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일단은 너무 매혹적이다. 제목도 심상치 않고 표지에 그려진 괴수의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다. 얼마전에 이 쯔음의 나이를 그린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바람 (Wish) 이란 영화였다. 그 영화속의 이야기와 똑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 영화속의 청소년기의 모습이 떠오르는 그런 내용이다. 은강은 크고 그 안은 복잡하다. 은강 사람들이 자기네 도시를 두고 이야기할 때 얼른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갑갑하다'는 말이다. 이는 은강에 대한 가장 중요하고도 널리 알려진 문헌의 일부를 인용한 것인데,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매우 유력한 견해였다. 문헌의 인지도와 아버지가 처해 있던 상황들을 고려해 볼 때, 아마도 아버지의 외침은 위 견해에 대한 깊은 공감의 뜻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서해 반도부에 위치해 있어 삼면이 바다로구나!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기상이 실로 범상치 않으니 가히 사내 대장부가 후일을 도모할 만한 곳이다. 이와 같은 고장을 두고 어찌 감히 갑갑하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본문의 시작 9페이지에서 책의 공간은 은강이라는 곳이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청소년기의 성장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장면 장면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들어있어서 보는내내 내가 그 곳에 있는듯도 하고 또 꿈속을 그려내는 듯한 그런 환상적인 부분들도 눈에 띈다. 이를 테면 이런 부분이다. ..........내 판단은 소피의 어머니에게 기쁨과 안심을 선사했다. 평화롭고 행복해서 양팔을 벌리기만 하면 당장에 몸이 떠오를 것 같은 날들이었다.......51페이지에서 영화에서 보면 잔잔하고 평범한 듯한 아주 리얼한 듯한 장면과 이야기속에 뜬금없이 나오는 환상적인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런 장면들로 인해 즐겁게 볼수 있었다. 그리고 대화자체가 소림사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대사들이 오고 간다. ..................... "기뻐하긴 아직 이르다. 무릇 장부라 함은 세 번 싸워 두 번은 이긴 다음에야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법이다. 네게 삼판양승을 제안하겠다. 진정 사내라면, 다시 팽이를 잡아라." .........................32페이지 ......................... "나는 보았다. 조금 전 팽이를 밀던 너의 손가락! 나의 팽이는 그 손가락이 펼친 비겁한 암수에 당한 것이다. 반칙이다! 승리를 내게 넘겨라." 하지만 스승은 웃었다. 소리 없는, 환한 미소, 어느 때와 마찬가지였다. 단지 그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을 제외한다면. "웃'었'단'말'인'가!" ..............................33페이지 젙작가의 소개글을 보면 작가는 어린시절 문학도이기보다는 해적판 만화책과 대본소용 무협지에 빠져 살면서 겨우 한글을 읽고 쓰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지금도 소수의 인원이 혼란한 세상을 무력으로 돌파해 나가는 이야기에 사족을 못 쓰며 세로쓰기 된 책만 보면 신이 난다고 한다. 정말 그런 작가의 살아온 삶이 사고가 가득차 있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읽는내내 즐겁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 색다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보니 실제 있었던 학교이야기였던 듯 하다. 세상에 비리가 난무하지만 그 비리를 제대로 케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케내더라도 그것이 진실이 아닌것처럼 보이는 것이 세상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습을 나름대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속에 나오는 소피와 스승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동안 아프게 마음속에 남아있을듯 하다. 청소년기의 삶에 대한 불같은 열정은 누구도 흉내낼수가 없다. 강인한 삶의 불길을 그 속에 담아두기에는 너무 작기도 하고 그리고 아주 멋지기도 한 그런 나이이다. 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우리들은 그 시절을 애타게 그리워한다. 그때의 바람, 그 때의 광경들, 그리고 그 때의 사람들이 내 마음속에 남아서 내 삶을 조용히 이끌어가기도 하고 지나온 삶을 애뜻하게 추억하게 하기도 한다. 내 삶에 공존하는 소피와 스승은 누구일까? 그리고 괴수는? 아~ 그러고 보니 나의 남편과 나를 결혼으로,만남으로 이끌어준 내 친구가 생각이 난다. 그 친구 역시 나와 고등학교 시절 같은반이었고 아주 특이한 아이었는데 어느날 홀연히 사라졌다. 지금 성적으로는 대학을 갈수 없다면서 자퇴를 했었다. 그 아이는 반 모든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던 박경림같은 케릭터였는데 말이다. 그 아이의 자퇴로 정말 세상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섭섭했던지...그런데 그 아이를 대학 졸업하고 우연히 시내의 극장앞에서 만난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소개로 나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또 그 아이는 어딘가로 종적을 감추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보고싶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