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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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메 아베여, 춘단이 오늘 대학교 댕겨왔습니다. 무슨 대학교냐고요. 아 엄메 아베 둘 다 지 초등학교도 중간에 그만두게 하셨지 않허요. 그래서 지 혼자 힘으로 보란 듯이 대학교 갔어라.

엄메는 지 책가방도 안 사주셨지라. 그래서 지는 책 보재기를 어깨에 싸매고 학교에 갔었지요. 그랴도 하나 챙피하지 않았어라. 그때 어디 책가방 메고 온 얼라들이 있기나 했소. 맨 책 보재기였재. (5쪽)

첫 구절을 보면 마치 할머니가 대학을 들어가게된 이야기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면 학생이 아닌 청소부로 대학에 다니게 된 사연을 알 수 있다. 구수한 입말과 할머니의 시크함과 당당함이 멋지게 그려진다. 청소부로 비루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매불망 간절히 원하던 대학을 다닌다고 생각하며 대학교에 다니는 할머니.

예전에는 대부분 이렇게 여자이기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하며 살아야 했다. 지금은 정말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는 참 그랬다. 대학에 대한 공부에 대한 로망이 있는 여자들이 참 많다. 우리 집의 경우에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언니가 있어서 나이 들어 공부를 하러 다니곤 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혼자만 너무 바쁜 모습이 서운하기도 할 정도로 공부에 열을 올리곤 했다.

나같은 경우는 나이가 어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됐는데 언니같은 경우는 오빠에게 그리고 남동생에게 양보해야할것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양춘단 할머니. 양춘단 할머니는 남편이 암에 걸려 치료차 서울인 아들네 집으로 올라오게 된다. 남편을 따라 병원에 갔다가 병원에서 같은 고향 같은성씨를 만나게 되고 무척 반가워한다. 그리고 그 분이 양춘단에게 혹시 일이 하고 싶다면 소개해주겠다고 말한다. 청소부 일이라 그렇긴 하지만...이라고 운을 떼다가 대학이라는 말에 양춘단은 주저없이 일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오빠에게 형제들에게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내가 대학에 다니게 되었다고~정말 유쾌한 시작이 아닐수 없다. 그런 양춘단은 청소노동자들이 콘테이너 한 구석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답답해 옥상으로 올라가 점심으로 싸온 도시락을 먹기시작한다. 그러다가 매번 그 시간에 올라와있는 한 대학강사를 만나게되고 주저하는 그에게 점심을 선듯 나누어 준다. 그렇게 점심때마다 자연스레 같이 점심을 먹게되면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그런 그림과 함께 청소노동자들의 아픔이 그려진다.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시급이 얼마나 낮은지 그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도 다닐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대모하는 대학생들이 여기저기 벽에 글을 써놓으면 그걸 지워야 하고 월급은 오히려 깍이고, 거기다가 청소대행업체의 소장의 반말과 무지막지함이 청소노동자들을 분노케한다.

그런 분노에 양춘단은 분노하지 않고 그저 홀로 조용히 지내다가 어느날은 그 모두가 다 짤리게 되고 양춘단만 오롯이 살아남게 된다. 그러든 말든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들어올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줄서있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빈자리를 가득 채우고 양춘단은 묵묵히 청소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강사로 있던 교수에게서 양춘단에게 소포가 날라온다. 그가 썼던 일기. 그 일기를 보고 양춘단은 그의 고뇌에 찬 죽음을 알리기 위해 일하는 틈틈이 그가 원하지 않을까 싶은 일을 단행한다.

그와 맞물려 양춘단의 남편도 수술을 받고 닭을 한마리 키우며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삶을 연명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양춘단의 일로 인해 닭이 무참하게 죽어나가기도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누가 딱 규정지어진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살다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벼랑끝에 내몰리게 되고 그 벼랑끝에서 한가닥 희망줄을 잡듯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사람들이 존재함으로 인해 그 공간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안락함을 편리함을 깨끗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마치 그들의 삶은 원래 그렇게 비루하게 생겨먹었으니 어떻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은 어디든 널려있다.그런 사람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사회적 약자는 내가 될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느껴야하는 아픔을 잊지 말고 한발자국씩만 양보를 해도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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