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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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근 외 다섯명의 시인들이 푸른문학상을 탔고 그 시들이 담아냈다. 

 

귓속 동굴 탐사-이장근

 

귓속에서 소리가 난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난다

누가 내 귓속 동굴을 탐사하나 보다

보물을 숨겨 놓은 곳을 찾고 있을까? 시끄러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찾았을까?

오늘 민지에게 들었다

하루 종일 귓속에서 빛나던 말

"우리 사귈래?"

 

"우리 사귈래?" 참 달콤한 말을 들은 아이의 기분좋은 두근거림과 설레임의 마음이 자연스럽고 포근한 그림과 함께 어울러져있다.

 

귀엽고 재미난 [그림자 싸움](이장근 지음)은 아이둘이 학교에서 싸우고 선생님이 벌로 둘이 손을 잡고 가라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의 기분나쁜 감정 그리고 그 감정들이 아이들이기에 금방 풀리게 되버리는 순수한 마음을 그림자를 이용해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손을 잡고 가라는 선생님의 말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마음이 잘 묻어나고 있다.

 

.......중략.......

 

나는 그림자 손으로

병태의 그림자를 툭 쳤다

병태도 그걸 봤는지

그림자 발로

내 그림자를 툭 찬다

 

그림자가 싸운다

그림자가 엉킨다

그림자가 춤춘다

그림자가 킬킬거린다

 

[방에 갇힌 날](이장근 지음]은 형이 숙제를 하지 않아 방에 갇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오히려 갇힌 것은 방에서 숙제를 하는 형이 아니라 닫힌 문 밖 거실에서 기다리는 동생이다. 형과 놀고싶은데 형이 숙제를 하느라 못 나오니 형보다 더 애가타는 동생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나역시 이런 기분을 안다. 아들아이와 딸아이가 빨리 할일을 하면 같이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재미있게 놀고싶은데 아이들이 할일을 빨리 빨리 하지 않아 울퉁불퉁했던 나의 마음을 들킨듯한 기분이 들며 동생이 엄마인 나인듯도 하다.

 

방에 갇힌날-이장근

 

숙제 다 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마라

쾅!

방문이 닫혔다

방에 갇혔다

 

형아, 다 했어?

아니.

형아, 얼마나 남았어?

다 해 가.

방문 앞에서 조르는 동생

 

동생이 거실에 갇혀 있다

 

이정인의 [빵점 아빠 백점 엄마]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제목이다. 그 제목의 시는 착한 아이의 마음을 읽을수 있다. 아이들도 알건 다 안다. 과연 엄마가 억울한지 아빠가 얄미운지 그리고 엄마가 얼마나 아팠으면 가게 문을 닫았을까등도 모두 안다. 그래서 투시경을 가진 착한 마음으로 엄마의 아픈 몸과 마음을 읽어내고는 엄마를 돕는 예쁜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가 편찮으셔서 오랜만에 가게 문을 닫고 쉬려는데 엄마가 먹을 죽도 엄마가 끓이고 아빠가 먹을 육개장도 아픈 엄마가 끓인다. 그리고 설겆이를 한다고 큰소리만 뻥뻥 치고는 쿨쿨 낮잠 삼매경이다. 그모습에 아이는 엄마를 위해 설겆이를 한다. 도대체 누가 편찮으신 건지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예전 남편이 내가 아프다고 하니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안방문을 닫아주더니 자기들끼리 밥을 먹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갑자기 남편이 미워지네.그리고 이번 생일에는 맨날 잊어버리다가 잊어버리지 않고 선물을 사주고 케익을 켜 축하를 해주니 아이처럼 좋아한다. 정말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김현숙의 [터진다]라는 시는 마음에 무언가 풍성하게 차올라 하늘높이 날아올라가는 느낌이다.

 

터진다-김현숙

 

개나리 꽃망울

터진다

감나무에 새잎

터진다

개구리 입

터진다

놀이동산에 팝콘

터진다

아이들 웃음

터진다

 

남에서

북으로

봄, 봄, 봄

터진다

 

이렇게 하루속히 남에서 북으로 봄이 터지고 또 터지기를 기도해본다. 아름다운 시들의 향연을 음미하며 보니 마음이 포근해지고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시처럼 아름다워지려고 마음이 근질근질한 것이 아닐까? 아이들 마음속으로 유영하며 즐거운 시어들이 살아 숨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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