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보낸 일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짙은 초록 빛깔, 불같이 타오르는 빨간색, 차가워 보이는 은색, 희뿌연 쇠붙이 색. 하노의 두 눈은 잔디와 이슬에 촉촉이 젖은 창문, 말파리, 구릿빛 햇살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아침이 밝아왔다. 그의 두 눈거풀에서 게으른 졸음이 떨어져나가려 들지 않았다. 잔인하리만큼 성가시게 밝아오는 아침과 잠이 아니었다면, 남쪽에서의 생활은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교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들 뒤쪽엔 차가운 대리석으로 된 계단들, 읽기에 거북스런 문구, 정성스레 접힌 모포들, 바닥에 갈린 보도블록 사이에 낀 먼지 등이 남아 있었다. 반짝이는 구두, 몇몇 사람들의 손에 들린 노트와 볼펜들......매끄러운 책상 위엔 창백한 네온빛이 드리워진 채,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노는 다시 유리창 너머 펼쳐진 초록 빛깔의 정원을 바라보며 두 눈의 피로를 풀어주었다.(14쪽)

 

책에 대한 소개를 보면 한 고등학생인 하노가 겪는 시적인 고뇌와 예술에 대한 애정을 만날수 있다. 그리고 또하나 한 소녀와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름다운 서정성으로 책한권이 기나긴 시를 보는듯한 그런 매력적인  글이다. 시에 대한 문학에 대한 열정에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깊은 떨림을 지니고 있는 하노.

하노는 친구에게서 한 소녀 디아나를 소개받는다. 디아나와의 만남속에는 그맘때의 청소년기의 풋풋함이 담겨있다. 그리고 여인 마르타와의 만남. 마르타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속에서 선생님의 아내인 마르타를 만나게 된다. 마르타의 독백을 보면 하노를 보는 순간부터 하노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하노와의 아름다운 그린다. 자신의 연배와 맞는 디아나와의 사랑속에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을 마르타는 채워준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체워주는 마르타와의 만남속에 디아나는 조용히 잠식당한다.

그리고 어느날 한통의 부고를 받게 된다. 디아나가 자신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위해 나왔다고 교통사고로 죽게되었다는 부고.

문학에 대한 예술에 대한 열정적인 하노에게는 성장기 청소년으로 겪는 아름다운 성장기라고 말할수 있는 그런 이야기등니 담겨있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얼마전 있었던 여선생과 열다섯살 제자와의 사건이 생각나는 것일까?

이렇듯 예술적으로 승화되었을때에는 그 사랑이 한없이 아름답지만 현실속에서는 어떤 모습인가? 그들의 진실을 정확히 알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하노와 같은 그런 감수성이 작용했을까? 마르타의 독백을 보면 육체적인 끌림이 더 강했던듯 하다. 물론 하노가 담고 있는 그 예술에 대한 열정이 더 돋보이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를 보면 읽는내내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현실과는 괴리되어있는 듯한 무언가 높은 언저리를 걷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 들때가 많다. 이 책 역시 그런 몽환적인 냄새가 다분한 그런 류의 책이다. 문장들이 아름답게 그리고 예술적(?)인 고민들을 담아내고 있어서 따라써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학창시절 학교에 가서 들으라는 수업은 듣지 않고 책에 빠져서 책만 들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고 그 시간이 너무 좋았던기억 . 서가를 보면서 서가에 읽는 책들을 탐욕스럽게 보았던 기억. 도서관 옆을 지나갈때마다 저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고 싶다는 불타는 의지에 가슴조렸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새싹처럼 무엇인가 결말이 오기전의 무궁무진함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새벽에 모든 것들이 아스라히 시작되는 그런 아침풍경을 대하는 듯한 그런 매력적인 서사가 풍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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