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세계사 - 망각의 20세기 잔혹사
정우량 지음 / 리빙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장교가 필리핀인들을 죽이는 데 연령 제한을 어디에 둬야 하느냐고 묻자 스미스는 "10세 이상 모두"라고 답했다. 병사들도 살인을 즐겼다. 제임스 브래들리가 쓴 [플레이보이즈]엔 한 병사의 증언이 실려 있다. "우리는 성인 남자, 부녀자, 어린 아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학살했다. 토끼 사냥이나 칠면조 사냥처럼 신나는 일이었다. 나는 필리핀인들을 향해 총을 쏘면서 미국에 대한 애국심, 미국의 영광을 위해 방아쇠를 당긴다고 믿었다."

............................본문 92쪽에서

 

독일이 얼마안되는 수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유대인들을 몰아붙일때 뒷전에서 말없는 수긍을 하며 동조를 하는 유럽인들의 비호아래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한 홀로고스크는 작업능률을 올리기 위해 사무 자동화를 도입했다. 유대인으로 신원이 확인되면 재산 몰수, 강제 이송, 강제 노동. 처형등의 전과정이 미국 IBM사가 개발한 최신식 펀치 카드 방식으로 처리되고 진행되었다고 한다. 열차 수송 조직과 강제 수용소 ,인구 조사표, 주민등록표, 호적등본등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되었던 것은 IBM의 소비자 관리기술력이 있어서이다. 이러한 사무적이고 기술적인 진행으로 홀로고스트 가담자들은 도덕적으로 죄책감을 덜 느끼고 유대인들을 인간이라기보다는 '물건'으로 생각해서 양심의 가책으로 부터 벗어났다고 한다.

 

그러한 일들은 진행했던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고 평범한 독일인들이었다.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수용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헌식적인 가장이었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죄책감도 거의 없었으며 자신의 책 [아우슈비츠 사령관]에서는 "비록 인간을 말살하는 업무를 수행했지만 우리는 아주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회고하며 히틀러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고 유대인에 대한 개인적인 증오심 또한 없었다고 썼다.

 

우리나라에서 5.18이 일어났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죽임을 당한것처럼 연합국들은 홀로고스트 가담자들을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로 다스렸지만 후에 5.18의 끔찍한 주범들이 지금은 아무일 없이 평안한 모습으로 떵떵거리며 지내는것처럼 양진영은 유능한 독일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과거를 묻지 않기로 했다. 소련은 포로로 붙잡은 학살 가담자들을 협력자로 활용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데려가거나 동독 정부의 요직에 앉혀 냉전 전사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방측은 동맹국인 서독 경제를 살리기 위해 친자치 자본가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서독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에 보상금을 지불했지만 서독 법원은 개별보상을 요구한 개인들에 대해서는 냉담했다고 한다.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에서 홀로고스크 가담자 색출을 추친했고 전범자중 아이히만을 붙잡아 비밀리에 이스라엘로 압송하고 공개 재판을 통해 교수형에 처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나치 전범 색출이 진행되었는데 사설 단체 '나치 사냥꾼'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었고 외교적으로 정부가 나설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했다. 홀로고스트는 유대인에 대한 독일인과 유럽인 즉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이지만 지금 이스라엘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에 대한 폭격이라든지 금지하고 있는 무기의 사용등 세계 각국의 전쟁 종료 압박에도 오히려 확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 역시 홀로고스트의 전범과 다르지 않음을 볼수 있다.


 

일본은 왜  미국인 진주만을 공격했을까? 중일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이 중국을 지원하기에 일본은 고전을 치루고 있었고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자 일본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 진출했으며 미국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1941년 7월 석유 금수를 포함함 대일 경제 제재를 단행했고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매일 감소했고 그 해결 방법으로 석유 생산지인 네델란드령인 동인도를 점령하기에 이르렀고 그 다음 목표는 미국 식민지 필리핀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날수 밖에 없었다.

 

일본이 전쟁에서 열세를 띨때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한 집단 자살 강요로 수많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죽었는데 이는 야만적인 미군 병사들이 들어오면 부녀자 강간, 약탈, 고문등의 잔인한 악행들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낫다고 세뇌시켰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집단 자살 강요한 사실들을 부정하고 있고 교과서 출판사들에게 집단 자살 강요사실은 삭제하라고 지시해서 오키나와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해 앞장섰고 전투에 관한 책자를 발간하자 우익 인사들은 배포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하기도 했다.

 

미군들 역시 엄청난 무기를 이용한 오키나와 폭격으로 미국 국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고 한다. 그후 오키나와를 지배하던 미국은 오키나와를 반환하는 대신 핵무기 배치, 오키나와로부터 군용기 직접 발진등 미군 기지의 무제한적인 사용을 보장받았다.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가난한 현인 오키나와에 주일미군이 있는 것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미군 기지들을 오키나와에 집중시킴으로 '오키나와만의 문제'로 만들고 대부분의 일본 국민도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미국과 일본의 '이중 식민지'적인 삶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역시 그러한 처지이니 말이다. 미군들이 주둔하는 곳에서만 고통을 당하고 있고 그러한 현실을 우리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미국의 칠레를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의지는 정말 놀랍기만 하다. 쿠바의 피델카스트로 정권 대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미국은 아옌데 정권을 그대로 두면 중남미 전체에서 공산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사회주의 아옌대 정권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칠레를 혼란에 빠뜨리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원조 중단, 투자 자본 회수등 경제 제재를 가하고 현지 자본가들을 동원해 사보타주를 일으키고 군부로 하여금 쿠테타를 일으킨다는 계획을 세운다. 도대체 미국은 어떤 나라이기에 이렇게 전세계에 손을 뻐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인지...자유주의라는 것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일까?

 

미국은 자신의 계획대로 칠레 경제를 목조르기 시작하고 칠레 자본가들 역시 공장 문을 닫고 생필품을 매점매석하고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했다고 한다. 군사 원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옌데 정권이 계속 유지되면 군사 원조도 중단한다고 군부를 압박했다. 그래서 군부도 쿠테타가 일어나기 전부터 아옌데 정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드디어 쿠테타가 일어나고 야만적 살상이 자행된다. 197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를 가리켜 '살해당한 국가'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1981년 피노체트 장군은 쿠테타를 일으켜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정부인사 3000여명을 살해하고 임기 8년의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여러나라들에서 자행되는 테러와 인권유린, 인명 살상등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행위만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인간들의 잔인함에 치를 떨게 만든다. 지금도 미국은 자신의 이권을 위하여 세계를 평화롭게 하여야 한다는 겉포장으로 온갖 전쟁을 일으키고 자신의 손아귀에 모든 것을 쥐고 있으려한다. 그리고 그것에 반하는 수많은 나라들은 자국을 위해 위험한 고비들을 넘기고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그 끔찍한 일들을 겪었던 이스라엘 역시 지금도 전쟁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뒷짐을 지고 이권을 위해 싸우고 있고 우리 나라 안에서 조차 칠레의 자본가들이 정권을 잡은 자들이 그 정권을 이용하여 자신의 배를 한없이 채우려는 것처럼 자국의 이익을 떠난 자신만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이 책의 말미에 혁명은 아무것도 이룬것이 없지만 혁명이 무언가를 이루어간다는 말처럼 우리의 삶도 역시 보이지 않는 혁명으로 점점 다른 양상들을 띠어가지만 내용물은 역시 변하지 않는듯하다. 사리사욕말이다.이세상은 오직 사리사욕만 존재하는 듯하다. 그나마 정의가 간간이 섞여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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