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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ㅣ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오른쪽."
엄마가 귓속형 체온계를 들고 말했다. 나는 얼른 오른쪽 귀를 내밀었다.
따각!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초조함은 아직이다.
"이상하네, 이마는 뜨거운데 열을 재면 왜 정상이야. 다른 안 좋은 데는 없니?"
"머리가 좀 아파요."
"배나 가슴이 아프지는 않고?"
"네."
의사인 엄마를 속이기란 역시 힘들다. 하지만 어떻게든 속여야 한다.
"딱히 이상한 곳도 없는 것 같은데, 나 참......다음 정기검진 때 더 자세히 봐야겠네. 하필이면 행사 앞두고 아플 게 뭐야." (8쪽)
행사. 공개적인 입양을 해서 키우는 아이. 그 아이의 심경을 잘 그려냈다. 부모님 두 분다 의사. 입양이란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엄마는 의사로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파하는 입장이다.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 가서 아빠는 국내 입양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받기로 한 전날. 아이는 정말 가고 싶지가 않다.
그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행복한 웃음을 띠우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게 정말 힘들어보인다. 그래서 꾀병이라도 앓아서 피해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몹시 속상해한다. 그닥 따뜻하지 않은 냉정한 엄마는 도대체 왜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냉정한 엄마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이. 그나마 아빠는 따뜻하지만 아파서 집에 와있는 할머니 역시 살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입양된 아이의 입장따윈 관심도 없다는듯이 오직 며느리의 마뜩지 않은 면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은 할머니. 그런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자식을 나을수 없는 아들로 인해 입양을 하게 된것이고 그렇기에 할머니도 더 이상의 미련을 둔다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참 쉽지 않을것이다. 어쩜 할머니들은 그렇게 다들 비슷한지. 나도 나이 들면 그러려나? 할머니들은 며느리를 못 마땅해하고 며느리 역시 시어머니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할머니가 며느리에 대한 불만에 찬 모습이 그리고 입양한 아이에 대한 마뜩지않은 심정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그려진다. 그런 와중에 살아가는 아이의 너무나 힘겹기만 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도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 화해를 하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도 기적이라는 말이 납득이 가는 그런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