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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프랑스남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째 읽다보니 이 남편하고 나하고 좀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여자가 점점더 세가 강해진다고 이 주인공 남편은 표현했는데 나는 세가 강한 여자가 아니다보니 이 사람말에 백번 동감하기는 좀 그렇고..하지만 군데 군데 이야기들 가운데 오호~~정말 그렇군~~하는 대목들도 나온다. 잘나가는 아내때문에 극도로 스트레스 받는 남편 . 그렇지만 잘나가는 아내로 인해 주가가 급상승하기도 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결혼초 우리 남편이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지 않을때 무지 기분이 나빳다.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기에 그렇게 빈한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 역시 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남편을 빼놓을때가 있다. 정말 기분나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어쨋든 그런 상황이 됐을때 남편은 정말 기분나빠한다. 그래서 왜? 나쁜 의도가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말하면서 다음에는 꼭~~인사시켜 주어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도 무슨 이야기든지 하루종일 있어도 쉼없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나 말이 많은지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주절주절 잘도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뭐 이렇게 말많은 사람이 다 있지? 하다가 나중에는 그 사람의 그 수다에 무감해 지면서 오히려 그 사람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말이 많으면서도 희한하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계속 그 사람을 관찰한다. 왜 저렇게 저 사람은 말이 많을까? 언젠가 어떤책인가에서 머리가 좋은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무궁무진한 생각들이 나기때문에 말이 많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가 딱 그런 사람이다. 주인공이 저자자신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저자의 상황과 일치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작은 상황에서도 이 책의 주인공인 남편은 말이 많고 생각이 많다. 거창한 생각을 한다기보다 매사에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주위에서 그야말로 수다스러운 사람 한사람 붙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좀전에 내가 이야기한 말 많은 사람처럼 이 주인공도 참말 공상이 많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 저런이야기 주절주절 끊이지를 않는다. 미장원에 가서 미장원의 모든 관련된 이야기들과 느낌을 이야기하고 아는 사람들을 만났을때 그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것들에 대해서 주저없이 두서없이 온갖 이야기들을 생각들을 해댄다.
프랑스적인 부분들이 있어서 이해할수 없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 사람의 섬세한 추측들과 생각들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아내가 동반한 부인들과 수다를 떨고 자신도 동반한 남편들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도 소상히 이야기한다. 정치적인 편식이라든지 정치적인 이해 그리고 삶의 가치관이 달라서 벌어지는 틈이라든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점점 자신이 무언가 말을 하길 바라지만 딱히 자신은 별로 끼어 들어서 말을 잘해낼 자신이 없을때 부인이 일어나면서 자신에게 가자는 이야기를 할때의 그런 상황들을 재미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신의 커리어우먼적인 강함 앞에서 무너지는 남성들의 모습과 자신 혼자 힘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아내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한차원올라가는 그러한 상황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마치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인 유재석이 자신의 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유약함과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약함, 차마 드러내기는 쪽팔리는 그러한 약한 모습들을 그래도 귀여운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야기할때 나도 역시 그렇다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글말이다.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수다 떨며 느긋하게 즐기기도 하고 맞짱구 치며 궁시렁 거리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이 편안하게 하는 그러한 글이다. 저자와 같이 비오는날 느긋하게 부침개를 부쳐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