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보지 못했던 그런 류의 소설이다. 많은 소설을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글이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예전에 단편극장이던가? 텔레비젼에서 하던 프로그램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서정적인 단편드라마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그들의 발걸음을 그려내는 섬세한 터치들을 만날수 있다. 7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이런 소설들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기에 이런 소설은 어떻게 읽어야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치 새로운 음식을 앞에 놓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내 생각이 맞는 것일까? 이다. 내가 느끼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고마운 부록을 담고 있어서 좋다. 책 속의 내용을 어떤 생각을 하며 보면 되는지 그리고 어떤 문학장르에 속하는지 등을 부록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의 연륜과 함께 묻어나는 이야기들이 그 나이 때의 감성들은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나와도 다르지 않은 그런 세대의 이야기들도 담겨있기도 하고 말이다. 요즘 들어 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작품을 진정 문학성이 있다고 하는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런걸 이야기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제일 첫 편으로 나온 [보리]는 24절기 중 봄에 해당하는 여섯절기의 다섯번째가 청명인데 양력으로는 식몰목일과 대부분 겹친다고 한다. 그런 청명에 한 연인이 해마다 서울을 떠난 지방 어느 온천에서 만난다. 6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연인에게 보리라 불리는 여인에게 유방암이 깃든다. 여인은 더 이상 가정이 있는 남자를 붙잡아 두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떠나보내기 위한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풀밭 위의 점심] 에서는 대학 시절 만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경우는 젊은 시절 가끔 보던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주로 드라마에서 많이 봤는데 한 여인을 두 남자가 좋아하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연은 끊어질듯 끊어질듯 하면서 지속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유명한 명화 '풀밭 위의 점심'이라는 작품을 연출하기도 하고 작가로서의 여인의 쓸쓸하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그려내고 있다고 해야하나? 작품 해설에서는 마무리에서 우리들 내면의 페허는 끝내 없앨 수 없고 다만 대면하고 달랠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설주의보]는 이 책의 대표작으로 설정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듯이 표제로 쓰이고 있는 작품이다. 한 연인이 사랑을 하지만 그들은 질투의 여신의 장난에 놀아났다고 해야하나? 그런 서로가 얽히고 설긴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지만 또 서로 완전히 헤어지지는 못하고 만남을 갖게 된다. 그런 만남을 갖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얼마나 안타까울지 심히 짐작은 되지 않지만 보는내내 가슴 저리며 보게 된다. 앞에 나열되어 있는 네 작품들이 작품성이 더 출중한 작품들로 배치되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뒷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뒷부분의 작가로서의 삶이라든지 그런 풍경같은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도비도에서 생긴 일] 에 나오는 미쓰강의 이야기는 참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내가 미쓰강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면서 삶에 대해서 깊은 번뇌를 하게 되는데 그런 미쓰강과 그리고 두명의 미쓰강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쓸쓸한 인생이 그려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인생이란 얼마나 쓸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