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
이광조 지음, 최달수 그림 / 현암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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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문화의 확산되고, 환경문제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육식의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대로 채식위주의 식생활과 친환경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다양한 채식관련 책이 소개되고 있다. 베스킨 라빈스의 상속자였던 존 로빈슨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음식혁명>,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과 같은 책이 번역되었으며, 밥상혁명을 주도하였던 TV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제작하였던 박정훈 PD가 쓴 같은 제목의 책도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침팬지 연구와 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진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 소개되기도 하였으며, 패스트푸드를 통해 육식의 위험을 알리는 영화 슈퍼사이즈미의 감독 모건 스펄록이 쓴 <먹지 마 똥이야>같은 책도 출간되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혹은 다른 길을 통해 육식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식품첨가물 등의 위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책들이다.

이광조가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하다> 역시 육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책이다. 그렇지만 최근에 출간된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과 비교해보면 특징이 다른 책이다. 희망의 밥상이 생명과 환경, 지속 가능한 지구적 삶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는 책이라면, 이광조의 책은 채식만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식사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써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채식은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이는 필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임상 사례와 연구조사를 통해 많은 의료인과 과학자가 밝혀낸 사실이다. 국내에는 채식 관련 책이 열 권도 채 안되지만, 국외에는 1800종 이상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도 채식에 대한 많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머리말 중에서)

저자 이광조는 1998년 국내 처음으로 채식동호회를 하이텔에 개설하여 활동하였으며 푸른생명한국채식연합 서울 대표를 지냈고, <한겨레신문>, <시민의 신문> 등에 채식 칼럼을 기고하였다. 2003년에 채식의 장점과 육식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문제점을 지적한 <채식이야기>를 책으로 냈던 적이 있다. 그는 채식의 좋은 점을 소개하는 강연회의 인기 강사이며, 한국채식인협회 공동대표와 채식전문 무크지 <채식물결>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광우병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식생활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채식주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채식하는 사람을 별난 사람 정도로만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괜찮으냐고?

이 책에서 이광조씨는 세상 사람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눌 수 있듯이 채식인과 비채식인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채식인과 비채식인으로 나눈 것은 마치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이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려는 의미가 담겨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 못지 않게 그 숫자가 작은 채식인에 대한 배려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50만 정도 되는 대부분의 중소 도시에는 채식식당이 한군데도 없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이나 회사 식당과 같은 단체급식에는 비채식인을 위한 메뉴만 준비되어 있다. 수백 명 이상이 한꺼번에 단체 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채식인을 위한 식단을 준비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더군다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채식만 하면 영양결핍이 생긴다거나 힘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육식과 우유를 먹지 않는 가장 낮은 수준의 채식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 나의 경우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고기를 먹지 않아도 괜찮은가? 먹고 싶지 않느냐? 라는 물음이다.

따라서 채식인들은 식품 영양에 대하여 비채식인 보다 더 많이 알게 된다. 첫 번째 이유는 함께 식사를 하는 비채식인들에게 채식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해야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채식만으로도 영향의 균형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광조가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는 채식인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비채식인으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하여,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답을 해준다. 인간은 원래부터 채식동물이었으며 사람들이 '가축의 시체'(육식)를 먹음으로 인하여 질병의 위험에 더 노출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이 책은 고기를 먹는 사람과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따라서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쉽고 재미있는 그림과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1부에서는 사람의 몸을 세분화하여 소화계, 심혈관계, 비뇨계, 골격계, 신경계, 호흡계, 생식계, 면역계, 내분비계, 피부계의 10개 기관으로 구분하여 채식하는 사람과 채식하지 않는 사람의 몸이 먹은 음식에 따라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음식은 소화계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각 기관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고기가 어떻게 인체를 파괴하는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어떻게 건강한 생명체로 되살아나는지를 알려준다.

2부에서는 채식과 영양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풀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과 대답들이 소개되어있다. 완전 채식만으로도 단백질, 지방, 비타민은 물론 영양권장량과 5대 식품군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준다.

채식과 건강에 관한 ‘알짜’정보 가득

축산업계와 낙농업계의 압력을 받지 않으면 육류 및 우유군을 제외하고도 인체의 생리 구조에 걸맞은 4대 식품군(통곡류, 콩류, 종실 및 견과류, 채소 및 과일류) 만으로도 충분한 영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미와 통밀 같은 도정이 덜 된 곡식과 여러 가지 잡곡이 섞인 잡곡밥, 뿌리와 잎 야채와 과일, 미역, 다시마, 김과 같은 해조류와 두부나 두유 혹은 강낭콩, 완두콩, 검은콩 같은 콩류, 호두, 잣, 땅콩, 참깨나 들께 같은 음식과 함께 깨끗한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채식과 건강에 관한 유익한 알짜배기 정보들이 가득하다. ‘암 치료 식이의 권장 식품과 금기 식품’, ‘신장 질환 식사 일과표’ 아기들을 위한 ‘단계별 채식 이유식 식단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식단과 생활수칙’,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식단’, ‘당뇨병환자를 위한 식단’ 등의 예시 자료가 풍부하게 소개되어있다. 아울러 동물성 식단을 대체할 수 있는 채식 식단의 종류와 영양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장애인이 아닌 노약자나 어린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훌륭한 편의 시설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광조가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는 채식인에게는 물론이고, 고기를 먹고 병이 난 사람과 비채식인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가 가득 담겨있다.

독일 철학자 포에르 바흐가 “당신이 먹은 음식이 바로 당신이 된다”고 하였단다. 오늘 날 채식과 건강한 유기농 먹을거리로 밥상에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널리 인용하는 말이다. 실제로 생리학자들에 의하면 보름이면 인간의 간세포가 모두 바뀌고, 6개월이면 손톱이나 머리카락까지 모두 바뀐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내 몸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이 아니라 지난 수개월간 내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몸인 것이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육식이 지금처럼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것은 농약과 화학비료 그리고 유전자 조작 옥수수, 콩과 같은 사료작물 생산량의 급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잉여 농산물로 가축을 키우면서 육류 소비를 늘였고, 육류 소비가 늘면서 더 많은 농산물이 가축의 사료로 소비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채식은 내 몸을 살리는 최선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다. 고기를 자기 밥상에 올리는 사람들이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자고 외치는 ‘구호’는 모두 ‘거짓’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꿈꾸는 사람들은 우선 고기를 자기 밥상에서 치워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반대 집회를 마치고 식당으로 몰려가 고기로 배를 채우는 뒤풀이를 하는 환경운동가들은 절대로 지구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바꾸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사는 방법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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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유진규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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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없으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석유가 모자라면 꼼짝없이 앉아서 굶어죽게 될까? 아니면 지금처럼 풍족하지는 못해도 그런대로 먹고살 정도로는 유지할 수 있을까?

석유정점이론에 따르면, 석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충분한 석유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단다.

지구상에는 이미 석유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는데 바로 쿠바와 북한이라고 한다.소련과 동구권의 갑작스런 붕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봉쇄, 무역제재 때문에 인위적인 석유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다.

북한은 기근이 계속되고 있고, 쿠바는 심각한 기근에서 탈출하여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석유 없는 경제의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를 쓴 유진규는 북한과 쿠바의 차이가 근본적인 정책차이에서 기인하였다고 이해한다. 북한이 1989년에 시작된 에너지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농업방식을 유지한 반면 쿠바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 북한에 몰아닥친 심각한 기근사태....... 이면에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숨겨져 있다. 북한이 매달렸던 '산업적 화학영농'의 실패다. 북한은 수입농기계, 화학비료, 농약을 기반으로 하는 녹색혁명의 모델을 따라 농업을 발전시켜왔다.......그러던 중 갑자기 동권권이 붕괴했고, 석유와 농기계 부품과 비료의 공급이 급감했다. 그러자 곧바로 기근이 발생했다." (본문 중에서)

199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도 대부분의 농기계가 고장 나고 부품 조달이 안 되고 디젤유가 부족하여 농업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식량위기의 본질은 석유 위기다

반면에 쿠바는 국가적 차원에서 농업 구조개혁에 나서 퍼머컬쳐, 도시농업, 가축동력, 생물학적 비료 및 해충 구제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생태적인 농업을 유지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쿠바의 사례는 석유 없이도 농업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며 오히려 더 나은 농산물의 공급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

농업분야에서 이룩한 쿠바 사례는 석유를 토대로 하는 화석연료가 없어도 자급적 영농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를 지금보다 적게 쓰는 것을 퇴보라고 하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건강하고 유쾌한 에너지, 인간동력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 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는 바로 인간동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소개하는 책이다.

방송 프로듀서인 저자는 6개국 20여 개 도시를 날아다니며 직접 발로 취재하는 노력을 통해 <SBS 스페셜,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를 제작 방송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가 대체에너지로서 사람의 힘이 갖는 가능성을 다룬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였고, 이 책 역시 인간동력을 다룬 최초의 책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인간동력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례를 중심으로 유쾌하게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 못한 이론이나 통계를 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에너지 관련 서적을 뒤지고 통계수치를 모아 방송에 담아내지 못한 아쉬운 부분을 책으로 보완하였다는 것이다.

음식은 석유다, 사람이 석유를 먹는다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연간 사료소비량은 약 2000만톤, 특히 665만톤에 이르는 옥수수의 경우 99.9%가 수입물량이라는 것. 결국 우리가 먹는 소와 돼지와 닭들이 대부분 수입옥수수를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이런 사료를 먹고 육우는 옥수수 3kg을 고기 1kg로 바꾸어 한우의 경우 옥수수 4kg으로 고기 1kg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결국 연결고리를 쫓아가보면 쉽게 사람이 석유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4kg의 옥수수를 수확하는 데는 40g의 질소비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질소 1kg을 만드는 데 디젤유는 1.4~1.8 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화학비료는 원료 자체도 석유이지만, 제조공정에서도 높은 열과 압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고밀도 집합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석유로 비료를 만들고, 그 비료로 옥수수를 키우고, 그 옥수수를 소에게 먹이고, 그 소는 옥수수를 고기로 바꾸고, 그 고기를 우리는 먹는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는 곧 석유다. 미국의 경우 소 한 마리를 도축할 때까지 약 1배럴이 석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본문 중에서)

1950년대 이후 인류농업이 이룩한 '농업혁명'은 1980년까지 세계 곡물생산량을 무려 2.5배나 증가시켰지만, 사실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한 에너지 공급의 혁명이었다는 것. 화학비료는 천연가스가 원료이고 농약은 석유로 만들어진다는 것. 결국 곡물 생산량이 2.5배로 증가하는 동안 농업에 소요되는 에너지총량은 50배, 100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간 화석연료를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피멘텔과 지앰피트로의 계산방식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 1kcal은 화석연료 5kcal를 소모한 결과물이며, 하루 평균 3500kcal를 먹는다고 하면 화석연료 1만7500kcal를 소비하는 셈이라고 한다.

따라서 비만과 뱃살로 드러나는 과잉섭취와 운동부족은 모두 화석연료가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거나 먹은 만큼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또 다시 헬스클럽 러닝머신을 이용해서 체내에 남은 잉여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하여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잉여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은 결코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로서 '인간동력'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책을 통해 인간동력이 실현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 페달로 움직이는 버스, 보트, 비행기

미국 팔로 알토시는 미국제일의 자전거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도시에는 세계에 1대 밖에 없는 버스 사이클이 있다는 것. 차체 무게 1톤, 정원 14명이 모두 타면 2톤이 넘는 버스사이클이 사람 5명의 힘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자전거 페달 하나가 내는 힘은 보통 100W, 페달이 14개 있으므로 100W엔진 14개를 달린 셈이며 700W가 1마력이므로 버스사이클의 엔진은 2마력쯤 된다는 것이다. 버스 사이클을 직접 타본 저자는 건강한 연대감과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버스 사이클의 페달을 밟아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버스사이클이 움직이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람들의 일치된 힘만으로 버스가 움직인다! 나는 완벽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팔로 알토시의 녹색도로를 위한 시민모임 회원들은 버스사이클로 북미대륙을 릴레이로 횡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런 활동은 인간동력의 가능성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인간동력으로만 작동하는 페달보트로 대서양을 건너기 위해 훈련하는 캐나다인 그레그 콜로지에직, 영국포츠머스에 있는 페달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수륙양용 공기부양선, 그리고 파일럿의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 '주피터'를 소개하고 있다.

주피터라고 부르는 이 비행기는 1972년에 인간동력만으로 멋지게 이륙해서 1km를 날아감으로써 순수인력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끌어올리는 '플레이펌프'

또한, 전기 없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플레이펌프'를 인간동력을 상용화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플레이펌프는 아이들이 올라타고 빙빙 돌리며 노는 원형놀이기구에 펌프를 연결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기구이다.

"플레이펌프는 이미 남아프리카 전역에 1,100개나 설치되어 있어요. 2010년까지 4,000개의 펌프를 보급한다는 계획이고, 그렇게 되면 1,000만 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본문 중에서)

아프리카 오지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플레이펌프는 발전기를 달아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이기구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은 미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루이지애나 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인 판디안 박사는 어린이 놀이기구에서 전력을 생산해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한다. 빙빙이와 시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성공한 그는 그네에 발전기를 달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

인간동력의 기초, 자전거 페달의 무한한 진화 가능성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전거가 진화할 수 있다는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한 발씩 걷는 방식과 회전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걷는 자전거', 한국인 발명가 최인섭이 만든 2인승 일렬 3륜 자전거, 더 빠르고 안전한 누워서 타는 자전거 '리컴번트 자전거'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자전거의 진화를 뛰어넘는 인간동력 자동차 연구도 소개하고 있는데, 찰스 그린우드라는 천재적인 엔지니어가 만든 이 자동차는 인간동력으로 만든 이동 수단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낸다고 한다.

인간동력으로 움직이는 4인승 전기하이브리드 경승용차는 이미 양산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네 사람이 동시에 노젓기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인간동력 자동차는 평균 2마력 정도의 순간최대출력을 낼 수 있으며, 최고 속도 90km/h 로 달릴 수 있다는 것.

이 밖에도 인간동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데, 가정에서 TV를 켜고 세탁기를 돌릴 수 있는 페달 발전기, 전기 없이 인간동력으로만 직접 작동하는 세탁기와 믹서기 같은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첨단 인간동력 기술로는 손가락을 까닥이는 힘을 이용하는 무선 전기 스위치, 신발 속에 감추어진 발자국 발전기, 계단을 오르내리는 인간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도쿄역의 발전마루, 춤추는 사람의 에너지를 모으는 '발전형 댄스클럽'과 같은 독특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세계 곳곳에서 실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간동력 기술이 조금씩 조금씩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순간 속절없이 사라져버리는 인간에너지는 우리 일상생활 도처에 널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진규가 만든 다큐멘터리와 책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는, 인간동력이야 말로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오래까지 존속할 소중한 자산이며 그 어떤 신재생에너지보다 뛰어난 대체에너지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마친 후부터 대부분의 이동을 자전거로 하게 되었고, 손으로 돌리는 수동세탁기를 구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인간동력이 가장 효율적인 대체에너지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독자들도 인간동력을 활용한 에너지 자급자족의 꿈을 함께 키워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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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길잡이 - 자연을 그리워하는 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귀농 길잡이
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 / 소나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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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자연을 그리워하고 땅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꿈꾼다. 그리고 또 그 중에 여럿은 도시를 버리고 농촌으로 돌아간다. 설령 농촌을 떠나온 적이 없는 사람들도 땅과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쫓아서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나이가 들면 도시를 떠나서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만 자세히 들어보면 귀농보다는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꿈인 경우가 허다하다.

소일 삼아 고추, 상추, 깻잎, 쑥갓 따위를 가꾸는 텃밭을 일구면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명상도 하고 산책도 하며, 커다란 통유리로 된 거실과 파란 잔디가 심어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교수를 그만두고 변산 공동체를 일구는 윤구병 선생이 쓴 어느 글에서 전업 농민이 되어서 "하루에 4시간 육체노동을 하고, 하루에 4시간은 정신노동을 하는 스콧 니어링, 헬렌 니어링 부부와 같은 삶을 기대하는 귀농은 꿈같은 이야기"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전국 귀농운동본부가 펴낸 <귀농 길잡이>는 귀농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 귀농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 귀농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 이제 막 귀농을 꿈꾸는 사람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귀농고수'들, 이 책안에 다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귀농운동본부와 더불어 귀농을 실천하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농촌살이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일하고 있는 강호의 고수(?) 혹은 초야에 묻힌 고수(?) 23명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글쓴이들 대부분은 전국귀농운동본부를 비롯한 전국 10곳에서 열리는 귀농학교의 단골 강사이거나 귀농운동본부가 계절마다 한 번씩 만드는 <귀농통문>에 글을 실었던 분들이다. 이미 자신과 가족들의 '농촌살림'을 소개하는 책을 따로 내신 분들도 여럿 있다. 책을 읽어보면 첫 느낌은 우선 누가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를 떠나서 농촌에서 생태적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귀농자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텃밭 한 떼기라도 가꾸며 아니 그 보다 못하면 옥상 화분에다가 고추 몇 포기라도 심어가며 '도시에서의 생태적인 삶'을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두루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귀농 백과사전'이라는 생각이 딱 꽂혔다. 귀농 철학에서부터 구체적인 논농사, 밭농사, 농촌살림, 집짓기, 집 고치기, 아이들 교육과 건강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나물농사, 도시농업, 가축 기르기, 양봉, 장 담그기, 효소 담그기 등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뿌리내리려는 초보들에게 꼭 필요한 모든 것을 담으려 노력한 마음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농사짓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글에서 평생농사만 짓고 살아온 경기도 양주의 김준권 농부님은 농사를 짓는 힘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즐거움"에서 나온다고 한다. "(도시의)직장에서는 나이와 능력 같은 조건을 견주어 퇴출시키지만, 농사는 쉬고 싶으면 쉬고 일하고 싶으면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농업"이라고 한다. 힘들기는 하지만 그 속에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훨씬 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귀농 관념(?)주의자들에게 고함

김준권 농부님은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네 가지 개척정신으로 '4W'가 필요하다고 한다. 첫 째는 길(Way)이 아니면 갈 수 없기에 반드시 길이 있는 땅이 있어야 하며, 두 번째는 반드시 물(Water)이 있어야 하며, 세 번째는 노동력(Worker)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인(Wife)이라고 한다.

아내의 표현에 따르면 농촌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귀농 관념주의(?)인 나의 귀농 꿈은 농촌에서 태어난 뒤로 결혼 전까지 농촌에서 도시에 있는 일터를 다닌 아내에게 여지없이 깨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4W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Wife'라고 생각한다.

이 때 부인은 배우자라고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길'(Way)을 함께 갈 '배우자'(Wife)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먼저 귀농의 꿈을 꾸기 시작하든지 배우자가 이 길을 함께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많은 귀농자들의 충고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귀농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다.

귀농 관념주의자들에게 던지는 이진천 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의 충고 역시 뼈아프다. 그가 귀농운동을 통해 부닥치고 깨지며 얻은 귀농, 준비에서 정착까지 아홉까지 비결을 보면 아내 표현처럼 귀농관념주의자라는 것이 더 분명해진다.

이진천님의 아홉 가지 비결 중에서 귀농 준비 단계의 비결만 살펴보면, '지금 당장 도시농업을 시작하라''귀농교육을 받고 원하는 정보를 모아라''철학적 고민을 가지고 시대와 호흡하라''도시의 편리함은 잊어라' 등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가? <귀농통문>과 생태적 삶을 꿈꾸는 책과 글을 찾아 읽고 말씀을 듣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구나. '결국 철학적 고민을 가지고 시대와 호흡하는 일'만 하고 있었으니 귀농 관념주의자가 맞기는 맞다.

생태적 귀농을 위한 5가지 조건

전국귀농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병철 이사장은 마중 글에서 생태적 귀농을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따져볼 것을 권한다.

첫째, '귀농'이란 '농'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농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농'을 '업'으로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농적 삶, 곧 모든 생명의 근원자리인 자연과 함께 하는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둘째, 귀농은 삶의 '전환'이다. 직업이나 직장 또는 생계수단을 농업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어야 한다. 생태적 삶이 내가 원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삶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넷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의도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발을 땅에 딛고 스스로의 손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할 의식주, 교육, 문화의 자립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자연과 함께 사는 법, 조화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몸에 밴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의 도리에 따라 단순성을 회복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귀농운동보부가 펴낸 <귀농길잡이>는 스물세 명 귀농자들의 생각과 삶을 엿봄으로써, 귀농 관념주의자들을 현실의 농촌, 농사, 농부의 삶으로 끌어내리고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귀농 철학책이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삶의 전환을 위한 판단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새롭게 귀농의 꿈을 키울 만한 이야기도 너무 많이 있다. 도시를 떠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가꾸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사실 시골에 살면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서 편안하고 행복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키 작은 나무까지 내려와 있는 하늘, 질리지 않게 눈동자에 담아둘 수 있는 푸르름, 들을 가로지르는 바람, 가문 날의 비 한 줄기, 잘 마른 빨래, 누군가 두고 간 밑반찬, 이웃과 눈을 맞추면 인사하는 내 아이들, 함께 일하다 웃는 싱거운 웃음 한 자락, 그런 것들로 인한 만족감은 계산기를 두드려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추둘란 농부님의 글 중에)

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자연과 조화되는 바른 삶을 살자면, 정현숙 농부님의 장과 효소 담그기, 최한실 농부님의 나물 캐기, 장영란 농부님의 나물 먹기와 같은 농가살림을 배울 수 있는 글이나 양희창 선생의 교육이야기, 김광화 농부의 홈스쿨 이야기 같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고민, 김남수님의 침뜸, 양동춘님의 발포요법과 같은 내 몸 돌보기는 위한 글들은 당장 귀농을 꿈꾸지 않는 이들에게도 참 유익하다.

23명의 필자 중에서 많은 분들이 성공하는 귀농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몇 년을 살았는지, 몇 년을 더 살 것인지 하는 것을 헤아려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사는 도시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 앞으로 또 몇 년을 더 살아야 하는지를 날마다 헤아려보는 사람들이라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삶, 가슴 따뜻한 행복한 삶을 위한 꿈을 꾸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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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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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쓴 음식에 관한 책이다. 그냥 음식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먹을거리와 지구생태, 지구환경, 빈곤, 가난, 농약, 유전자조작, 학교급식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인 구달은 이 책을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부터 "왜 음식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가?"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녀는 돈벌이를 위하여 침팬지를 뒤쫒는 사냥꾼들과 열대 밀림을 훼손하는 벌목회사들 때문에 서식지를 잃어가는 침팬지들을 구하면서 침팬지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날마다 먹는 음식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와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어가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물과 식량을 얻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는데 침팬지만 돕고 있을 수 없었다고.

사람과 침팬지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하여, 또한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지구상에서 생명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파국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지금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미 번역 출간된 비슷한 책으로 경영학자인 제레미 레프킨의 <육식의 종말>,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존 로빈스 <음식혁명> 등이 있다. 이들 책과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의 공통점은 모두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고, 모두 두껍다는 것이다. 

이 세 권의 책 중에서는 <희망의 밥상>이 450여 쪽으로 원래는 가장 덜 두꺼운 책이다. 그렇지만,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가장 두꺼워 보이는데 그것은 재생용지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출판사에 확인해보았더니 역시나 "책의 내용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인 구달의 마음을 담는데 재생용지가 더 맞을 것 같아 독자들이 책이 두꺼워 선뜻 구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독자들이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역시 두께에 비하여 책을 빨리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았더니 앞서 나온 두 책에 비하여 오히려 책의 분량은 적었다.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내용이 두 책에 비하여 미흡하거나 부족하지는 않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인 만큼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토양의 오염, 유전자 조작 씨앗, 공장식 사육농장, 양식으로 폐허가 된 바다, 유기농 농산물, 채식주의, 농산물 장거리유통, 지역농산물 소비, 학교급식, 패스트푸드, 물위기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환경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내고 있다. 앞서 나온 책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그쳤다면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은 문제를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 조작(GMO) 씨앗과 회원제 유기농 유통구조, 그리고 학교급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소개였다. GMO표시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의 표시의무화 주장에 대하여 거대 농산업자본의 반대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먹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GMO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많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GMO 농산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러기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케놀라보다는 순수한 케놀라를 더 즐겨먹는다." 

"빌 래시멧이라는 농부가 기르는 젖소들은 유전자 변형을 한 옥수수와 보통 옥수수를 다른 여물통에 담아서주면 보통 옥수수를 가려서 먹어치운다."

"또 다른 농부에 따르면 돼지는 여물통에 유전자 변형 작물을 넣어주면 평소처럼 먹지 않는다." 

농부들에 따르면, 유기농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있어도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는 밭을 습격하는 너구리는 없었으며, 또 다른 농부는 사슴 마흔 마리가 자신의 콩밭에서 콩을 먹어 치웠는데, 길 건너에 있는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GMO 콩)을 기르는 밭에서 콩을 따 먹는 사슴은 한 마리도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심지어 쥐들도 유전자 변형한 곡물은 먹지 않으며, 쥐들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된 GMO 토마토를 먹고 위에 손상을 입거나 죽기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실험에서는 GMO 옥수수를 사료로 먹은 닭은 일반 옥수수를 먹은 닭에 비하여 두 배나 많이 죽었다고 한다.

결국, 동물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사람만이 유일하며, 사람에 의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 변종 농산물과 축산물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동물들은 유기농산물만 골라 먹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동물들은 유전자 조작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도 뛰어난 후각과 미각으로 구분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맥과 침팬지에게 유기농 바나나와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유기농 바나나만 먹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침팬지는 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껍질까지 통째로 먹지만 비유기농 바나나를 주면 본능적으로 껍질을 까고 알맹이만 먹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침팬지 역시 토마토, 가지, 우유, 오렌지 주스를 먹이로 주었을 때, 비유기농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만 먹었다고 한다. GMO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 세계에서는 사람만이 '농산물표시'를 보지 않으면, 유기농산물과 농약과 화학비료에 오염된 농산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만이 단맛과 합성조미료와 화학향신료로 인하여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학교급식에 가장 질 낮은 농수산물이 공급되는 것은 비슷한 상황임을 알려준다. 후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못 먹어서이고,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음식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희망의 밥상>에는 구체적인 통계를 인용한 식품오염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겨있지만, 반대로 한 번에 한 걸음씩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사례들도 여럿 소개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프랑스 농부 호세 보베로, 유전자조작 농산업의 선두업체 '몬산토'에 맞서 싸운 캐나다의 농부 퍼시 슈마이저, 학교급식에 맛있는 혁명을 일으키는 엘리스 워터스, 영국의 학교급식을 바꾸는 현란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그리고 내 고장 유기농산물을 길러내는 수많은 농부들과 이를 구입하는 수많은 소비자들도 소개됐다. 

제인 구달은 "지금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우리가 먹으려는 것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사육되었으며 어떻게 수확되었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는 일이라고 한다. 기자 역시 엄청난 양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먹고, 1kg의 고기를 생산하는데 1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소비되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말하는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염려는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450여 쪽의 두툼한 책, <희망의 밥상>에 담긴 소중한 통계자료와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업의 성공과 생명과 밥상을 살리는 수많은 사례를 몇 쪽의 서평에 다 담아낼 수 없어 가장 안타깝다.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제인구달과 함께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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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자연놀이 - 우리 동네에서 찾은 자연놀이 365가지 개똥이네 책방 3
붉나무 지음 / 보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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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잡지가 있는데, 이름이 <개똥이네 놀이터>입니다.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어른인 윤구병, 백창우 같은 이들이 기획위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난 박문희 선생을 비롯하여, 아이들 놀이를 연구하는 편해문 선생님, 아이들 마음을 잘 드러내는 만화를 그리는 이희재 선생님, 그리고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 같은 분들 글로 채워진 어린이 잡지입니다.

<고래가 그랬어>라는 만화잡지와 더불어 재벌 출판사나 언론사에서 만들어내는 어린이 잡지와는 사뭇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꾸며진 어린이잡지 입니다.

붉나무가 쓴 <열두 달 자연놀이>는 바로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창간호부터 24호까지 2년 동안 매월 연재 되었던, '열두 달 자연놀이'를 책으로 묶어 낸 것 입니다. 일년 내내 자연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

붉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강우근과 글을 쓰는 나은희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책은 글이 씌어질 당시 아홉 살, 일곱 살 된 나무와 단이를 키우는 두 부부가 자연 속에서 어떻게 놀면 더 재미있을지 요리조리 궁리하면서 생각해 낸 놀이를 모은 책입니다. 붉나무 네 식구는 북한산과 도봉산 밑자락이 맞닿아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자연 놀이를 하러 쏘다녔습니다. 나무랑 단이는 자연 놀이랑 더불어 훌쩍 자라고, 자란 만큼 자기 생각도 뚜렷해졌습니다. 자연도 좋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즐기는 걸 더 좋아합니다."(개똥이네 놀이터 중에서)

두 아이를 자연과 더불어 자라도록 키웠던 붉나무는 그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하여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습니다. 처음에는 <개똥이네 놀이터> 독자들과 그 경험을 나누었는데, 이번에 2년 동안 잡지에 연재했던, 스물 네 번의 자연놀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지요.

"봄에는 나물 해 먹고, 봄꽃 잔치 하고, 풀피리 불고, 여름에는 버찌 따먹고, 나뭇잎 가면 쓰고, 벌레 잡고, 가을에는 도토리 팽이 돌리고, 열매 날리고, 낙엽 이불 덮고, 겨울에는 썰매 타고, 눈집 짓고, 텃새 만나러가. 모두 모두 자연에서 하는 놀이야."(본문 중에서)

<열두 달 자연놀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놀이로 나누고 엮었습니다. 봄에는 봄나물, 봄꽃, 풀피리, 아까시나무, 돌멩이, 흙을 주제로 놀이를 정리하였구요. 여름 놀이는 버찌, 비, 나뭇잎, 벌레, 호박, 잠자리를, 가을 놀이는 메뚜기, 도토리, 가을꽃, 열매, 낙엽, 마른풀을, 그리고 겨울 놀이는 나뭇가지, 솔방울, 눈, 얼음, 귤이랑 사과, 텃새 놀이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 교사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책

봄꽃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얼마나 많고 다양 할까요? <열두 달 자연놀이> 중 봄꽃 편을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봄꽃 

둘레둘레 둘러보니/ 어느 새 봄꽃 천지./ 팔랑팔랑 진달래방긋방긋/ 개나리배시시/ 제비꽃시큼시큼/ 진달래꽃 한 입 먹고노릇노릇/ 개나리꽃 꿰어 걸고/ 어여쁜 제비꽃 동무삼아가자/ 가자 봄나들이 가자./ 놀자 놀자 봄꽃이랑 실컷 놀자.

붉나무가 찾아내어 아이들과 함께 해 본 봄꽃 놀이는 열 가지도 넘습니다. 아래 에서 보는 것처럼 봄꽃 맛보기, 진달래 꽃술 씨름, 진달래 꽃전, 진달래꽃 머리핀, 쇠뜨기 끊긴 마디 찾기, 자운영 꽃목걸이와 팔찌, 자운영 꽃 바람개비, 민들레 꽃 시계와 반지, 민들레 꽃대 바람개비와 물레방아, 개나리 꽃 날리기, 개나리꽃 목걸이와 머리띠, 제비꽃 씨름, 제비꽃 팔찌 귀걸이 반지 만들기까지 봄꽃 놀이만  20여 가지나 됩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 같은 커다란 봄 그림에 봄꽃으로 할 수 있는 온갖 놀이를 담아 놓았구요. 그 다음 3~4쪽에는 각각의 놀이를 하는 방법을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해 놓아 아이를 둔 부모나 교사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풀피리'편을 하나 더 소개해 볼까요? 맨 먼저 '풀피리' 노래를 들려줍니다.

풀피리

따끈따끈 눈부신 봄 햇살.파릇파릇 물오른버드나무 아래삐리리 삐리리호드기 부는 소리,봄 동무들 봄 알리는 소리.풀피리 불어 보자.하늘이 노래지도록삐리리 삐리리 !

봄나들이 나가서 만들 수 있는 풀피리는 몇 종류나 있을까요? 제가 아는 것은 버들피리와 보리피리가 전부입니다. 붉나무가 찾아낸 놀이는 저 보다 훨씬 많더군요.

버들피리, 잎말이 피리, 잎사귀 피리, 나무가지로 피리 소리 내기, 뚝새풀 피리, 조릿대 피리, 민들레 꽃대 피리, 호장근 피리가 그것 입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다양한 풀피리 만들기 놀이를 큰 그림에 담았구요. 그 다음 쪽에는 각각의 피리 만드는 법, 그리고 아이들이 피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사진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담았습니다.  

부모님들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엮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책 뒤편에는 스물네 가지 주제별로 '붉나무 취재 일기'가 담겨 있습니다. 원래 <개똥이네 놀이터> 잡지책으로 나올 때는, 부모님 책에 실려 있던 내용인데, 아이들과 함께 했던 봄꽃 놀이, 풀피리 놀이 그림에 못 다 소개한 내용과 아이들과 있었던 재미난 일, 아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취재일기를 읽다가 눈을 감으면, 화려한 봄 들판이 떠올릴 수 있도록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랫녘에는 매화나 산수유 꽃이 봄을 알리고, 윗녘에서는 생강나무 꽃이나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봄을 알린다. 산에 들에 꽃이 피면 내 마음도 피어난다."(본문 중에서)

"아름다운 봄꽃은 보기에도 좋지만 먹을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진달래, 민들레, 살구, 매화, 목련, 제비꽃, 봉숭아꽃, 벚꽃, 배꽃에서부터 팬지, 데이지, 프리뮬러, 카네이션, 한련이 다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간단하게 비빔밥처럼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초밥이나 김밥, 꽃차, 꽃전을 만들어도 좋다."(본문 중에서)

이러고는 꽃전이나 김밥, 꽃차 만드는 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열두 달 자연놀이>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의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그래서 친절합니다. 책을 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책입니다.

아울러, 멀리 숲과 들, 산을 혹은 시골을 찾아가야만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쉽게 재료를 찾아 놀이를 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틈에서 찾아낸 민들레, 개미자리, 질경이, 아파트 화단에서 찾아낸 단풍나무 열매, 쥐똥나무 열매가 놀잇감이 된다고 합니다.

길섶 가로수 아래에서 찾아낸 꽃다지, 주름 잎, 소리쟁이가 놀이감이고 벌이랑 무당벌레랑 개미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이랑 동무가 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자연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주려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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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네트 2009-01-3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우석훈 태그 타고왔다 잘 놀다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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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마음껏 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권리나 인권을 넘어서는 또다른 생명입니다.
놀이네트는 이 단순한 메시지를 송출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합니다.
또한 새로운 과거이자 오래된 미래인 놀이생태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