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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담배 파이프 ㅣ 한림 저학년문고 18
빅토리아 페레스 에스크리바 지음, 성초림 옮김, 클라우디아 라누치 그림 / 한림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와 나는 영화관을 나와서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다른 손에는 먹다 남은 팝콘 봉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한밤중이었고, 날씨는 제법 추웠습니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검은 연기구름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구름은 뚱뚱해졌다가 홀쭉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휘파람도 불었습니다.
"저게 뭐예요?"
나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아빠야."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아빠요?"
다시 물어보았지만, 엄마는 더 이상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9쪽)
아주 특이한 동화책이다. 아빠가 구름이라니. 검은 연기구름이 따라오고 있는데 그 구름이 아빠란다. 처음엔 뭐지? 싶었지만 읽다보니 아~~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무엇인가 중독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옆집 남편도 떠오른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끊임없이 담배를 핀다. 정말 할아버지들이 담배로 인한 심한 기침 소리가 나도록 기침을 하면서도 열심히 담배를 핀다. 그런데 그러고보니..요즘은 좀 잦아들었나? 싶기도 하다. 아침 6시에 아이들 식사를 위해 일어나는데 어김없이 그 시간이면 문을 열고 나온다. 담배를 피기 위해. 그렇듯 이 책의 맥스 아빠는 열심히 담배를 핀다. 그래서 아빠는 항상 연기로 가득차서 얼굴을 볼수 없는 구름인간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그런 아빠의 담배를 끊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진공청소기로 구름이랑 아빠 안락의자를 모두 빨아들인다. 진공 청소기속으로 들어간 아빠는 살려달라고 제발 꺼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자 엄마는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절대로 꺼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선언한다. 드디어 아빠는 항복하고 담배를 끊겠다고 말하고 엄마는 진공청소기를 열어 그을음과 먼지로 새카매인 아빠를 꺼내준다.
맥스는 처음으로 아빠의 모습을 봤다는 듯이 정말 자신의 아빠가 맞냐고 묻는다. 그 말에 아빠는 거울앞에 같이 서서 맥스와 자신이 얼마나 똑같은지를 보여주고 맥스는 아빠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중인 '아빠 어디가' 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가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빠가 너무 바빠 밤늦게 들어오니 얼굴을 거의 볼수없어서 아빠가 아닌 아저씨라고 했다는 이야기.
아빠는 담배를 끊자 너무 고통스러워한다. 냉장고속의 먹거리를 모조리 먹어치우고 무척 괴로워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빠를 위해 엄마는 도움을 준다. 담배를 끊게 해주는 담배 파이프를 사다준다. 그리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가 펄럭인다. 담배 파이프를 담배가 아빠를 구름속으로 점령했듯이 아빠를 점점 점령해 나간다. 담배 파이프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수 없을 정도로 담배 파이프에 집착하는 아빠. 그런 아빠를 맥스는 구해준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이는 이 책의 좀 어려운 부분들을 쉽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해석해주지 않아도 알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에게 담배 파이프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 인터넷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