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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증언 -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0
이병수 외 지음, 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 씽크스마트 / 2020년 3월
평점 :
기억과 증언
소설로 읽는 분단의 역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기억하고 기억하며 후대까지 이어져 잊히지 않는 기억은 역사가 된다. 역사가 왜곡되는 것은 쉽다. 바로 선대의 기억이 후대의 기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또 다른 기억이 훨씬 더 많이 기억될 때 우리는 설령 진정한 역사라도 하더라도 왜곡되고 조작되고 잘못된 역사로 기억된다. 그래서 진실된 역사가 왜곡된 역사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가 가진 공백을 진실된 기억으로 채워나가며 잊지 말하고 기억해야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없다˝라는 말처럼 기억하지 못하면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는 잊혀진다. 동족상잔의 고통인 6.25 전쟁부터 그 전후의 분단의 기억들은 정말 잊지말아야할 기억이다. 자기 뼈를 까는 역사를 겪은 한국은 6.25전쟁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휴전국으로 전세계 국가 유일 분단 국가이다. 여전히 휴전 상태이기에 전쟁의 위험이 있고 여전히 남북의 몇 십만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있다.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이것이 우리가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고 공감해야하는 이유이다.
이 책에는 해방 정국의 빨치산부터 9월 총파업사건, 대구 10월 사건, 제주 4·3 사건, 여순사건, 국민보도연맹 사건, 한국전쟁 마을 전쟁 사건, 전쟁의 참전국이자 타국인 중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지닌 흥남철수 작전 이후의 실향민 이야기, 잠재적 간첩 취급을 받는 38선을 통해 생겨난 수복지구 원주민들의 삶, 이산가족의 아픔까지 한국 현대사의 아픔들을 문학을 통해 문학적 진실성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학은 허구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 것이 가짜이고 그저 허구적 창작물로만 기억되어야 할까. 역사는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있어야 진정한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문학의 리얼리즘은 바로 이러한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그 시간 속을 살아가는 이들의 대화로 행동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문학은 역사보다 더 진실적이고 생동감을 지닌다. 문학이 지닌 공감력은 피상적인 역사를 기억하는데 그치지않고 체화하게 만든다.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 상처를 안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좌시했음을 사죄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제주 4·3과 그 이후를 그저 지켜보던 우리 모두도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에서 더는 순이 삼촌과 같은 상처받은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순이 삼촌의 역사를 제주 4·3이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한순간의 추모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억하고 그 아픔을 함께해서 제주 4·3이라는 역사가 박제되지 않고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순이 삼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에 담겨진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도 현기영의 제주 4.3 사건에 관한 소설인 ‘순이 삼촌‘이 인상깊다. 한동안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가려진 제주 4.3 사건의 진실된 이야기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 깊게 와닿았다.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왜곡된 역사를 뛰어넘는 생생함과 진실함으로 문학적 진실성을 알려준다. 그리고 제주 4.3 사건뿐만아니라 여순반란으로 한동안 왜곡되었던 여순사건 등 많은 역사들이 왜곡되고 조작되는데 문학은 이를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 기억이 잊히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이 소설 이외에도 임철우의 한국전쟁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 전쟁이야기인 ‘곡두 운동회‘와 한국전쟁을 참전했지만 타국인이라는 오묘한 입장이었단 중국인의 이야기인 김연수의 ‘뿌넝쉬‘ 또한 긴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과 선택이 그와 같은 폭력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역사적 비극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기억하고 기억해야할 우리의 역사, 분단의 아픔을 이 책을 왜곡되고 조작된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문학으로 그 진실성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역사는 진짜, 문학은 가짜라고 치부하지 말고 문학작 증언을 통해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하며 역사를 기억하게 되기를 바란다. 문학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를 기억하며 이 소설을 추천하고싶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역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분단의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잊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그 상처를 딛고 ‘화해‘하여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화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속에서 피해자의 ‘용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용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뿐이다. 아무리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려 해도 그 모든 것을 함께 느낄 수는 없다. 그러므로 피해자들의 용서에서 비롯된 화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화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강요는 오히려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용서할 권리와 기회마저도 빼앗아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