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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요즘 핫한 책 뭐 없나? 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뭘 읽을까? 둘러보니 '28'이 있었다. 한번 볼까? 하고 앞장을 열어봤는데 그냥 그런가? 싶은 마음이 한켠. 무슨 내용일까가 한켠에 자리잡더니 어느새 난 책속에 푸욱 발을 담그고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얏~ 하고 뗏는데 다음주 이 책을 보니 난 또 다시 이 책에 잠식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성큼 한발을 내딛어 이 책을 끝까지 보기로 했다.
왜냐면? 흥미로우니까. 한 장 한장 넘기는데 재미있었다. 개를 워낙 무서워하는 나이다보니 그닥 끌릴 만한 주제는 아니었는데도 워낙 글을 재미있게 쓰니 빨려들어서 보게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잘 쓸수 있지? 작가소개를 보니 앗? 아들이 있네? 결혼 안한 미혼인줄 알았다. 그런데 작가 소개를 보니 중1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하게 되고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시절 소설숙제를 대신해주기도 하는등의 글발을 자랑하는 모습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럼 뭐..이건 타고난 작가라고 해야하는거 맞지? 아닌가? 암튼 아무리 노력을 해도 글을 잘 쓸수 있다는 건 음~~무언가 다른 세계가 그 사람 속에 내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깊이 박히는 요즘이다.
상을 타고 나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많이 들어오지만 그런 청탁을 물리치고 한 권 한권 자신만의 책을 펴내는 작가라니~~정말 대단한걸? 이 책은? 이 책은 일단 개들이 아주 멋지게 인간적으로? 그려져있다. 마치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듯 개들의 내면을 마치 개의 마음속에 들어가기라도 한것처럼 그려내고 있다. 내가 워낙 개와 친하지 않다보니 개들이 정말 이렇게나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볼까~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만큼 내가 인간이라는 우월주의에 빠져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 봤던 그림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이었다. 자연이 나와 벗하는 것이지 결코 자연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자연의 주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그림책이었는데 제목이 뭐더라? 바로 얼마전에 봐도 기억이 가물가물... 아~ [이 사슴은 내거야!] 다. 이 작가 역시 많은 상을 타며 아주 휼륭한 작품을 펴내고 있는 그림책 작가다.
정유정의 작품에서도 개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다. 어떤 우울한 사건들로 인해 인간들이나 개나 힘겨워지고 자신의 모습이 아닌 괴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괴물은 문제의 발단을 말끔히 제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불행은 쉽게 제거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크나큰 불행으로 확장되기만 한다. 글속에는 5.18에 대한 이야기도 엇비슷하게 담겨있다. 그들의 아픔을 다시한번 기억해야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으리라.
내용은 어쩌면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다루고 있는 만약 세상이 심각한 바이러스로 죽어간다면? 이란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서 뭐 새롭지는 않잖아~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정유정 작가만의 치밀함으로 이야기는 정유정 작가만의 독창적 작품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