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 왕을 꾸짖은 반골 선비들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권력이라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있을까? 마음 속에 불쑥 솟아나는 권력에 대한 욕망,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욕망으로 사람은 더욱더 병들게 된다. 옛 선비들 중 처사, 유일, 은일등으로 불리는 재야의 선비들은 권력이나 벼슬을 탐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사란 벼슬하지 않은 선비, 정치적인 일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초야에 묻혀서 사는 선비를 일컫는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처사의 개념은 좀 다르다고 한다. 벼슬을 아예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관직에 일단 임명되었지만 출사하지 않은자, 벼슬아치가 되었으되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은 사람,  관직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은거 생활을 한 사람을 처사라고 했다.

 

실제로 실록을 보면 관직을 받았으나 모두 사퇴하고 출사하지 않은 성수침, 조식, 윤선거등을 처사라 하고 잠시 출사했다가 은거를 계속한 성혼, 최영경도 처사라고 했다 한다. 왕조시대에 임금은 곧 법이었으며 임금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커다란 죄에 해당되었다. 뭐 지금도 아니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말이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임금인 대통령의 허무맹랑한 말또한 법보다도 더 무서운 위치에 놓여있지 않은가? 아닌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 아주 강렬하다.

 

그런데도 임금은 과거시험에도 붙지 않는 그들에게 높은 벼슬을 내리고 아무에게도 주지 않는 역마를 내주면서 서울로 상경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오지 않고 사직의 상소만 올렸다고 한다. 왕이 아무리 만나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심지어는 집안에 먹을 거리가 떨어져 가족들이 굶을 지언정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학문과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사들은 권력, 돈, 명예등을 참하지 않고 청빈한 가운데 신념과 의지대로 살다산 참다운 은자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대목에서 같은 여자로서 분노하고 울컥할수 밖에 없다. 도대체가 신념과 의지를 지킨다고 치자~~굶는 가족들은? 아이들은 무슨죄인가? 이건 아니라고 본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가족이 먹을 거리가 없어서 나라에서도 알고 먹을 거리를 대주려 하지만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내가 속물이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얼마전 우리 집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남편이 이 넘의 정부 열받는 다고 열심히 촛불을 들었다. 나도 들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중심에 서고 싶어하는 그러한 몸부림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라서 그만두자고 만류하였다. 나는 이런 처사들과는 너무나도 확실히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이 처사들의 일정부분, 그러니까 그들의 의에 대한 옳은 신념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을 굶기면서까지 그렇게 해야만 할까? 라는 부분에서는....아마도 나중에 내가 나이가 들어서 눈을 감기전에는 내가 처사처럼 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권력과 물질 가운데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경제적인 고통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미 우리삶에서 멀어져간 그들의 삶에 멀리 손짓을 하며 다시 돌아오라고~~말하고 같이 가자고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는 갈수 없다고 나는 그길을 가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되내어본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처사의 길을 가지 않아야겠냐고 변명 아니면 생각을 깊이 되내어본다.

 

[명종실록] [중종실록]등에 임금과 임금의 부름을 받는 처사들의 주고받는 편지들 그리고 그러한 편지를 이해할수 있도록 쉽게 풀어놓은 저자의 글들을 볼수 있다. 그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하는 복종이 아닌 목숨을 뒤로하고 임금의 잘못된 권력의 휘두름이라든가 정치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말하는 처사들의 담대함이 돋보인다.

 

지금 조정에는 일진일퇴하면서 서로 번갈아 상대편의 세력을 제거하다 보니 국가의 원기도 따라서 병들었습니다. 큰 병을 치른 뒤에 병든 몸을 부지하는 약은 무엇보다도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고 사람을 더욱 잘 살펴 쓰는 것이니, 진정 그가 어질다는 것을 알면 망설이지 말고 맡기고 그가 간사하다는 것을 알면 의심 없이 버려야 합니다. .............[선조수정실록] 권24, 23년 4월 임신

 

이렇듯 조정의 문제들에 대해서 문제를 집어주는 글을 보내기도 하고

 

온화하고 공손한 사람은 덕의 기본이 된다. 그대는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두었고 장성해서는 더욱 생각이 정밀했다. 그리하여 성균관에 나아갔고, 사람들은 노성한 이에 비교했으니, 화락한 군자요 나라의 정간이었다......[선조실록] 권 13, 12년 12월 정축

 

아끼는 성운의 죽음을 두고 선조는 장사 지내는데 드는 제반 물품을 관에서 지급하라고 명하고 예관을 보내 사제했고 그 제문에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임금의 마음도 담아내고 있다. 권력을 떠나서 통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통하는 임금과 그러한 뜻을 아는 선비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 가운데에는 권력과 물질을 넘어선 아름다운 만남들이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은 어떤 만남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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