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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왕 ㅣ 문지아이들 126
선자은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평점 :
갑옷이 햇빛에 반짝였다. 눈부신 금빛 갑옷. 용 비늘 오십 개를 모아야 얻을 수 있는 귀한 갑옷이다. 수많은 전사들이 용 비늘을 찾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이유다.
나도 마찬가지다. 용 비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왔다. 용이 사는 숲에서는 거미 독이 퍼진 몸으로 칼을 휘둘렀고, 바닷속에서 수많은 괴물 인어들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사막에서는 어떠했는가. 나쁜 마법에 의해 살아 움직이게 된 선인장들에게 공격을 당해 고슴도치가 되었지만 기어이 사막을 건너 비늘을 찾아냈다. 여태까지 겪은 일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나올 만큼 힘든 여행이었다. (8쪽)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과 엄마는 이런 관계일 것이다. 아이는 게임에 푹 빠져있고 엄마는 최대한 고고하게 살고 싶어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정말 좋은 아이로 살아가는게 힘든 만큼 좋은 엄마로 살아가는것도 힘들기 그지없다. 내 아이가 잘되기를 어느 부모가 바라지 않겠는가? 그런데 내가 바라는 모습이란 참말로 멀기만 하다. 현실은 너무나 힘겹기만 하고... 아이가 좀더 야무지고 좀더 욕심을 가지고 공부하길 바라지만 어디 그게 내마음 같냐구..나도 내 부모에게 휼륭한 자식이지 못한데 말이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정말 휼륭하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나는 부모로서 그닥 성공적이지 못한듯 해서 항상 반성이 된다. 그러면서도 또 아이 앞에 서면 무한대로 힘센 무지막지한 엄마가 되어 버린다. 정말 고고하게 살고싶은 마음은 아주 강렬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라고 우리는 세상에 삿대질을 하게 된다.
그런 엄마와 자라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건강한것이 가끔은 기적같은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힘겨운 시간은 보내눈 부모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아이들에 비해서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거지? 라고 생각하지만..그것도 참...엄마인 나도 항상 정답을 알지 못하고 세상속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방황하고 계속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갈등하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이 너무 힘들다보니 자연스레 게임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일단 게임을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 부모님이 게임 잘한다고 칭찬해주지 않는것처럼 못했다고 누구하나 혼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게임은 아이들의 영원한 천국일 것이다. 얼마전 어떤 프로그램에서 한 성공한 여성이 나왔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은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해서 잘한다고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살면서 왠만한 일은 다 해봤지만 피해가는 길이 하나 있다고 한다. 바로 게임. 워낙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인지라 게임도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지 못할듯 해서 하지 않는다는 말에 매우 공감이 되기도 하고 무언가 안도감이 들었다.
아~~모든 사람들이 그렇구나. 사람들은 세상으로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보다 더 현명한 길인지 알고 나아가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아이들 역시 그런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것을 이 책은 역설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쉬는 날이면 오직 컴퓨터는 내친구. 내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반대자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들도 어느날은 드넓은 세상을 마음껏 향유하고 살아가겠지? 게임을 아주 아주 열심히 컴퓨터와 아주 행복하게 벗하고 살아왔듯이 말이다.
그래도 오늘 학교에 급식모니터링 하러 갔더니 영어 선생님이 마침 앞에서 식사를 하시다가 말했다. "..는 참 귀여워요." 얼마나 다행이야~ 선생님이 이뻐하니 말이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신다. 뭐 그러니 아직은 세상과 벗하고 살아갈 확률이 훨씬더 많다는 뜻이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