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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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리고]

 

"요 아까운 것을 왜 버렸노?"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리고

버려진 배춧잎도 줍고

화분도 줍고

옷가지도 줍습니다

 

"요 아까운 것을 왜 안 줍노?"

떨어진 감도 줍고

살구도 줍고

대추도 줍습니다

 

시골에 살았을 때

허리를 구부리고

배추도 뽑고

감자도 캐고

참깨도 털던 우리 할머니

 

"요 아까운 땅을 왜 놀리노?"

골목길 공터를 보면

허리를 구부리고

땅을 일굽니다

 

그런 할머니들이 서울 곳곳에 계신다. 빈땅을 아까워서 씨를 뿌리시고 남들이 버린 폐지들, 박스들을 모아다가 또 병을 모아다가 용돈으로 쓰시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분들이 계시기에 세상이 더욱더 알차고 풍성해지는 것이다.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전쟁과 힘들고 고통스러운 배고픈 삶을 이겨낸 분들이기에 더욱더 세상에 넘펴나는 널려있는 것들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어려운 고비고비를 넘기시며 허리를 구부러지록 애쓰며 힘들게 살아오셨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쉬고 싶으시면도 또 한편으로는 자식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줄수 없을까 항상 생각하신다.

 

지금도 시골 시어머님은 맛난 김장 김치를 담아주신다. 그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어머님만의 맛난 김치를 말이다. 우리는 그 정성에 감사해서 어머님께 넘 맛나다고 감사드리고 그런 칭찬에 더 고마워서 어머님은 또 김치를 담아주신다. 말로는 "됐어요. 됐어요..."하면서도 주시면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입 벌리고 앉아있는 제비새끼들처럼 말이다.

 

[진짜골목]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재잘거리고

콩알만 한 생쥐가

달콩달콩거리며 돌아다녀야 골목 같다

 

..................

서로 밀치고 싸우던 아이들이 금방 잊어버리고

마주 보고 해해해 웃어야

골목 같다

골목길을 달리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야 골목같다

...............

왈그닥달그닥 소리가 나야

진짜 골목 같다

 

정말 이렇게 우리의 어린시절은 시끄럽고 왁자지껄했는데 요즘의 골목은 정말 조용하다. 진짜 골목이 아닌거 같다. 낮에는 너무 조용하고 너무 한적하다. 도둑이 들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너무 조용하다. 어린 시절의 시끌벅적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시다.

 

[골목의 집들]

 

좁은 골목길을/사이에 두고/ 골목길의 집들은 마주 보고 있다/밤이면 따뜻한 불빛도/마주 보고 있다.....정말 옛날의 골목길은 가깝고도 너무 속이 훤시 들여다보여서 어쩔땐 불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밤의 불빛이 어울러진 풍경은 서로가 하나임을 정이 오롯이 오고가는 그런 따뜻함이 있었다.

 

[괜찮아, 나는 너를 믿어]는 얼굴이 못생기고 까맣고 굼뜨고 느리지만 나무에 기대서면 나무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괜찮아, 나는 너를 믿어" 하고 말이다. 정말 나를 믿어주는 그 나무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어주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글을 쓰신 이준관 선생님은 책의 말미에 불쌍한 동물이나 이웃을 사랑하고, 친구와도 사이좋고 정답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어린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골목길과 들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며 나비와 꽃들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이나 행동이 사람과 닮았다고 말한다. 정말 정겨운 시들이 가득이다. 나의 어린시절의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면서 동심에 젖어들게 하는 그런 따뜻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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