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이영득 글과사진 / 황소걸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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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내내 비가오고 궂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4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따뜻한 봄 볕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지바른 들판과 낮은 산자락에는 쑥을 비롯한 봄나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뜁니다.

쑥, 다래, 냉이야 시장에 가면 쉽게 살 수 있지만, 비닐하우스 속에서 자라서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리는 그것과는 다른 생명력을 지닌 봄나물을 캐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한편, 라디오에서는 아무 산에서나 함부로 봄나물이나 약초를 캐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활정보도 흘러나옵니다. 임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산에도 다 주인이 있고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 구역에서는 식물 채취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산에나 마음대로 들어가서 나물을 캐고 약초를 캐는 것은 '범죄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여러 사람이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가서 산나물, 들나물 싹쓸이 하는 것은 생명의 질서를 그스르는 자연에 대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나물에 관하여 자세히 알려주는 책을 쓴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은 산나물 할머니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나물을 하기 전에, 나물 이름을 알기 전에 산에 들에 주인없이 자라는 나물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몇 해전, 이영득 선생님은 봄나물을 하러 갔다가 산나물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그후 해마다 산나물 할머니와 함께 나물을 하면서 산나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합니다. 

고마워 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

산나물 할머니 뒤를 따라가보면 나물을 한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겁니다. 푹푹파인 발자국도 없고, 나물을 뜻은 흔적도 잘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이 나무에서 쪼매, 저 풀에서 조매 뜯었더니 표가 안 나더나? 고맙구로. 내가 산에 오면 몸이 좀 가볍다."

말하자면, 산나물이나 약초를 싹쓸이하거나 멧돼지가 산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처럼 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지요. 고마워하는 마음,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마음,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은 나물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자신이 해 온 나물을 먹고, 자신이 먹은 나물이 자기 몸이 되는 걸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이영득 선생님은 산나물을 먹는 마음 가짐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비록 먹어야 사는 목숨이지만 고마워서 고마워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밭 고랑이나 들판에 자라는 이름없는 풀처럼 보이는 들나무을 하는 마음은 이래야 한다고 합니다. 꽃 피고 열매 맺을 거 남겨두어야 하고, 애벌레, 들쥐, 새들 그리고 후손들이 먹을 것을 남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만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나물, 들나물, 나무나물, 갯가나물, 그리고 독나물

나무에서 자라는 나물을 따는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무엇하나 거든 것도 없이 나무가 잉태한 생명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어떤 마음으로 뜯었는지 나무는 다 알기 때문에 탐욕스런 마음으로 욕심을 내어 뜯는 나물은 이미 자연의 기운, 생명의 기운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일 입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번행초는 이파리가 두껍고 물기가 많다고 합니다. 연한 잎과 어린순을 따서 생으로 무치거나 샐러드를 만들며 비빕밥, 쌈밥에도 잘 어울리고 버섯이나 멸치와 함께 볶을 수도 있으며 된장국에 넣어도 좋다고 합니다.  바닷가에 사는 번행초는 갯바람을 맞으며 짭조름한 소금을 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독이 있는 식물 조차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독이 있는 식물이지만 때로 그 독은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병원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사람들도 자연의 품에 들어 자연의 음식을 먹고 자연의 기운을 받아 낫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영득 선생님이 새로 쓴 책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는 이런 마음으로 씌어진 책입니다. 지난해 먼저 낸 책 <주머니 속 나물 도감>의 크기와 용도 때문에 담지 못한 내용에 대한 주머니 책이라 글자와 사진이 작아 불편한 점이 있다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을 새로 낸 것입니다.

전체 모습, 나물로 뜯었을 때, 요리하였을 때 사진 꼼꼼히 챙겨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는 산나물 157종, 들나물 95종, 나무나물 40종, 갯가나물 9종, 그리고 독이있는 식물 68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세하게 선명하게 찍은 산나물 들나물 사진도 '대백과'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나물 하기 좋은 때, 잎이 자랐을 때, 전체 모습, 나물로 뜯었을 때, 그리고 데치거나 말리거나 요리하였을 때로 나누어 여러장씩 들어 있습니다.

사진만 여러장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물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크기, 홀씨 맺는 때, 꽃피는 때, 자라는 장소 그리고  나물을 하는 시기, 나물을 하는 방법, 나물로 할 수 있는 음식, 그리고 나물의 맛과 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장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나물의 이름들도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묏미나리는 멧미나리라도도 하고 민미나리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그 이름을 모두 모았습니다. 쉽싸리는 굼비나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고, 단풍취는 게발딱주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라는 책 이름처럼 같은 나물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름들도 함께 표기해두었습니다.

아울러 나물하러 가는 옷차림과 준비물, 나물 하는 법, 산나물과 독이 있는 식물을 구별하는 법, 산나물 먹는 법과 보관하는 법, 이듬해까지 묵혀두고 먹는 묵나물 조리법, 그리고 산야초 효소 만드는 법과 같은 나물에 대한 종합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나물을 대하는 마음, 고마워 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한 때는 잡초처럼 알고 지내던 풀꽃(나물)의 이름을 아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책을 보며 나물(풀꽁) 이름을 아는 것 보다 나물(풀꽃)을 대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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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휴선 - 쉼, 또 한 번의 쉼, 비움을 통한 채움의 역설
이현주 지음 / 소금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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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쉼, 쉼 비움을 통한 채움의 역설, 이현주가 쓴 휴휴선(休烋禪)


휴휴선 제목부터가 범상치않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없고, 어쩌면 세계에서 유일할지도 모르는 채식한방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주가 쓴 책이다. <휴휴선>을 처음 봤을 땐 범상치 않은 제목 때문에 동명이인 이현주 목사가 쓴 책인 줄 알았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고 이내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채식한방 약국, 한약사, 먹거리, 생명 등의 키워드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저자 이현주는 인천에서 채식주의 한약국,  기린한약국을 운영하고 있고 환경단체, 여성단체, 유기농단체 등의 시민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채식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지켜보면서 자본주의 문명의 반생명적 현실과 유물론적 사회운동의 대립적 상황 속에서 비폭력주의 사상에 눈뜨게 된다.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면으로부터 정화되고 각성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회진출 대신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삶을 선택한다. 자연과 교감을 통하여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영적 탐구와 모색의 과정에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모두 3부로 구성된 <휴휴선>의 ‘제 1부 행복한 아이의 알 수 없는 슬픔’과 ‘제 2부 생명의 길’은 비폭력주의에 대한 각성과 영적 탐구의 모색 과정을 기록한 살아온 이야기이다. 대학에 들어가 이른바 ‘의식화 교육과정’에 속하는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운동권과 비운동권 사이에서 고민하던 과정 그리고 비폭력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저자 이현주는 먼 길을 돌아와 도시에서 생명주의 사상을 실천하며 사는 직업으로 한약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인간과 삶에 대한 좌절감을 극복할 만한 대안을 계속 모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여 한약사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런 삶의 여정이 오늘의 그녀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마음이다


한약국을 개업하기 전에 금강경을 공부하고, 불교서적과 영적인 수행서적을 탐독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라마나 마하리쉬의 채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끔 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채식으로 뿐만 아니라 채식으로도 필요한 영양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그것이 익히 길든 음식을 원하면 그것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입니다.”(본문 중에서)

채식이던, 비채식이던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마음에 있는 일이며, 마음이 맛을 결정한다고 하는 것이다. 육식하는 사람들이 과도한 육식에 대한 비판을 참을 수 없어하는 것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 이현주는 푸드낫밤과 프리건 같은 비폭력운동 단체들의 활동에 대하여 알게 되면서 영적인 성장을 위한 채식을 넘어서는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채식을 한다는 것이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행위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 운동이 될 수 있으며, 이미 그런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본문 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에 가까이 다가온 영적인 수행의 길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채식을 시작하지만, 차츰 그 관심의 영역을 환경문제와 지구적 평화문제로 넓혀가게 된다. <휴휴선> 제 2부는 이런 그녀의 변화과정을 자세히 고백하는 내용이다. 또한 한약국을 통해서 만나는 환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생명의 문제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쌓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제 3부 채식이야기’는 좀 더 본격적인 채식운동가로 나서게 되는 과정과 채식을 통해 지구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채식은 먹는 대상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채식주의는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문제이다.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고통을 전제로 하는 먹거리, 입을거리와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생태적이지 않은 문화에 대한 선택적인 거부행위이자 생명에 대한 감수성의 문제이다.”(본문 중에서)

저자 이현주에게 있어서 채식은 단순히 어떤 먹거리를 먹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삶의 전반을 결정하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변화하였다는 이야기다.

채식주의는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지속가능한 대안적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채식주의 한약국을 설립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이었다는 것.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명을 지키는 에너지를 담은 한약을 처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채식주의 한약국을 운영하게 되는 과정을 고백하고 있다.

채식주의 한약국 설립의 과정에서 ‘녹용 없는 보약은 가능한가?’와 같은 좀 더 전문적인 고민은 물론, 일반 환자들의 관심 영역인 유기농 약재와 수입 한약재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되어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한약국

아울러, 영적 수행과 채식에 대한 관심은 한약사인 그녀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자연의학과 이어준다.


“환경과 건강을 살리는 먹거리 강좌의 강사로 때로는 난감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유기농 조합에 가입하라고 강의를 하면서 한약재는 유기농을 사용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고민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을 때 내가 만나게 된 새로운 분야가 자연의학이었다.”(본문 중에서)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연의학은 완전한 채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채식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를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식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요법을 통해서 병의 근원이 되는 여러 가지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자연요법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기본적으로 몸 안에 독소가 쌓이지 않는 건강한 식사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비우는 것은 자연의학의 첫 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쉼, 또 한 번의 쉼, 비움을 통한 채움의 역설’이라고 붙어 있는 이 책의 부제와 가장 잇닿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적인 수행을 위해 시작한 채식을 통해 지구와 생태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채식주의자가 된 저자는 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채식강의를 통계 좀 더 적극적인 실천 활동을 모색한다.

가족들의 변화와 자신의 채식 강의를 들은 주변사람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면서 먼 길도 마다않고 강의에 나서고 신문에 칼럼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간다.

<휴휴선>에는 저자 이현주가 채식 강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려던, 육식의 문제점 특히 동물성 단백질의 문제점과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과 가금류의 사육환경에 대한 문제를 통계를 인용하여 고발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가축사료에 섞어 쓸 수 있도록 허가된 항생제는 모두 25가지인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종에 대해 식품 잔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는 상태이다.”(본문 중에서)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은 가축 고기에 사람이 먹어도 되는지를 구분해주는 항생제 잔류 기준 치 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기준이 없는 11종의 항생제 가운데는 임신이 잘 안되게 하거나 저체중 신생아를 낳게 할 수 있는 위험물질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약사의 눈으로 본 육식의 폐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육류에는 영국보다 6배, 미국보다 3배나 많은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소를 사육하는 미국이나 광우병이 휩쓸고 간 나라 영국보다 더 많은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수입 고기보다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국내산 육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휴휴선> 제 3부에는 육식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폐해는 물론이고 정제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인한 저혈당문제, 비만을 일으키는 중성지방과 트랜스지방, 그리고 단백질 과잉과 미네랄이 부족한 식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세한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제 4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은 지구환경과 먹거리문화의 연관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살찐 미국고양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굶주리고 있는 코스타리카 어린이가 어떤 관계망 속에 있는지와 같은 생명의 그물망을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소비하는 물의 절반 정도가 소와 그 외의 가축사육에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식용가축배설물 양은 전미국인 배설물의 20배에 해당되는데, 이것은 전인구가 수질오염에 기여한 것의 10배 이상에 해당되는 양이다.”(본문 중에서)

“육식은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먹거리이다. 2.5에이커의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식품 종류와 인간 에너지 충족비를 비교해보면 소를 기를 경우에 단 1명의 에너지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양배추를 경작할 경우에는 23명의 에너지를 쌀의 경우에는 19명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공장식 축산을 그만두고 동물 사료로 소비되는 물과 전력, 그리고 동물을 살찌우는 사료를 사람들과 나눌 수만 있다면 전 세계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급격한 기후변화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약사인 저자는 광우병의 원인과 위험, 최근 멕시코에서 발병하여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 문제 그리고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에 대해서도 고발하고 있다.

생명운동 하는 채식주의자의 라이프스타일

<휴휴선>의 말미에는 ‘채식주의자’자로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이현주가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생활방식이다.


▲ 드라이크리닝을 하지 않는 알뜰하고 평화로운 옷 입기
▲ 밍크코트를 비롯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옷 입지 않기
▲ 친환경 저탄소제품 이용하기
▲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재활용 매장 이용하기
▲ 희귀 동물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 이용 않기
▲ 중금속과 화학제품으로 색과 향을 만든 화장품 멀리하기
▲ 조식폐지와 현미식사 실천하기
▲ 물 넉넉하게 그리고 제대로 마시기
▲ 외식대신 비싼(?) 유기농 채식식단으로 지출 줄이기
▲ 건강을 위한 짧은 단식
▲ 건강한 식사를 위한 재료준비하기
▲ 모기향 없이 여름나기
▲ 이사비용 줄이기
▲ 가정에서 냉난방 에너지 줄이기
▲ 생태적 감수성과 영적감수성 키우기




이 중에서도 건강한 식사를 위한 재료 준비하기에 나오는 세부적인 지침은 독자들에게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다. 그녀는 첫째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육식을 줄이기, 둘째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먹기, 셋째 제철음식,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먹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잘 분해되는 음식을 먹으라고 충고 한다.



 -  이현주가 권하는 건강식사법
①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육식을 줄이기
②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먹기
③ 제철음식,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먹기
④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잘 분해되는 음식 먹기




한약사로서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원리를 통해 우리 음식문화의 특징과 좋은 먹거리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체질을 고려한 음식 궁합 등을 알려준다. 각 장기의 기능저하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먹거리에 관하여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체질에 맞는 잡곡, 체질에 맞는 음식과 약초를 소개해 준다.

<휴휴선>을 쓴 이현주는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지구를 구하길 바란다고 하는 사티쉬 쿠마르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은 파멸과 우울함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두려움이 가지는 힘에서 사랑의 힘으로 이동해야 한다.”(사티쉬 쿠마르 글 중에서)

생태적인 삶의 방식, 내면으로부터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으로의 전환과 실천을 꿈꾸는 독자들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로부터 일어나는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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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누구의 것인가 - 물 권리 전쟁과 푸른 서약
모드 발로 지음, 노태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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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보다 빠르게 물이 마르고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것이 물인데, 물이 석유보다 빠르게 마르고 있다는 말이 쉬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구상에 물은 그대로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은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물이 사라지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물 순환에 관한 기초 지식을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웠다. 지구상에는 한정된 물이 존재하고 우주선에 실어 지구 밖으로 실어 내지 않는 한 물은 대기의 순환과정을 통해 영구적으로 되돌아온다고 말이다.

지구상에는 연간 약 4000억 리터 물이 물->수증기->구름->비의 형태로 순환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상의 물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청정한 물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지표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제 3세계에서 발생되는 오폐수의 90%는 처리과정 없이 하천과 강, 바다로 유출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강 80%는 수중 생물이 살 수 없을 만큼 오염되었고, 주요 도시 지하수의 90%가 오염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 인구의 25%만이 청정한 음용수를 이용하고, 자카르타 우물의 90%, 방글라데시 지하수의 65%, 인도의 강과 호수 중 75%가 오염되어 먹는 물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경우 내륙 지표수의 75%, 이용가능한 지하수의 30%가 고도로 오염되었으며, 비도시거주자의 60%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사정이 조금 낫기는 하지만 지표수의 20%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미국 강과 하천의 40%는 음용수로 위험을 지니고 있고, 전체 호수의 46%는 독성물질로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사정 역시 아시아 나라를 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아프리카는 여러 대륙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지구상에서 오염된 물 때문에 위협 받는 25개 나라 중 19개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인구의 1/3이상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15년 내에 전체 인구의 절반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8초마다 한 명이 더러운 물을 먹고 죽는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물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다. 인도에서만 매년 오염된 물로 인해 사망하는 5세 이하 어린이가 210만 명에 이르고,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소 120만 명이 비소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는 지구상 모든 질병 및 질환의 80%가 오염된 물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설사병으로 사망한 아동의 수는 제 2차 대전이후 총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많으며 매 8초마다 아동 한 명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 사망한다." (본문 중에서)

이미, 세계 인구의 2/5는 수인성 전염병이 유발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고, 전 세계 병상의 절반은 수인성 질환 환자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물 빈민, 물 난민을 아는가? 아직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역시 낯선 일인가? 인도 뭄바이의 화장실 1개당 인구수는 무려 5440명이라고 한다. 유엔은 앞으로 겨우 20년 후인 2030년경에 제 3세계 거대도시 중심부의 인구 중 절반이 이와 같이 위생시설 및 용수공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물 빈민'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에서는 매일 수백 명의 멕시코인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농사 지을 땅이 말라버려 멕시코의 시골을 떠날 수밖에 없는 '물 난민'들이라고 한다. <물은 누구의 것인가>를 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모드 발로는 지금은 작은 농촌마을이 버려지고 있지만, 대도시 전체가 물 부족으로 버려지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 빈민, 물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물 빈민과 물 난민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제 3세계 국가들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먼 나라 이야기도, 먼 미래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세계 최대의 담수호인 슈피리어 호는 최근 80년 동안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7년 최저에 이르렀으며, 해안선은 15미터 이상 뒤로 물러났다." (본문 중에서)

"캘리포니아 주에 남아 있는 담수의 양은 향후 20년 정도면 바닥날 수준이며, 뉴멕시코 주의 경우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남아있을 뿐이다. 애리조나 주의 담수자원은 이미 고갈되어 외부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실제로 미국환경청(EPA)은 현재의 물 사용방식을 지속한다면 향후 5년 이내에 36개 주에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 인구는 3배 증가 하였으나 물 소비는 무려 7배 증가하였다. 30억 인구가 증가할 2050년에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물만 80%가 더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인 호주는 거의 모든 주요 도시가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있으며 건조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땅속의 지하수도 마르고 있다

오늘날 지하수는 과거 조상들이 우물을 사용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옛날 우물은 순환되고 재충전되는 자원이었지만, 오늘날 지하수는 석유처럼 한 번 뽑아 쓰고 나면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과도한 관개용수로 요르단강의 물을 끌어다 쓴 결과 사해가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관개농법은 우리에게 2배에 가까운 식량을 제공해 주었지만, 3배 이상의 물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본문 중에서)

한때 농업혁명으로까지 칭송되던 관개농법은 겨우 50년도 지나지 않아 실패 사례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20만 개의 관정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를 사용하는 미국 대평원은 작물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물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한편, 석유 위기의 대응책이라고 하는 바이오 연료가 물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옥수수로부터 에탄올 1리터를 만드는데, 1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매년 180억 킬로그램의 콩 바이오연료를 브라질에서 수입하는데, 브라질 콩 재배지역의 강은 모두 말라가고 있다고 한다.

물 위기를 악화시키는 첨단 기술

아울러, 대규모 댐들은 유기물과 식물을 썩게 하여 온실효과의 주범인 메탄가스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담수어종 1/3을 멸종 또는 멸종위기에 처하게 하고, 담수와 해수가 만나서 수많은 어종이 서식하는 강 하구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댐 건설 못지않게 널리 활용되는 기술적 해결 방법은 바로 수로를 활용한 물 이동이다. 물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곳에서 배수관을 통해 먼 곳으로 이동시켜 물 부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멕시코시티, 리비아, 이스라엘, 인도, 러시아 등의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시도 되었거나 지금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 아랄해, 여섯 번째로 큰 호수 차드호 그리고 이스라엘의 사해가 말라가는 것은 대규모 관로를 이용한 물이동이 물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가 되고 있다.

물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국적 물기업들이 도입한 첨단 과학기술의 절정은 바로 '해수담수화'이다. 이미 세계 155개 나라에서 1만2300개의 시설을 설치하여 하루 470억 리터의 물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2000개 정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고 세계 해수 담수화 물의 1/4이 생산된다고 한다.

"지구 표면의 약 70%는 물이 차지하고 있고, 지구상에는 13.9억㎦ 의 많은 물이 있고 그 중 3% 정도가 육지의 물이고 97%는 바닷물이다. 육지의 물 중 대부분은 빙산과 빙하로 되어 있어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지구 전체 물의 양의 0.03%밖에 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로 지구 전체 물의 97%를 차지하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기술이고, 다국적 물기업들은 해수담수화가 물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고 한다. <물은 누구의 것인가>를 쓴 모드 발로는 해수담수화의 가진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

①해수담수화 시설은 에너지 고비용 기술로 막대한 온실 가스를 방출하여 물 부족을 더 악화시킨다.

②담수화 시설은 생산과정에 사용된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농축된 독성화합물을 배출한다. 물 1리터마다 독성물질 1리터가 바다에 버려진다.

③해수를 취수하는 과정에서 프랑크톤, 생물의 알, 유생, 물고기와 수서식물을 죽인다.

④담수시설로 들어간 물은 역삼투 과정에 의해서는 여과되지 않은 유해물질을 포함한다.

실제로 제 3세계 나라들은 폐수의 90%를 처리 없이 방류하고 있고, 담수화 시설은 그 자체로 오염물질을 끊임없이 바다로 내 보낸 후 그 물을 다시 취수하여 염분을 제거하여 공급하는 위험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환경에 대한 엄청난 영향과 비용을 고려할 때 해수담수화는 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패를 자인하게 만드는 기술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물 부족을 틈타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물기업

물기업, 특히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그들의 실패와 대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1990년 세계 인구 중 약 5000만 명의 사람들이 민간 물 공급자로부터 물을 사 먹었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10%인 약 6억 명이 거대 물기업으로부터 물을 사먹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여전히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15억 인구를 제외한 40억 인구의 약 15%에 해당되며, 앞으로 10년 내에 기업으로부터 물을 사먹는 숫자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예측이라고 한다.

모드 발로가 쓴 <물은 누구의 것인가>는 다국적 물기업들이 어떻게 수돗물 공급을 민(사)영화 시켰는지, 세계은행이 어떻게 제 3세계에 민영화 방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하였는지, UN, WTO 같은 국제기구,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와 여러 연구기관들이 민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물 민영화가 처음부터 세계 최강의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계획하고 실행하였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물포럼과 지속가능정상회의가 어떻게 물 민영화를 위한 꼭두각시 노릇을 하였는지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수천 명의 직원이 해고당했으며 물 가격이 급속히 치솟아서 민영화를 시작한 첫 10년 동안 세전 이익이 147%나 증가하였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수도세를 내지 못하여 공급이 끊겼으며 이러한 현상은 1997년에 총리로 선출된 토니 블레어가 그런 행위를 금지시킬 때까지 계속되었다." (본문 중에서)

모드 발로는 부정부패, 치솟는 물 가격, 물 공급 중단사례, 수질 악화, 족벌주의, 오명, 직원 해고 같은 일들은 모두 수도민영화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무리 정직하게 운영하더라도 물의 보전과 수자원 근원지 보존"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창출이지 모든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수도물 민영화는 빈곤층에 물을 공급하는 데 실패했고, 인간의 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민주주의의 원칙을 희생시키고, 지역민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채, 외국의 수자원 통제와 독점을 야기"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수에즈와 베올리아, 네슬레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담수사업, 병입수 사업, 수돗물 민영화를 통해 제 3세계를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거대기업들이 물을 독점하기 위하여 카르텔을 형성하고 투기를 일삼는 현장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거대 다국적 물 기업에 맞서는 시민들의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국적 물 사냥꾼에 대항하는 싸움의 승전보를 전하고 있으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은 물의 미래를 위한 푸른 서약은 물이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권리임을 분명히 할 뿐만 아니라 물의 소유가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한 창일 때, 정부는 한 차례 수돗물 민(사)영화를 추진하다가 주춤한 상태이다. 세계 물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물 기업 '베올리아'와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 같은 회사들이 한국 수돗물 시장을 노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드 발로는 <물은 누구의 것인가>를 통해 수돗물 민영화와 병입수를 포함한 물의 사유화가 가져올 처참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혜안을 열어주는 탁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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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아니다
헬렌 칼디코트 지음, 이영수 옮김 / 양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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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는 원자력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값싼 청정연료'라고 홍보하고 있는 원자력산업계의 홍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다. 지은이 헬렌 칼디코트는 호주 출신의 의사로서 핵에너지, 핵무기, 원자력에 반대하는 세계적인 반핵운동가이다.


미국에서 '핵폐기를 위한 여성행동'을 창립하여 핵에너지에 지원되는 정부예산을 사회적으로 더욱 필요한 곳에 쓰자는 운동을 펼쳤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회, 핵정책연구소 등에서 대표로 활동해오고 있다.

그녀가 쓴 책은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결코 값싼 청정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으로 인하여 파생되는 플루토늄과 핵무기 확산의 위험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헬렌 칼디코트는 미국 사례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오늘날 지구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세계시민사회의 존망을 결정할 만큼 결정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 헬렌은 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원자력 발전의 위험과 경제성 논리의 허구성에 대하여 폭로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4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20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관심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원자력은 원자력산업이 주장하는 것처럼 환경친화적이거나 청정하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화석연료의 막대한 양이 원자로 운영에 필요한 우라늄을 채굴하고 정련하는데 사용되며, 육중한 콘크리트 원자로 건물을 건설하고 핵반응과정에 의해 생성되는 유해 방사성 폐기물을 운송하고 저장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란 주장은 터무니없는 '홍보'

원자력 발전은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필요로 한다. 이때,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가 대기중에 방출될 뿐만 아니라 우라늄을 농축하는 동안 지금은 금지된 프레온가스도 상당량 방출된다. 프레온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1만~2만 배 더 치명적인 온실가스이며 오존층 파괴물질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은 기존의 화력발전에 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70~80년 사이에 농도가 높은 우라늄 광석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농도가 낮은 광맥에서 우라늄을 추출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헬렌은 "한정된 부존자원인 우라늄을 채굴하고 농축하는 데,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므로 10~20년 내에 원자력에너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는 기존의 화력 발전 및 수력발전소와 동일한 양의 온실가스와 공기오염물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헬렌 칼디코트는 원자력 발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것에 대하여도 터무니없는 홍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원자력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의회가 2005년 에너지 법안에서 130억 달러를 원자력산업을 소생시키기 위한 비용으로 지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년 원자력 산업을 소생시키기 위하여 10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원자력산업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지탱할 수 없는 사업이며,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은 아무도 원자력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대표적인 잘못된 예측사례는 시브룩 원자로 사례이다.

"뉴햄프셔의 시브룩 원자로는 1976년 8억 5000만 달러의 비용으로 6년 안에 완성되도록 계획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70억 달러를 쏟아 부었고 1990년 완성될 때까지 14년이 걸림으로서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혔다." - 본문 중에서

실제로 원자력발전소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건설비용의 초과와 연기, 혹은 취소, 기준미달의 가동성능, 방사성폐기물 영구저장소 결정의 어려움 등으로 납세자들의 세금을 탕진하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양상 경제적 합리주의와 '자유시장' 원리를 고집하는 선진국들이, 시작부터 막대한 정부보조금 없이 유지될 수 없는 원자력에 대해 납득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지적이다.

원자력발전, 정부 지원 없이 유지할 수 없는 사업

원자력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채굴 가능한 우라늄의 세계적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기인한다. 만약 전 세계의 전기생산이 핵에너지로 대체된다면,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9년도 못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도가 높은 우라늄을 모두 채굴하고 나서 농도가 더 낮은 우라늄 광석을 사용하게 되면,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것보다 우라늄 농축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오늘날 원자력발전소는 테러나 무장공격 등의 명백한 목표물로서도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행기, 폭탄테러, 무장공격 등 다양한 테러의 목표물이 되었을 경우, 일어나는 원자로 용해는 인구 밀집 지역의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며칠 또는 몇 년에 걸려 방사선 질환이나 암, 백혈병, 선청성 기형 또는 유전적 질환으로 고통스럽게 죽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은 여전히 9·11테러 이전과 같은 해이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운전수명을 다한 원자로를 해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미지수다. 운전수명을 다해 실제로 완전히 해체된 원자력 발전소가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폐로와 해체에 대한 에너지 비용의 유용한 근거자료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된 거대한 건물은 해체가 시작될 실제 과정 이전에 10년에서 100년 동안 위험이나 외부침입에 대해 경비를 강화해 보호해야만 한다. 충분한 시간 동안 방사성 붕괴가 된 후에 원자로는 원격조정 등에 의해 작은 조각들로 분해 되어야 한다. 방사능이 남아 있는 조각들은 용기에 포장해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최종 처리를 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가진 또 다른 위험은, 발전소가 기본적으로 원자폭탄 제조공장이기 때문이다

"1000메가와트의 원자로는 1년에 500파운드의 플루토늄을 생산한다. 하나의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는 10파운드의 플로토늄이 필요할 뿐이다. 원자로급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원자폭탄 한 개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황폐화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원자력발전소를 확보한 임의의 비핵무기 국가는 원자폭탄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선진국이 원자력기술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저런 조약을 동원하여 비핵화, 핵동결을 결의한다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폭탄 제조공장이다

지난 1972년 미국원자력위원회는 2000년까지 사용한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재처리공장과 증식로뿐만 아니라 100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렇지만, 2000년까지 103기의 원자로만이 건설되었고, 증식로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소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지 65년이 넘었지만 원자력산업계는 아직도 치명적인 방사성 폐기물의 막대한 양에 대하여 책임을 진적이 없으며, 발전소가 가동되는 만큼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면 여러 가지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이 폐기물은 핵무기를 위한 플루토늄의 생산과 원자로들로부터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로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개 사용 후의 핵연료 집합체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장수명 방사선의 양보다 10배나 더 많은 방사선을 함유한다. 미국은 현재 유카산에 저장소를 건설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집합체 14만 개를 수용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소의 지질학적 요구조건은 적어도 50만 년 동안 폐기물의 누출과 침출이 없어야 한다. 물론 지진이나 화산활동,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장소이기도 해야 한다.

또 운반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론적으로 미국의 여러 곳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 7만미터톤을 고속도로와 철도를 이용, 유카산 저장소로 모두 운반하는 데는 자그마치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사용 후 핵연료 수송용기인 캐니스터는 여러 가지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자력발전소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어느 곳에서도 안전하게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 할 수 있는 방법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원자력은 오늘 날 우리의 조명을 밝혀줌으로써 내일의 후손들에게 방사능이라는 유물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셈이다."

헬렌 칼디코트가 쓴 <원자력은 아니다>에는 이 글에 소개하지 못한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이 발달하는 것은 안전보다는 건설비용을 줄이는데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기술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제4세대 원자로에 대한 경고와 같은 내용이다.

또 핵무기와 관련하여, 이란이나 북한에 대한 정책과 이스라엘, 파키스탄이나 인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다르게 집행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에 대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폭넓게 소개하고 하고 있다.

헬렌 칼디코트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원자력 발전에 집착하는 여러 정부들이 원자력발전을 지원하는 보조금만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면, 인류는 가까운 장래에 원자력 발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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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아이들 (반양장)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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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대부분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하여 상식이하로 둔감합니다. 우리들뿐만 아니라 20년 전, 옛 소련의 우크라이나 지역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인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라고 믿었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 사고를 일으킨 날 입니다.

1945년 8월 6일은 처음으로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핵무기가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일본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그 위험을 알린 날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40년쯤 지난 1986년에 체르노빌에서는 히로시마 원폭 20배에 해당하체는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무려 13만 명이 강제 이주를 하였고 체르노빌 시가지는 죽음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1차 폭발이 일어난 후에도 창고에는 192톤의 핵연료가 저장된 체로 남아 있었으며 이 어마어마한 핵연료는 철재로 임시 봉합된 채 20여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만약 2차 폭발이 일어난다면 유럽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예산도 없고 기술도 없어 유럽 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러시아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수와 영구 장애인, 신생아 장애인과 재산 피해액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래 죽음 보면서 죽음 기다리던 체르노빌의 어린이들

히로세 다카시가 쓴 <체르노빌의 아이들>은 바로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30분부터 17일째가 되는 5월 13일까지 세로프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소설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세로프가족은 원자력 발전소에 간부로 근무하는 안드레이와 아내 타냐, 그리고 아들 이반과 딸 이네사인데, 작가인 히로세 다카시는 마치 이들의 일기장을 들춰보듯이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쓴 듯 합니다.

이반과 이네사의 아버지인 안드레이는 기술간부로서 체르노빌 사고 직후 결사대의 일원으로 뽑혀 발전소 뒤처리 작업 중에 사망해 '영웅' 칭호를 받습니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발전소로 돌아가는 안드레이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고서도 사고 수습을 위해 목숨을 걸고 떠나게 됩니다.

한편, 사고를 축소 은폐하기에만 급급한 당국에 의하여 아무런 보호조치도 받지 못한 채 그의 아들 이반과 딸 이네사는 격리 수용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 타냐에게도 사방으로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옥죄어 다가옵니다.

핵폭발로 시력을 잃고 핵방사능에 오염된 아이들은 옆 침대의 또래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발전소가 폭발하던 모습과 동물들과 사람들에게 일어난 무서운 장면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실상, 의사나 간호사보다 아이들의 공포심이 백배는 더 컸다. 이 병원으로 오기 전에 어떤 아이는 동물의 시체를 밟았고, 어떤 아이는 눈앞에서 부모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농민들이 강제로 피난하는 모습도 보았고, 검문소에서는 잔인하게도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했다. 한꺼번에 이런 끔찍한 일들을 겪게 된 아이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감옥 같은 병원 안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아이들 주검은 더욱 참혹합니다.

"그녀가 내민 팔에는 이네사보다 어린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안겨 있었다. 드문 드문 남아 있는 머리카락, 얼굴 전체에 뒤덮여 부풀어 오른 검붉은 반점 무늬들이 그 아이의 고통스러운 최루를 말해주고 있었다. 목덜미에서부터 가슴까지 제 손으로 쥐어뜯은 손톱자국이 무수하게 남아 있었다."(본문 중에서)

시인 이상희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이야기를 읽고, 알게 된 것이 후회스럽다. 이것이 그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진저리치게 만들어 보려고 어느 예민한 영혼이 상상해서 빚어낸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햇빛·공기·물·바람 모두 오염... 죽음의 땅이 된 체르노빌

그러나 정말 이것뿐이었을까요? 실제로 체르노빌에서는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작가인 히로세 다카시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더 큰 피해와 공포로 가득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100㎞가 떨어진 키예프시에 사는 사람들은 큰 사고가 아니다, 안전하다는 당국 발표를 믿었지만, 사고 후 보름이 지나고 나자 당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키예프로 흘러 들어오는 드네프르 강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었으며, 매일 머리를 감고, 건물의 먼지를 털어내고, 세척하고, 도로에는 물을 뿌리는 등 필사적으로 거리를 씻어냈습니다. 여자와 아이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안 되고 일광욕을 할 수도 없다는 경고가 이어집니다.

체르노빌 발전소의 폭발이후 결국 햇빛, 공기, 물, 바람 중에서 어느 것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땅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출에서 돌아오면 신발 바닥을 닦고, 코를 풀고, 온몸의 먼지를 털어내고 나서 집으로 들어가는 '법'이 생겼지만,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방법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체르노빌에서 폭발이 일어나던 날, 핵구름은 기세 좋게 성층권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천장에 부딪힌 수증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며, 핵구름은 성층권을 둘러싼 하나의 막을 형성하였으며, 지구는 이미 '죽음의 재'로 완전히 포위당하였습니다.

"전세계 곳곳에 방목된 소들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으면서 이 입자를 몸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핵구름은 우뚝 솟은 이 산 저 산에 부딪히며 산간지대에 많은 비를 뿌렸다. 그 빗방울은 죽음의 재로 뒤덮인 나무들을 씻기고 다시 땅으로 스며들었다… 물은 논과 밭을 적셔주었고 봄을 맞이한 농토는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처음 지구의 상공을 둘러싸고 떠돌던 괴물들의 그물망이 이제는 지구를 옴짝달싹 못하게 죄고 있는 것이다......인간이 입에 넣고자 하는 모든 것들에 이 괴물이 침투해 있었다."(본문 중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희생자는 이반과 이네사 그리고 프리프야트의 아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의 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그 위험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방사능 낙진의 위험성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인간의 상상력이 도저히 밀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된 생물이라면, 마땅히 신이 창조한 세계의 현상에 대해서 자연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고는 신이 창조한 세계의 현상이 아니었다. 바로 가장 신비한 신의 창조물인 원자를 파괴하는, 즉 신이 창조한 세계를 파괴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원자력 발전소가 꼭 있어야 한다고요?

신이 창조한 세계를 파괴하는 방사능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어른들은 지금부터 30년쯤 전,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이반 또래였을 무렵 민방공훈련이 있던 날이면 낡은 교실 책상 아래로 들어가서 눈을 가리고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원자폭탄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도록 가르쳤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사고 가능성에 대하여 작가는 이런 위험한 예측으로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에 건설될 원자력 발전소는 수천 기로, 1기당 사고의 위험성은 2만년에 한 번이라고 나와 있다. 얼핏 읽어보면 2만년에 한 번이 극히 적은 것 같지만, 만약 2천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고 계산한다면 10년에 한 번 사고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작가의 말 중에서)

원자력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믿고 선전하는 어른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책일 듯 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바람처럼 원자력발전소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속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인류의 희망과 미래를 위하여 그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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