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책을 읽다가 키득 키득...그것도 조용한 아주 정숙한 도서관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대목을 남편에게 가지고 가서 보여주었다. 남편도 미소를 씨익~~지었다. 그 대목은 십대의 여자 조카 아이와 50대 백수건달인 외삼촌과의 피자를 건 사투이다. 조카가 피자를 한판 배달시키고 그 냄세에 이끌려 40대 후반 50대인 두 빌어먹을 듯한 외삼촌들은 온 신경을 빼앗기고 만다. 급기야 삼촌은 조카에게 재미있는거 보여줄테니 피자를 한조각 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 말에 조카아이는 -봐서 재밌으면요.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두 모습을 지켜보는 대학물 먹은 지성인인 외삼촌인 나는 그들의 대화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다. 50대의 외삼촌이 열연을 함에도 불구하고 조카아이가 재미없다고 이야기하자 지성인인 대학물 먹은 작은 외삼촌은 꼭지가 돌아 노발대발한다. 버릇이 있느니 없느니....그렇게 한판 어린 조카아이와 피자 한조각 때문에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면서 조카 아이는 작은 외삼촌의 호통에 울어버리고 그 통에 들어온 할머니 즉 두 외삼촌의 엄마는 - 넌 이 기지배야. 먹을 게 있으면 어른들부터 드리고 먹는 게 순서지. 니 에미가 그렇게 가르치든? 하면서 50이 넘고 50십에 거의 육박하는 아들들에게 피자를 한조각씩 나누어 주면서 그 사건은 마무리지를 짓는다. 정말 돈이 없어서 시켜 먹지 못하는 매일 딩굴 딩굴하는 백수 삼촌은 어린 조카아이에게 - 야. 너희 엄마 돈 잘 번다고 유세하는 거야, 뭐야? 누가 피자 시켜 먹을 줄 몰라서 안 시켜 먹는 줄 알아? 내가 소리를 지르자 민경은 급기야 피자를 먹다 말고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오함마가(50대의 형) 민경을 달래는 척 재빨리 피자 한 조각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 야, 피자 하나 갖고 왜 그래? 그만해. 하지만 이미 꼭지가 돌아버린 나는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 ....................53~56페이지에서 이 대목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정말 이야기가 술술 읽혀진다. 어렵지도 않고 모든 상황들을 아주 쉽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막힘이 없이 술술 넘어가는 국수같다. 간도 딱 맞으면서 국물맛도 끝내주는 맛난 잔치국수를 먹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온 가족이 완전 천방지축이다. 딸도, 손녀 딸아이도, 외삼촌들도....70줄을에 들어서고 있는 노모가 화장품 장사를 해서 백수 건달 두 아들을 건사하는 마당에 시집가서 바람을 열심히 피우다가 남편에게 맞고는 더 이상은 못살겠다고 도망 온 딸아이와 그딸의 딸 아이와 24평이라는 작은 아파트에 뭉쳐서 산다. 요즘 친정 엄마가 아프셔서 이만저만 신경쓰이는게 아닌데 이 책을 보니 같이 모여 사는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같이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시대에 가족이란 것이 이렇게 작은 평수 안에서 이렇게 험난한 와중에도 사랑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천명관이라는 작가의 그 글발이 정말 혼을 싹~~빼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