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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치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벽장속의 치요...표지가 넘 이쁘다. 나름 소제목이 백수 청년과 고마 유령의 기묘한 동거라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어떤 책일까? 얼마전 한국에서 상영했던 영화 [귀신이 산다]와 약간 비슷한 느낌이다. 귀신이 산다에서도 귀신이 나오지만 첨에는 귀신을 두려워하며 온갖 방법으로 쫓으려 하다가 결국에는 귀신의 사연을 듣고 가슴아파하는 그런 이야기.....주인공들도 부드러운 사람들이 나오소 코믹한 그런 내용이었다. 따뜻하면서....
이책 또한 그 영화가 그리 다른 색조는 아니다. 단지 좀더 가슴아프다는것....일본 사람들은 정말 그 특유의 색채가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듯하면서 비슷한 구석이 참 많다. 요즘에 나오는 일본소설들 보면 대체적으로 정서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그렇다. 표지에서 보이듯이 넘 귀여운 귀신인듯한 벽장속의 치요...너무나도 솔직담백하면서 귀여운 귀신이다. 회사에서 직장상사에게 찍혀서 안좋은 관계가 되버리느니 차라니 더 안좋은 꼴을 보기 전에 나와 버린 백수청년이 싸면서 목욕탕이 있는 집을 찾자 부동산 소개업자가 마땅한 집은 없지만 이 집은 어떠냐며 소개시켜준 귀신이 사는집.
그곳에서 백수청년은 벽장 속의 소녀귀신을 만나게 된다. 치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조카 치요를 데리고 가서는 돈과 모든 것들을 가로채고 유곽에 팔아버린다. '가라유키'라고 19세기 후반 동남아시아, 필리핀, 캘리포니아등지로 팔려간 여성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간나한 가정의 여자아이들을 주로 성매매 목적으로 해외에 팔아넘긴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그렇게 부모없는 어린 치요는 숙부에 의해서 팔아 넘겨져서 살다가 병으로 죽어간 것이다. 그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부모가 없는 어린 치요를 구박하다가 유곽에 버려진 치요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찾지를 못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라고 생각하며 화도 낼줄 모르는 귀신이다.
정말 불쌍한......정말 이쁜 책속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니......충격적이면서도 일본은 참 색다른 어조로 이러한 것들을 풀어낸다. 정말 신기하다. 비참하게 그려졌다기보다는 슬프면서도 너무 아름답게 그려진 그러한 이야기이다. 색을 어떤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림이 변하는 것처럼 이처럼 슬프고 가슴아픈 이야기를 나름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call]에서도 여전히 그러한 색조를 간직하고 있다. 정말 특이한 색조를 가지고 있는 작가다. 남편이 죽어서 남편의 친구를 만났는데 남편이 귀신이 되어서 나타나 정작 사랑하던 두 사람을 맺어준다는 이야기......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냉혹한 간병인] 정말 이것도 아주 특이하다. 병으로 몸져 누워 아무것도 모르는 시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하는 것처럼 하면서 냉혹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를 괴롭히고 즐거워하는 며느리. 누워서 말도 못하고 식사도 못하던 시아버지가 친구의 방문을 받고 갑자기 되살아나서 며느리와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해괴한.....정말 이 작가...아주 독특하다.
일상적인 일들을 일상적이지 않는 색조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묘한 매력을 갖춘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부럽다. 그 독특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