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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작은 미술관
나카가와 모토코 지음, 신명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에는 그림책 연구가 활발하며 '그림책학'이라는 말도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그림책학'이란 그림책을 줄거리만 읽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 자체를 '표현체'로 보고 시각 표현성을 아주 중요하게 다룬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책을 보는 시점에서 미술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이유를 네가지로 간추리고 있다.
첫째는 그림책의 시각표현성을 좁게 보기 때문인데 그림책을 볼때 그림만 볼뿐 그림책 한 권 전체를 시각 표현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책의 제 1장에서는 그림책의 표현 구조로 설명을 다루고 있다. 표지, 앞면지, 속표지, 뒷면지, 뒤표지에도 작가들은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전개 방법도 다섯개의 표현구조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다섯개의 표현구조란 직선 구조, 고리 구조, 점의 병렬 구조, 점의 집합 구조, 폴피포니 구조이다. 이것은 음악이나 영화등의 다른 분야에서와 마친가지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 시대에 어떤 것들이 유행하는지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란다. 마치 유행을 타는 패션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는 그림의 몫을 극대화 시키지 못하고 한정시키고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그렸는가만이 아니라 그림을 소재나 기법, 재질들로 살아나는 시각적 전달 매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 2장에서는 '색과 형태 그리고 글자'를 다루고 제3장에서는 '재료와 기법, 종이'등을 다루고 있다. 색상에서는 등장 인물의 성격, 그림책의 컨셉, 시간 등이 나타나고 형태에도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물을 보는 방법도 표현되기 때문이란다.
내용에 따라 어떤 소재와 기법, 종이를 썼는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영국 그림책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면서 러시아 그림책, 이탈리아 그림책, 미국 그림책등에 대한 한시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1장에서 러시아 그림책인 엘레나 사보노바의 [강],이탈리아의 브르노 무나리의 [까치가 부리를 잃어버렸어요]등을 다룬다. 미술사에서 흐르는 흐름과 다르게 편협하게 흘러온 그림책과 미술사와의 경계를 허물고 더욱더 나아가자는 것이다.
넷째는 언어가 이성을 이야기한다면 시각 표현성은 이성의 반대 감각을 대변하기 때문이란다. 그림책의 그림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시각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며 인식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가 시간과 공간, 인간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가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작가 개인의 인식이자 동시대를 대변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림책을 대한다면 그림책을 통해 철학, 사회학, 여성학, 심리학 등의 각 분야의 흐름을 읽을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여러가지 개념들을 다루면서 일본인들에 대한 고찰들이 많이 들어있는 모습을 볼수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이야기들이 몇몇 보인다. 무언가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신기하다는 것이다. 마치 닫혀있는 커텐을 열어보는 그러한 흥미진진하고 무궁무진한 것들을 느낄수가 있다. 그래서 아주 흡족한 느낌이 든다. 내 마음 가운데 어딘가 모르게 껄끄러운 부분들을 긁어내어서 내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언젠가 뻥~~터져버릴지로 모르는 상처를 약할때 잘 치료해주어서 아주 건강한 모습을 띠게 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내가 보이는 것만이 다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것 말고도 또 다른 것이 있다는 그야말로 내가 장성하고 있는듯한 뿌듯함을 느낄수가 있다. 이 책이 그러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보는내내 내가 알지 못했던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면서 아하~~이렇게도? 아하~~이런것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이 한단계 업그래이드 되었다고나 할까? 다시 한번 내가 알고 있었던 아니 알았다고 생각했던 책들을 찾아보고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는 그러한 더 충족된 뿌듯함을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 마치 일러스트를 배우기 위해서 이젠 일본으로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