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7
송미경 지음, 서영아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5개의 스산한 단편동화가 담겨있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보는듯하다. 아이들은 어떤 느낌으로 이 이야기들을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요즘 어린이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작가의 작품집이란다. 첫 이야기인 [어떤 아이가]는 얼마전에 극장에서 영화로 만났던 숨바꼭질을 보는듯하다. 숨바꼭질에 나오는 숨어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같은 음산한 풍경이다.

토요일 늦은 아침, 겨우 일어난 문재는 한쪽 눈만 뜬 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여전히 한쪽 눈만 뜬 채 주방으로 가서 인상을 찌푸리고 물을 마시던 문재는 정수기에 붙어 있는 노란 쪽지를 발견했어요.

가족 모두에게 저는 이 집에서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살았던 어떤 아이입니다.

이름은 가르쳐 드리지 않을게요. 그냥 문재 또래의 남자아이였다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이 집을 떠나며 둘러보니 남겨진 흔적이 너무 많네요. 제 숟가락, 젓가락, 컵과 양말들은 알아서 처리하세요. 그리고 정수기 얼음 나오는 부분이 고장 났으니 수리하시고요. (얼음은 냉동실에 얼려 놨어요.)

이 집은 나름대로 좋은 집이었어요. 마음껏 쉴 수 있었거든요. 간섭도 안 받고...

그동안 편히 쉬고 갑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 어떤 아이가

문재, 누나, 형, 부모님 등 다섯명의 가족이 살고 있지만 그들은 서로 연결되있지 않은 가족이다. 각자 서로에게 섞이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 보통 가정의 모습들과도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다. 혼자 집에 있다가 가족들이 하나둘 집에 모이면 우린 따로 또 같이가 된다.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스마트폰을 하거나 각자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반적인 가족의 풍경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족유형이기에 편안하게 살아갈수 있었던 어떤 아이. 그 누구도 어떤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지 못하며 살아간다. 문재는 어느날 남겨진 어떤 아이의 쪽지를 보고도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문득 책상 위에 자신이 보지도 않았던 책들이 수북이 쌓인 것을 보게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한다.

그런데 문재만 알고 있는 비밀을 어떤 아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란다. 집안을 둘러보니 가족은 다섯명인데 어느날부턴가 컵도 여섯개,. 칫솔도 여섯개가 놓여있다. 그래서 문재는 그 누구의 간섭도 원하지 않는 형 방문을 노크한다. 우리 집에 어떤 아이가 살았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 아이가 남기고 떠난 쪽지 이야기를 꺼낸다. 형에게도 역시나 어떤 아이가 쪽지를 남겨놓았다. 형과 어떤 아이만이 공유할수 있는 그런 내용의 쪽지. 아빠역시 어떤 아이와 같이 살아왔지만 어떤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정말 기괴하면서도 오싹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야기다.

[어른 동생] 역시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만날수 있는 이야기다. 5학년인 나에게는 다섯살 먹은 남동생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했던 어느날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다섯살 짜리 동생이 아주 어른스럽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난 언제까지 애들 행세하며 살아야 하냐, 넌 그래도 어른 몸이라서 자유롭잖아. 난 하루 속여 넘기기가 제일 힘들어, 학교 다녀오면 내 옆에 꼭 붙어 가지고 귀엽다고 놀아 주는데 정말 수준 안 맞아서 말이야. 내가 지금 엄마 놀이 하고 있을 때냐? 그러니까 말이지. 적어도 열 살 몸은 돼야 맘 놓고 돌아다닐 텐데, 그때까지 어떻게 참냐?" (35쪽)

다섯살인줄 알았던 동생이 장가갈 나이의 외삼촌의 정신연령이고 정작 장가갈 연령의 외삼촌은 십대 소년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 누나가 그 사실을 알게되자 다섯살 동생 미루는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마도 나이에 관계없이 각자만의 독특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아닌가 싶다.

[없는 나]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딸이 남편 없이 젊은 나이에 임신을 하자 배속에 든 아이가 괴로워할정도로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자고 자주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정말 없는 아이가 태어난다.

"새댁, 아기가 없어, 분명 태동이 있었는데, 탯줄만,.,,,,," (57쪽)

나머지 두 가지 이야기역시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뿜어낸 익숙하면서도 아주 섬세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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