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 - 구활의 77가지 고향음식 이야기
구활 글.그림 / 이숲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진달래꽃이 지게를 타고 산에서 내려오면 봄은 한창이다. 앞집 태분이 아버지는 아침 일찍 대나무 도시락에 보리밥을 꾹꾹 눌러담아 나무하러 산으로 올라간다. 깔비(마른 솔잎) 한 짐에 지는 해를 덤으로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게에는 항상 진달래꽃이 넌출넌출 춤을 추었다. 진달래 다발을 장족대의 물 담긴 옹추마리에 꽃아 놓으면 꽃잎이 싱싱해져 다음날 태분이 간식거리가 되곤 했다.(11쪽)
 
글이 참 좋다는 말을 듣고는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손에 쥐게 된책은 처음 시작의 글부터가 아주 매혹적이다.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는 저자의 글발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마치 식객을 보는듯하면서도 또 다른 맛을 담고 있다. 여러가지 음식들. 예전에 배고플때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했던 시절의 진달래꽃, 심부름 갔다가 오는 길에 다 먹어버리곤 하던 술지게미, 미군들이 남긴 음식을 모아서 먹었던 깡통소고기, 개떡 등등 예전에 먹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 맛을 그리워하며 찾아다니게 만드는 다양한 음식들과 연관된 살아가는 이야기들.
 
장난꾸러기 동네 오빠가 술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입담을 하는 듯한 글들이 마음속으로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새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기억속의 음식들. 그 기억속에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 아주 아주 귀한 맛들을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그려내고 있다. 진달래꽃을 한아름 따다가 먹으라고 주던 옆집의 저자를 사모하던 소녀. 
 

수제비에서는 제비에서 온 듯 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마도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 어느 여름 식구들의 입에 풀칠하려고 밀가루 반죽으로 죽도 받도 아닌 그 무엇을 끓이던 아낙이 붙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문득 물 위를 나는 제비의 날렵한 몸짓을 기억해내고 밀가루 반죽을 물이 끓는 냄비 속으로 던져 넣으며 그것이 제비를 닳아 그렇게 짓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내비친다. 그리고 더불어 수제비뜨기 놀이도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어린시절 수제비 뜨기 놀이를 했던 기억이나 아이들에게 알려주니 아이들도 재미있게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어린 시절 수제비를 하도 많이 먹어 작은 오빠는 지금 수제비를 싫어한다. 예전에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다고 말이다. 유난히 먹는 것에 까탈을 부리던 작은 오빠는 올케에게 타박도 많이 들었다. 큰오빠와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우리 어린시절 큰올케가 시집와서 같이 살았다. 그때 작은 오빠는 음식 타박을 많이 했는데 그럴때마다 올케는 말했다. 어디 나중에 장가가서 얼마나 잘 얻어먹고 사나보자는 말을 종종 했다. 그 부인은 나름 음식을 잘한다고 오빠는 자랑한다. 뭐 딱히 잘하는 것같진 않은데 아마도 마음이 맞아서일것이다.    


피난민시절에 양공주를 하는 누나로 인해 미군 음식들을 친구들에게 대주던 친구 이야기. 그리고 그 친구가 미군을 따라 누나와 이사가고 나서의 허전함. 개떡에 넣어 먹고 싶던 귀하디 귀한 사카린. 국화빵을 먹기 위해서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던 철부지 시절에 대한 이야기. 흥부의 제비이야기에 새를 잡았다가 죄책감에 시달리고 급기야 다리까지 다치게 되었던 이야기등이 살아온날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하루의 부록과 같은 석양주 마실 시간이다. 막걸릿잔 앞에 놓고 잠시 고향에 다녀와야겠다. 딸기코 아저씨와 제법 잘 차린 주안상에 마주 앉아 한잔했으면 좋으면, 그는 이승에 없다. (160쪽)

 
우리도 시골시어머님이 담아주시는 김장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항상 어머님이 담아주시는 김치를 먹었다. 이번 겨울에는 시골에 직접 내려가서 어머님과 김장을 해서 가지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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