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초등학교에서 작은거인 37
오카다 준 지음, 양선하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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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동안 어린벚잎 초등학교에서 야간 경비 일을 하게 되었다. 이 학교의 야간 경비원이 잠시 일을 쉬게 되었는데, 그 일을 대신 맡아 주지 않겠느냐고 부탁을 받은 것이다. 마침 나도 새로운 일을 찾아보려던 참이라 기꺼이 하기로 했다.

"하겠습니다."

대답을 해 놓고도 요즘 세상에 야간 경비원이 있는 학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경비원이 학교에서 자는 경우가 없다고 들었다. (6쪽)

학교에서 야간 경비일을 하던 첫 날 밤에 운동장을 걷다보니 왠지 운동장 넓이가 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서 보니 웬 거인이 앉아있었다. 운동장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있는데도 머리가 사 층 높이로 학교 건물의 옥상 언저리까지 닿아있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었다. 허름한 양복 차림에 판다처럼 다리를 쭉 뻗고 양손은 무뤂 위에 올려놓았다.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하고 있는데 넋이 나간듯 가만히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왠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초등학교 운동장만큼 달을 보기에 좋은 곳은 없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무섭기보다는 이 학교의 야간 경비 일이 좋아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흐레가 지난후에는 학교옆 산으로 올라가는 가운데뜰에서 또 다른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가운데뜰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무가 우거져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 나무들 사이에서 이번엔 중학교 교복 차림의 소년 두 명이 플루트와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멋진 솜씨로 연주 한 후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숲 속으로 돌아갔다. 마치 이웃 중학교의 기악부 아이들이 연습하러 온것만 같았다. 하지만 밤 열시에? 아마도 숲 속 어딘가에서 온것이 아닌가 싶었다.

또 몇 일이 지난 후에는 옥상문이 잠겨있는데 어떻게 올라간건지 발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물 속에 던져서 물고리를 잡는 그물인 좽이그물로 무수히 떠 있는 별을 잡으려는듯 던지고 있었다.

삼 층에서 사 층으로 가는 층계참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봄에는 보기 드문 멋진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발길을 멈추고 서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밤하늘이 온통 별들로 아름답게 수 놓아져 있었다.

사 층까지 올라갔을 때 옥상 문 근처에서 탁, 탁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옥상 문 앞까지 올라가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자물쇠를 확인해 보았다. 굳게 잠겨 있었다. (22쪽)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듯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에 대해 그닥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하는 모습이 따뜻하고 감성적이었다. 저녁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모두 돌아가고 난 후의 풍경은 어떨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들어준다. 어른들이 일하고 모드 돌아간 회사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싶은 생각도 든다.

스프를 만들어주고 말도 하는 토끼,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나타났던 왠 할아버지등등 상상속에서나 펼쳐질법한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야기도 절제된 그림도 아주 마음에 든다. 무더운 여름저녁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을 알았던지 수영장속에 잠겨있는 작은 수박만한 금색 공, 점점 아이로 변해가는 사람등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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