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폴로와 쥐 한림 고학년문고 28
마갈리 에르베르 지음, 곽노경 옮김, 오정택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쥐는 몸집이 크고 포동포동했다. 새까만 털에 날카로운 이빨, 거기다 위협적인 발톱이 유난히 돋보였다. 덩치는 고양이만 했지만, 고양이보다 훨씬 더 사나워 보였다.

쥐는 두려움을 몰랐다. 발길 닿는 곳 어디나 제집 드나들듯 헤집고 다녔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다리란 다리는 죄다 건너다녔고, 도랑도 수시로 넘나들었다.

쥐는 거만하고 고집 센 외톨이였다. 무리들 사이에서는 '대왕'으로 통했다. 적들을 이빨로 물어뜯고 발톱으로 마구 할퀴어 피가 흥건할 만큼 초주검을 만들고 세력을 잡자 붙은 별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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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향한 강한 추지로 고양이든 쥐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늘 죽기 살기로 맞붙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나 증오가 아닌, 허기 때문이었다. 채워지지 않는 끔찍하고 엄청난 허기가 스스로 추스를 힘조차 없던 쥐를 따스한 보금자리에서 나오게 했다. (6쪽)

정말로 힘이 세고 모두들 두려움에 떨게 하는 싸움이 시작되면 절대 지지 않는 커다란 대왕으로 불리는 쥐. 그리고 한 사람.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걸인과의 만남. 처음부터 둘이 만난건 아니다. 거리의 왕처럼 살아가는 쥐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람들이 지나가는군. 언제나 내 앞으로 지나다니지. 이런 빌어먹을! 그냥 왔다 갔다만 한다니까.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이야. 저것 봐, 한 번도 안 보잖아. 눈길 한 번 안 준다고. 하지만 나는 모두 다 봐. 아주 유심히 쳐다본다고. 사람들은 내가 못 본다고 생각할 테지. 바닥에 앉아 있어 내 시선은 사람들 발목으로 쏠리니까. 하지만 나는 샅샅이 보고 있어. 위아래 할 것 없이 전부 다! (9쪽)

교회에서 보던 걸인들이 생각난다. 그중 한 걸인은 항상 지하보도에 앉아있다. 추운 겨울에도 그곳에 바람이 쌩쌩부는 곳에 앉아있었다. 그 사람을 보며 겉모습은 멀쩡해보이는데 왜 저러고 있지? 답답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사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은 왜 매주 그곳에 앉아있는걸까? 차가운 바닥에 죄지은 사람처럼 웃옷을 뒤집어 쓰고.

그런 사람중 이런 사람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슈퍼에 가는 모습에서는 독일 여행갔을때가 떠올랐다. 독일의 무슨 역이었더라? 그곳에는 걸인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걸인들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서울역에도 걸인들이 많구나. 영등포역에도 그렇고. 독일에서 슈퍼에 물을 사러 들른적이 있다. 걸인들이 물건을 사는 풍경은 자주 못 보던 풍경이었는데 그곳에서 우리 앞으로 두 세명의 걸인이 무언가를 사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아니 신기하다기보다는 좀 무서웠다. 그리고 더럽고 가까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걸인은 무엇때문인지 계산하는 직원에게 계속 뭐라고 하고 있었다.

이 책속에 나오는 걸인 역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뻗는 손길에 그닥 기뻐하지 않고 화를 내기 일수다. 그리고 자신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안식을 취하기를 바랄뿐인다. 사람들과 있어서 외롭기는 마찬가지니 차라리 혼자 있는것이 낳다고 생각하는 걸인. 그런 걸인이 거리의 왕인 쥐를 만나게 된다.

쥐와 한판 치열한 싸움을 하고 난후 걸인은 더러운 쥐를 욕한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그 쥐라도 외로움을 달래는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쥐를 기다린다. 그리고 쥐는 걸인에게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과는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한듯한 쥐가 걸인과 나누는 시간은 아주 따뜻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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