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메 할아버지와 나
매기 슈나이더 지음, 재키 글라이히 그림, 윤혜정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열 살이고 4학년이었다. 모이메 할아버지는 여든여섯 살이고 하루 종일 팔걸이의자에 앉은 채 지냈다. 우리는 같은 건물에 살았다. 나는 3층에 , 모이메 할아버지는 4층에.

모이메 할아버지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회색으로 변해 버렸다.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변했다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이야 진작부터 회색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모이메 할아버지가 회색으로 변했다는 건 할아버지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할아버지의 눈빛이 모두 회색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5쪽)

엄마 아빠가 하루종일 일하시느라 바빠 돌봄을 받지 못하는 엠마. 그런 엠마는 혼자 있는 낮시간 동안 윗집인 4층 모이메 할아버지댁에 놀러가곤 했다. 그곳에서 엠마는 모이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요일 오후마다 커피를 마시고 행복하게 왈츠를 추는 걸 구경하곤 했다. 항상 열쇠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걸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할머니는 엠마를 불쌍히 여겨 방과후 집에 홀로 있는 엠마를 보살펴 주곤했던 것이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모이메 할아버지 할머니집으로 달려갔다. 그럼 엄마 아빠가 한 번도 해 준적이 없는 맛있는 요리들을 맛볼수 있었다. 고기 완자에 크림소스를 뿌리고 감자를 곁들인 '쾨니히스베르거 클롭세'나 닭죽과 고기만두, 삶은 감자와 설탕에 절인 사과를 으깨 만든 '힘멜 운트 에트레'등 평소 먹어본적이 없던 새로운 요리들을 먹곤 했다.

그렇게 맛나고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할아버지는 엠마를 거실로 데려가 책을 읽어주었다. 할아버지는 목소리 흉내를 잘내 다른 책속의 인물들에 맞게 흉내를 내곤해 할머니는 깜빡 속아 손님이 왔냐~ 거기 도대체 몇 사람이나 있는 거냐고 즐겁게 묻곤 했었다. 그리고 설겆이가 끝난 할머니와 함께 엠마가 가져온 학교 숙제를 같이 하곤 했다.

친할머니, 할아버지라도 쉽지 않은 일을 윗집 모이메 할아버지 부부랑 다정하게 했던 행복했던 시간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할아버지는 깊은 상심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집안에 먹을거리는 떨어지고 설겆이는 항상 수북하게 쌓여있고 온 집안은 더럽기 그지없다. 누구의 돌봄도 소망하지 않는 슬픔에 빠진 모이메 할아버지. 심지어 할머니가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엠마는 도와줄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모이메 할아버지 집에 자주 방문해서는 식사도 같이 하고 쌓여있는 더러운 설겆기거리들도 깨끗하게 해주는 등 할머니의 역할을 해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런 엠마를 보고 걱정스러워하는 더 이상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하는 부모님. 아이들 책을 보다보면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모습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라도 나역시 엠마에게 하는 것처럼 했을 것이다. 그것이 문제지. 서로 돌보고 서로 챙겨주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기적인 삶이 얼마나 문제인지 살면서 매번 깨닫게 되지만 또 다시 이기적인 나로 돌아가곤 한다.

윗집 할아버지와 엠마와 나누는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윗집 할아버지가 결국엔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그래도 엠마 마음속에는 모이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살아가는 내내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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