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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주민들은 이런 폭력사태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그 모든 폭력이 평범하다는 데에도 자주 놀라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할일도 없이 집에 앉아 있을 때 마음이 얼마나 심술궂어질 수 있는 지를 깨닫고, 상상할 수 없는 악의 악취에 직면해도 인간은 따분해져서 하품을 할 수 있고, 양말 한 짝이 사라진 문제나 짜증스럽게 구는 이웃사람에게 몰두할수 있고, 뱃속에서 작은 생쥐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시장기를 느낄수 있고, 무엇을 먹을까 하는 절박한 문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들, 거창한 문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들이 과거와 현재의 싸움, 정의와 불의의 신화적 싸움에 말려들어 있었다. 가장 평범한 서민들이 엄청난 증오에 휩쓸려 있었다. 엄청난 증오는 결국 평범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상실의 상속]523,524페이지 에서
소설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이다. 소설중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심리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자신이 겪지 않았지만 겪은듯이 그려내는 그러한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나의 상상력의 부재를 자꾸 탓하게 만든다. 나의 상상력의 게으름에 상실감을 갖게 만든다. 키란 데사이는 1980년대의 인도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의 나이가 71년생이면 10대였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세계정세와 맞물려서 그려낸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빈부의 격차, 나라간의 서로 이익을 내기 위한 갈등들이 다르지 않게 그려진 인도와 인도인들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신이 남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고 우월한 존재가 된 다음에는 그 전 단계에서의 순수함은 상실되고 마는 것이 진실인것일까? 미국이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 모든나라들의 주권을 빼앗는것처럼 영국도 인도의 주권을 한없이 빼앗고 그러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에 맥없이 순종하고 연약한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서 나서서 맞서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들의 아픔은 절대 되돌아보지 않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와서 더 나은 삶을 살라고 한 아들을 위해서 돈이 없는 가운데 빚을 내고 돈이 모자라 부인까지 맞아드려 부인이 가져온 지참금을 가지고 외국에 공부하러 간 아들은 판사가 되어 돌아온다. 인도인이라고 무시당하며 인종차별을 당하며 너무나 열심히 한곳만을 바라보며 공부해서 돌아와 그야말로 원하던 권력을 얻게 되지만 이미 그의 마음 속에 순수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사랑스러워보이던 아내는 이미 너무나 자신의 삶과 거리가 멀어져 있는 보기도 싫은 존재가 되어 버리고 아내를 한없이 무시한다. 그런 아내는 남편의 이상을 따라갈수 없어 홀로 남겨지게 되고 남편으로 부터 버림받고 갈곳이 없게된 아내는 결혼한 언니네 집에 가서 갖은 수모를 견뎌내며 살아가다가 어느날 자살인지 사고인지 모를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버림받은 아내처럼 아이도 수녀원에 보내져서 길러지게 되고 그곳에서 자란 딸은 좋아하는 남자와 어느날 사고로 죽게되고 버림 받은 처럼 홀로남겨지게 된 사이는 판사였던 할아버지에게 가게 된다. 할아버지와 요리사와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개 무트와 살게된 사이는 공부를 가르치러 온 대학생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인도의 상황이 그 대학생을 사이를 자유롭게 살게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인도의 정치적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그 둘의 관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모든 인도인들이 그들이 찾아야할 서로의 권리를 위해서 싸운다. 요리사의 아들도 앞에 나온 판사처럼 미국으로 돈을 벌러 떠나지만 그곳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아버지에게로 돌아오면서 갖은 수모를 겪게된다.
책속에 나오는 것처럼 공평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듯이 생각되는 세상이다. 누군가가 이익을 보기위해서는 정말 한쪽은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공평이란, 평등이란 세상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상황인것일까? 받아들일수 없는 것일까? 하루에 세끼 먹는것도 똑같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똑같은데 왜 사람들은 서로가 더 갖기 위해서 그렇게 아귀같이 싸워야만 하는것일까? 왜 자신의 작은 권리마저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고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듯이 하나라도 더 갖기를 원하는 것일까? 지금도 이 땅에서도 그러한 일들은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에서 그랬건 것처럼 ...그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