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그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1학년 여름이었다. 엄마를 따라서 전철을 타고 몇 개의 역을 지나 내렸다. 거기서 15분 정도 걸어간 곳에 그 집이 있었다. 오래되고 커다란, 텔레비전에서나 봤을 법한 누군가의 시골집 같은 집이었다. 한 할아버지가 툇마루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엄마는 몸을 숙이고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나무로 된 작은 여닫이문을 열었다. 그 할아버지를 보고는 "잘 지냈어요?' 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물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짧아진 담배를 발치에 놓인 커다란 돌 쪽에 버리고는 슬리퍼로 꾹꾹 밟았다.( 5쪽)
첫 장면에서 이야기의 전개를 보여준다.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왠 시골집 같은 곳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무뚝뚝해보이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목이 마른 아이앞에서 할아버지는 시원하게 마당의 나무들에게 물을주고 아이는 마치 자신의 땀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엄마는 그 할아버지가 먼 친척이라고 소개한다.
아이는 엄마와 둘이만 산다. 아버지는 너무 오래전부터 없었기 때문에 존재자체가 가물가물하다. 둘만의 조용한 시간에 익숙해져있다. 학교에서도 그닥 색채가 없는 투명인간 같은 그 아이에게도 어느날 친구가 생긴다. 왁자지껄하고 아이들과도 잘 호흡하는 밝고 씩씩한 아이 오시노. 오시노의 손길에 이끌려 에다이치에게도 친구들이 생긴다. 그리고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들이 부쩍 늘어가고 그런 시간들이 에다이치는 너무나도 행복하기만 하다.
항상 혼자 지내고 항상 직장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를 늦게까지 기다리던 에다이치.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에다이치에게 엄마는 다른 일을 하게되었다며 이사가야하기 때문에 전학가야 한다고 통보한다. 그말에 에다이치는 어쩔줄 몰라하며 괴로워하다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전학을 가지 않게 된다. 해결책은 이야기의 맨 첫부분에 나왔던 할아버지네 집에서 사는 것.
같은 동네에 사는 1학년때 가보았던 그 집이 바로 외할아버지댁이었던 것이다. 에다이치는 오시노와 헤어지지 않게 된것만으로 너무 기뻤지만 점점 할아버지와 지내면서 할아버지의 잔잔하고 평온한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속에 채소절임이 자주 나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내는 채소절임이 너무나도 맛있어서 친구들이 놀러와서는 바닥을 내버렸다는 이야기. 채소절임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기에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까?
인터넷으로 채소절임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꼭 한번 만들어먹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먹으면 딱일듯 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좋아하는 오코노모야끼를 오시노가 만들어서 먹었다는 대목에서도 재미있었다. 그곳에서는 5학년인 아이들도 요리를 해먹고 집안일을 당연스럽게 하는구나 싶은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을 쓴 저자의 감성이 그러하리라. 우리아이들에게도 음식하는 법을 하나둘 가르쳐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에다이치와 오시노가 마루를 근력운동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기분좋게 닦는 대목도 보기좋았다. 어른이라서 자꾸 그런 대목들만 다가오는걸까? 따뜻하고 풋풋한 그리고 잔잔한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