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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별 -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된다. 그것은 조그만 희망으로까지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빌뱅이 언덕]에 수록된 <나의 동화 이야기>중에서 -91쪽
성서에 보면 예수가 말하기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마저 돌려대며, 누구든지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까지 벗어 주고,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면 십 리를 가 주라" 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견해가 달라지는데, 단순한 베풂이나 선행 따위가 아니라 아주 매서운 저항 정신이 담겨져 있다고 봅니다.
오른편 뺨을 때리는 자에게 왼편 뺨을 대 주는 인간만큼 저항 정신을 가진 인간은 없을 겝니다.
........................................(167쪽)
예전에 권정생선생님의 이야기를 본적이 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권 정도 나온듯도 한데 말이다. 책을 듬성듬성 읽다가 오늘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 학교에 시험 감독으로 가면서 이 책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책을 보았다. 정박아 창섭이 이야기는 너무 안타까웠다. 아이는 글을 쓰고 있는 선생님댁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 방한구석에 쭈그리고 앉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서새니도 냉가 시치(선생님도 내가 싫으시죠)."라는 말을 하고 또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제야 선생님도 점심시간이 지난걸 알고 방안에 먹을 것을 찾았지만 없어서 밥도 못 먹이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주일날 예배시간에 창섭이는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에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옷을 꼭꼭 여미지 않아 바람이 들어가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아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자신역시 귀찮아한 것이 아닌가 싶어 너무나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가슴아픈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가 지금 열여섯인데 그 창섭이의 나이가 열여섯이었다고 한다. 건강하게 자라는 내 아이와 비교하니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나역시 정작 그런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피하고보자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 내가 아닌 좀더 여유있고 착한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선생님처럼 그렇게 가깝게 대해본적이 거의 없다. 그런 적이 있더라도 무척 귀찮아하곤 했었다. 참...
그 아이 뿐 아니라 권정생 선생님이 살아왔던 슬픈시절 이야기, 아픈 가족사, 그리고 동네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약한 자들과의 벗됨이 놀랍기만 하다. 정말 살아있는 우리곁에 있는 하나님이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몇년전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그 선생님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처음으로 접했다. 이런 이야기를 그전에 보았더라면 더욱 안타까웠을 것이다. 강아지 똥을 쓰게된 이야기도 아주 반가웠다. 마치 선생님의 육성이 살아있는 듯한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