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마이클 치미노는 [천국의 문]을 만들었을 때, 자신이 구원 받을 것이라 믿었겠지. 하지만 그 영화는 헐리웃 역사상 최상의 재앙이 되어버렸다고....."
 3년 동안의 연애에 쫑을 쳐버린 K 선배는 유나이티드 아시스츠 영화사를 파산시킨 영화 이야기를 지루할 만큼 늘어놓고 있었다.

 "1978년의 걸작 [디어 헌터]도, 아카데미 감독상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거지. 과거의 영광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펠레의 명언이다."

 K는 자신의 실연을 영화로 빗대어 설명하고 있었다.

 삶은 언제나 그렇다.과거의 무엇도 현재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없다. 추억을 뜯어 먹으며 사는 남루한 이야기꾼을 꿈꾸지 않는다면.

 ............................................본문 22~23페이지에서

 

요즘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뭐 딱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더 나이 들기전에 움직이자는 생각을 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되면,골방에만 갇혀 있던 사람인지라 영....외로워서이다. 사람들을 만나러..그래서 나가 보니 너무 좋았다. 마치 나처럼 모두 골방에 있던 회색분자들의 모임이라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이 영화를 많이 보고 음악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이야기하다보니 의견은 맞는데..내 머리속에 너무 영화와 음악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영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했는데..도대체가 듣다보면 모르는 영화, 음악 천지였다. 그런데 마침 영화와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의 일기형식의 이야기라니 귀가 솔깃했다. 음? 내가 지금 찾고 싶은 코드잖아? 해서 보게된 이 책.

 

마치 내가 같이 공부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써놓은 이야기들을 읽는 듯했다. 우리는 수요일마다 수업을 들었는데 그 날마다 모여서 술을 마셨다. 아침 열시에 수업을 하고 12시부터 점심먹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이낳고 키우느라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면서 영화, 음악 그리고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 글을 쓰기 위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막간을 이용해 아니 막간이라기보다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흡사한 이야기들을 이 책속에서 만날수 있었다.

 

풀어지고 궁금했던 그리고 방황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팝칼럼니스트로서 만났던 음악과 영화.  개인적으로 만났던 음악과 영화와 예전에 만났던 여인과의 그 묘한 상황. 영화속에 스며들어있는 삶에 대한 고찰등을 글로 쉽게 일기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편으로 느껴지는 것은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사람의 글을 만나야 이해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국사람이 쓴 글은 술술 넘어간다. 물론 아주 어려운 글들도 있지만 말이다. 같은 문화권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보기 바로 전에 영화를 한편 보았다. [여배우들]이라는 영화. 윤여정, 고현정, 이미숙 등등의 쟁쟁한 여배우들이 나와서 상황을 만들어가고 이야기를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 사는게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우리가 수요일마다 모여서 술마시고 수다 떨었던 상황들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역시 그 상황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때깔만 달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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