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상동물원 1 - 불사조교파
조대연 지음 / 녹색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비밀이 그들을 하나라 묶어주고 있고,
지구의 마지막 날까지 그들을 하나로 묶어 줄 것이었다.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민음사 1994
이 책은 보르헤스 단편소설 <불사조교파> 의 한 구절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뻥! 어느날 창조주는 돌이킬수 없는 일을 벌였다. 창조주는 대폭발로 우주 만물의 운명을 결정한다. 수천억인지 수조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은하들. 은하 속 수천억 항성들이 있고 우주는 무한하지 않으며 우주는 중심이 있고 외진 곳의 자질구레한 사물도 저마다 좌표가 있다 한다. 태양은 은하계 모퉁이에서 빛나며 지구를 먹여살린다.
"천만에, 나는 호두껍데기 안에서 웅크리고도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주인으로 여길 수 있다네."
...................<햄릿> 셰익스피어
변두리 행성 과학자들이 말하길 우주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것이며 우주는 콩알만하게 쭈그러들어 다시 영혼이 되거나 뿔뿔이 흩어져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한다.
은하의 현기증 나는 소용돌이, 항성의 현란한 탄생과 소멸, 행성의 은밀한 운행, 입자의 산만한 배회가 20만년 전에 보잘것없는 피조물 하나를 낳았다. 또는 피조물의 육체에 한 영혼이 깃들였다.
.....................본문 7쪽에서
인류의 기념일, 우리는 2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한 여성의 후손이란다. 이사야의 예수처럼 볼품없지만 맹수의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고 기후의 심술을 잘 견뎠고 바이러스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경이로운 존재이며 위대한 어머니로부터 생명선을 거치고 거쳐 이곳에 있게 되엇다.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면 우리는 지난 137억 년의 기억을 낱낱이 더듬어야 우리가 누구인지 알수 있다. 우주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 그 사건들의 의미. 우리는 누구나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우리는 무의미한 존재란다. 몬말인지......
뻥. 어느날 인간의 말문이 트이고 인간은 비밀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모든 신은 오로지 말로만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란다.
이론 물리학의 최근 성과에 의하면 우리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며 무수한 우주 중에 우리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나느 우주가 있고 우리 우주와 비슷하거나 거의 똑같은 우주도 있단다. 이를테면 우리 우주와 다 같은데 단지 한 사람의 이름만 한 글자만 다른 우주가 있으며 어느 우주에서는 세종의 우유부단함으로 한글창제가 두 해사 늦어지고 어느 우주에서는 마르크스가 세익스피어를 독일어로 옮긴 번역가란다. 그래도 공산혁명과 두 차례 세계대전은 똑같이 일어났다고 한다. 우리 우주와 다 같고 단지 태양계 근처의 초신성이 이만 오천년 일찍 폭발한 우주가 있으며 그곳에는 당신? 나? 가 있다고 한다.
아니면 미자?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은 미자이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딸, 풍년그룹 회장 복규일의 딸 미자가 있다. 미자 할아버지 복영철은 타고난 괴력을 지닌 씨름 선수였으며 나이를 먹어 힘에 부치자 소 떼를 팔아 사료공장을 차렸고 소처럼 일해 풍년비료를 차렸고 풍년비료를 제일가는 비료회사로 키웠다. 복영철의 아들교육은 이렇다.
복영철 ...... "옳은 건 살고 그른 건 죽는다. 그래서 옳은 건 수가 많다."
아들 복규일....... "군중은 멍청하게 굴기도 하고 못되게 굴기도 하잔하요."
복영철 ......멍청하든 못됐든 다수는 옳다."
아들........"갈릴레이 지동설처럼, 가끔 소수가 옳을 수도 있잖아요."
복영철...."그럼 소수가 살아남아 언젠간 다수가 된다."
아들....."결국, 갈릴레이가 옳은 거였네요."
복영철..........."갈릴레이는 죽을 뻔하지 않았느냐? 너는 상인이다. 옳고 그름은 생과 사로 판단해야 한다. 다수를 따르면 대개 안전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휩쓸린다."
아들.............."새들도 그러는 거겠죠? 하늘을 온통 뒤덥고 펄럭대는 무수한 점점점."
복영철..........."다들 기를 쓰고 무리 안쪽으로 숨어들려 하지. 어디선가 매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테니까."
아들.............."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걸 보며 시를 쓰고 감동하고 한 거네요. 사람은 참 비정해요. 그래서 새 떼가 나타나면 하늘도 시무룩하게 저무나 봐요."
복영철..............."다들 비정하면 비정한게 옳은 거다."
.....................
아들..................."이제 좀 알겠어요. 세상엔 가난뱅이가 더 많지만, 옳은 건 아버지 같은 부자겠네요."
복영철..................."오히려 가난뱅이는 소수다. 부자가 되려는 가난뱅이는 부자의 마음으로 산다. 그래서 세상은 평온할수 있는 거란다."
................본문 9~10쪽
이런식으로 아들에게 복영철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정말 이 말중...정말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다.
가난뱅이는 소수다. 부자가 되려는 가난뱅이는 부자의 마음으로 산다. 그래서 세상은 평온할수 있는거란다......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얼마전 네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중 부자?라고 할까?라는 사람 한명 ,그리고 부자라고 생각해야 하나?라는 사람 한명,
그리고 부자가 아닌 뼈빠지게 일하는 작은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 있었다. 그중에 부자는 누구인가? 그들은 모두가 부자가 되려는 가난뱅이들이다. 내가보기에는 그렇지만 그들은 부자의 마음으로 산다. 위의 복영철이 아들에게 되내인 말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평온하다. 부자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부를 나누기 싫어하는 마음을 백번 이해해준다. 왜? 그들은 부자는 아니지만 부자가 되려는 부자의 마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책은 종잡기 어려우면서 두번째보니 알것 같기도 하고 아리까리한 그런 고문과도 같은 책이다. 궁굼한 분들은 도전해보길.....아마 머리에 쥐가 날꺼다. 이건 이 책의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