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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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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과자회사 직원의 양심선언 !

이 책을 읽는 동안(2005년) 중국산 납 김치 파문, 양식장 말라카이트그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과거에도 중국산 납꽃게 사건, 불량만두사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식품사고가 있었다.

올 해(2008년)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이 있었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온 나라를 흔들었을 뿐 아니라, 연말까지 크고 작은 식품사고가 끓이지 않고 있다.

가끔씩 전국을 뒤 흔드는 이런 큰 뉴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에 오염된 농작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있고, 육가공식품과 수입밀가루와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과일의 문제점, 유전자조작식품(GMO) 등 식품 안전과 관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웰빙붐을 타고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 없이 먹는 과자가 아이를 병들게 한다는 생각을 가진 어머니들은 많지 않다.

물론 의식 있는 엄마들이 모여서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와 같은 책을 쓰기도 하고, 아이들의 간식을 바꾸고 집안의 '밥상을 다시 차리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과자'가 인공색소와 향료 그리고 나쁜 지방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지낸다.

밥상을 다시 차리고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로 바꾸어도 단 것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일 뿐 과자가 아이를 병들게 한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은 우리가 가공식품에 대하여 갖고 있던 막연한 해악을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도대체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감과 더불어 가공식품의 유해성을 확인하면서 받는 놀라움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충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 있지 않은 줄은 다 알지만, 초코파이류의 과자에 사용된 초콜릿이 가짜(모조) 초콜릿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나나 우유에는 바나나가 조금도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소비자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봤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은 16년간 과자회사에서 근무했던 저자 안병수의 양심선언이다. "초코파이류를 만드는 모조 초콜릿에는 카카오 열매의 핵심물질인 코코아버터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으며", 지난 30년간 과자 판매 1위를 지켜온 초코파이류의 가짜(모조) 초코릿은 "코코아버터를 짜내고 남은 소량의 파우더에 화학처리를 한 정제가공유지"를 섞어서 만든다는 진실을 공개하였다. 저자인 안병수는 모조 초콜릿이라고 젊잖게 표현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가짜 초콜릿이 분명하다.

연간 2억개, 물량으로 약 5만톤이 판매, 연간 10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바나나 우유에는 실제 바나나를 사용했다는 표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아무도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 마시기 전에 떼어버리는 뚜껑에는 가공유라는 표기가 있고 더욱 작은 글씨로 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그런데 "통통한 바나나 살을 그대로 우려낸 듯한 '연노랑'의 정체는 '치자황색소'가 만든다"는 것이다. "(치자 황색소는) 천연색소임에 틀림없지만 먹을 수 없는 과실인 치자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이며 일본에서는 위험등급 3등급으로 오랜 기간 섭취할 경우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대량으로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바나나가 없는 바나나 우유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향료를 사용하여 바나나 향을 만들고, 오랜 기간 섭취하면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대량으로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색소로 바나나 색깔을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소위 공장에서 가공되어 나오는 모든 가공식품이 하나 같이 정제당과 합성화학물질 그리고 나쁜 지방, 화학조미료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초코파이, 바나나우유, 콜라, 사이다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 중에서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가공식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어렵다.

식품에서 '가공'이라는 말은 '가짜'라는 말의 점잖은 표현이지만 본질을 감추는 속임수가 담긴 표현이다. 보통 가공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면 '기술'이라는 진보된 개념 혹은 '과학'과 같은 발전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초콜릿 가공품이라는 것은 모조 초콜릿 즉 가짜 초콜릿이라는 뜻이고, 가공 치즈는 각종화학물질과 첨가물 투성이의 가짜 치즈라는 뜻이며, 가공버터 역시 가짜 버터라는 표시. 마찬가지로 바나나우유의 가공유라는 표시는 원래 우유와는 다른 가짜 우유라는 표시와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식품에 있어서 가공이라는 수식어는 가짜라는 수식어에 다름 아닌 것이다.

'가공식품'은 가짜(?)식품

가공식품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정제당, 나쁜 지방 그리고 화학첨가물의 문제이다. 양심선언을 시작한 저자는 백색결정체인 정제당(설탕, 물엿 등)의 문제점을 조목, 조목 비판하며, 정제당이 저혈당증과 당뇨병을 비롯한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치매, 근시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조리 파헤친다.

특히 정제당 섭취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혈당증 증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아울러 설탕대신 사용되는 과당이 설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지방성분은 대부분 나쁜 지방(포화지방)이다. 값싼 식용유를 쉽게 생산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이 정제유를 추출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제유공정을 살펴보면 콩, 옥수수 등의 원료종자를 분쇄하여 탱크에 넣고 핵산과 같은 용제를 이용하여 기름성분을 추출하고 불순물 제거를 목적으로 인산염을 넣은 후 가성소다로 중화시킨다. 여기에 물을 부어 세척하고 표백제를 넣어 여과한 후에 고온에서 탈취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첨가에 의한 포화지방의 고온처리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된다. 이러한 트랜스지방산은 인체에서 필수지방산의 정상활동을 저해하고 생체기능조절물질의 구조를 왜곡시켜 아토피성 피부염, 심장병, 당뇨병,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제당과 나쁜 지방(트랜스지방)과 함께 가공식품의 3대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향료와 색소로 대표되는 식품화학첨가물이다. 20세기 초반에 개발된 타르 색소 80여종, 그리고 향료 기초물질 1천여 종이 사용되고 있지만 향료회사는 자신들이 공급하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밝히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향료에 사용되는 원료들을 일일이 확인 감독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공식품의 3대 요소는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첨가물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인가? 저자는 희망적인 사례 3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맷돌로 빻은 통밀가루와 누룩, 식염만 그리고 전통장작불 화덕으로 전통 빵을 만들어오던 리오넬 푸알란이란 프랑스 제빵회사의 기술자의 이야기이다.

정제당이나 향료, 색소를 전혀 넣지 않고도 프랑스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었던 그가 비행사고로 그가 죽었을 때 프랑스 총리가 "식탁의 마술사를 잃었다"고 애도성명을 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베네콜'이라는 마가린을 만들어낸 핀란드의 농산물 가공업체 이야기다.

앞서 식물성유지를 경화시켜 만든 일반 마가린이 나쁜 콜레스테롤치수를 상승시켜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지적하였는데, 이 회사가 만든 베네콜은 일반 제유업자들이 식용유와 쇼트닝, 마가린에는 트랜스지방산의 흡입이 불가피하다는 기존의 정설을 바꾸어 놓았다. 트랜스지방산이 전혀 없는 마가린 제품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캐나다의 오메가뉴트리션이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제유방법을 개발하여 오메가-3 지방산의 파괴를 막고 트랜스지방산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새로운 착유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 회사의 제품들은 전세계의 건강마니아들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적인 사례는 누가 만드는가? 저자는 결국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음으로 생산기업들이 생산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웰빙 바람이 불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이 대표적인 생활습관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고, 먹는 것과 생활습관병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소위 유기농 농산물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유기농 유통체인점이 생겨나고 있다.

유기농산물 이야기할 때 농약, 화학비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람을 살리는 농업으로 주저하지 않고 유기농업을 꼽는다. 그렇지만, 가정의 전체 식품 구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식품이 정제당과 나쁜 지방 그리고 화학첨가물로 뒤범벅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 집에서 조리할 때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MSG가 들어 있지 않는 라면을 구입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읽고나면 슈퍼마켓에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사먹일 수 있는 과자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분노가 일어난다. 공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가공식품 중에서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첨가물이 섞이지 않는 제품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는 도대체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가 나서면 생산자를 바꿀 수 있다"는 작가의 주장이 다소 답답해 보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자본주의 식품시장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다. 도대체 이렇게 몸에 해로운 과자가 왜 아직도 버젓이 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서 팔리고 있는지.

웰빙족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아니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주부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전해 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꼭 자신이 직접 읽어야 도대체 왜 과자가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보고나면 대형할인점에 갈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과자와 가공식품으로 쇼핑카트를 가득 채우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즘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은 스펀지 2.0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통해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고도 믿기지 않는 분들은 스펀지 2.0 <알아야 산다>편을 보면 정말 실감나게 가짜 식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과자와 가공식품의 문제점을 낱낱히 파헤친다.   
   

 

다음은 지은이가 지적하는 가공식품의 대표적 상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이 책의 소제목들이다.

제왕의 뒷모습 쵸코파이 - 가짜(모조) 쵸콜릿

충치는 빙산의 일각 캔디 - 정제당, 나쁜지방, 화학첨가물로만 이루어진 결정체

기분전환, 입 청소에 가려진 껌의 진짜 모습 - 정제당, 첨가물(향료, 색소, 유화제, 연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 그리고 합성물질인 껌 베이스

양의 탈을 쓴 이리, 아이스크림 - 정제당과 나쁜 지방, 지방과 물을 섞어주는 유화제 그리고 향료, 색소, 안정제, 점조제, 인공감미료, 보존제가 뒤섞인 첨가물 덩어리

아메리카 사료, 패스트푸드 - 식품첨가물과 고칼로리, 그리고 나쁜 지방(쇠기름, 쇼트닝)

가공, 그 허울 좋은 너울, 가공 치즈와 버터 - 유화제, 조미료, 향료, 색소, 보존료가 들어가 첨가물 투성이의 '가공'이라는 이름의 가짜 치즈와 버터

가장 위험한 것, 햄과 소시지 - 햄과 소시지의 색과 맛을 내는 발암물질 아질산나트륨은 위험한 독극물

노란 우유, 가공유 - 화학첨가물로 맛을 내고 위험한 색소로 색깔을 만든 가공유

액체사탕, 청량음료 - 정제당과 인산, 향료로 만든 콜라, 콜라와 조금도 다름 없는 사이다 그리고 가공과즙으로 만든 과즙음료

고가의 청량음료, 드링크류 - 청량음료보다 더 많은 정제당, 카페인 그리고 방부제인 안식향산나트륨이 주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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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의 이유
하워드 진 지음, 앤소니 아르노브 인터뷰,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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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의 이유>는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전쟁에 반대한다>로 잘 알려진 미국반전 사회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하워드진의 대담집이다.

제목의 '불복종' 부분을 거꾸로 해놓은 것부터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9·11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국에서 전쟁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미국의 침략전쟁 역사와 전쟁의 논리를 파헤치고 있다.

하워드 진은 평화를 가장하여 미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추악한 전쟁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하워드 진은 불복종을 요구한다.

'오만한 제국'과 그에 아부하는 주류언론에 맞서 끊임없는 반전운동을 펼치는 그는 미국인들에게 불복종을 요구한다.

주류언론의 보도처럼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라크 침공에 찬성하였을 때에도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다.


더군다나 전쟁으로 인하여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어가는 동안에 미국에서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법령이 발효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2001년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군사법정을 설립하도록 함으로써 민간인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시는 2001년 11월 13일,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새로운 군사법정의 설립을 정식으로 허가하는 행정 훈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훈령에 따르자면, 이 비밀법정은 재판관의 1/3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있으며, 민간 법정의 재검토 없이도 외국인을 처형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9·11사태를 틈타서 부시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훈령에 서명하였는데,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훈령에도 서명하였다는 것이다.

"이 훈령에 의거해 예전의 대통령이 자신의 문서를 공개하기를 원할지라도 현재의 대통령은 예전 대통령의 문서를 비밀에 부칠 수 있다고 합니다."(본문 중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정보공개법은 정부와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법이었다. 임기가 끝난 지 12년이 지난 대통령의 자료는 공개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부시는 이러한 문서 공개를 제한하는 훈령을 발효시켰다는 것이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지켜보며, 자이툰 부대의 파병반대 시위에 참가하면서 미국민에 대한 불신을 높여왔던 나에게 부도덕한 전쟁을 고발하는 미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 만큼 충격적인 것이 다수의 미국민도 전쟁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정부가 침략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는 반전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간첩법과 치안방해법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역사적 증거를 바탕으로 증언하고 있다.

하워드 진은 이 책에서 미국은 과연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그는 미국의 침략 역사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 대륙을 건너와 수백 차례에 걸쳐 인디언들과 벌인 전쟁
텍사스,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를 빼앗은 멕시코 전쟁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20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스무 차례의 카리브해 군사 개입
세계 제 1차 대전과 세계 제 2차 대전 참전
한국전쟁 개입
인도차이나에 주둔한 프랑스군 지원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 전쟁
1950년대 이란과 과테말라 정부 전복을 위한 비밀작전
도미니크 공화국에 군대파병
인도네시아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로 동티모르 탄압 지원
레이건이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의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에서의 비밀전쟁
러시아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전인 1978년의 무자헤딘 반란세력에 대한 지원
1989년 조지 부시 1세의 파나마 전쟁과 이어진 이라크를 침공한 걸프전
클린턴 정부 시절의 아프카니스탄, 수단,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이라크 폭격
조지 부시 2세의 9.11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본문에서 발췌)


하워드 진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도 미국민도 "미국이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인도해 주는 국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지 마라"

 미국을 미워하면서도 미국의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 건국 후 200여 년이 조금 넘는 동안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참여해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1922년생인 하워드 진은 여든 살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현역' 투사라고 한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2001년 9·11사건 이후 처음으로 열린 평화 집회가 열린 보스턴의 코플리 광장에서 강연하는 하워드 진의 인상적인 사진이 실려 있다.

그가 보스톤의 뉴턴 노스 고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였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으며, 이 학교에서의 연설이 보수언론에 의하여 왜곡된 후에 더 많은 고등학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초청하였다고 한다.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이나 베트남전, 걸프전 반대운동의 선두에 앞장섰던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미국 땅 어느 곳에선가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우리의 이름으로는 전쟁을 벌이지 마라,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그는 얇은 문고판인 이 책을 통하여 미국인들뿐만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불복종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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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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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람, 샬람, 앗살라 말라이쿰", 말뜻을 몰라도 아름답게 들리는 이 말은 "평화를 평화를 부디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이라크 말 입니다. 세상에는 평화를 위해 목숨 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세상에는 전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이상하게 평화를 위해서 일한다면 그 위험한 일을 왜 하냐고 해요. 참 이상하죠? 전쟁을 위해 죽는 것 보다는 평화를 위해 살다가 평화를 위해 죽는 게 더 멋지지 않나요?"(본문 중에서)

<평화는 나의 여행>을 쓴 임영신이 이라크에서 만난 '평화여행자 친구 중 한 명인 이탈리아 아가씨 '시모나'의 이야기 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 하는 것은 전쟁을 위해서 일하는 것만큼 위험하지만, 힘겨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사람을 깊이 사랑해주는 매력 때문에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서 반대운동을 조직하였던 '이라크반전평화팀'을 기억하나요? <평화는 나의 여행>을 쓴 임영신은 2003년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평화의 증인이 되고자 나섰던 이 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임영신은 2003년 미국의 침공을 받은 이라크를 시작으로 지난 4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20개국을 넘나들며 평화를 배우고 평화를 전하는 '평화여행자'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은이 임영신이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보름 전부터 침공직전까지 그가 직접 본 이라크의 모습과 이라크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이후 임영신이 바그다드가 함락된 직후 다시 이라크로 달려가 부시의 종전선언이 이루어진 2003년 5월 1일까지 이라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만난 사람들에 대하여 적은 기록이 이 책의 1부 입니다.

이라크에서 임영신은 전쟁을 앞둔 '수아드'를 비롯한 이라크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녀가 2003년 만난 이라크사람들은 아직 미국의 침공이 전이지만, 이미 1991년 걸프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경제봉쇄로 여성들은 영양결핍과 빈혈에 시달리고 이라크 아이들의 25%가 2.5kg 미만의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도 달마다 5~6천 명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간단한 약이 없어 죽어갔고, 걸프전 폭격의 결과로 암과 백혈병, 기형으로 무거운 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유니세프의 보고서에 따르면 걸프전 이후 12년 간 매달 5천 명의 이라크 아이들이 부족한 의료장비와 의약품이 없어서 죽어갔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죽어간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제재로 의료 장비를 구할 수 없어서, 백신 같은 꼭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해 아이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이라크 사람 '수아드'는 전쟁은 두렵지 않다고 합니다. 전쟁은 두려워한다고 오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그녀가 전쟁보다도 더 아픈 것은 아이들에게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전쟁에 빼앗겨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올 보이지 않는 죽음들"이라고 합니다.

폭탄이 쏟아진다 해도 차를 마시며...

전쟁은 두려워한다고 안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영신이 모술에서 만난 부부는 전쟁보다 강한 일상을 보여줍니다.

"1991년 걸프전 때도 그랬어요. 전투기가 저 강 위로 날아가는 걸 보면서, 여기 이 강가에서 이렇게 차를 마셨어요. 다시 전쟁이 온다 해도, 폭탄이 쏟아진다 해도 이 강가에 와서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실 거예요. 전쟁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걸 그들이 볼 수 있도록. 우리가 전쟁보다 강한 일상을 가졌다는 걸 볼 수 있도록."(본문 중에서)

그들이 전쟁을 앞두고 일상처럼 살아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떠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바로 광야로 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떠날 곳이 없으며 결국 고향에서, 이라크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폭탄이 쏟아진다 해도 차를 마시며, 전쟁을 일상처럼 여기고 사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두 배에 이르는 면적을 가진 이라크, 그러나 사람이 살수 있는 땅은 티그리스 강 주변으로 형성된 도시 밖에 없습니다. 우리처럼 도시의 폭격을 피해 시골로 피난을 간다는 일은 그들에게 물과 숲과 집을 버리고 사막을 향해 나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아랍 사람과 이스라엘 사람들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 이라크와 아랍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많은 아랍 사람들이 조국을 버리고 도망을 갈 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전쟁 중인 조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저는 훨씬 자라서 어른이 되고나서야 그런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고 나서 "일주일 간 요르단을 통해 5천여 명의 이라크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폭격 속의 조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무려 백 대의 차가 이라크를 향해 떠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비겁하지도 겁쟁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향해 폭격속의 가족들을 향해 돌아간 것 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임영신은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구호단체들이 요르단에 머물며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라크에 들어오지 않아, 총에 맞고 파편에 맞은 사람들로 가득한 병원에는 마취제가 없어 그냥 팔과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전기도, 수도도, 소독장비나 수술 장비도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풀지도 못하고 현관에 두었던 여행 가방을 챙겨들고 곧바로 다시 이라크로 향합니다.

요르단을 통해 이라크 국경을 넘자 그녀를 맞이해 주는 것은 환히 웃던 이라크 사람들이 아니라 승자의 인사를 건네는 미군 탱크와 검문검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병원으로 실려 오는 시체와 잘린 다리를 가방에 들고 들어서는 사람을, 총에 맞아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들어서는 소녀를, 머리가 깨져 뇌가 흘러나오는 참혹한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려면 죽음을 볼 수 있어야

그리고 또 참혹한 죽음의 현장에서 그들을 돕고 있는 의사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독자들은 미군이 점령한 바그다드에서 임영신을 통해 국제구호단체 조차도 접근하지 않는 전쟁 한 가운데서 사람들을 돕는 전쟁의사 '자크'를 만나게 됩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려면 죽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죽어가는 자를 볼 수 있는 곳에 서 있어야 살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본문 중에서)

그는 1967년 베트남 전쟁부터 지난 37년간 한 해도 그치지 않고 해마다 분쟁지역을 찾아다닌 '전쟁 의사'입니다. 그의 오른손엔 검지가 없습니다. 전쟁터에서 수술을 하다가 총에 맞아 손가락을 잘라냈다고 합니다. 그는 늘 전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의사였던 것입니다.

모두 3부로 씌어진 <평화는 나의 여행> 2부는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후 일본에서 출항하는 '평화를 여행하는 배' 피스보트를 타고 떠난 여정에 관한 기록입니다.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레아, 터키로 이어지는 한 달여간의 피스보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피스보트 프로그램, 반전 평화행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 평화운동가들이 만든 피스보트는 한 해에 세 바퀴씩 지구를 일주하고 남한과 북한을 다녀오는 평화여행이자 평화운동입니다. 수백 명의 승객과 게스트 자원봉사들 등이 함께 여행하며 평화와 전쟁의 이면을 보여주는 분쟁지역 방문, 시위, 토론, 세미나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평화는 결국 나의 선택

독자들은 임영신을 통해 올리버 스톤의 영화 <하늘과 땅>의 원작자인 베트남 여성 랠리 헤이슬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평화는 이렇습니다.

"전쟁을 위해 일한다면 전쟁이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한다면 평화가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고, 그러나 그들이 평화를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전쟁과 죽임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제 3부는 레바논, 스위스, 프랑스, 독일, 필리핀으로 떠난 평화여행 이야기입니다. 분쟁지역, 폭탄이 퍼붓는 곳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그리고 공동체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깊은 성찰을 통해 평화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 입니다. 평화를 위한 거래 '공정무역'은 삶의 현장에서 매일 매일 평화를 위한 선택을 하는 거라고 알려줍니다.

<평화는 나의 여행>을 통해 임영신은 '평화로 가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바로 길'이라고 거듭 이야기 합니다. 책을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실린, 그녀에게 '삶으로 말씀으로 평화를 가르쳐 주신' 신영복 선생님이 쓴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곧 길입니다"라고 씌어진 붓글씨 인쇄본은 독자들에게 주는 덤 입니다.

<평화는 나의 여행>을 읽는 동안 그녀를 통해, 평화를 위해 목숨 거는 이탈리아 아가씨 시모나, 37년간 전쟁의 한 가운데를 지킨 전쟁의사 자크, 해군제독출신의 평화운동가 인도의 람다스, 베트남의 랠리 헤이슬립, 일본인 노나카씨와 같은 세계 곳곳에서 일 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만나는 기쁨을 누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책의 끝머리에는 이 땅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경험하는 '평화여행'을 권면하는 임영신의 바람이 담긴 '평화여행 길라잡이'가 실려 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고, 평화를 원한다면 아이들과 평화를 노래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한 선택과 행동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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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펙 박사의 평화 만들기
M. 스캇 펙 지음, 김민예숙.김예자 옮김 / 열음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평화만들기>를 쓴 스캇 펙 박사는 정신과 의사이자 <아직도 가야 할 길> <끝나지 않은 여행> <그리고 저 너머에>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의사로는 드물게 인간 심리와 기독교 신앙의 통합을 지향한 그는 집단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형성을 이론화하고 기초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또 비영리교육기관인 '공동체장려재단'을 만들어 개인과 조직에게 공동체의 원칙을 지도하고 공동체 형성 인도자를 훈련시키는데 주력하였으며 그의 이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평화만들기>다.

공동체장려재단은 "참여자가 인간의 연결을 더 깊은 차원에서 창조하는 의사소통을 경험하고 실습하는 집단과정"을 운영하였다.

이 재단은 1984년 12월에 세워져 2001년에 해체되었으며, 이 책을 쓴 스캇 펙 박사는 2005년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공동체를 체험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스캇 펙 박사의 개인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사회적 국가적 혹은 국제적 공동체 형성을 위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평화만들기>는 공동체장려재단을 만들고 3년이 지난 후인 1987년에 출판된 책을 완역한 것이다. 스캇 펙 박사는 공동체에 관한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공동체 내에서 그리고 공동체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나 공동체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공동체의 의미를 말로 설명하여 이해시키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아직도 진정한 공동체를 경험 해본 적이 없다.(본문 중에서)

그는 또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평화를 중심으로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밝히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길 건너 이웃은 고사하고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대화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소련 사람들(또는 문화가 다른 민족들)과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본문 중에서)

그는 세계 평화 실현을 위한 유일한 길인 세계 공동체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영향권 내에서 공동체의 기본 원리를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애를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의사소통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평화구현은 주변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공동체를 통해 가능

이 책은 공동체 형성에 관하여 소개하는 여러 가지 다른 책들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많은 공동체에 관한 책들이 철학과 이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소 배타적인 공동체에 관한 경험을 소개하는데 비해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할 만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실용적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하여 이론적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으며 개인의 평화와 소규모 공동체의 경험뿐만 아니라 공동체형성을 통한 세계평화라는 대로 의미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막연하게 여러 소규모 공동체를 통해서 저절로 세계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평화만들기> 3부에서는 스캇 펙 박사의 공동체 경험나누기와 공동체론을 기반으로 하여 강대국 중심의 무기 경쟁, 그리고 세계 공동체를 위한 교회의 역할, 그리고 미국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할지 모르는 제안을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 보이기 위하여 자신의 나라 미국과 기독교 교회에 대하여 여러 면에서 많은 비판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소련이나 이슬람 국가들의 잘못보다는 미합중국과 기독교 교회가 저지르는 잘못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점에 주목하기 때문이란다.

스캇 펙 박사에 따르면 <평화만들기>는 곧 공동체 만들기다. 공동체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공동체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값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규칙들을 익혀야하고 또 지켜야 한다."(본문 중에서)

스캇 펙 박사가 쓴 <평화만들기>에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규칙들과 그 규칙을 익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독자들이 이러한 규칙을 익히기를 바랄 뿐 아니라 그것을 따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고자 한다.

이 책 머리말에 나오는 수도원 이야기는 스캇 펙 박사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공동체 만들기, 공동체 경험하기를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예문 중 하나이다. 몰락해가는 수도원의 수사들이 "당신들 중 한 사람이 구세주"라고 하는 랍비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각별히 공경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수도원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다양한 모델을 소개하기도 하며, 훨씬 더 큰 규모가 큰 '성 앨로이셔스 교단' 혹은 '지하실 집단'과 같은 가상의 공동체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공동체를 만드는 경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동체 형성의 첫 걸음 '마음 비우기'

그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 비우기'라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마음의 여림 즉 약점이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통합의 과정에 다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음 비우기와 관련하여 진정한 공동체는 변함없이 심사숙고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동체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하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고,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며 '마음 비우기'를 위해 멈춰서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또한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을 우리 마음에 들어오게 할 수 없다."(본문 중에서)

스캇 펙 박사가 인용한 부소와 당고라는 두 승려의 이야기는 마음비우기가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 준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부소와 당고는 한 절에서 다른 절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반쯤 여행 했을 때, 거대한 진흙탕이 되어 버린 건널목에 다다랐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젊은 여가가 난감한 표정으로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부소는 도움을 요청하는 여인을 업고 그녀를 길 건너편에 내러놓았다. 그리고 부소와 당고는 비를 뚫고 여행을 계속하였다. 그 날 밤 당고는 부소를 나무란다. "여보게 어떻게 자네는 젊은 여자를 등에 업을 수가 있나? 자네는 승려인 우리가 여자를 멀리 해야 한다는 것을 잊었는가?"하고. 그 때 부소는 당고를 쳐다보았다. " 당고 자네는 아직도 그 젊은 여자를 업고 있나?" 그는 물었다. "나는 그녀를 5시간 전에 벌써 내려놓았네."(본문 중에서)

스캇 펙 박사는 마음을 비우는 목적은 새로운 것을 위한 여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포기하는 유일한 이유는 더 나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라고 한다. 그는 우리에게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비워야 하는가? 생각해 볼 것을 요청한다. 어떤 태도와 행동, 방식, 관습을 비워야 하는가? 우리가 아직도 마음속에 뒤떨어진 견해, 정책, 이해, 분노를 품고 다니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비우기의 다음 단계로 스캇 펙 박사가 강조하는 것은 '통합과 통합성'이다. 어떤 사람이 공동체를 위하여 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땅에 대한 자연에 대한 통합적 사고는 바로 이런 것이다.

"법률상 내가 코네티컷 주에 소유한 재산은 '나의 것'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나 이전에 많은 세대의 백인과 인디언들이 농사를 지었던 땅이었으며, 앞으로도 많은 세대의 이방인이 계속해서 그 땅에 농사를 짓기 바란다. 정원에 있는 꽃들은 '나의' 꽃이 아니다. 나는 꽃을 창조할 줄 모른다. 나는 단지 관리인 노릇을 하거나 양육할 수 있을 뿐이다."(본문 중에서)

평화를 위한 통합적 사고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사고를 하기 시작하면 이라크와 레바논이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될 수 없고 굶주리는 이웃의 일이 내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 '내 것인 것과 내 것 아닌 것'

그는 이 책의 3부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기독교와 미국 그리고 대량살상 무기 문제에 관하여 공동체적인 접근을 통한 <평화만들기>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미국에 대하여 동전 위에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라고 쓰면서 이 세상에 무기를 만들고 파는 국가는 신성 모독을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공동체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고, 가정은 더 화목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가정이나 기업 내의 공동체 형성도 중요하지만 전 지구 차원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한다.

그는 지구적 차원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핵심원리는 바로 국가의 외적주권을 희생해야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합중국의 탄생은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인 외적주권을 포기함으로써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0년 전에 새로 생긴 각 주가 연방헌법을 비준했을 때 각 주가 가질 수 있는 외적주권을 상당부분 포기했다. 만약 각 주들이 외적 주권을 기꺼이 포기하지 않았다면, 미합중국은 성립되지 않았을 테고, 북미 대륙에 13개, 30개 또는 300개의 국가가 생겼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스캇 펙에 따르면 세계 모든 국가들 중에서 미합중국의 역사적 경험은 세계를 지구합중국으로 생각할 수 가장 앞선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는 초국가 정부가 국가 간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예측한다.

공동체는 전체의 행복을 위해 개인적 차이를 초월 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러한 초월은 특정한 태도의 희생, 편견 없애기, 공동체 형성과 유지를 위한 규칙에 순응하기, 개인적 권리에 대해 일정부분 포기를 요구한다. 반면에 그러한 희생과 복종은 평화뿐만 아니라 더 큰 다양성, 표현의 자유, 창조성, 생기,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다. 이것은 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스캇 펙의 <평화만들기>가 가진 탁월함은 개인과 작은 집단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시켜 가는 경험으로부터 착안하여 세계 공동체, 세계평화를 위한 가능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안의 평화로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많은 사례와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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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트 메시지 - 그 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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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돌연변이'다.

백인 의사인 말로 모건이 쓴 <무탄트 메시지>는 신이 최초로 창조한 사람들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 '참사람' 부족이 '무탄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무탄트란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문명인들을 일컫는 말로 '돌연변이'라는 뜻 입니다. 기본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말 하는 것 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원주민들이 소위 문명인이라고 하는 우리들을 '돌연변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 입니다.

<무탄트 메시지>는 말로 모건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 부족과 함께 한 사막횡단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를 쓴 책 입니다.

백인들과 타협하지 않은 마지막 원주민 집단으로 알려진 참사람 부족은 걸어서 호주대륙을 횡단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기온은 섭씨 40℃를 웃돌고 신발도 물도 음식도 없이 출발해서 모든 것을 자연이 제공해주는 것에 의존하며 사막을 여행하는 것을 말 합니다.



자연 치료법을 전공하고 호주 '보건사회화센터'에서 일하던 미국인 의사 말로 모건은 참사람부족이 선택한 '무탄트'로 선정되어 전혀 예상치 않게 이들과 함께 사막도보 횡단 여행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녀는 처음에 참사람 부족이 호주 원주민 혼혈아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자신의 공로를 인정하여 초대하였다고 생각하고, 2000km나 떨어진 호주 대륙 정반대쪽 해안에 있는 원주민 부족의 초대를 받아 무턱대고 여행을 나서게 됩니다.

참사람 부족과의 여행 첫걸음은 '정화'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스타킹, 속옷, 보석은 물론이고 신용카드나 신분증 같은 모든 소지품을 몽땅 모닥불에 불태워버리고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을 것을 권합니다. 말로 모건은 훗날 "물건이나 자신이 가진 어떤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가치 늙는다고 줄지 않아

이렇게 시작한 사막횡단 여행에서 지은이 말로 모건은 참사람 부족이 가진 능력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흙과 나무와 풀의 소리를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대화하고 우주 만물을 이용하지만 어느 것 하나 어지럽히지 않으며, 추위와 더위마저도 자연과 일체가 되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생일을 축하하는 것 역시 다릅니다. 그들은 나이를 먹는 것은 축하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나이를 먹는 데는 아무 노력도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신 그들은 나아지는 것을 축하한다고 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며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본문 중에서)

그들은 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진 자신을 위하여 새로운 이름을 얻기도 합니다. '작곡가'라는 이름을 가진 참사람 부족의 음악가는 멋진 연주회를 하고 난 후에 자신의 이름을 '위대한 작곡가'라고 바꾸어 부릅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자축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참사람부족은 그들의 영혼이 육신을 버리고 떠나는 날까지 삶과 노동을 일치시키며 살아가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 것이 축하 할 일이 아닌 것도 분명하지만, 사람의 가치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은 누구나 유일한 존재이며, 우리들 각자는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기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특성이 곧 우리가 삶에서 펼쳐나갈 재능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 재능은 나이를 먹는 다고해서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주 앉은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

참사람 부족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무탄트들과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보고서 감탄했다면, 그것은 당신 자신도 그런 특징을 갖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 사람의 어떤 행동과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 또한 자신의 그런 점들을 고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본문 중에서)

우리가 가까이 있는 친구나 동료 그리고 가족에게서 발견하는 장단점은 사실 우리 존재의 어떤 차원에서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만, 우리는 그 사람과 단지 자기수행과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당신이 남을 해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되뿐 아니라 남을 도우면, 그것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이 되는 것이랍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피와 뼈를 갖고 있으며, 다만 생각과 마음이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사람부족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을 때, 바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것 입니다. 우리 역시 가까이 있는 친구나 동료 그리고 가족을 잘 관찰하는 것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 될 수 있겠지요.

아울러 참사람부족은 우리가 자신 속에 있는 존재의 차원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굳은 결심을 하는 것이며, 사람은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사람이 타인에게 진정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말이나 충고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하는가가 만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비는 말로 모건의 기도가 저에게는 나와 다른 타인을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기도로 다가 왔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평화롭게 받아들이는 마음과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용기와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본문 중에서)

기도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

사막횡단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지은이 말로 모건은 참사람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의 길잡이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길도 모르는 그녀는 한사코 길잡이 역할을 거부했지만, 부족들은 그녀도 예외 없이 지도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부족 사람의 모든 것을 맡깁니다.

이틀 동안 사막을 헤매고 다니면서 그녀는 물도 식량도 편안한 잠자리도 구하지 못하지만 부족사람들 누구하나 말없이 그녀를 따르며, 그녀가 확실하게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우며 굶주림에 함께 합니다. 부족 사람 누구도 그녀를 대신하여 길잡이 역할을 맡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길잡이 역할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합니다.

이윽고 그녀는 말로서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존재의 근원을 향하여 마음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전해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물을 찾기 위하여 스스로 물이 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감각 기관을 살려 물 냄새를 맡고, 물맛을 보고, 감촉을 떠올리고, 소리를 듣고 차갑고, 파랗고, 맑고, 잔잔하고, 일렁이고, 꽁꽁 얼고, 녹았다가 안개, 수증기, 비, 눈이 되는 그리고 축축하고 영양분이 있고, 텀벙 튀기고 사방으로 퍼지고 무한한 물을 떠올리며 스스로 물이 되어 마침내 물을 찾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참사람 부족은 신과 나누는 기도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신에게 말하느라고 바쁘면, 신이 목소리를 들을 겨를이 없다."(본문 중에서)

우리가 하는 기도가 신에게 혹은 영적인 세계를 향해 쉬지 않고 말하는 것이라면, 참사람 부족의 기도는 정반대로 마음속에 모든 사념을 깨끗하게 몰아내고 신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며, 마침내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기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생애를 통해 수 없이 많은 것을 해달라고, 나의 기도를 들어달라고 기도해왔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리석었던 자신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초로 지구상에 나타난 존재들의 직계 자손인 참사람 부족은 "5만 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 그들은 전혀 숲을 파괴하지 않고, 강물을 더럽히지 않고, 동물을 멸종 위기에 빠뜨리지 않으며, 어떤 오염 물질도 자연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있었다" 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생명의 어머니인 대지를 학대하고 파괴하는 무탄트(우리)들에게 평화적으로 맞서는 방법으로 더 이상 결혼하지도 않고 자식도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들 중 가장 젊은 사람이 죽으면, 부족의 종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쓴 말로 모건을 통하여 그들은 무탄트 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를 당신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떠난다.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물과 동물과 공기에, 그리고 당신들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깨닫기 바란다. 이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당신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충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구의 파괴를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처음에 자비로 출간되었다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예전에 <무탄트>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여러 세대에 걸쳐서 촬영된 호주원주민들의 맑은 영혼이 담긴 눈빛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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