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와 함께한 마지막 여름 개암 청소년 문학 15
마리 셀리에 지음,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1890년 5월 16일 금요일

결정했다. 파란색 물방울무늬가 있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내 머리에 잘 어울리는, 할머니가 준 고운 비단 리본을 맬 거다. 처음에는 머리를 틀어 올릴 생각을 했지만, 풀어질까 봐 관뒀다.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만나고 싶지는 않다. 아, 어서 가고 싶어라!

준비는 다 된 것 같다. 저녁을 먹은 뒤, 여느 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방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지 않고, 치장하고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작은 뒷문으로 소리 없이 나갈 거다. 루이 오빠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5쪽)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여름을 열다섯 살 소녀 아들린을 통해 그리고 있다.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전 두어달을 지냈던 파리 근교 오베르역에 위치한 라부 여인숙. 고흐는 그곳에서 1980년 37세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는 왜 그런 생각을 해야만 했을까? 아들린이라는 소녀를 통해 그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 모습을 통해 그가 왜 그런 안타까운 선택을 했는지 짐작을 하게 해준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와 함께 아들린의 일기가 아들린이라는 소녀의 일상을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을 해내는 여관집 딸인 아들린은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었던 듯하다. 실제 고흐가 그 소녀를 그린 그림도 책 마지막에서 만나 볼수 있다. 소녀를 그리고 싶다는 말을 한 고흐에게 소녀는 선듯 모델로 시간을 내어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 시대를 앞서가는 화가였기에 소녀나 부모님이 보기에는 그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품을 보면 볼수록 소녀나 아버지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난하고 가진것 없는 남자친구를 사귀는 걸 못마땅해하는 엄마. 엄마는 아들린이 엄마의 반대에도 계속 아들린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보고는 아빠를 시켜서 집주인이 남자친구네 부모님을 그 집에서 내어쫓으라고 할 정도로 결단력있는 편이다. 그런 엄마밑에서 안타깝게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아들린의 마음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와 함께 빈센트 반 고흐가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들이 방안에 가득차게 된다. 그리고 파리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그림을 보내고 생활비를 동생에게 받으며 오직 화가로 그림에만 충실하게 지낸다. 지금은 그토록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지만 그 당시에 얼마나 가난했는지 동생의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못해 만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보니 정말 안타까웠다. 그림이 지금처럼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면 고흐는 과연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들린이 그토록 사랑했던 할머니 이야기가 같이 그려진다. 할머니는 쓰고 남을 만큼의 충분한 돈이 있었지만 돈보다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을 더욱더 사랑했다. 할머니가 세상을 거두고 나서 혹시 뭐 남는거라도 없을까 싶어 기웃거리는 자식들의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보여진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스치듯이 지나가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담긴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을 찾아서 보고 싶어진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어떤 그림들을 그렸는지 다시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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