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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리디 쌀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목줄에 목이 쓸려 엉망이 되
었고, "메모는 됐어?" 라는 말을 하도 들어 정신이 피곤했다.
하루에도 골백번씩 "메모는 됐어?" 자기 시중드는 직원에게만
쓰는 그 특유의 어조로 "메모는 됐어?" 분명히 밝힐 건 밝혀야
하니 말인데, 나는 그를 모시는 처지였으니까. 그에게 복종하
고, 그를 보며 감탄하고, 오! 아! 놀랍군요! 이런 감탄사를 연발
해야 하는 입장이니 내가 작가라고 주장해봤자 소용없고, 내
인생을 문학에 바쳤다고 우쭐해봤자 소용없고, 별생각 없이
수락한 이 과업의 성격이 그래도 소설적이라고 굳게 믿어봤자
소용없었다. 무슨 소릴 해본들 어쨋든 나는 [챌린지] 지가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로 치켜세운 사장, 자신의
복음을 집필한 임무를 내게 맡긴 그 사장 앞의 납작 엎드린 처지,
보수를 받고 그의 복음서를 쓰며, 제안받은 금액이 워낙 커서
마다할 맘을 먹지 못한 그런 처지인 것이다.
..................................본문 6~7페이지에서
한 아리따운 나름 잘나가는 여성 작가가 아주 잘나가는 누가봐도 잘나가는 햄버거 왕 토볼트의 삶과 업적을 책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의 삶속에 그의 비서처럼 그의 말에 순종하는 개처럼 옆에 붙어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항상 반복되는 앞의 글에서처럼 "메모는 됐어?" 라는 말을 들으며 그에 대한 글을 메모해나간다.
돈과 함께 작가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것이다. 그중 돈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 것일까? 작가로서의 호기심도 아주 강하게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세상에서 매우 매우 부유하다는 부를 누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니 그런 사람을 옆에서 밀착기록하는 것도 작가로서는 새로운 경험이 될것이겠고 말이다.
햄버거 왕 토볼드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러사람들이 생각 났다. 내가 알고 있는 요즘의 한 사람도 생가이 나고 말이다. 그도 부란 부는 제대로 누려본 사람이다. 그리고 토볼드는 이렇게 말했다. 토볼드가..라고 이야기속에서 계속 반복되서 나올때마다 여러 잘나가는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나도 교회를 다니지만 교회를 커다랗게 부흥시키고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된 아주 아주 커다란 교회의 목사님도 생각이 났다. 옆에서 뒤에서 목사님에 대한 무수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나역시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실망도 많이 하고 말이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삼시 세끼의 식사가 제공되는 것이 똑같듯이 다양하면서 그 본질은 똑같다. 똑같이 밥을 먹고, 똑같이 잠을 자고 똑같이 옷을 입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24시간은 똑같이 주어져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무엇을 먹느냐, 어떤 옷을 입느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 차이가 크다면 클 것이고 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뭐 그도 맞는 말이다. 나역시도 이 대기업의 킹버거의 사장과는 다른 범위의 삶을 살아가지만 부분적으로 비슷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삶이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나중에 나중에 삶을 살아가는 내리막길에서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고뇌하기도 하고 말이다. 단지 범위만 다를뿐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고고한 작가의 위치에서 그런 경멸의 대상인 사장을 바라보면서 자신 역시 그의 부에 젖어드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런 느낌이 무엇인지 알겠다. 나는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 역시도 그와 같은 곳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있으면서 평온함을 느끼고 거기서 더 이상은 나와서 광야에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그런 저런 번거로운 일상들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오늘은 어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 그리고 정권의 부조리에 국민이 심판을 했다는 이야기들...역시나 부자들의 힘은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그들이 부를 누리기 위해서 얼마나 갖은 노력을 하고 얼마나 그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불안함과 고통을수반하는지는 말안해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가 내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내가 그들이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