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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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도는 그저 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라고 그 사내는 늘 말하지 않았더냐. 집은 비가 새지 않을 정도로, 식사는 배를 주리지 않을 정도로........그러면서 도구에 집착하다니 언어 도단이다.. 다도가 불법이라 칭한다면 어찌하여 자신의 아집, 망집을 없애려 하지 않느냐. 본래 무일물이야말로 선승의 길일 터이거늘."

................본문 47쪽에서

 

아닌게 아니라 그 사내는 천하제일의 다두다.

그저 도구를 고르고 다시를 꾸미고 차를 끓일 뿐이건만, 그 사내가 손을 대면 흡사 별이 태어나는 샘처럼 풍요로운 색채를 띠었다. 분통하지만 그 심미안은 신운의 경지에 도달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 허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128쪽에서




 

 다도의 세계에 푹 빠져살았던 센 리큐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센 리큐와 그를 시기하고 질투한 한 남자가 있다. 천하를 호령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이 품은 욕망보다도 더 큰 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하는 한치의 흠도 없는 센 리큐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그의 흠집이 발견되는 순간이 히데요시에게는 커다란 기쁨인 것이다. 그러나 리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에는 미움을 사게 된 원인이고 그로 인해 리큐는 자결을 하게 된다.

 

리큐의 흐트러짐, 리큐에게서 소망하는 것들을 얻지 못한 히데요시는 자신보다 한 수 위인 리큐를 한없이 질투한다. 그리고 다도의 묘한 매력을 맛 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도라는 것이 일본인들에게는 어떠한 것인지를 이 책을 본다면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 때 던가?? 처음 전통찻집에서 다도를 경험하면서 다도라는 것은 무언가 위엄이 있는 것이구나 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도에 대한 극진한 사람들의 사랑을 알 수 있다.

 

다도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 왜 그토록 다도를 사랑하는지를 작가의 세밀한 내면묘사로 잘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조선여인의 아름다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라면 절대 미를 추구하는 리큐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 여인은 조선 여인이다. 그 여인과의 만나는 과정 중 정말 새로운 충격적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조선 여인을 해적질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해적질에 조선인들도 같이 참여했다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 사람은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정말 사실이라면...어이가 없는 일이다.

 

해적질 당한 아름다운 조선 여인을 사모하는 열 아홉 청년의 마음이 무궁화꽃으로 다도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 여인이 떠난 이후 리큐가 살아가는 내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리큐를 보며 리큐를 사랑하는 여인은 질투한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을 너무나 사랑하는 리큐를 미워할수 없다. 리큐의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러한 리큐를 사랑하는 소온의 저린 마음, 다른 여자를 찾는 남편을 향한 다에의 애잔한 마음, 자신보다 뛰어난 리큐를 보며 시기하는 천하를 호령하는 히데요시의 마음들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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