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사는 두꺼비 초승달문고 15
김리리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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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영이네 화장실에는 두꺼비 한 마리가 살고 있다. 하지만 준영이가 키우는 애완동물은 아니다. 모든 부모님이 그렇듯, 준영이네 부모님도 집 안에서 동물을 키우게 할 만큼 너그럽지가 못하다. 더욱이 귀여운 강아지나 햄스터, 토끼도 아닌 못생긴 두꺼비라니.

 두꺼비가 화장실로 찾아온 건 며칠 전 일이다. 그날, 준영이는 변기에 앉아 이십 분 동안 끙끙거리며 똥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건 나오지 않고 진땀만 흘렀다. (5~6쪽)

 

정말 두꺼비가 나타난걸까? 싶을 정도로 생동감있는 두꺼비의 출현이다. 어느날 문득 그것도 화장실 수챗구멍에서 두꺼비가 쏙 올라왔다. 준영이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었는데 태어날때부터 한 번 들은 소리를 똑같이 따라할수 있다는 거다. 수챗구멍에서 소리가 나자 그 소리를 그대로 따라했다. 그랬더니 헉? 정말 살아있는 무언가가 수챗구멍 거름망을 들썩들썩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손님을 초대했으면 문을 열어 줘야 할 것 아니야. 가만히 구경만 하지 말고, 구멍속에 박혀 있는 이놈의 쇠붙이나 좀 빼 줘!" (10쪽)

 

김리리 작가의 작품들은 정말 재미있다. 얼굴도 야리야리하게 생긴 작가가 글을 쓴걸 보면 씩씩하고 거침이 없다. 어떤때는 두 눈에서 촉촉한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적이기도 하고 굉장히 리얼해서 너무 지저분한걸? 싶은데 그게 바로 또 이 작가의 매력이다. 솔직담백하게 그대로 투과된 이야기들이 넘실댄다.

 

두꺼비 출몰과정도 너무 재미있고 신선하다.머리에 오물을 붙이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나타나다니...보통 아이들 같으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굴을 있는 대로 찡그리면서 도망갈 것이다. 그런데 준영이는 비록 코를 막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긴 했지만 도망가지 않고 두꺼비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두꺼비 역시 당당하기 이를데 없다.

 

두꺼비가 낸 소리를 준영이가 똑같이 따라하자 두꺼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인줄 알고 나타난거다. 그랬다가 그저 그냥 따라한 거라는 소리에 또 아무렇지도 않게 가버린다. 아 마져 불쾌해하긴 했지. 그 이후 두꺼비는 준영이의 친구가 된다. 준영이가 부르면 나와서 준영이의 소원을 들어준다. 사실 준영이의 소원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변비탈출이라든지,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혼나지 않는거라든지 별 중요한 소원은 아니지만 그 소원들이 준영이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에게 이사를 가게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고 몹시 슬퍼하는 준영이. 과연 준영이는? 아이의 마음이 아련하게 다가오면서도 무언가 힘을 실어주는 따뜻한 글이다. 엄마역시 동화속에 등장하는 그저 그런 착하고 얌전한 엄마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는 그런 삶에 찌든 엄마로 그려진다. 김리리 작가의 책을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다음엔 작가의 어떤 책을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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