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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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똥깅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아기에서부터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낸 책이다. 똥깅이는 불쌍하다. 아버지가 처음에는 정신이 이상해서 집에 들어오지도 않다가 군대에 육군 헌병으로 간 후에는 아버지가 섬에 잠시 왔을 때 주고간 군용 외투하고 군용 가방을 개조한 것하고 군용 외투를 줄여서 소아 옷감 2개를 만들었는데 헌병이 비 오는 날에 군용 우비를 입고 다닌다고 끌고가서 우비도 빼앗고 헌병대에서 한 시간가량 무릎을 끌고 벌을 받게 해서 똥깅이가 자기 아빠도 육군 헌병이라고 했는데 무시하기 때문이다.
 
똥깅이를 끌고 간 헌병은 정말 나쁘다. 다른 헌병들처럼 그냥 웃어주거나 지나가면 되지 헌병대에 끌고가서 비가 오는 날인데 우비를 빼앗고 한 시간가량 벌을 서게 한 다음에 우비도 안 주고 그냥 보내기 때문이다.
 
웬깅이네 작은형은 불쌍하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대장간에서 힘차게 휘둘더니 전쟁이 일어나서는 전쟁에 나갔다가 전사를 해서 집에 전사 통보가 가기 때문이다. 내가 웬깅이였다면 정말정말 슬퍼했을 것 같다. 자신의 작은형이 죽기 때문이다.
 
검사장의 사택에 살고 똥깅이가 다니던 학교에 석 달 동안 있었던 여자 선생은 정말 싸가지가 없는 것 같다. 자신의 반 아이들이 먹을 것을 가져왔으면 맛 없어도 먹어주면서 들어오라고 하거나 자기는 괜찮다고 너희들 먹으라고 하면 되지 그냥 너희들이나 먹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분류의 책은 아닌데 재미있는 책이다. 

..............4학년


 

 


"그것 보라.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지 않앰시냐. 그러니까 먹는 것이 제일로 중한 거다."

이처럼 어머니의 자식 다루는 방식은 단도직입적이고 속전속결이었다. 잠깐 사이에 사납게 퍼붓고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한판에 끝나는 격렬한 시합이라고나 할까? 어머니도 그걸 즐기는 듯한 눈치였다. 물론 나로서는 당연히 져야 하는 시합이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나는 온 이웃이 다 들리게 울며불며 강짜를 부렸고, 그러한 나를 제압하기 위해 어머니 또한 혼신의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면, 보통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깊은 안도감과 평화로움이 우리 둘 사이에 자리잡곤 했다. ............소나기 구름이 걷힌 맑은 하늘처럼 퍽 개운한 표정이던 어머니.......

 

..........................59쪽에서


 

이 구절만 봐도 작가의 이 책에 대한 느낌이 100% 담겨져 있다. 강단있고 강한 아들과 그리고 그러한 아들과 한판 승부를 거는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우리집과도 역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작가의 이러한 이야기 실력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자신이 겪은 일이지만 사실 과거의 일들은 거의 잊어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아주 짧게 떠오르기는 하지만 작가처럼 이렇게 처절한 상황들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 우리가족중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면 소통되지 못하고 그래? 내가 정말 그랫단 말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고...듣다보면 아하~~그런 일도 있었구나~~라든지....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다른 아이의 삶을 듣는듯한 생소한 경우가 정말 많아. 우리 친정엄마 같은 경우도 젊어서는 그렇게 말이 많은지 몰랐는데 연세가 드시면서 지금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린시절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어찌나 또렷이 기억을 잘하고 있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이다.

 

이 책 똥깅이를 읽다보면 마치 국립중앙 박물관에 가면 우리들의 과거의 역사와 생활을 볼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과거의 삶을 들여다 볼수가 있다. 내가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제주도 삶들이 4.3사건이 일어나던 그 시기에 어떠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마치 파노라마를 보는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어린시절의 단상들을 이야기로 이끌어서 풍성한 잔치를 배풀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느꼈던 격한 감정이라든지 은은하게 맡았던 향내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친구들과의 추억, 자연과 함께 어떻게 성장하고 자연과 벗하였는지, 사촌 형의 열심을 내던 공부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로 인해 영향을 받고 열심히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생각들이 어떻게 싹트게 되었는지...친구의 죽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사춘기를 겪으면서 작가로서의 삶을 펼치게 된 어린시절의 배경등등이 재미있고도 아주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역시 작가다운 여러가지 발상과 행동들이 익숙하게 담겨있다. 한올한올 자신의 삶을 이끌어온 여러가지 감성들과 환경들을 볼수가 있다. 이성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우수에 젖은듯이 걸어가거나 여성스러움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을 이야기할때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도 하고 고개를 푸욱 숙이고 고뇌에 찬듯이 걷다가 엄마를 길에서 만나서 엄마에게 남자답지 못하다고 혼나는 장면등이 작가의 재치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작년말인가 이 책의 모체인 [지상의 숟가락 하나]가 국방부가 발표한 불온서적 명단에  낙인 찍히기도 하는 그러한 거친 운명을 맡이한 책이기도 하다.

 

마침 [지상의 숟가락 하나]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은 아이들에게 맞추어 발랄하게 바꾸었다고 하니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더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은 아주 재기발랄하여 나무랄데가 없는 멋진 성장소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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