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 가시라기 히로키는 대학 재학 중 난치병을 선고받고 13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절망의 시간을 독서를 통해 견뎌냈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소개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부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2부는 절망했을 때 곁에 다가와주는 이야기들을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책에 대한 추천사는 신동욱이라는 배우겸 [씁니다, 우주 일지]의 작가가 썼다. 신동욱이 누구지? 누군지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예전에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에 나왔다는 글이 있었다. 그리고 그내용에 대해 누군가가 상세하게 올려놓았는데 그도 역시 기나긴 아픔이라는 터널을 통과했다는 것. 말하는대로에서 이야기하는 도중 추위에 취약한 그의 고통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고 그는 그 고통을 꾸욱 참아내며 끝까지 진행을 했다고 한다. 칼로 베이는 고통이라니 얼마나 아플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런 그이이기에 이 책을 더욱 공감했다고 한다.


 제일 첫번째에 나오는 이야기는 소설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글이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 자네 말처럼 행복해지기 위해서? 맙소사, 책이 없어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네. 들어보게,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고통스러운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한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이들로부터 떨어져 숲으로 추방된 것처럼, 자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라네. 책이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해. -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내는 편지 (27쪽)


책이란 우리 안의 바다를 부수는 도끼라는 말이 아주 매혹적이며 공감된다.


 트위터에서 고전이라 불리는 명작은 왜 베드 엔딩이 많은 거냐고 불평하는 글을 봤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사람에게 가장 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바로 절망했을 때가 아니겠느냐고 그래서 고전으로 살아남은 책 가운데 절망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절망의 이야기속에서 구원과 해답을 찾게 된다는 것, 맞는 말이네. 길을 잃었을때 인생의 나침반 노릇을 해주는 것은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일이다. 고전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카프카의 어린소녀를 만나 그 소녀에게 편지를 한동안 써주었다는 에피소드는 신선하다. 자신에게 소중한 인형을 잃어버린 한 소녀를 공원에서 만나게 되고 그 소녀에게 인형은 잠깐 여행을 떠났을 뿐이라며 인형이 여행지에서 보내는 편지 형태의 글을 매일 써서 보냈다는 것. 정말일까? 대작가의 행보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그런 이야기다. 3주동안이나 이야기를 만들어 편지를 보냈고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도 상당힌 고민했다고 한다. 인형은 성장했고 여러 사람들과 만났으며 마침내 머나먼 나라에서 행복하게 결혼을 했다는 결말로 소녀는 그제서야 인형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절친 막스 브로트라는 작가는 이와는 달리 다른 인형을 전해주며 여행을 하다보니 모습이 좀 바뀌었다고 했다. 저자는 첫번째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고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역시 참 괜찮을 결말이며 아이에게나 카프카에게나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 미루어 짐작된다.


  상실로 인해 혼란해진 인생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야기의 힘이며 카프카가 소녀를 위해 편지를 쓰며 애쓴 이유일 것입니다.

........... 45쪽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짐으로 다가오는 문제들을 풀어내는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을 편안하게 비울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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