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마틴 에이미스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친애하는 주느비에브에게

저는 나이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 여자는 아주 세련된 숙녀고, 내가 아는 십대 아이들과는 달라요. 섹스가 끝내줘요. 난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 여자가 바로 우리 할머니예요! (9쪽)

 

이건 설마 꿈이겠지? 이게 설마 현실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되는 쇼킹한 이야기가 이야기 맨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 마이 갓! 이다. 세상에 그런 일이? 그런데 이야기를 쭈욱 읽어가면서 무언가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건 뭐지? 나도 같이 이상해진건가? 이 작가가 그야말로 올챙이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그러고 있는 거 아니야?

 

열다섯살 주인공 데스먼드 페퍼다인의 이야기다. 왜 그런 일이 시작되었는지도 바로 알려준다. 할머니에게 배관이 문제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고 도와주러 갔고 할머니는 손자에게 몇 잔 하고 가는게 어떠냐?는 말을 던진다. 그리고 역사는 시작된다. 그러한 놀라운 사실에 자신도 놀라워한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보고 전국지 [모닝 라크]의 고민상담 칼럼니스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엔 그저 자신도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자인 나도 고민에 빠지게 된다. 헐~ 어쩌면 좋아??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할머니의 아들인 감옥에 드나들기를 밥먹듯이 하는 폭력적인 범죄자인 라이오넬 삼촌이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그런 내용의 편지를 쓰고 있는데 삼촌이 자물쇠가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쪽 팔에는 배달 온 스물네 캔 짜리 맥주를 들고 서있다. 그리고 삼촌은 데스먼드에게 너 지금 뭘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다.

 

생각만해도 살떨리는 상황이다. 데스는 마치 외줄을 타듯이 삼촌과 할머니 사이에서 갈팡질팡 어쩔줄을 모른다. 삼촌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가 삼촌 말한마디 한마디에서 뚝뚝 묻어난다. 그리고 삼촌을 아버지처럼 신뢰하며 살아가고 있는 데스의 처지. 이 작가가 아니면 감히 어떻게 이런 우스쾅스러우면서 엽기적인 이야기가 탄생할수 있을까 싶어지는 글이다.

 

경계를 오고가는 그의 매력적인 글에 쭉 빨려들게 된다.

 

"너 밤에 기어나갈 때 칼은 갖고 다니냐?"

"리 삼촌! 저 아시잖아요."

"갖고 다녀야지. 네 안전을 위해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그러다 어디 가서 맞는다. 더 심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고. 요즘 디스컨에서 주먹다짐 같은 건 없어. 칼싸움뿐이지. 한쪽이 죽을 때까지. 아니면 총을 쓰든지. 아무튼." 라이오넬이 조금 누그러져서 말했다. "뭐 어두우니까 눈에 잘 안 띄겠지."

데스는 깨끗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가는 길에 서랍에서 칼 꺼내 가. 까만 것들 중에 하나 가져가."

 

데스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아니었다. 데스는 할머니 집으로 기어 들어갔다. (19쪽)

 

이런 삼촌하고 사는 조카의 심정은? 정말 심장이 두근두근거려서 볼수 없을 지경이다. 어찌 이리 막나가는 거야? 이렇게 시원스럽게 뻥 뚫린 길로 달려도 되냐고? 하긴 할머니가 서른아홉살이라니....뭐...나도 같이 흐리멍텅해진다. 엄마 역시 삼촌과 별반 다를게 없다. 물론 할머니도. 아버지는? 아버지도 뭐 말하면 입만 아프다. 책을 읽는내내 꾸정물 속에 넘어져있는 꼴이다. 그런 꾸정물속에서 묘하게 피어나는 한송이 꽃을 보는 그런 기분? 꽃이 화려하게 잔뜩 피어있을때는 꽃 한송이가 그렇게 아름답다는걸 깨닫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꾸정물 속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은? 그 가치가 몇배는 아니 몇 백배는 더하다. 그런데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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