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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보푸리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2년 10월에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에서 북극곰 출판사는 [고슴도치의 알]이라는 이 책의 작가 다카하시 노조미의 작품을 출간했다. 나역시 얼마전에 이 책을 보고 참 따뜻하고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접했는데 마침 이 책도 그 고슴도치의 알을 쓰고 그린 작가란다. 그리고 2013년 3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북극곰 부스를 찾은 한 일본 신인작가. 북극곰은 작가를 만나지 않고 프랑스 리라벨 출판사와는 고스도치의 알을 계약했고 책으로 나왔던 모양이다. 마침 부스에 찾아온 작가가 이 책의 작가였고 북극곰은 작가가 가져온 이 책의 가제본을 보여주려고 방문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만남 가운데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노란 스웨터를 입고 있는 소녀가 있고 그 소녀는 이 스웨터를 무척 좋아한다. 난 딱히 왜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 책의 설명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새옷을 더럽히면 엄마에게 혼나지만 이 노란 스웨터는 헌 옷이라 더럽혀도 야단을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털실로 짠 옷인지라 마무리인 실 보푸리가 약간 나와 있었고 아이는 항상 그 보푸리를 만지며 좋아한다. 자기 친구라고 생각하며 항상 같이 다니고 친구라고 말할정도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무엇인가 손으로 만질만한 것을 좋아한다. 딸아이는 어릴때 머리에 베고 자는 베개의 테두리에 있는 레이스를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잘때마다 손가락을 정말 열심히 빨던 아이는 한 쪽 엄지손가락은 입속에 쏙넣고 또 한 손으로는 베개나 이불 끝을 열심히 만지곤 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자주 만지던 베개나 이불 끝부분이 너덜너덜할 정도였다.
아들아이 역시 손가락을 빨려고 해 겨우 버릇을 잡아주었는데 역시나 무언가를 만지길 좋아했다. 주로 엄마인 내 옷이라든가 자신의 목 주위에 있는 부분을 꼬깃꼬깃 만져서 그곳이 때에 쩔 정도였다. 마치 찰리 브라운이라는 만화속에 나오는 아이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속 아이 역시 그런 상태인듯하다.
아이는 그렇게 좋아하는 보푸리가 달린 옷을 입고 심부름을 가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보푸리가 어딘가에 걸려버리게 되고 그 걸린 부분을 시작으로 실은 서서히 풀린다. 아이가 입은 옷은 한줄 한줄 떠지는 것과 달리 한줄 한줄 풀려버린다. 그렇게 심부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의 상태는?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책읽기가 되겠지만 나에게도 우리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그렇게 꼬깃꼬깃 천조가리를 만지던 아이들이 지금은 쑤욱 커서 내가 정말 그랬어? 라고 말할정도로 커버렸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