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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건 뭐 완전 추상화를 보는듯하다. 다른 사람들이야 워낙 어려운 책들을 잘 섭렵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어렵다. 마치 그림의 꼴라쥬를 보는 듯하다. 이것저것 써놓은 다음에 모두 뒤섞어 놓은것. 아니면 일상은 너무나도 식상해서 끝간데까지 저지르고 싶은 그런 글. 나를 그저 토해내기. 등등. 어렵다는 생각으로 일단 손에 쥐는 순간부터 진저리를 치는 책이다. 마치 어려운 시를 보는듯도 하고 말이다.
한 문장안에서도 너무 많은 뜻을 담고 있어서 헤아리며 읽는 다는 것이 곡예를 하는 수준이다. 한줄 위에서 절대 떨어지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서 있다가 순간 줄을 놓치는 그런 느낌이다. 오즉했으면 첫문장을, 첫단락을 보면서 따라쓰기를 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글은 대부분이 이렇다. 마치 예전에 보았던 (도대체 뭘 기억하는게 있어야지) 그림중 한국화가인데 그림자가 파란색인 그림이 있다. 아마도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그림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많이 알 것이다. 교과서에도 나왓던가? 그런 그림. 사실 그림자가 파란색은 아니다. 하지만 파란색으로 칠했을때 또 다른 풍요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계속 그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뒷부분의 책의 해설을 보니 음....이 책이 그런 내용이구나..라는 정리가 되었다. 뭐 완전히 정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도대체 노벨문학상이라는 것은 내가 이해할수 없는 범주에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더욱 열심히 분석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타오르던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자신의 이야기들은 자신의 경험을 그저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라고 말이다. 정치적인 이데올르기가 아니라 그저 현실 그 자체라� 한다. 독재정권하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름이 묻은 작업장 바닥에 노동자 한 명이 누워 있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고 동공은 뒤집혀 있다. 압축기 옆은 온통 피바다이다. 피바다는 응고되지 않고 기름을 흡수한다. 호랑이무늬 고양이가 피바다 냄새를 맡는다. (153쪽)
아디나는 잠시 생각한다. 금지된 노래가 도시 주변을 휘감았기 때문에 도시는 결코 멈추지 않을거라고. 거리가 계속 시골로 퍼져가고 도처에 도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딘가 어두운 들판에서, 길이 선회하면, 종이 울릴 것이다. 왜냐하면 얼어버린 옥수수밭 뒷숲은 공원이니까. 대성당의 시계탑이 그 뒤에 서 있고, 빈 밭은 전혀 비어 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한가운데로 강이 구불구불 흐를 테니까.(306쪽)
잠에 의해 분리된, 베게 위의 두 머리와 귀들은 머리카락 아래에 있다. 그리고 잠 위에서, 도시 위에서, 가볍고 슬픈 날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과 따뜻한 공기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차갑다. 아비의 주방에 있는 가득 찬 잔을 아무도 마셔 비우지 않는다.(3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