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푸셰 -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전면 새번역 누구나 인간 시리즈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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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푸셰



그렇지만 그는 더 높은 서품을 받지 않으며 어떠한 서원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건 입장을 바꿔서 변신할 수 있게끔 바져나갈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는 일정 기간만, 자신의 일부분만을 교회에 바치며 후일 혁명과 총재정부, 통령정부, 황제의 제국, 왕국에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한다. 신에게도 평생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던 조제프 푸셰가 한 사람에게 평생 충성을 맹세할 리가 없다. -p.17



조제프 푸셰는 프랑스의 많은 역사가들이 그를 타고난 배신자, 보잘것 없는 모사꾼, 미끌미끌한 파충류 같은 인간, 변절을 밥먹듯 하는 인간, 경찰의 비열한 기질이 몸에 베인 놈 등 그를 비열하고 줏대없는 인물로 이야기하지만 유럽에서 최고의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를 기회주의자였지만 평생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며 온갖 사건에 연류되었음에도 태연자약을 유지했던 인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담하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바꿀 줄 알았던 날렵한 손과 차가운 심장을 가진 외교적 수완이 빼어난 정치인 중의 정치인으로 이야기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당시 혼란스러웠던 프랑스 역사적 배경에 대한 통찰과 함께 조제프 푸셰의 성격 자체에 주목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다. 겉모습에만 그를 판단하지않고 우리가 기회주의자라고만 생각하는 그를 알아야하는 이유에 대해 심도 깊은 통찰력으로 그의 진가를 알게 한다.



세계 무대에서 벌어지는 연극에서 주연을 맡을 기회에 유혹을 느낀 적도 몇 번 있다. 그러나 그는 너무도 영리했던 까닭에 진지하게 유혹에 빠져 주연을 욕심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못생기고 호감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얼굴은 메달과 장식물에 새기기에 적당치 않으며 화려하게 꾸며서 인기를 모으기에도 적당치 않다. 머리에 월계관을 써도 전혀 영웅처럼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의 여리고 힘없는 목소리는 속삭이거나 부추기거나 남을 모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밀폐된 방에 있을 때, 그늘에 있을 때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 할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다. -p.33



조제프 푸셰의 삶은 프랑스 혁명기와 나폴레옹의 시대를 통과한다. 그렇지만 세계사에선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예로 프랑스 혁명기에서 로베스피에르라는 인물은 매우 유명하지만 그와 같은 시기의 삶을 살았던 조제프 푸셰에 대한 이름은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조제프 푸셰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살기보다는 역사의 조연으로서 살아온 인물이며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냉철한 철면피의 기회주의자라는 평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은 특히나 역사의 이면에서 역사적 사건들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많기에 우리는 비록 그가 냉철한 철면피의 기회주의자라는 불편한 평이 잘 어울리는 인물일지라도 그의 삶을 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제프 푸셰는 이번 전기를 통해 처음 자세하게 알게 되었는데 원래는 나폴레옹 시대의 그의 신하로서 오트란토 공작까지 오른 인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는 푸셰의 삶에서 극히 작은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제프 푸셰, 그의 이름은 많은 역사가들에게 비판 받아왔지만 그가 삶아온 삶 역시 후세의 우리들이 돌아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의 삶의 전반을 읽으면서 그가 삶았던 역사적 시대적 한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었으며 줏대없는 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의 적이 때로는 동료가 될 수 있으며 배반에 결코 뒤로 물러서서 서서히 흐름을 타는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행동하며 대중과 여론을 신경쓰기보다는 항상 승자편에 설 수 있었던 진정한 능청스런 외교관이자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저 한 줄의 이름이었던 조제프 푸셰를 작가의 인물의 내면적 탐구와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그를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역사가들의 선입견을 배제한채 조제프 푸셰라는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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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1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혁명 공화정 제정을 넘나 들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푸셰의
모습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됩니다.

승자 편에서 번영을 구가하던
기회주의자에 대한 츠바이크의
준열한 심판이 인상적이었습니다.