방식을 창시한 오노 다이치는 현장순회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담당반장을 세워놓고 문제를 발견할 때까지 생각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생각을 깊게 하면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뜻이다.

산업화시대만 하여도 근면하고 성시하며 매사에 정확한 사람을 높이 평가했지만 오늘날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흡수하고 통합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것으로 창조해내는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가 세상을 바꾼다

저자는 생각의 힘이 바로 '창조력'이라고 말한다. 창조력이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것과 연결이 되지 않는 것들을 새롭게 연결지어 새로운 개념이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특히, 이런 창조력을 발휘하는 데는 세상과 사물을 뒤집어서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발상의 관점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개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이 엉뚱하다는 평가를 받고 황당한 공상가 취급을 당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정철화가 쓴 <아니면, 뒤집어라>는 역발상을 통해 성공한 사례와 필요성에 대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세계 1등을 유지하는 길,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바로 역발상 창조경영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세계 1등이 되어야 한다", "경쟁 많이 사람들을 더 잘 살게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최선이 아니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와 같은 지은이의 생각에 필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생각하는 힘'과 '발상의 전환'은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벤치마킹과 모방은 다르다!

역발상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에 대해 거꾸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역발상은 과거와의 연장선을 끊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또한 역발상은 시점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크기나 형식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를 말 한다. 이 책은 발상을 바꾸는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버스정유소 옆에 있는 자동판매기 앞에서 한 남자가 자판기를 두드리며 화를 내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학생이 왜 그러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이놈의 기계가 내 돈만 먹고 음료수가 나오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하면 나올까 해서 치고 있어. 관리인에겐 여기 적힌 연락처로 전화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

"(그러자 그 학생은 관리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말했다.) 지금 자판기에서 동전이 쏟아져나와 사람들이 가져갑니다."

이 전화를 받은 관리인이 곧바로 달려 나왔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역발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에 있던 것을 고치거나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역발상을 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바로 관행과 타성이라고 한다. 그는 타성을 깨뜨리고 변모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주회사를 들고 있다. 도수를 낮추고 이름을 바꾸고 여성고객에게 다가갈 뿐만 아니라 眞露(진로)라는 이름을 '참이슬'로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 모두 발상의 전환을 이룬 사례라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역발상은 벤치마킹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벤치마킹과 모방의 차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벤치마킹과 모방은 남의 것을 배운다거나 따라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하면 모방에 지나지 않지만, 더 나은 점을 찾아 원칙에 맞게 잘 적용하면 벤치마킹이다."(본문 중에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모방이자 흉내내기 일뿐이고, 모방한 것에 내면의 장점까지 들여다보고 자신의 강점이나 핵심기술을 추가해 창조적인 발상을 하는 것이 벤치마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을 읽고도 얼마든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여는 지혜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하는 모방을 넘어서서 '더 나은 점을 찾아 원칙에 맞게 잘 적용하는 벤치마킹'은 독자들 몫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발상으로 '격언'을 새롭게 바꾼다.

이 책에는 역발상에 대하여 흥미있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격언을 역발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 박수칠 때 떠나라? -> 박수 받는 비결을 가르쳐라!

▲ 모르는 것이 약이다? -> 모르면 병이고 바보 된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 큰 것이 돈이 된다!

▲ 모난 돌이 정 맞는다? -> 모난 돌이 부를 가져다준다!

▲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 못 올라갈 나무는 사다리 놓고 오르라.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 암탉이 울어야 알을 먹고 부자가 된다.

▲ 버스 지나가고 손드는 격이다? -> 버스 지나가면 전철이나 택시 타고 가라.

▲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 길고 짧은 것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 -> 아는 길은 시간 낭비 말고 바로 가라

훌륭한 리더십은 자신이 떠나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박수 받는 비결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큰 것이 돈이 된다'처럼 썩 동의할 수 없는 '역발상' 제안도 있지만, 기존에 당연하게 생각되는 격언들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해석해본다는 점에서는 유익하다.

<아니면, 뒤집어라>를 쓴 정철상이 역발상 사고를 위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수평적사고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온 수직적 사고가 발상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왕의 지혜를 수평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한다.

솔로몬은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를 두고 다투는 두 어미에게 판단을 맡김(아이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라고 명령함)으로서 진정한 모성애가 드러나게 하였다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를 통해 이룩한 또 다른 놀라운 성공 사례로 '말코니'가 개발한 무선통신 기술을 예로 들고 있다.

"말코니는 무선기의 출력과 성능을 높이면 원거리까지 전파를 보낼 수 있다는 중요한 원리를 이용해 대서양 너머로 무선신호를 보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런 방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송신기와 감도가 높은 수신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은 무선전파는 빛처럼 직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표의 곡면을 따라가지 않고 지구 밖 우주 공간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그의 아이디어를 비웃었다."(본문 중에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논리적으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옳은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말코니는 대서양을 넘어 전파를 보내는데 성공하고 만다. 당시에는 말코니도 몰랐고 전문가들도 몰랐지만, 대기권 상층에 있는 전리층이 우주로 향하는 전파를 지구를 향해 반사시킨 것이다. 말코니가 이론에 억매이지 않는 수평적 사고를 통해 이룩한 성과라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가 세상을 바꾼다

이 책에는 '수평적 사고'를 잘 설명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한편 있다.

옛날 한 상인이 고리대금업자에게 큰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여 감옥에 갈 처지가 되었다. 고리대금업자는 어여쁜 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상인에게 딸을 주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고리대금업자는 상인과 딸에게 모든 운명을 하늘에 맡기자며, 큰 주머니에 검은 색과 힌 색 돌 두 개를 넣고 딸에게 고르라고 한다. 검은색을 고르면 빌려간 돈은 탕감해주는 대신에 자기 아내가 되어야 하고, 흰 돌을 고르면 빚을 탕감해줄 뿐만 아니라 그냥 아버지와 살게해주겠다는 것이다.

대금업자는 곧 마당에서 작은 돌 두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는데, 상인의 딸은 둘 다 검은 돌을 넣는 것을 보고 당황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가장 흔한 대답은 "주머니 속에는 두 개의 검은 돌이 들어있다며 고리대금업자의 잘못을 밝히는 것"이다. 이 답은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결국 상인이 감옥으로 가야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답은 "딸이 검은 돌을 고르고 희생양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답이지만 이것 역시 지혜로운 대답은 아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답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만 곤란한 문제라고 해서 도망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다음과 같이 역발상으로 수평사고를 하여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딸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돌 한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채 펼쳐보기도 전에 안마당 돌들 사이로 떨어뜨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수전증이 있어서 그만 꺼낸 돌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남아 있는 돌을 보면 제가 어떤 색 돌을 꺼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본문 중에서)

가장 재치 있고 깔끔하며 통쾌한 해결책이다. 저자는 이 질문을 통해 수평적 사고가 무엇인가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바로 주머니 속에서 꺼내지는 돌 대신에 주머니 속에 남아있는 돌에 주목하는 것이 수평적 사고라는 것이다.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은 마음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런 수평적 사고와 발상의 전환은 선천적인 유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천적으로 꾸준히 새로운 생각을 정리하고 메모하는 행동을 습관화하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발상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인용한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은 마음이다"라고 하는 스피노자의 격언은 훌륭한 충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대사 한 구절을 독자들에게 전해드린다.

"탱고 추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소. 인생과 달리 탱고에는 실패가 없으니까 설령 실수를 한다고 해도 다시 추면 되오. 실수해서 발이 엉키게 되면 그게 바로 탱고요."

내 생각에 인생과 탱고는 별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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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 아이들도 교사도 행복한 학교, 키노쿠니
호리 신이치로 지음, 김은산 옮김 / 민들레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입시와 진학지도가 없는 학교, 학년도 없고 시간표도 없고, 국어, 수학, 과학 같은 일반 교과도 없는 학교, 숙제도 없고, 종이 울리지도 않고, 시험도 없고, 성적표도 없으며 심지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어른도 없으며, 학교 건물에는 복도도 없는 학교.

나이와 직종에 상관없이 학교에서 일하는 어른들은 모두 똑 같은 월급을 받고, 지역사회가 학교의 확장이고, 지역 사람들은 유능한 교사인 학교, 조례 같은 딱딱한 의식이 없고, 입학식, 졸업식 대신 '입학을 축하하는 모임', '이제 안녕히 가세요를 말해야하는 모임'이 있는 학교.

교장실도 없고 그리고 또 돈도 없는 학교, 그렇지만 늘 즐거운 일이 가득한 학교, 이 특별한 학교가 바로 1992년 일본 와카야마 현 동북쪽 끝 하시모토 시 교외에 문을 연 '키노쿠니어린이학교'이다.

"학교는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 즐겁지 않으면 학교가 아니다. 행복한 아이들은 자란다. 그리고 자라는 아이는 행복하다. 웃음 짓는 얼굴과 기쁨에 겨운 환성은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표시다. 키노쿠니는 이렇게 믿는 교사와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학교다."

아이도 행복하고, 교사도 행복한 학교 키노쿠니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해서 144명의 아이들과 30명의 어른들이 함께 생활하며, 수업의 태반은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체험학습이고, 어느 반이나 나이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섞여 있다. 학년 반이 없는 대신에 공무점이나 농장, 전자공작소와 같은 프로젝트 반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키노쿠니 학교에 관한 정보가 적지 않다.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키노쿠니를 소개하였고, 이 책을 옮긴 김은산 선생이 2001년에 번역한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이라는 책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달 평균 40여명의 한국사람들이 키노쿠니를 방문하고 있으며, 간디학교, 두레학교, 무지개학교, 별학교 같은 우리나라 대한학교 아이들은 며칠씩 머물면서 깊이있는 교류를 진행하기도 한단다.

그러나, 키노쿠니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설립자인 호리 선생이 개교 2년째인 1994년에 쓰고, 2001년 한국에 번역 출간된 <키노쿠니 어린이마을>에 소개된 오래된 정보에 의존하고 있었단다. 책을 옮긴 김은산 선생은 개교 이후에 키노쿠니의 발전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한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책을 쓴 호리 신이치로는 일본에 처음 '서머힐'과 자유교육을 소개하고, 키노쿠니를 통해 자유교육의 실천적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책을 옮긴 김은산 선생은 1972년 한국에 서머힐을 소개하고 '한국니일연구회'를 이끌어온 자유교육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이 책의 특별한 장점은 한국어판 출간을 위하여 호리 신이치로 선생이 책의 마지막 장인 '키노쿠니 학교의 뒷이야기'를 추가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2008년까지 진행된 키노쿠니 학교의 변화와 발전과정이 모두 기록된 따끈따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학교가 자유학교인가?

니일이 영국에 세운 자유학교 '서머힐'을 모델로 시작한 키노쿠니 역시 '자유교육'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호리 선생이 쓴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는 자유교육의 의미를 분명히 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 자유학교는 아이가 기성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을 구축하도록 돕는 학교다. 교육방법 면에서는 어른들의 직접 통제를 되도록 줄이고, 아이 자신의 결정이나 선택, 실험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학교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기존의 인간관계와 학교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을까? 호리 선생은 아이들이 감성과 지성 그리고 인간관계를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자유롭지 못한 아이는 우선 감정, 특히 무의식의 영역에 불안과 긴장, 죄의식과 자기증오 등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다. 이런 아이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내면에서 불안해하고 자기를 증오하는 아이는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항상 외부의 평가를 의식한다." (본문 중에서)

"현대 학교교육은 이상할 정도로 기성 지식을 암기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때문에 암기는 잘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일은 잘 못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일에 불안마저 느끼는 것 같다."(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감성과 지성 면에서만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인 도덕마저 교과서로 배운다. 가령 협력이라 하면, '힘을 합치는 편이 서로 즐겁고 이롭다'고 실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체험 없이 그저 협력이라는 덕목만을 강요당하면 민주사회에서 요구하는 실제적인 사회성을 기르기는 어렵다." (본문 중에서)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유로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자유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호리 선생님의 생각이었고, 그는 키노쿠니를 통해 자유교육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호리 선생은 자유로운 아이와 자유학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유로운 아이는 감정적으로 해방되어 스스로 생각하며, 공동생활에서 민주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아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학교는 감성과 지성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운 아이를 기르는 일을 목표로 삼는 학교다."(본문 중에서)

왜, 자유학교가 필요했는가?

일본이나 한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점이 많은데 학교 교육을 둘러싼 상황도 비슷한 점이 많다. 키노쿠니 설립을 준비할 무렵 일본에서도 왕따, 등교거부, 학교폭력 같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교사가 준비한 똑같이 배우고, 교과서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느냐에 따라 서열화 되고 선별된다.

심지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면 '학습의욕이 없는 아이', '공부 못 하는 아이'라는 딱지가 붙고, '공부 못 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수학시간은 기초적인 수를 사용해서 생각하는 태도와 능력대신에 기계적인 반복 연습에 내몰리고, 국어 시간에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저자의 의도대로 읽고 파악하도록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호리 선생은 일본교육이 가진 10가지 잘못된 상식을 찾아내고 그 상식을 바꾸는 키노쿠니를 세웠다고 한다.

"교사의 관리 대신 아이들의 자기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획일적인 학습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존중하고, 지식의 전달보다는 구체적인 생활이나 창조를 매개로 한 학습을 중요시 하는 학교. 아이들 마음속에서 자기부정과 증오를 떼어내고, 살아하는 즐거움과 성장을 실감하는 일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학교."(본문 중에서)

호리 선생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니일이 만든 '서머힐'을 일본에 새로 여는 자유학교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아울러 평화주의자 존 엑켄헤드가 스코틀랜드에 세운 킬크하니티하우스학교, 영국 노동당의 교육정책에 따라 세워진 '라이징힐학교', 펫 몽고메리가 미국 미시간주에 세운 '크롱라라학교'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구체적인 사례를 배웠다고 한다.

서머힐은 세운 니일은 아동기에 학습을 교육을 중심에 두어서는 안 되며, 무의식의 표출인 놀이와 창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목공, 미술, 음악, 춤, 연극과 같은 활동이다. 키노쿠니 역시 듀이의 실험주의 교육이론을 참고로 농업, 목공, 인쇄, 재봉, 음식만들기, 지역활동 등 여러 가지 작업이나 실제적인 일들을 교육내용의 중심에 두었다고 한다.

각각의 학교에서 그리고 듀이이 실험주의 교육에서 어떤 장점을 어떻게 가져와서 키노쿠니에 적용하였는가는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에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짧은 글속에 모두 소개할 수 없으니 이것을 찾아 읽고 공부하는 것은 독자들 몫이다.

어쨌든 서머힐을 비롯한 여러 자유교육 사례로부터 배운 키노쿠니 교육과정은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바로 ▲자기결정의 원칙, ▲개성존중의 원칙,  ▲체험학습의 원칙이다. 키노쿠니는 바로 이 세 원칙의 유기적인 통합을 통해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를 주는 대신 책임을 묻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특히, 인상 깊은 자기결정의 원칙에 대해서만 조금 더 소개해 본다. "무엇이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된다"는 자유교육이란 어떤 의미일까? 지적흥미와 의욕을 자극하는 활동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 아이들은 오히려 부자유를 느낀다고 한다.

 "진정한 자유학교란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매력있는 활동들을 풍부하게 갖춰야 한다. 이론상으로나 우리의 경험으로 보다,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가 인정되느냐는 그것을 보장하기 위해 들이는 교사의 시간과 열정에 비례한다."(본문 중에서)

 아울러 호리 선생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줄 때는 책임을 묻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아이들에게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하지만 책임은 네가 져야 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호리 선생은 이것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말 한다.

"자유롭게 해도 좋다. 책임은 어른들이 져줄 테니까."

 이렇게 말하는 어른들이 있는 학교, 이런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 볼 수 있는 학교라야 자유학교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다. 스스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부모라고 자부하고 있었던 신념이 통째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키노쿠니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구적인 학교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벤치마킹하였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앞서 소개한 학교 외에도 프리스쿨, 오픈플랜스쿨, 프레네학교, 북방교육, 이나초등학교, 오가와 초등학교 그리고 슈타이너학교와 같은 여러 학교들로부터 배운 장단점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키노쿠니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도입하였는지, 이글을 통해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또 한 번 아쉽지만 할 수 없다. 구체적인 내용은 독자들이 직접 책을 읽고 공부하시기 바란다.

 서평으로 소개 못한 구체적 사례, 직접 읽어 보시길...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지금 자유학교인 키노쿠니가 목표로 하는 것, 교육목표의 평가와 관점, 기본방침과 교육활동 형태, 하루 생활과 학습조직화 방법을 담고 있다. 아울러 키노쿠니 학교를 대표하는 수업형태인 '프로젝트 수업'을 전개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프로젝트의 '생각하는 방법', 프로젝트 계획 세우기, 그리고 미끄럼틀 만들기 프로젝트를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다.

프로젝트를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기초학습 과정, 중학교의 교과학습과 진로지도, 그리고, 키노쿠니 설립 이후 5년에 대한 평가, 앞으로의 과제, 한국어판을 위하여 추가된 1997 - 2008년까지의 키노쿠니학교 뒷이야기까지가 이 책에 담긴 전부다.

몸과 마음, 영혼이 자유로운 아이를 키우는 자유로운 부모, 자유로운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히말라야 도전'과 흥미로운 책이다. 자유교육과 대안교육, 대안학교를 희망하는 모든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거부하는 학교, 죽어가는 학교를 어떻게 살려야하는지 그 길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 끝머리에 호리 선생님이 키노쿠니 졸업생들에게 들려주었던 당부 말을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

"부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서로 어울려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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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 : 환경갈등이라는 복잡한 숙제 풀기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6
박진섭.소병천 지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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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민주화 이후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점점 더 늘어난다.

시민운동으로써 환경운동이 시작된 것을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태동한 때라고 본다면, 1993년에 이 단체가 출범하였으니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는 대략 15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공해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운동이 있었으나 보다 더 대중적인 시민운동으로 출발한 것은 199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5년 남짓한 환경운동 역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대표적인 환경 갈등 사례였던 사건은 바로 새만금간척사업과 방폐장부지 선정사업이었다.

치열한 갈등을 겪은 두 사건은 현재는 이미 일정한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방폐장 사업은 몇 군데 후보지역에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가 우여곡절 끝에 경주에 건립되고 있고, 새만금간척사업은 대법원 소송을 거쳐서 계속추진 중이다.

환경운동가 박진섭과 환경법학자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2003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환경문제인 새만금 사건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책이다. 한 사람은 '운동가'로서 다른 한 사람은 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에 같은 문제의식에 이르렀다고 한다.

▲ 이(새만금과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 갈등을 예방하거나 갈등에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대중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풀어가기 위하여, "지역개발 과정에서의 환경 보전"을 주제로 새만금 간척사업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사건이라는 구체적 사례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문헌연구 대신에 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직접 관련된 사람, 지역 주민이나 사례 추진 담당 공무원들, 환경운동가와 학자들을 인터뷰하였다.

새만금 어떤 사업이었나?

새만금간척사업은 농지확보를 목적으로 1986년, 김제, 옥구, 부안지구를 통합한 종합개발계획으로 구상되었고, 1987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더욱 구체화 되어 1991년 공사를 시작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부안군, 김제시, 군산시에 걸쳐 있는 바다와 갯벌 4만 100헥타르를 간척하는 사업으로, 방조제 길이가 무려 33킬로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간척사업으로 꼽힌다. 이 간척사업의 애초 목적은 농지조성이었다. 갯벌을 농사지을 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새만금공사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는 것은 1998년, 김대중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김영삼 정부의 3대 부실 사업 중 하나로 새만금 사업을 지목하면서부터이다. 같은 해 감사원 특별감사에서도 70여건의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시화호 수질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만금 수질확보 문제가 본격 제기 되었다.

결국 1998년 7월, 새만금간척사업백지화를 위한 시민위원회가 결성되고, 민관공동조사를 거쳐서 2001년 정부는 친환경 사업진행, 순차적 개발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2001년 3월 200여 개 시민, 사회, 문화, 노동, 종교 조직이 모여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를 결성하여 10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한 반대운동을 벌이며, 2003년 3월부터 5월까지의 '삼보일배'에서 절정에 이른다.

2003년 법정으로 옮겨간 새만금 논쟁은 서울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친 후 2006년 3월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결정이 내려지고, 2006년 4월 21일 최종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었다.

새만금 사업의 쟁점은 ① 경제성으로 보아 농지를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② 갯벌을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것이 아닌가? ③ 매립이 생태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2007년 11월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당초 목적인 농지조성이 아닌 '외자와 외자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갖춘 성장거점 지역으로의 육성' 이라는 새 목적을 부여받게 되었다.

부안 방폐장은 어떤 사업이었나?

"2007년말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총 20기로 시설용량은 1978년에 비해 30.2배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전체 전력발전량의 36.5퍼센트를 차지한다."(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는 필연적으로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1980년대 중반 이래 원자력발전으로 배출된 방사능폐기물의 안전한 처리가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1988년 경북 영덕군을 비롯한 3개 지역을, 1990년에는 안면도를, 1994년에는 인천 굴업도를 방폐장 부지로 선정하였으나 주민 반대로 모두 실패하였다.

정부는 약 15년동안 방폐장 부지 선정에 실패하자 3000억 지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을 약속하는 등 지원 확대 정책을 펼쳤다. 이른바 부안 방폐장 사태는 2003년 5월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면 대규모 특별지원금을 주민에게 지원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위도주민들은 '위도주민방폐장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2003년 5월 13일에 전체주민 73.5퍼센트의 서명을 받아 부안군의회에 방폐장 유치를 청원했다. 유치위원회의 활동과 정부의 방폐장부지 선정에 관한 설명회 개최 등 관련조치가 본격화되자, 7월 2일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 부안대책위원회가 34개 부안군 종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발족되어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전개했다."(본문 중에서)

'부안사태'는 부안군의회에서의 방폐장 유치 청원이 부결되고, 다수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부안군수가 일방적으로 방폐장 유치신청을 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군수의 독단적인 유치신청으로 1만 명이 참가하는 '핵폐기장 백지화와 군수퇴진 결의대회'가 열리고,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여 100여 명이 부상, 5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사건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인적, 물적 피해를 낳은 사건이었다. (부안군 인구가 7만여 명인데) 2003년 7월 11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180여회 지속된 핵폐기장 백지화 시위와 촛불집회(183)회)에 참석한 사람은 연인원 22만 명에 이른다."(본문 중에서)

해상시위, 차량 시위을 비롯한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운동, 정부와의 여러 차례 대화 무산 등 우여곡절 끝에 2004년 2월 14일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72.4%가 투표에 참여하여, 91.8%가 반대하는 결과가 나오고, 마침내 그 해 9월 정부는 부안방폐장 백지화 선언을 내놓게 된다.

환경갈등이 일어나고 증폭되는 원인

"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구조를 보면 정부는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정부가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지역주민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이해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극단의 투쟁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정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집회나 시위 등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불신을 내비쳤다. 주민들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저 정부정책에 저항한다고 본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이런 불신과 갈등의 원인, 그리고 갈등이 더 증폭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① 부정확한 정보를 부정직하게 흘리고, '카더라'식 소문이나 언론의 비공식 확인에 근거한 기사로 주민 반응을 알아보는 것은 갈등을 키우는 원인이다.

② 주민대상 사업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거나 요식행위로 거치면 갈등이 증폭된다.

③ 주민과 환경단체에 의해서 정부가 비밀에 부친 정보가 공개되면 불신이 증폭된다.

④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설득하려는 공청회는 실패한다.

⑤ 지역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최악의 행위이다.

⑥ 전문가보다 갈등의 당사자가 지긋지긋 하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⑦ 외국에선 30~40년이 넘는 숙의 과정을 통해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⑧ 객관적이고 과학적 결과만 있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⑨ 주민에게 설명을 들을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⑩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의논하자고 하는 것은 갈등만 더 증폭시킨다.

⑪ 정치적 계산이 개입하면 합리적 논쟁이 되지 않는다.

⑫ 객관적이고 순수하고 공정한 전문가는 없다.

⑬ 주민의 반대에 응답하지 않으면 갈등은 증폭되고 반대는 더 과격해진다.

갈등해결,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 아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을 쓴 박진섭, 소병천은 합리적인 주민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주민투표가 최선의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국가 중대사안이나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에 선출된 대표에게만 위임하지 않고,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는 것이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 역시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는 부재자투표이고, 둘째는 주민투표 발의를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주민대상(주민투표 범위와 주체)의 문제이다."(본문 중에서)

환경 피해 예상 지역을 설정할 때는 매우 엄격한 규정을 두면서 투표 범위와 주체를 정할 때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특히, 선거가 승자 독식이듯 투표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투표 이전에 반드시 충분한 토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 반대가 동수로 참여한 민관조사단의 한계

지은이들은 새만금민관공동조사단은 '대화를 통해 환경갈등 해결을 시도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였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였다고 평가한다. 1년 8개월 남짓한 공동조사단 활동은 결국 실패하였는데, "마치 두 사람이 같은 줄자를 들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거리를 재는데 두 가지 서로 다른 수치가 나온 격"이었다고 한다.

민관공동조사단 활동으로 가치관에 따라서 과학적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으며, 모델링 변수 차이,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 차이,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 차이 등으로 양쪽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랐다는 것.

특히, 민관조사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자신을 추천한 단체에 대한 소속감을 넘어서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소속감 때문에,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신념의 문제이고 밥벌이의 문제였기 때문에 결코 객관적인 제 3자가 아닌 이해당사자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 당사자 동수가 모여 앉아 갈등 해결은커녕 합의에도 이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통해서 각각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가졌던 우리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지은이들은 정부를 향하여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는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같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누구를 위한 환경보전인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피해를 입는 지역과 이익을 얻는 지역이 서로 다르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

절반의 성공, 절반이상의 실패

아울러, 지역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반대 측 주장의 장점을 살리는 지역 발전 정책을 세우는 데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환경단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정부와 환경 단체 모두 '도 아니면 모'가 아닌 개, 걸, 윷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만금과 부안 방패장 사건을 연구한 지은이들은 이 두 사건을 '절반의 성공, 절반 이상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패를 만회하는 대안은 소통에 있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결론에 해당된다.

"자연과의 공존 사상,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 인간의 현명한 이용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는 소통이다. 자연과의, 미래세대와의, 현세대간의 소통 목적은 자연 이용의 적정성에 합의하자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소통, 현세대간의 소통 그리고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그리고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보전과 개발의 방법론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섭, 소병천이 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움>은 환경 갈등, 정책 갈등으로 대립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여러 가지 정책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광우병쇠고기 수입, 한반도 대운하, 미디어관련법 개정 등이 모두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에 비춰 보면, 모두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지도자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들이 '새만금'과 '방폐장'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는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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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
이광조 지음, 최달수 그림 / 현암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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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문화의 확산되고, 환경문제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육식의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대로 채식위주의 식생활과 친환경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다양한 채식관련 책이 소개되고 있다. 베스킨 라빈스의 상속자였던 존 로빈슨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음식혁명>,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과 같은 책이 번역되었으며, 밥상혁명을 주도하였던 TV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제작하였던 박정훈 PD가 쓴 같은 제목의 책도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침팬지 연구와 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진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 소개되기도 하였으며, 패스트푸드를 통해 육식의 위험을 알리는 영화 슈퍼사이즈미의 감독 모건 스펄록이 쓴 <먹지 마 똥이야>같은 책도 출간되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혹은 다른 길을 통해 육식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식품첨가물 등의 위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책들이다.

이광조가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하다> 역시 육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책이다. 그렇지만 최근에 출간된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과 비교해보면 특징이 다른 책이다. 희망의 밥상이 생명과 환경, 지속 가능한 지구적 삶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는 책이라면, 이광조의 책은 채식만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식사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써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채식은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이는 필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임상 사례와 연구조사를 통해 많은 의료인과 과학자가 밝혀낸 사실이다. 국내에는 채식 관련 책이 열 권도 채 안되지만, 국외에는 1800종 이상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도 채식에 대한 많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머리말 중에서)

저자 이광조는 1998년 국내 처음으로 채식동호회를 하이텔에 개설하여 활동하였으며 푸른생명한국채식연합 서울 대표를 지냈고, <한겨레신문>, <시민의 신문> 등에 채식 칼럼을 기고하였다. 2003년에 채식의 장점과 육식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문제점을 지적한 <채식이야기>를 책으로 냈던 적이 있다. 그는 채식의 좋은 점을 소개하는 강연회의 인기 강사이며, 한국채식인협회 공동대표와 채식전문 무크지 <채식물결>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광우병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식생활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채식주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채식하는 사람을 별난 사람 정도로만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괜찮으냐고?

이 책에서 이광조씨는 세상 사람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눌 수 있듯이 채식인과 비채식인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채식인과 비채식인으로 나눈 것은 마치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이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려는 의미가 담겨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 못지 않게 그 숫자가 작은 채식인에 대한 배려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50만 정도 되는 대부분의 중소 도시에는 채식식당이 한군데도 없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이나 회사 식당과 같은 단체급식에는 비채식인을 위한 메뉴만 준비되어 있다. 수백 명 이상이 한꺼번에 단체 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채식인을 위한 식단을 준비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더군다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채식만 하면 영양결핍이 생긴다거나 힘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육식과 우유를 먹지 않는 가장 낮은 수준의 채식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나의 경우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고기를 먹지 않아도 괜찮은가? 먹고 싶지 않느냐? 라는 물음이다.

따라서 채식인들은 식품 영양에 대하여 비채식인 보다 더 많이 알게 된다. 첫 번째 이유는 함께 식사를 하는 비채식인들에게 채식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해야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채식만으로도 영향의 균형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광조가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는 채식인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비채식인으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하여,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답을 해준다. 인간은 원래부터 채식동물이었으며 사람들이 '가축의 시체'(육식)를 먹음으로 인하여 질병의 위험에 더 노출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이 책은 고기를 먹는 사람과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따라서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쉽고 재미있는 그림과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1부에서는 사람의 몸을 세분화하여 소화계, 심혈관계, 비뇨계, 골격계, 신경계, 호흡계, 생식계, 면역계, 내분비계, 피부계의 10개 기관으로 구분하여 채식하는 사람과 채식하지 않는 사람의 몸이 먹은 음식에 따라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음식은 소화계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각 기관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고기가 어떻게 인체를 파괴하는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어떻게 건강한 생명체로 되살아나는지를 알려준다.

2부에서는 채식과 영양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풀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과 대답들이 소개되어있다. 완전 채식만으로도 단백질, 지방, 비타민은 물론 영양권장량과 5대 식품군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준다.

채식과 건강에 관한 ‘알짜’정보 가득

축산업계와 낙농업계의 압력을 받지 않으면 육류 및 우유군을 제외하고도 인체의 생리 구조에 걸맞은 4대 식품군(통곡류, 콩류, 종실 및 견과류, 채소 및 과일류) 만으로도 충분한 영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미와 통밀 같은 도정이 덜 된 곡식과 여러 가지 잡곡이 섞인 잡곡밥, 뿌리와 잎 야채와 과일, 미역, 다시마, 김과 같은 해조류와 두부나 두유 혹은 강낭콩, 완두콩, 검은콩 같은 콩류, 호두, 잣, 땅콩, 참깨나 들께 같은 음식과 함께 깨끗한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채식과 건강에 관한 유익한 알짜배기 정보들이 가득하다. ‘암 치료 식이의 권장 식품과 금기 식품’, ‘신장 질환 식사 일과표’ 아기들을 위한 ‘단계별 채식 이유식 식단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식단과 생활수칙’,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식단’, ‘당뇨병환자를 위한 식단’ 등의 예시 자료가 풍부하게 소개되어있다. 아울러 동물성 식단을 대체할 수 있는 채식 식단의 종류와 영양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장애인이 아닌 노약자나 어린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훌륭한 편의 시설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광조가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는 채식인에게는 물론이고, 고기를 먹고 병이 난 사람과 비채식인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가 가득 담겨있다.

독일 철학자 포에르 바흐가 “당신이 먹은 음식이 바로 당신이 된다”고 하였단다. 오늘 날 채식과 건강한 유기농 먹을거리로 밥상에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널리 인용하는 말이다. 실제로 생리학자들에 의하면 보름이면 인간의 간세포가 모두 바뀌고, 6개월이면 손톱이나 머리카락까지 모두 바뀐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내 몸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이 아니라 지난 수개월간 내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몸인 것이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육식이 지금처럼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것은 농약과 화학비료 그리고 유전자 조작 옥수수, 콩과 같은 사료작물 생산량의 급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잉여 농산물로 가축을 키우면서 육류 소비를 늘였고, 육류 소비가 늘면서 더 많은 농산물이 가축의 사료로 소비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채식은 내 몸을 살리는 최선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다. 고기를 자기 밥상에 올리는 사람들이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자고 외치는 ‘구호’는 모두 ‘거짓’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꿈꾸는 사람들은 우선 고기를 자기 밥상에서 치워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 집회를 마치고 식당으로 몰려가 고기로 배를 채우는 뒤풀이를 하는 환경운동가들은 절대로 지구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바꾸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사는 방법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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