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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이지현 글.그림 / 이야기꽃 / 2013년 9월
평점 :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과 전시를 보러갔을때 그것도 추상화를 보러갔을때 정말 난해한 건.
"그림좀 설명해 줘요. 이해를 못하겠어요. 전공했으니 잘 아시겠죠?"
'몰라~~~나도 모른다구!!!'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면 가치가 떨어지니 그냥 평화로운척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얼마전 어린 조카와 전시를 보러 갔다가 또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동서가 큰엄마가 알려주지 않겠냐는 식의 무언적인 압력...그래서 그 아이에게 말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그 아이는 자체적으로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다. 우리 집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갑자기 핸드폰에서 클래식이 울려퍼지는 거다. 그리고 동서가 우리 아들이 요즘 저런 음악을 좋아해서 틀어놓는다는거다. 헉~ 클래식을 자체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도 있군~~하면서 놀라웠다. 참고로 그 아이는 공부도 월등히 잘하는 편이라 학교에서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가 클래스가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는 아이다. 얌전하고 매우 조심성있는 선비같은 스타일~그래서 선생님도 선비라고 부른다나?
그런 조카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상황~~정말 다행스럽게 클래식이 키워드였다.
"너 클래식 좋아하지? 클래식에는 가사가 없잖아? 그런데 너 좋아하지?"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살짝 웃으며~바로 그때~~말해주었다.
"이런 그림도 똑같아. 음악을 느낌으로 듣는것처럼 이것도 그냥 보는 거야~ 느낌이 어때?"
했더니
역쉬 눈치빠른 녀석~ 좋단다. 평화롭고~~아름답다고 했던가? 오케이!! 여기까지!
이렇듯 추상화나 글이 없다는 것은 일단은 사람을 난감하게 만든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추상화나 이런 글이 없는 그림책을 만드는 걸까? 얼마전 글없는 그림책의 설명을 보니 상상력이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자유롭게 상상할수 있도록 해준단단. 보는이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받아들일수 있다는 것. 이 책의 서평을 보니? 역시 그렇다. 답은 독자의 몫이라는 것. 그림은 작가가 그렸지만 이야기는 독자가 꾸려가라는 이야기다. 마음대로~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이 책은 표지 부터가 신선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잔잔한 기법이라 더 좋았다. 연필과 파스테톤의 색연필로 샥샥샥~~그려내고 있다. 하얀 얼굴의 아이가 살짝 웃고 있고 수영할때 쓰는 안경으로는 물고기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소년은 수영장에 서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그런데 조금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 나타났다. 시끌벅적 왁자지껄한 사람들이 각자의 튜브를 가지고 왁자지껄 모여들어서 수영장은 이미 만원이 되버렸다. 아이는 조용히 수영장모퉁이네 조용히 앉아있다.
발디딜틈 없는 수영장물 속으로 아이가 다이빙을 한다.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소년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그 여자아이일까? 다음장을 보니 소년은 물속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소녀를 따라 물속 깊숙이 들어가니 신비로운 산호가 있고 그 옆으로 귀엽고 작은 물고기들이 춤추듯 헤엄치고 있다. 둘은 귀여운 물고기들과 만나 행복해한다.
물속에는 귀여운 물고기들 뿐 아니라 고래, 상어같이 커다랗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물고기들이 그득하다. 소년과 소녀는 아주 커다란 하얀 상어? 고래? 같은 물고기를 만나게도 한다. 우와~~고래인지 상어의 눈이 아이들만할 정도로 아주 크다. 하지만 아주 포근해보여 아이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듯 옆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소년과 소녀~~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져있다. 역시 색연필의 힘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