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의 종교 천주학을 알게되면서 정약용의 일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약용의 큰형만 빼고 형제들이 나라에서 원치 않는 공부를 하고 천주학을 믿었다 하여 유배를 가거나 참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한 와중에 가족의 힘든일들을 겪으면서 고통을 당하는것과 아내들의 힘든 삶을 아들과 아버지의 왕래를 통해서 엿보게 된다. 우리가 어렸을때 배웠단 유명한 정약용이 아니라 큰 인물 정약용을 떠나서 가슴 아픈 사건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가정사가 화두로 등장한다.
 

두아들과 두 딸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친구가 몰락한다고 했을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을 가족을 걱정하는 정약용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화자의 아내가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날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고 아버지 정약용이 집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사방으로 애쓰는 모습은 마치 내 일처럼 답답하기 까지 하였다. 아버지가 유배지에 가 계시고 고통받는 와중에도 화자는 자신의 어린시절 아버지 정약용이 관직에 있을때에 베풀었던 사랑을 되내이며 삶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하늘이 가혹하다고 원망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늘은 사람에게 시련을 내리기 전, 그의 삶에서 빛나는 시간도 아울러 마련해놓는다. 단지 사람이, 그 순간이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아채지 못할 뿐.............본문 107쪽에서

 

결혼한지 30년이 된 아내가 다산에 있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시로 적어서 보내고 그것을 화답하는 정약용의 글이 얼마나 정겹게 가슴이 아픈지....

 

때는 섣달, 천지 모두 얼음인데

눈서리 찬 기운에 수심만 더하오고

깜박이는 등불 아래 홀로 앉아 있오라니

그대와 이별 칠 년, 만날 날은 아득 또 아득

-<강진 유배지로 보냅니다>, 홍씨 혜완

 

천리 밖 두 마음 옥인 듯 맑고 찬데

애처로운 사연 보니 그리운 맘 더욱 깊소

나 그리는 그대 생각에 잠이 들고 잠이 깨고

그대 그리워하다 보니 해는 뜨고 해는 지고

-<아내가 보낸 시의 운을 빌어> , 미용(정약용의 자)

 

우리 형제가 학문에 몰두하기를 바라는 아버님은 때로는 자상하게, 때로는 간곡하게, 대로는 노여운 어조로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버님이 애태우실수록 더욱 더 스스로가 부끄러울 다름이었다.

...............190쪽에서

아버지의 아들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느낄수가 있다. 자신은 비록 귀향을 가 있지만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아비의 마음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자식들도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함에 대한 한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구절이다. 마치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다그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있다.

 

너희 처지가 비록 벼슬길은 막혔어도 성인이 되는 일이야 막힌 것이 아니지 않느냐? 문장가가 되거나 위대한 학자가 되는 일은 가능하지 않느냐? 하고자 하려는 성의만 있다면 어떤 난리 속에 있더라고 발전이 있는 법이다. 너희들이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이나 귀에 총명이 없느냐? 어째서 스스로를 포기하려 하느냐? 앞으로도 이렇게 영원히 폐족으로 지낼 작정이냐?

...........

"일러준 대로 발췌하고 정리하여 2월 보름께 보내온다면 너무 기뻐 일어나 춤이라도 출 것이다"

.............191쪽에서

 대학자이면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아픔과 나라의 부정부패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식을 걱정하며 자신의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정약용의 모습이 우리의 조상에 대한 사랑을 더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식들의 아버지처럼 꿋꿋하지 못하며 힘들고 어려웠던 삶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와 그리고 가슴저리는 고민들이 주마등처럼 나의 마음가운데에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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