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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과학 - 20세기 과학기술의 사회사
김명진 지음 / 사계절 / 2008년 11월
평점 :
1940년대 이후 과학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학위를 마치고 얻을 수 있는 일자리의 수가 늘었다. 대학의 교수직이나 각종 연구소의 연구원 자리등이 늘어나고 과학자들이 과학 연구만 하고 생계를 유지할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20세기 중반쯤부터 급속도로 과학이 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20세기 들어 사회과 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과학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기업이다. 19세기 말부터 독일의 화학회사들이 산업연구소를 설립하기 시작하고 미국에서는 1900년대에 설립된 제너럴 일레트릭의 산업연구소를 시작으로 기업체 부설 연구소들의 설립이 줄을 이었다.
그에 비해 정치인들과 일반대중이 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전쟁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전쟁에 과학기술이 전면적으로 등장한 최초의 전쟁이며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를 중심으로 다양한 화학 연구를 통해 전쟁 업무를 지원했다. 하버는 비료에서 폭약에 이르는 다양한 질소 화합물의 생산을 하고 참호전 양상을 띠고 있던 서부전선의 교착상채를 뚫기 위해 독가스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후에 참전한 미국에서도 천체물리학자인 조지 헤일의 주도로 미국국립 과학원 산하에 국가연구위원회가 설치되어 잠수함 탐지기 등 다양한 군사연구를 하게되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과학기술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되었다. 전쟁초기부터 과학및 공학 전문가들을 동원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존 무기의 개량과 신무기 개발에 힘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활동의 새로운 경향인 거대과학이 정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거대 과학이란 대형 기기를 중심으로 수백에서 수천 명의 전문 연구자들과 엔지니어, 테크니션 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학활동이라고 한다. 입자가속기를 이용하는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 허블 우주망원경에서 정점을 이룬 대형 망원경의 건조, 유인 달 착륙을 위해 정력적으로 추진되었던 아폴로 계획, 사람의 DNA에 속한 모든 염기서열을 밝혀내기 위한 인간게놈프로젝트등이 이에 해당된다.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미국의 맨해튼 계획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과학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사건이며 과학 실천뿐만 아니라 원자폭탄 제조라는 목적으로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협동연구를 수행하였고 이것으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제를 과학자 공동체에 제기하게 된다. 이후 과학자들의 평화운동과 사회운동의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한다.
2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소모한 맨해튼 계획은 뉴멕시코 주 사막 한가운데의 트리니티 실험장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하게되고 이때 독일이 전쟁 기간 내내 폭탄 연구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실제 폭탄 제조에 근접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탄의 투하 목표는 태평양전선에서 아직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일본으로 돌려지게 된다. 일본에 대한 원자탄 계획으 추진은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켰는데 독일과 달리 원자칸을 만들어낼 능력도 없고 해군과 공군력을 거의 잃어 이미 저항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고 자신들의 과학 성과를 알리고 싶어하는 과학자들과 2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예산 심의도 받지 않고 써버린 것을 의회에 변명하기 위해 그리고 일본에 조속한 승전을 거두어 극동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원자탄 투하에 찬성하게 된다. 그 결과 히로시마에 '리틀 보이'라는 이름의 우라늄 폭탄과 나가사키에 '팻 맨'이라는 플루토늄 폭탄이 투하되어 두 도시에서 그 해 말까지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된다. 그후 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의 후유증올 고통받게 되며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고 제 2차 세계대전은 끝나게 되었다.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수 없다.
군사적 목적의 연구개발은 1950년대까지 컴퓨터의 발전을 주도했는데 이후 컴퓨터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1950년대의 대표적인 군사적 컴퓨터 연구개발 프로젝트였던 SAGE 프로젝트에는 IBM과 버로스, 벨 연구소등과 수십개의 기업들이 하청업체와 생산업체와 함께 참여했다. 이때의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이 수십만 달러 이상 나가는 대형 컴퓨터였고 자금이 넉넉한 정부기관이나 일부대학, 대기업등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그후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퍼스널 컴퓨터혁명이 일어났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것은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을 중요한 용도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1971년 7월에 실험적인 이메일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이후 이메일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메일은 우편에 비해 훨씬 빠르면서 전화처럼 서로 꼭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고 장거리 전화보다 훨씬 저렴해서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의 커다란 성장은 새로운 사업 기회도 제공하였다. 인터넷이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팔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야후는 원래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2명의 대학원생 데이비드 파일로와 제리양이 만든 목록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오늘날에는 세계 최대의 포털 싸이트로 성장했고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은 단지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을 뛰어넘어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다른 사람의 리뷰를 접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공동체로 발전했다. 인터넷 기업들이 이끌어온 '닷컴' 열풍은 2000년 주가 폭락으로 시련을 맞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주정복을 놓고 치열한 나라들간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발사하던 당시 상당수의 과학자와 정치인들은 달에 서둘러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아폴로 11호가 발사되기 전날 마틴 루터킹의 후계자인 민권운동가 랠프 애버내시 목사가 이끄는 흑인 시위대는 케이프 케네디의 발사 현장으로 찾아가 미국인의 5분의 1이 제대로 된 음식,의복, 주거, 의료 서비스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수백억 달러를 우주 모험에 쓰는 '기괴한 사회적 가치'를 성토하기도 했다. 국제 우주정거장은 대표적인 실패사례인데 인간의 영구적 우주 체류의 시발점이자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의약품의 대량 생산과 특수 반도체 제조를 통한 전자공하그이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우주 정거장은 2004년까지 300억 달러 이상을 들이고도 완성되지 못했고 2010년경에 완성되고 나면 총 비용이 최소 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2003년 이후 중국도 우주행렬에 끼어들었지만 잇따른 인명피해와 유인 우주 계획의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우주 개발의 미래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한다.
화학분야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새로운 물질들을 합성하고 생산하는 산업 공정을 개발했는데 19세기 후반에 합성염료 생산으로부터 20세기들어서면서 각종 의약품이나 합성고무, 플라스틱등의 산업대체물질로 그 범위를 넓혀갔고, 수많은 새로운 합성화학물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합성살충제들은 불과 10여년만에 생태계와 인간에 해를 끼치는 주범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살충제를 가지고 해충을 구제하려는 용도로 쓰였지만 전쟁 중에는 교전 양측이 모두 사용한 독가스가 살충제의 개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합성살충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반대운동 한걸음 더 나아가 현대 환경운동을 태동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의 온실기체들로 인한 대기오염, 지구 온난화 현상등의 기상이변등의 지구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합성화학물질이 야생동물 뿐 아니라 생태계 그리고 사람의 건강에도 위협적이라는 경종을 울렸다. 합성화학물질이 돌연변이 유발을 통해 인체에 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인식시키기도 하였다. 이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화학 물질이 몸 속의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호르몬은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 생식기등 동물의 내분비선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혈관을 따라 온 몸을 돌고 몸의 각 부분에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신호'로서의 구실을 하여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발달, 성장, 생식, 행동등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그 두려움의 공포를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가 먹는것과 입는 것의 공포에서 숨쉬는 공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혁명'이 진행되었고 물리학이 지닌 힘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원자폭탄이라는 극적인 역할을 하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가 될것이라고 한다.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 과학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생의학 분야에 지원이 증폭되고 있는데 생명공학은 무병방수와 미래를 열어갈 첨단 과학기술이라고 생각되는 반면 인간성의 상실, 자연질서의 교한, 사회문제의 악화를 초래할수 있는 파괴적인 과학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 밖에도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과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과학이라는 것이 과학자들만이 향유할 그러한 거대한 꿀단지라는 생각을 깨버리고 되었다. 사회와 과학은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왜 과학에 그렇게 몰두하고 집중하게 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과학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그림같은 박물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깊이 둘러보고 참여해야할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미래가 아이들의 밝은 빛으로만 비추어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끊임없는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