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인생
지현곤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40여년 동안 조그만 쪽방에서 바위처럼 머물고 있는 세계적인 카툰작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되어 학교를 중퇴하였다. 그후 쭉 혼자 조그만 쪽방에서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일부러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나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나갈수 있음에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갈수 없어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다.

 

'요즘 광고를 보면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지만, 가진 것이 없는 자에게는 자유도 '살 수 없는'모양이다.'(49쪽)

 

가족들은 저자가 책을 보는 것을 보고 책은 읽어서 뭐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만화를 그릴때도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무언가 금전적인 소득이 없을때 한없이 무시하고 무시당한다. 가족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그냥 사람이기에 그렇게 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그림을 내기 시작한다. 시작할때는 정말 무모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을 지만 점점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며 사랑스러운 조카들조차 우쭐해진다. 

 

그렇게 하나둘 그림을 그려내고 세상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묵묵히 이겨내온 그에게도 하늘은 선물을 준비하고 풀어내기 시작한다.

 

'옥상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각 층마다 왜 계단이 여러 단으로 되어 있겠는가. 한 번에 다 못 올라가니 밟고 올라가라고 층층이 있는게 아닌가. 한 단계를 지나 그 다음 단계로 딛고 올라가는 것이 순리이다.'(112쪽)

 

누구나 하나하나의 계단을 밟아야 정상으로 올라갈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잊어버릴때가 참 많다. 작가의 말처럼 드넓은 세상에서 멋지게 활개를 치기 위해서는 험난한 자갈밭일지도 무한한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 삶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귀한 선물같은 책이다. 그가 전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 멋진 전동차를 그가 몰고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세상과의 조우는 그에게 크나큰 기쁨이고 행복이듯이 우리에게도 역시나 그런 귀한 시간이 산재해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창작에 있어 이러한 자유는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틀에 매이는 순간, 창작은 제 생명을 잃는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 사람이 꿈꾸는 세상이 오히려 더 자유로운 날개를 마음껏 펼쳐 날아오를 수 있다. 나는 그 믿음으로, 오늘도 그림에 또 획을 더해본다.'(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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