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홀리스, 이건 가족 그림이잖니.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앞에 서 있는 그림이잖아. 이 그림에 W로 시작되는 단어가 어디 있다는 거니?"

나는 "소망하다의 wish 나 원하다 want 의 W, 아님 음악 선생님이 가르쳐 준 '사랑스럽지 않나요(Wouldn't it be loverly)'같은 노래의 W는 어쩌고요?" 라고 선생님에게 말하려고 했다. 벌써 다른 아이의 자리로 가 버린 에반스 선생님은 나를 돌아보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때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손톱에 때가 까맣게 낀 여자애가 말했다.

 "이히, 홀리스 우즈, 넌 아는 게 없구나."

...........그 애의 그림에 꾹꾹 눌러서 X표를 긋고 말했다.

 "세탁기로 네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리고 잠시 수업을 멈추고 찡그린 얼굴로 내게 "넌 오늘 우리와 함께 있을 자격이 없어." 라고 말하며 오후 내내 복도에 앉아 있으라고 했던 에반스 선생님도 생각났다.

...................7~8페이지에서

홀리스가 얼마나 가족을 그리워하는지를 아주 잘 표현한 구절이다. 홀리스는 W자로 시작하는 말을 자신이 가장 소망하는 가족을 소망하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선생님은 그런 홀리스의 소망을 이해하지 못한다. 좀더 넓게 홀리스의 마음을 이해했더라면 단지 눈에 보이는 W가 아니라 홀리스의 가슴저린 소망을 읽었을텐데 말이다.

 

홀리스는 자신을 맡아서 돌보아주는 가족들을 사랑한다. 자신을 돌보아주는 부모님, 오빠를 사랑하지만 정작 자신이 가족이 되었을때 오빠에게 자신으로 인한 고통이 따를 것까지 세심하게 생각하는 가녀린 마음의 소녀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또다른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소망하지만 자신으로 인해서 가족이 와해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는다면 얼마나 서글프고 속상할까? 까지 생각하는 내면의 아픔을 딪고 살아가는 소녀이다.

 

자신이 버려진것처럼 누군가가 버려지는 것을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그 아이를 보고 어린 소녀라고 이야기하겠는가? 우리아이들만해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서 항상 이기적이라는 주의를 주게 되고 나역시나 이기적인 모습을 수없이 내 스스로 깨닫게 되는데 얼마나 홀리스는 마음의 상처들로 인해 스스로를 열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싶은 가족이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이미 버려진 경험이 있는 홀리스는 섰불리 다가서지를 못한다. 그 사랑이 홀리스에게는 너무 눈부신 빛인 것이다. 그런 홀리스에게 오히려 여러모로 힘겨운 조시아줌마와의 시간은 편안하기만 하다. 조시아줌마가 그렇게 넉넉하거나 그렇게 건강하지 못하고 자신을 돌보아줄 정도의 여력이 없지만 오히려 그런 조시아줌마의 모습에 홀리스는 더욱 다가가게 된다. 자신이 돌봐줄수 있는 그런 존재라서 더 홀리스는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홀리스에게 유일한 출구는 그림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홀리스는 마음을 위로받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고 위탁 가정을 거치면서 더욱더 마음의 빗장을 걸고 자신을 거친 모습들로 무장하던 홀리스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감싸주는 리건 가족과 조시 아줌마로 인해 홀리스의 마음은 따뜻한 가족애를 서서히 찾아가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